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2. 부처님 출가일 기념 법문
“진정한 출가란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부처님께서 출가한 날을 기념하여 ‘진정한 출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법문을 했습니다.

매년 정토회에서는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날인 음력 2월 8일부터 열반하신 날인 음력 2월 15일까지 8일간 매일 법문을 듣고 정진을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으로 정토회원들은 법당으로 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법회를 들었습니다.

스님은 서초 법당에서 법문을 하고 동시에 촬영한 영상을 전국으로 생중계했습니다. 서초 법당에는 공동체에 살고 있는 활동가들만 참석했습니다.

10시부터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정회원들에게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집중해서 정진해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정토회 설립 초기에는 출가열반재일이면 법당에서 하루 종일 일주일간 정진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북한 돕기 등 긴급한 일이 생기면서 주간반은 낮에만, 저녁반은 저녁에만 정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부처님의 출가일부터 열반일 사이 일주일은 정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수행자로서 본분을 다한다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직장 휴가를 내고 정진해도 좋고, 휴가를 낼 수 없다면 저녁에라도 매일 법문 듣고 정진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처님이 출가하기까지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는 2천6백 년 전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었던 작은 왕국 카필라바스투에서 시작했습니다. 왕자로 태어난 부처님이 어떤 문제의식과 사건들을 통해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출가를 하는 대목부터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출가를 한 목적

“부처님은 인생이 허무해서, 시험에 떨어져서, 사업에 실패해서, 연애에 실패해서 출가를 한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깊이 관찰하고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출가했어요. 부처님은 자신의 문제와 세상의 문제를 분리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 거예요. 부처님은 출가하기 전에 세상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우환(憂患)이 가득하구나.’

세상 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마치 소가 코뚜레에 꿰어서 꼼짝 못 하는 것처럼 욕락(慾樂)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신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은 세속을 떠날 때 전혀 미련이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시는 장면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결국 출가에 대해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몰래 카필라성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절벽 위에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에 떨어질지언정,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을지언정, 또한 스스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 죽을지언정, 만약 내가 마음에 다짐한 대로 중생들을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다면 나는 결코 카필라성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이 대목을 보면 부처님의 결심이 아주 강고했다는 것도 알 수 있지만 출가하신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깨닫기 전에는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부처님이 출가(出家)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도 큰 타격을 받았지만 제일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부인인 야소다라 공주였습니다. 야소다라 공주는 ‘당신이 가버리면 저는 어떻게 삽니까’ 하면서 원망하고 슬퍼하지 않았어요. 야소다라 공주는 여장부였습니다. 경전에는 야소다라 공주가 이렇게 얘기하는 구절이 나와요.

‘나는 부인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다 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나를 두고 떠났느냐? 그 길이 정말 옳다면 왜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느냐.’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혼자 수행해서 하늘나라에 태어나 천녀(天女)들과 놀기 위해 나를 두고 갔느냐.’

그러나 부처님은 카필라 성문 밖을 나와 머리를 자르고 스스로 출가하면서 시종 찬다카에게 머리를 장식한 구슬을 빼서 부모에게 전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절대로 누구의 꼬임에 빠져 출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혼자 천상에 태어나려고 출가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 혼자 즐겁자고 출가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저만의 복락을 얻기 위해서 출가한 것이 아니고, 모든 중생(衆生)들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출가한 것입니다.’

이 말속에 야소다라의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있습니다. 부처님이 출가해서 스승을 찾아 왕사성으로 갔을 때도 빔비사라왕이 부처님을 보고 묻습니다.

‘왜 당신 같은 왕족이 출가를 했습니까? 왕이 되고 싶지만 차마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될 수 없어서 출가를 했습니까?’

그 당시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이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부처님이 지금의 락(樂)에 만족하지 못해 더 큰 락(樂)을 얻기 위해서 출가를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가치관을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부처님이 마음에 든 빔비사라왕은 이렇게까지 제안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나라보다 수십 배 더 큰 나라를 제공할 테니 그 나라를 가지시오. 그 제안도 싫다면,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군대를 지원해주겠소.’

이렇게 제안을 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나라도 갖지 않고 출가를 했는데, 왜 내가 남의 나라를 취하겠습니까. 나에게 필요 없다고 가래침을 뱉어놓고 남이 뱉은 가래침이 크다고 그것을 주워 먹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경전에는 부처님이 출가할 때 ‘자기 손에 들어온 전륜성왕의 기회를 가래침을 뱉어버리듯 아낌없이 떨쳐버리고 말을 재촉하여 길을 떠났다’ 하는 비유가 나옵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간절히 원했던 출가를 했지만 막상 고행을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포기할 생각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전륜성왕이 되어서 세상 사람들을 평화롭게 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번뇌가 들 때마다 부처님은 중생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을 돌이켰습니다. 이런 장면이 경전에 여러 번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통해서 우리는 부처님이 출가하신 목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설명과 함께 스님은 경전에 나오는 장면을 직접 독송해주었습니다. 부처님의 출가에 대해 경전 속의 기록을 생생하게 만난 후 스님은 진정한 출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떠나야 할 것

"오늘은 부처님이 출가를 한 날입니다. 오늘을 진정으로 기념하는 방법은 부처님이 출가하신 의미를 제대로 되새기는 것입니다. 출가는 세상을 등지는 반사회적인 행동이 아니에요. 그것은 조선시대에 500년 동안 불교를 탄압하면서 생긴 편견입니다.

출가를 세속을 떠난다는 의미로 자꾸 생각하는데, 우리가 떠나야 할 것은 일상의 관계가 아니라 재물, 인기, 건강, 즐거움 등을 복(福)으로 삼는 가치관입니다. 출가란 그런 복락의 가치관을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출가를 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몸은 세속을 떠나도 마음속에는 세속적 가치를 추구해요. 이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올바른 출가가 아닙니다.

고행을 하는 목적도 결국 인기를 끌기 위해서라면 올바른 수행이 아닙니다. 무엇을 먹지 않는다든지 잠을 안 잔다든지 하는 것은 수행을 잘한다는 기준이 될 수 없어요. 그러나 중생들은 수행마저도 늘 그런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그 스님은 뭘 잘 본다더라, 무슨 명문대를 나왔다더라, 솔잎만 먹고 산다더라, 등을 바닥에 붙이지 않는다더라,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힘을 숭상한다는 겁니다.

오늘 부처님의 출가일을 맞아서 진정한 출가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은 이미 2600년 전에 수행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26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 길을 만난 겁니다. 수행은 머리를 깎았느냐 안 깎았느냐, 몸이 세속을 떠났느냐 안 떠났느냐 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마음이 세속적 가치로부터 떠나는 것이 수행입니다. 아무리 절에 들어와 살아도 세속적 욕락을 쫓아 살면 늘 세속에 살며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출가를 하고 나면 삶이 태평해져야 해요. 여러분이 늘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아직 진정한 출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많은 승려들이 진정한 출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행자의 모양을 하고도 마음속에는 세속적 가치가 가득 들어차 있는 겁니다. 서암 큰스님께서 이걸 단 한마디로 표현하셨죠.

‘어떤 사람이 말이야.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가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 그것이 불교라네.’

평등이 보편화되는 세상

이제는 바깥 세상조차도 모양과 형상에 집착하는 것을 이미 넘어서 있습니다. 승려라고, 신부라고, 목사라고 존경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새로운 시대에는 지위가 높거나 부자라고 해서 인정받지 못해요. 키가 작거나 여자라거나 신체장애가 있어서 차별받던 굴레가 이제는 점점 걷히고 있습니다. 물론 인종차별, 성차별, 종교차별, 민족차별 등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절대적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것으로 차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습니다. 이제는 평등이 보편적인 진리로 자리를 잡은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30년 착실하게 수행하던 스님들이 오히려 승복을 벗고 세상으로 나오는 일도 생깁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카테고리에 갇히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세속적인 욕망을 쫓아 파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깊이 성찰해서 모양과 형상에 늘 갇혀 살고 있었음을 자각했고,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세상으로 나오는 겁니다.

물론 모양과 형상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꼭 머리를 다시 기르고 속복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것 역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 취하는 또 다른 모양과 형상에 불과합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 승복을 입고도 그런 관념으로부터 벗어나면 되는데, 인간관계가 이미 그렇게 형성되어 있으면 거기로부터 벗어나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거겠죠.

여러분들도 머리 기르고 속복을 입고 있으면서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집에서 머리를 기르고 사니까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머리를 깎고 가족과 헤어져서 절에 들어와서 살아야 겨우 수행자라는 생각을 하듯이, 승려들도 승려들 사회에 갇혀 있으면 관념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사형사제니, 누구의 스승이니, 온갖 규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다시 승려의 모습을 버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그런 것마저도 아직 심지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지금 이대로 자유로워지기

여러분은 여러분이 서 있는 그 모습에서, 저는 제가 서 있는 이 모습에서, 각자가 다 지금 이대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꼭 여자가 남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여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자는 여자로서 자유로워지고, 남자는 남자로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출가의 핵심은 우리가 지금 집으로 삼고 있는 그 안온함이 굴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지금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을 하니까 그 좋은 도시가 큰 우환덩어리가 됐잖아요? 뚝뚝 떨어져 살면 이런 일이 없습니다. 도시에 모여서 밀집해서 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거기다가 특정한 종교는 더 밀집한 방식으로 선교 활동을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겁니다. 그 영향 때문에 오늘 여러분들도 뚝 뚝 떨어져 앉은 겁니까? (모두 웃음)

사람이 한 곳에서만 태어나서 자라면 그 지역 문화에 세뇌가 되기 마련입니다. 세뇌는 누가 꼭 세뇌를 시켜서 세뇌가 되는 게 아니라 보고 들은 게 그것밖에 없으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업(業)’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면, 같은 모습을 보고도 전혀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어리석다’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들은 또 거기에 갇혀서 그것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래서 특정 종교에서는 요즘처럼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이 되어도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것은 곧 천국이 도래할 징조다. 이것을 조금만 잘 극복하면 곧 우리가 구원을 받는 기회가 온다. 구원을 받기 위해 마지막 장애물이 찾아온 것인데,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신심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런데 수행의 측면에서 보면 이 말도 맞는 얘기예요. 깨닫기 직전에 엄청난 저항이 몰려오는 게 맞거든요. 그걸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합리화를 하니까 사람들은 그 모순을 못 보고 또 속는 겁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원래는 오늘처럼 부처님이 출가한 이런 기념일에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정진도 같이 하고 소감도 나누고 해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모두 뚝뚝 떨어져서 온라인 생중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들 지금 집에서 배 깔고 누워서 법문을 시청하고 있죠? (모두 웃음)

정진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정진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 법당에 있든, 집에 있든, 사무실에 있든,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정진을 하셔야 해요. 정진은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꼭 같이 모여서 정진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혼자서 정진을 하기에는 각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여서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회원 여러분들은 이미 수행자의 길로 접어든 사람들이니까 혼자서 정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더라도 누가 보든 안 보든 꾸준히 정진을 하셔야 합니다. 오늘이 출가일이고 일주일 뒤가 열반일인데, 이 일주일 동안 정토회는 창립할 때부터 매년 용맹 정진을 해왔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집에서 꾸준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옛날보다 과학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 소통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혼자서 정진을 한 다음에는 채팅 방을 통해서 서로 나누기도 하시기 바랍니다.

어리석음이 가져온 결과

그리고 지금 가장 어려움에 처한 대구 시민들과 대구 정토행자들을 위해서도 여러분들이 좋은 마음을 내어 주세요. 그분들이 전생에 죄가 많아서 대구에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단지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신천지 교인들도 일부러 전염시키려고 그렇게 모였던 것이 아니라 단지 어리석다 보니 그 병이 무슨 병인지 몰랐던 겁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되는데 기도하면 낫는다는 생각으로 한 달을 버티다가 전염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이 된 겁니다.

어리석음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착하고 어리석은 게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제가 늘 그러잖아요. 다만 어리석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니까 그들을 너무 욕하지 마세요. 우리에게 닥친 이 어려움은 나의 일과 남의 일 따질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함께 서로 도와서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모두가 감염이 안 되도록 자기 조치를 잘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염이 된 사람들은 타인에게 해가 안 되도록 자기 조치를 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전염성은 높지만 치사율이 매우 낮습니다. 치사율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에요. 아직은 이 바이러스가 소멸이 될지, 변형을 일으켜서 계절성 독감으로 변해 겨울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을 하시되,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은 좋지가 않습니다. 이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 이 병이 지나간 뒤에 사회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들이닥칠 겁니다. 이번 주까지는 좀 조심을 해 주시고, 그렇다고 마음에서 겁을 내지는 말고, 다 함께 정부 시책에 맞추어서 극복해 나갑시다.

주어진 환경을 나에게 유리하게

정진은 이런 시기에도 빠지지 말고 꾸준히 하셔야 해요. 정진을 한다고 해서 병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정진과 관계없이 병이 났다면 치료는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맡겨야 합니다. 치료는 따로 받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정진은 정진대로 따로 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비 오는 날도 있고, 가문 날도 있고, 아픈 날도 있고, 사람이 찾아오는 날도 있듯이 온갖 일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런 날 빼고, 저런 날 빼다 보면, 정진할 수 있는 날이 없습니다. 환경이야 어떻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꾸준히 가는 거예요. 오르막을 만나면 속도가 조금 떨어지고, 내리막을 만나면 속도가 조금 빨라질 뿐입니다. 정진은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여러분들도 업무에서 조금 해방이 되셨죠? 이럴 때 해이해져서 매일 TV만 보고 있지 말고, 그동안 바빠서 못 읽은 책도 읽고, 못 다한 업무도 좀 하세요. 저는 강연이 다 취소되어서 두북 수련원에 내려가 있었는데, 아주 좋았어요. 첫째,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건강이 많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둘째, 작년까지는 바빠서 농사를 찔끔찔끔했는데 이번에 모든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온종일 농사일을 할 수가 있었어요.

여러분도 이렇게 주어진 환경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를 낀 활동가들은 조용히 합장으로 스님의 당부에 답했습니다. 이어서 활동가들은 3백 배 정진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진 후에는 온라인으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제10차 천일결사 신임 행정처 집행부와 간담회를 했습니다. 3월 8일 제10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앞두고 여러 가지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입재식을 취소할지 연기할지 온라인으로 진행할지, 모둠 중심의 운영 체제로 개편하게 되면 지역 법당과 행정처의 조직 구조는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는지 등 중요한 쟁점 사항에 대해 집행부는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3월 8일 입재식은 연기하지 말고,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합시다. 수도권 결사행자들만 서초 법당에 모여서 직접 법문을 듣고, 천일결사 입재자들은 모두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하는 것으로 해요.”

“그럼 오전에는 각자 생중계를 시청하고, 오후에는 모둠별로 온라인으로 토론 및 소감나누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정토불교대학 입학 시기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중요한 논의사항이었습니다. 전국 유치원·초·중·고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됨에 따라 정토불교대학 입학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월 16일에 예정된 입학 주간을 3월 30일로 연기하는 것으로 합시다. 대신에 제가 입학식 법문을 생방송으로 꼭 해드리겠습니다.”

이미 입학 신청을 한 사람들은 2주를 더 기다려야 해서 혹시 신청을 취소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스님이 입학식 법문 때 충분히 이해를 구하는 것으로 하고 정토불교대학 입학일도 2주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조직 구조에 대해서도 긴 시간 토론 끝에 합의점을 도출한 후, 결사행자회의와 천일준비위원회에서 최종 동의를 얻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제 더 물어볼 게 없으세요?”

“네. 쟁점사항이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속이 시원합니다.”

“회의 끝나고 나서 다른 말하기 없기예요.” (웃음)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상임 법사단 회의가 열렸습니다. 전국 법사단은 인원이 많기 때문에 대의원 회의 안건을 일상적으로 심의해주는 상임 법사단이 이번에 상설 기구로 신설되었습니다. 10차 천일결사부터는 지역 정토회가 행정처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역 대의원회 제도가 생겼는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제가 결정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이 오늘도 하루 종일 저한테 조언을 구했잖아요. 그것처럼 법사님들이 지역 정토회에 갔을 때도 총무나 활동가들이 조언을 구할 수가 있는 거예요. 물었을 때 조언을 해주거나, 회의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해줘야지, 물어보지도 않는데 이래라저래라 하면 간섭처럼 느끼질 수가 있습니다. 지역 대의원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사님들이 각각의 사업이 법에 맞는지 심의를 잘해줘야 하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셔야 해요.”

간섭과 조언, 심의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법사님들은 계속 회의를 하고, 스님은 몇 가지 중요 안건에 대해서만 조언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다른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지방 분권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한 후 하루 종일 회의 및 미팅을 한 후 병원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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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6-11 11:06: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6-10 15:06:09

공덕경 (정영숙)

스님의 법문을 잘 들었습니다.
2600년 전의 부처님이 출가하신 의미와 배경을 잘 새겼습니다.
스님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_()_

2020-03-07 07: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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