스님의하루

2020.8.19 온라인 수행법회
“부처님은 깨달은 이후에도 왜 명상을 계속하셨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에 조찬 모임을 하고,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한 후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벽 5시,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서초 법당 구석구석에 설치된 선풍기가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는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경색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의논했습니다. 수리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남한도 홍수 피해가 컸는데, 북한은 그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절 국경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깊은 우려를 표했고,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을 했습니다.

스님은 조찬 모임을 마치고 다시 서초법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초법당 앞마당에는 백중기도 기간이라 백등이 하얗게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3천여 명의 정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하자 온라인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넓은 법당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향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8월 들어 세 번째 법회일입니다. 한 달간 계속되던 장마가 끝이 나고 지난주부터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 서초 정토법당에서 여러분을 뵙습니다만, 저는 요즘 남쪽에서 지내면서 34도에서 36도에 이르는 날씨 속에 농사일을 하다 보니 땀을 심하게 흘렸습니다. 무더위 속에 더위 먹지 않도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 내가 이걸 놓쳤구나!

오늘은 정기적으로 포살(布薩)을 행하는 날입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계율에 근거해서 내가 수행자로서 혹시 어긋남이 있었거나 부족함이 있었다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참회입니다. ‘아, 내가 이걸 놓쳤구나!’ 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해도, 내 과거의 모습을 본 다른 도반들은 ‘저분은 수행자라면서 왜 저렇게 계율을 어길까?’ 이렇게 마음속에 의혹이 남을 수 있어요. 그래서 수행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포살을 행합니다.

‘저는 이런 계율을 어겼습니다. 참회합니다.’

물론 자기 스스로는 매일매일 참회하지만, 포살은 대중 앞에 드러내어 참회하는 시간이에요. 그러면 다른 대중도 이해를 하게 됩니다.

‘아, 저분은 이미 스스로의 잘못을 알고 있구나. 알고는 있지만 저분도 잘 안 고쳐지는구나. 그러니 기다려줘야 하겠다.’

이렇게 해서 마음속에 있는 의혹을 푸는 것이 포살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계율에 따라 정기적으로 포살을 해야 합니다. 발심행자는 오계(정토 18계), 서원행자는 팔계(정토 40계)로 포살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정기 포살일입니다.

법회 시간에 보통은 여덟 분 정도 질문을 받는데, 오늘은 법문 후에 백중기도와 포살이 있기 때문에 법문 시간이 짧습니다. 오늘은 네 분과 대화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어서 화상으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분은 지난주 일요 온라인 명상 때 스님이 법문한 내용을 언급하며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었는데도 왜 매일 명상을 계속하셨는지 질문했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은 이후에도 왜 명상을 계속하셨나요?

“스님께서 일요 명상수련 질의응답에서 ‘강도에게 한 대 맞아도 평정심을 유지할 정도가 되면 굳이 명상을 안 해도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아함경’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오전에 탁발을 나가셨다가, 낮 동안에는 명상에 들어가셨다가, 해질녘에는 명상에서 나와 법문을 하시는 게 주된 일과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다 이루어서 굳이 명상을 할 필요가 없는데 왜 맨날 선정을 닦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운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익히기 위한 운동이고, 또 하나는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에요. 농구 선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초심자가 골을 잘 넣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은 전자에 속합니다. 세계 최고 선수가 된 후에도 매일 훈련을 하는 것은 후자에 속합니다.

명상이 우리의 목적은 아닙니다. 우리의 목적은 해탈과 열반이에요. 제가 그때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해탈과 열반이 목적이고,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수단이 명상이다. 그러니 깨달은 사람은 꼭 명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수행자가 아무 할 일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할까요? 예를 들어 저에게 질문을 하거나 법문을 들으러 오는 사람도 없고 농사지을 일도 없다고 합시다. 질문자가 스님이라면 이럴 때 배 깔고 엎드려 있을까요, TV를 볼까요, 명상을 할까요? (모두 웃음)

아마 명상을 할 거예요. 그것처럼 부처님은 사람이 찾아오면 당연히 설법을 하셨어요. ‘지금은 명상시간이니 안 돼!’라고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부처님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지금 죽느라 바쁘다!’ 이러지 않으셨어요.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사람이 찾아오면 대화를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일상을 생각해보세요. 부처님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신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마음에 번뇌가 없으니까 잠을 잘 일도 별로 없으셨어요. 누워 계실 때도 많지 않았어요. 누워서도 주무셨지만, 앉아서 선정에 들면 그것이 곧 주무시는 것과 거의 같았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삽이며 괭이, 낫을 들고 농사일을 하니까 육체가 피곤해요. 그래서 잠을 좀 자야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 당시에는 출가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하지 않는 문화였어요. 하루 종일 나무 밑에 앉아 있다 보니 딱히 잠이나 휴식이 따로 필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날이 저물고 밤이 새도록 그냥 앉아 계실 때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앉은 채 선정에 드셨다가 ‘식사하러 갑시다’ 하면 발우를 들고 가서 식사를 하셨어요. 또 어딘가로 유행(遊行)을 할 일이 있으면 길을 떠나셨고, 사람을 만나면 대화하시고, 별일 없으면 그냥 앉아 계셨습니다. 선정에 들어야 한다고 시간을 딱 정해놓고 생활하신 건 아닙니다.

부처님의 일상은 선정에 드는 것과 교화하는 것, 이 두 가지밖에 다른 일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내내 앉아 있거나 법문하는 일만 할 수가 없잖아요. 운전도 해야 하고, 직장도 나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부처님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거예요.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처럼 수행을 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은 다 선정을 닦아야 해요. 그러나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배우기 위해서 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다른 일이 없을 때는 주로 선정에 드는 겁니다. 제가 큰 스님들을 모시고 살아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당한 인격을 갖추신 분들도 다들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누워서 주무시는 게 아니라 앉아서 참선을 하십니다. 선(禪)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화두를 못 깨치면 당연히 화두를 참구해야 하고, 화두를 깨쳤다 하더라도 화두를 참구하라.’

명상도 이와 같습니다.

‘열반을 증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선정을 닦아야 하고, 열반을 증득했다 하더라도 선정에 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일상이 그렇기에 명상을 하셨다는 말씀이네요.”

질문자는 한 가지 더 의문이 있다며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명상을 하면 쐐한 기분 좋음이 생기지 않나요?

“그런데 스님께서는 ‘명상을 하면 뭔가 쐐한 게 있는 줄 알지만 그런 건 없다’라고 자주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명상을 하니까 쐐한 게 있었어요. 스님께서 진짜로 쐐한 게 없어서 그리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쐐한 게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집착할까 봐 방편으로 그리 얘기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쐐한 게 있으면 그건 락(樂)이기 때문에 윤회의 일부예요.”

“제가 말씀드린 ‘쐐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도 6년 고행한 뒤에 12살 때 잠부 나무 밑에서 느꼈던 희열을 다시 느끼셨잖아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위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면 그것이 괴로움으로 바뀌니까 그것 또한 괴로움이지만, 어렸을 때 초선의 느낌을 다시 느껴보니 ‘이것은 안의비설신의 위에서 만들어진 즐거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즐거움이니 얼마든지 이것을 느껴도 되겠다’라고 해서 그 길로 계속 정진을 하셨고 그 결과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말씀하신 ‘쐐한 것’이 쾌락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편안함이나 고요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상을 하면 그런 편안함이나 고요함이 실제로 있는데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닌지요?”

“머리 그만 굴리고 정진부터 하세요.” (모두 웃음)

“예, 잘 알겠습니다.” (모두 웃음)

머리를 그만 굴리라는 스님의 일침에 질문자는 정신이 번쩍 든 표정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분당, 대전, 제주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통일의병대회 등이 연기되면서 정회원이 되기 위한 각종 수련과 행사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언제 진행이 가능해질까요?
  • 정토대전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는데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어떤 방식과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 궁금합니다.
  •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은 청강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 개원법회를 운영할 스텝을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청강을 허용하면 어떨까요?

답변을 모두 마치고 평소보다 일찍 11시에 법문을 끝냈습니다. 곧이어 백중 천도재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온라인 천도재 이후에는 포살 법회를 한 후 수행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점심 때는 사회 인사를 만나 식사를 같이 한 후 오후 2시에 서울을 출발해 오후 5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분과별로 제출한 두북특별위원회 결과보고서를 점검했습니다.

두북수련원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공동체 법사단을 불러 모았습니다.

두북특별위원회 결과보고서에 점검한 내용을 빨간펜으로 표시해두었는데, 그 내용을 법사단에 공유했습니다. 공유를 마친 후 스님은 코로나 사태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코로나 사태가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광화문 집회도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적 잘못도 있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이 광화문 집회 때문이냐, 아니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춘 정부의 정책 잘못인가를 두고 대립할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는 지난 2월보다 전염성이 훨씬 강한 GH형이라고 해요. 바이러스는 변형이 자꾸 일어나니까 백신을 개발해도 효과가 없다는 학설도 나왔어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전 세계가 지금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까 경제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과 주식이 오르고 있어요. 그 이유는 돈이 다른 곳으로 갈 데가 없어서 그렇답니다. 결국은 인플레이션(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으로 갈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돈을 많이 찍어내는 데도 불구하고 물가에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사용할 곳이 없어서 다 보관을 하고 있으니까 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이 유통이 되어야 돈의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오직 부동산 가격과 주식만 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진정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모든 물가가 다 오르게 되어서 실질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월급을 100만 원 받다가 50만 원 받으면 소득이 줄었다는 것이 확 느껴지는데, 월급 100만 원을 그대로 받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가치가 50만 원으로 확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지금 이 상태라면 9월부터 깨달음의 장 수련을 시작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고 연구를 조금 더 해봅시다.”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스님은 밤늦게까지 두북특별위원회 보고서를 계속 점검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계속 이어서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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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7

0/200

김현숙여래심

일상이 명상이 되어 맘의 편안함 안정됨이 지속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2020-09-08 18:22:12

신선애

스님 항상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수행은 게을리하고 머리만 굴리는것 같습니다
업식을 고치기 어려워 수행을 나대로 해석하고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2020-08-26 09:47:03

실상

명상이 필요없는 선정의 경지는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라 이런 의문은 없지만 유지하기위한 명상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명상은 열반과 해탈로 가는 방법인줄 알고 늘 흔들리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 하겠습니다.

2020-08-24 06: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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