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19 발우공양, 시민 붓다 포럼
“남들에게 잘 보이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공동체에서 발우공양을 한 후 평화재단에서 하루 종일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시민 붓다 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월 28일 대구 대덕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저는 대학생입니다.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런 욕심을 버리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왜 버려요? 계속 잘 보이려고 노력하면 되지요.” (모두 웃음)

“잘 보이려고 하니까 제가 너무 힘들어요.”

“힘들면 그만 하면 돼요. 산을 오르는데 사람들이 ‘힘들다’ 하면 제가 뭐라 할까요? ‘그러면 내려가자’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또 ‘아니오, 꼭 정상에 올라가고 싶습니다’라고 합니다. 다시 저는 ‘그러면 올라가자’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화가 계속 반복됩니다.

‘너무 힘들어요.’
‘그럼 내려가자.’

‘꼭 가고 싶어요.’
‘그럼 올라가자.’

‘힘든데요.’
‘그럼 내려가자.’

‘아니오. 전 꼭 올라갈래요.’
‘그럼 힘들어도 가자.’

이 길 밖에 없습니다. 다른 길이 없어요. 그것처럼 잘 보이고 싶으면 힘들어도 계속 아양을 떨면 돼요. 힘이 들면 남이야 어떻게 보든지 신경 쓰지 말고 살면 됩니다. 그럼 질문자에게 물어볼게요. 제가 결혼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결혼하면 되죠.”

“그래요. 승복 벗고 결혼하면 되겠죠. 질문자는 쉽게 얘기하지만, 저는 올해 승려 생활 50년째예요. 그래서 제가 ‘승려 생활 50년을 해왔는데 어떻게 지금 그만둬요?’ 이렇게 얘기하면 질문자는 ‘그럼 계속하세요’라고 하겠죠. 똑같은 거예요. 제가 쉽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달리 길이 없어요. 다른 특별한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스님은 말을 함부로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밖에 길이 없는 거예요.

내가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으면 화장도 해야 하고, 싫어도 웃어야 하고, 아양도 떨어야 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죠. 그래야 잘 보일 수 있죠.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필요한 것을 갖다 줘야 하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돈을 갖다 줘야 하고, 등을 긁어달라고 하면 등도 긁어줘야 잘 보일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안 하면 됩니다. 특별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중에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거예요.

지금 하고 싶더라도 미래에 후회할 짓이라면 멈춰야 합니다. 첫째, 범법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둘째, 부도덕한 행위를 하면 감옥은 안 가지만 비난을 받습니다. 이 두 가지는 하고 싶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해버리면 손해입니다. 남의 종아리를 만지고 싶다고 해서 만져버리면 성추행범으로 비난도 받고 감옥도 갑니다. 감옥에 가서 ‘조금만 참으면 될 걸 왜 그랬을까’ 이렇게 후회를 하겠죠. 그러면 그런 행동을 안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감옥에 가서 ‘그래도 종아리 한 번 만져봤다’ 하면서 만족하고 산다면 괜찮아요. 남이야 뭐라고 하든 자기는 괜찮으니까요. 어떤 길을 갈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모두 웃음)

그러나 본인이 후회할 행동이라면 멈춰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좋은 것이 꼭 미래에 좋은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 좋기 위해 미래를 망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좋아도 멈춰야 하는 것이 있고, 지금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한 번 생각해 보고 선택을 하세요.

남에게 잘 보여서 득이 되면 아양을 좀 떨어야 하고, 별로 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만두면 되고, 득이 되어도 내가 너무 힘들면 역시 그만두면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세수도 안 하고 강연장에 오면 사람들이 자꾸 어디 아프냐고 걱정을 해요. 그래서 강연장에 올 때는 화장은 안 하더라도 세수는 꼭 합니다. 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스님은 머리를 깎아야 하잖아요. 그게 이미지란 말이에요. 혼자 살면 머리 깎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제 머리가 덥수룩하면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니까 머리를 깎는 거예요. 제가 강연장에 작업복을 입고 오면 ‘무슨 스님이 옷을 저렇게 입었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할 수 없이 이렇게 입고 오는 거예요. 이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아요? (모두 웃음)

이렇게 어느 정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안 하겠다면 스님을 그만두면 되지요. 다른 사람의 이미지에 완전히 놀아날 필요도 없지만, 적절하게는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님이 되었는데도 고기를 먹고 싶다면 혼자서 조용히 먹으면 되지, 고기 집에 가서 남들 다 보는데 앉아서 갈비를 뜯고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피곤하잖아요. 그렇게 남을 피곤하게 할 권리는 없어요. 그것이 기본 예의라는 거예요. ‘내가 뭐 먹는 것까지 남 눈치를 봐야 하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무리 눈치를 안 보고 산다 해도 사람들의 일반 상식에 너무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정도 눈치도 안 보고 살면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여러분은 너무 잘 보이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요. 그건 피곤한 일이에요. 적절하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되 너무 눈치 보며 껄떡거리고 살 필요는 없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전체댓글 41

0/200

최연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0-06-06 05:47:28

변선미

스님 감사합니다...

2020-03-18 10:04:28

송월

기본은 해야할거같습니다

2020-03-18 09: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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