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6.19 정토불교대학 특강수련
“인도 성지순례를 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정토불교대학 특강수련에 참석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 1시에는 대구에서 대중부 활동가들과, 저녁 7시에는 대전에서 청년 활동가들과 회의 및 미팅을 가졌습니다. 

 

새벽 2시에 울산 두북을 출발한 스님은 새벽 5시 3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 대수련장에는 대전충청 지부와 부산울산 지부에서 각각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있는 450여 명의 대중들이 모여 어제부터 1박 2일 동안 특강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6시에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대중들이 청법가와 삼배로 법을 청했습니다. 대중들은 어제 묘수 법사님으로부터 참회 기도의 의미에 대해 배운 후 직접 300배를 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스님은 “어제 많이 더우셨죠? 절 하느라 땀으로 목욕을 하셨겠네요.” 라고 안부를 물어보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후 지금 불교대학 학사 일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지금 어디까지 배웠어요? ‘실천적 불교사상’은 다 배웠을 것이고, ‘부처님의 일생’은 얼마나 배웠어요?”

 

“이제 1강 했어요.”

 

그러자 부처님의 일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인도성지순례에 꼭 다녀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면 반드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성지순례를 해야 해요. 수업시간에 들은 게 사실인지, 누가 소설처럼 거짓말로 쓴 것이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 인도에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 되잖아요.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 안 해요?” 

 

“....” 

 

“이런 걸 보면 여러분들은 확실히 믿음이 견고한 것 같아요. 저는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그런 걸 잘 안 믿는 사람이에요.(모두 웃음)

 

그래서 저는 과학을 좋아했어요. 수학 계산을 하면 답이 딱 떨어지듯이 과학에는 원리가 있잖아요. 왜 그렇게 되는지 이치를 잘 몰라서 모르는 건 있지만 허황된 소리는 안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과학자가 되겠노라 마음을 먹었는데, 학교 옆에 있는 절에 갔다가 은사 스님을 만나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꺾이고 제가 제일 싫어하던 종교인이 된 거예요. 제가 종교인은 절대로 안 되겠다고 했는데도 이 일을 지금 거의 47년째 해보니까 이것도 할 만해요.(모두 웃음) 

 


 

그런데 저는 절대로 제가 안 하겠다는 걸 억지로 해도 이렇게 할 만한데, 여러분들은 자기가 좋아서 자기 좋은 대로 하고 살았는데도 늘 불만이에요. 누가 결혼하라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어디 가서 그 많은 사람 중에 제일 좋다고 골라서 같이 살잖아요. 서로 좋다고 한 이불 밑에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싸우면서 못 살겠다고 하니까 저는 이해가 안 돼요.(모두 웃음) 

 

저는 정말 하기 싫었던 것도 이렇게 하고 사는데, 여러분들은 좋아서 하면서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괴롭다며 하소연해도 제 귀에 잘 안 들어와요.(모두 웃음) 소리야 물론 무슨 소리인지 알죠. 그러나 여러분들이 그렇게 괴롭다고 아우성쳐도 저는 ‘그게 왜 괴롭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애인하고 헤어졌다고 젊은이들이 울어도 ‘그래도 너는 애인을 사귀어봤잖아’ 이런 생각이 들고, 남편이 죽었다고 하소연해도 ‘그러면 당신은 결혼 한 번 더 할 수 있잖아’ 이런 생각이 들어요. 홀몸이 되었으니까 결혼 한 번 더 해도 되잖아요.(모두 웃음) 

 

괴롭다고 할 때 이해는 되는데 동조는 잘 안 돼요. 그래서 자꾸 물어보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그런데 왜 울어? 엄마라도 돌아가셨나?’ 이렇게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엄마가 돌아가셔야 자식이 어른이 되잖아요. 아버지가 죽어야 왕자가 임금이 될 수 있고요. 부모가 안 죽으면 자식이 어떻게 임금이 되겠어요? 영국 왕실을 보면 엄마가 안 죽으니까 황태자가 왕이 못 되고 지금 70살이 넘었잖아요.(모두 웃음) 그러니 죽을 때가 되면 죽어줘야 하고, 봄은 따뜻해줘야 하고, 여름은 더워줘야 하고, 가을은 서늘해줘야 하고, 겨울은 추워줘야 해요. 그러니 지금 더운 거는 정상이에요. 더워야 여러분들이 수영도 하고 개울가에서 목욕도 한번 해보죠. 

 


 

아무튼 요점은 부처님의 일생을 배운다니까 진짜 이런 데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부처님은 룸비니에서 태어났다는데 룸비니라는 곳이 있는지, 보드가야에서 도를 이뤘다는데 정말 보드가야라는 곳이 있는지, 왜 이름이 보드가야인지, 6년 고행을 했다고 묘사했는데 저렇게 해도 살 수 있는지, 어디 가서 고행을 했는지,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몸이 저 고행상처럼 됐을지, 이런 게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한 사람은 모두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해요.”

 

시작부터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새벽 6시에 진행되는 강연이기 때문에 대중들이 졸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님은 조금이라도 대중들이 졸지 않도록 하기 위해 때론 유머를 섞어가며, 때론 목소리를 높여가며, 설법하랴 웃겨주랴 1인 2역을 하며 부던히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약 3시간 동안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총 11명의 질문에 대해 답변이 이뤄졌습니다. 그 중에서 정토회 천일결사자들이 매일 아침 기도 때 읽고 있는 수행문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겠습니다. 

 


 

“얼마 전 정토회 8차 천일결사 9차 백일기도에 입재해 매일 아침 1시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할 때 읽는 수행문을 보면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삶을 살라’ 라고 되어 있는데, 중생이 누구이며 수순하는 삶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자기를 고집합니다. ‘내가 말이야, 내가 말이야’하고 내세워요. 여러분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내가, 내가’ 이게 늘 작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보죠. ‘늘 내가, 내가... 라고 하는데 내가 뭐꼬?’ 이렇게요. ‘나’라고 하는 이것이 무엇을 지칭하는 말이냐는 거예요. 이걸 이제 탐구해야 해요. 지금은 당연히 내가 있는 것 같죠. 그래서 물어봐요.

 

‘네가 누구냐?’

‘법륜입니다.’

‘법륜이 너냐, 네 이름이냐?’

‘제 이름입니다.’

‘내가 언제 네 이름 물었냐? 네가 누구냐?’

‘몸뚱이입니다.’

‘그게 너의 몸이냐, 너냐?’

‘저의 몸입니다.’

‘그러면 너는 누구냐?’

 

이렇게 계속 탐구를 해야 해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저런 질문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지만 자꾸 하다 보면 ‘아, 내가 뭔지도 모르고 살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돼요. 내가 뭔지를 모르면서도 계속 ‘내가, 내가’ 하고 살고 있었던 거예요. 이게 허깨비 놀음이라는 겁니다.

 


 

제가 어릴 때 큰아버지가 장에 갔다가 안 오신 적이 있었어요. 3km 정도 떨어진 곳에 5일장이 섰는데 옛날에는 장에 가면 온갖 물건을 파니까 다들 구경가고 싶어해요. ‘남이 장에 가면 거름지고 따라간다’ 이런 말이 생겼을 정도잖아요. 얼마나 장에 가고 싶으면 그랬겠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시장이 일상적으로 서 있으니까 ‘장에 간다’라는 개념이 별로 없죠. 옛날에는 장에 간다고 하면 ‘거기 가면 뭐든지 다 있다’ 이런 뜻입니다. 

 

그런데 시골에 농사짓던 사람들이 장에 가는 이유를 보면 여자들은 생필품 구입하는 목적이지만 남자들은 술 한 잔 마시러 갑니다. 장에 가서 떡하니 앉아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자기가 뭐라도 된 양 느껴지나 봐요. 시골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 남편이 장에 가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술 취해서 돌아오면 부인이 ‘야, 이놈의 첨지야,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서 술을 돈 주고 사먹냐?’라고 화를 내는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집에서 술을 다 담았으니까요. 집의 술을 놔두고 왜 장에 가서 마시냐는 거예요. 굳이 돈 주고 사 마시느냐는 말입니다. 

 

어쨌든 큰아버지가 장에 가셨는데, 밤이 깊었는데도 안 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짚단에 불을 붙여 만든 횃불을 들고 내려가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새벽녘에 옷이며 얼굴이며 온통 피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신 거예요. 무슨 일이시냐 하니까 술을 마시고 취해서 길인지 개울인지 분간도 못하고 여기 빠지고 저기 빠지면서 올라오다가 도깨비를 만나서 도깨비하고 계속 씨름을 했대요. 몇 시간을 도깨비와 싸운 끝에 이겨서 도깨비를 새끼줄로 묶어놓고 왔다는 거였어요.(모두 웃음) 

 

그래서 날이 샌 뒤 아침에 다 같이 도깨비를 잡아놨다는 곳에 가봤어요. 가봤더니 미루나무 둥치가 있었어요. 시골에서는 버드나무라고 하는데 그걸 베어놓은 둥치가 세월이 흐르면서 썩으면 껍질이 솜처럼 퍼석퍼석 떨어집니다. 그래서 허옇게 되어 있던 게 비를 맞아 젖으니까 안에 들어 있던 인이 번쩍거렸던 거예요. 참나무 같은 건 인 성분이 들어 있어서 썩은 게 비를 맞으면 불이 번쩍번쩍합니다. 시골에서는 나무울타리 옆을 비오는 날 밤에 지나가다 보면 불이 번쩍번쩍해요. 그게 인이 많아서 그래요. 

 

그렇게 썩은 버드나무 둥치를 붙들고 도깨비라며 밤새도록 싸우고, 그 버드나무 둥치를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은 거예요. 버드나무도 피투성이가 돼 있고요. 자기가 가서 박고 때리고 엎어지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모두 웃음)

 


 

이걸 허깨비 놀음이라고 해요. 허깨비라는 건 없다는 거잖아요. 없는 게 눈에는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밤새도록 허깨비하고 싸우고 피투성이가 돼서 들어왔는데 나중에 가보니까 도깨비가 아니라 버드나무 썩은 둥치였던 겁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는 평생을 ‘나다, 나다, 내가 말이야’ 하고 사는데 정작 내가 누군지 몰라요. 허깨비예요. ‘나, 나, 나’ 하는데 나가 뭐냐? 뭘 가지고 나라고 하느냐? 이것은 여러분들 평생의 화두가 될 수 있는 질문이예요. 영어로 말하면 ‘Who are you?’ 이렇게 질문하잖아요. 또는 참선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Who am I?’라고 묻습니다. 나라고 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기도문에서 ‘나를 버리고’라고 할 때 이 ‘나’는 허깨비인 나입니다. 나라고 할 것도 없는데 이걸 움켜쥐고 우리가 평생을 사니까 이 허깨비를 버리라는 거예요. ‘내 것’이라는 허깨비도 마찬가지예요. ‘내 것’, ‘내 것’ 하는데 어째서 너의 것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또 ‘내가 옳다’고 하는데 어째서 네가 옳으냐는 겁니다. 여러분들 지금 부부지간에 싸우는 것도 다 내가 옳다고 해서 싸우는 거잖아요.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는데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됐죠.(모두 웃음) 

 

이미 그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으면 어떻게 해요? 이미 거짓말을 했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그러고요. 그러니 자기는 옳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뭘 가지고 옳다고 하는지 살펴봐야 해요. 그래서 ‘나’라고 하지만 나라고 하는 게 뭔지, ‘내 것’이라고 하지만 정말 내 것인지, ‘내가 옳다’라고 고집하지만 정말 옳은지를 좀 따져봐야 해요. 즉 그런 허깨비를 버리라는 의미로 ‘나라고 할 것 없이, 내 것이라고 할 것 없이, 내가 옳다고 할 것 없이’ 라고 하는 겁니다.

 

‘중생의 요구에 수순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여러분들은 늘 자기를 고집합니다. ‘이리 가자’ 하면 ‘싫어, 난 저리 갈래’ 하고, ‘저리 가자’ 하면 ‘아니, 이리로 갈래’ 이러잖아요. 이걸 탁 내려놓아버리면 ‘이리 가자’ 하면 ‘네’ 하고 가는 거예요. 가다가 중간에 ‘돌아가자’ 하면 ‘네’ 하고 돌아오고, ‘저리 가자’ 하면 또 ‘네’ 하고 가는 거예요. ‘그만 가자’ 해도 ‘네’ 하는 거예요. ‘네’라고만 하면 되니 얼마나 쉬워요? (모두 웃음) 

 


 

‘외출하지 마라’ 하면 ‘네’ 하면 돼요. 그러고 나서 가고 싶으면 가면 됩니다. 남편이 ‘수련 가지 마라!’ 그래도 ‘네’ 하면 돼요. 그 때는 ‘네’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모두 웃음) 

 

이게 중생의 요구에 수순한다는 겁니다. 주변의 조건에 맞추는 거예요. 물은 스스로의 모양이 없기 때문에 둥근 컵에 부으면 둥근 모양이 되고, 네모진 컵에 부으면 네모진 모양이 되고, 세모진 컵에 부으면 세모진 모양이 되듯이 중생의 요구에 수순한다는 것은 인연을 따라 한다는 뜻입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수평인 곳에서는 고요하게 흐르다가 폭포가 되면 우렁차게 떨어지는 거예요. 물은 스스로 ‘나는 떨어지고 싶다’, ‘나는 고요하게 흐르고 싶다’ 이렇게 바라는 게 없어요. 이런 인연이 되면 이렇게 흐르고, 저런 인연이 되면 저렇게 흐르고, 막히면 고여 있고, 차면 넘치고, 앞을 막으면 옆으로 흘러가고, 이렇게 인연을 따라 가는 겁니다. 여기서 ‘중생’이라는 건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자연 조건을 말하는 거예요. 

 

여러분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세요.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죠? 어떤 법문에서는 내 중심을 잡고 살라고 했는데 모순 같을 거예요. 내가 내 중심을 잡으려면 이리 끌리고 저리 끌려요. 그런데 이렇게 탁 놓아버리면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남편이 ‘가자’ 그래도 ‘네’, ‘오자’ 그래도 ‘네’ 이러니까 남편에 끄달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자기중심을 딱 잡고 사는 결과가 됩니다. 여러분들은 중심을 잡고 살고 싶은데 현실은 늘 끄달려요. 그런데 이걸 탁 놓아버리면 누가 뭐라고 해도 ‘네, 네’ 하고 사는데 결과적으로 자기중심을 딱 잡고 살게 됩니다. 중심을 잡고 살려면 오히려 흔들리지만, 놓아버리면 결과적으로 중심을 딱 잡고 살게 되는 거예요. 

 

내가 돈에 집착하면 돈 많은 사람한테는 비굴하고, 돈 없는 사람한테는 교만해지지만, 내가 돈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면 상대가 돈이 많든 돈이 없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한테도 비굴하지 않고, 돈 없는 사람한테도 교만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원리죠? 이것은 좀 더 공부해 봐야 터득할 수 있어요.(모두 웃음) 

 

머리로만 이해하면 그럴듯한데 현실에서는 안 돼요. 내 주장이 있으면 ‘왜 저 사람은 저러는 거야?’ 하고 내가 자꾸 화가 나거든요. 그런데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탁 놓아버리면 이 사람이 이러면 ‘응, 그런가보다’ 하고, 저 사람이 저러면 ‘응, 그런가보다’ 하니까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지금 앞뒤 말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잠시 헷갈릴 거예요. 그러면 이것을 짜증내지 말고 연구를 해봐야 해요. 이렇게 연구를 하면 안 맞는 것 같은데 맞고, 여러분들이 세상에서 사는 방식은 맞는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안 맞아요.” (모두 웃음)

 

스님의 답변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고 공감하는 박수 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썩은 버드나무 둥치를 붙들고 밤새도록 싸웠다는 이야기에서는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나를 고집하는 모습이 그런 모습과 같다니 곱씹어 볼수록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 외에도 10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새벽 1시 정도에 잠을 자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기도 시간을 옮겨도 되는지 묻는 분, 보왕삼매론에 억울함을 밝히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세월호 진상규명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 아직 개인적인 고민이 많은데 행사 때마다 사홍서원을 해야하는 것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는 분,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스스로 깨달은 사람은 부처님 한 분밖에 없는 것인지 묻는 분, 사람의 행동에는 무의식이 많이 작용하는데 수행으로 무의식을 바꾸게 되면 부작용은 없는지 묻는 분, 교황은 가난한자를 도와야 한다는 등 사회실천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하는데 불교는 왜 그런 사회실천에 대한 가르침이 없는지 묻는 분,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워졌지만 점점 더 개인주의가 팽배해져가고 있는데 어떻게 나눔을 확산할 수 있는지 묻는 분, 불교의 첫 번째 계율이 불살생인데 살다보면 각종 벌레를 죽이게 되는 것이 고민이 된다는 분, 독송하는 경전에서 ‘옴 아르늑게 사바하’ 라고 외우는 진언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불교는 왜 경전의 뜻을 쉽게 풀어주지 않고 어렵게만 설명하는지 묻는 분, 불교대학 학생들이 인도성지순례를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약 3시간 동안 답변이 이뤄졌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에 인도성지준례를 가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간단히 답변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저는 지금 정토불교대학에서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인도성지순례를 가는 것이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도성지순례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 순례’입니다. 아잔타나 엘로라 가는 것도 인도성지순례는 맞지만 이건 부처님의 일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저는 이런 순례는 안 합니다. 중국의 보타낙가 산이나 구화산 같은 5대산을 가는 것도 저는 안 합니다. ‘중국 성지 순례’, ‘미얀마 성지 순례’ 이런 말을 많이 붙이는데 그건 문화 기행이에요. 제가 그걸로 밥 벌어먹으려고 전문 안내원이 된다면 몰라도 문화 기행까지 할 게 뭐 있겠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성지 순례를 합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 수행하신 곳, 도를 이루신 곳, 설법하신 곳, 열반하신 곳을 다 찾아가서 직접 보는 거예요. 부처님 당시의 인도 전역은 지금으로 보면 비하르 주, 우타르프라데시 주, 네팔, 이렇게 세 개 지역 정도밖에 안 돼요. 나라로 치면 두 개, 주로 치면 세 개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셨기에 그 안에 10대 성지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부처님이 29살까지 사셨던 카필라바스투, 부처님이 출가해서 고행상처럼 6년간 수행하신 전정각산, 부처님이 도를 이루신 보드가야, 부처님이 처음 설법하신 사르나트,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라, 이렇게 6곳에다가 부처님이 가장 오래 머무르셨던 쉬라바스티, 부처님이 최초의 절인 죽림정사를 지은 왕사성, 부처님이 가장 아꼈던 도시인 바이샬리, 부처님이 어머니를 위해서 하늘나라에 가셔서 설법하고 내려오셨다는 상카시아, 이렇게 4곳을 더해서 10대 성지라고 해요. 더 줄이면 8대 성지, 더 줄이면 4대 성지라고도 불러요. 

 

그런데 우리는 10대 성지를 다 돌아보고 부처님의 사리, 즉 유골을 모셨던 곳도 봅니다. 처음에는 8군데에 모셨는데 개중 지금 세상에 발견된 곳이 3군데예요. 바이샬리 진신사리탑, 삐쁘라하와 석가족 진신사리탑, 랑가람 꼴리족 진신사리탑, 이렇게 실제로 진신사리가 발견된 3군데를 다 참배합니다. 즉 부처님의 흔적을 따르는 성지 순례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 있는 진신사리탑들은 진짜 사리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또 진짜인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사리라고 믿으면 사리이니까요. 아마 지구상에 있는 탑 속의 사리를 다 꺼내면 원래 사리의 몇 백 곱절은 될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바로 그 유골을 그대로 나눠서 세운 탑 8군데 중 지금까지 발견된 3군데를 모두 찾아가니까 적멸보궁 중에서도 적멸보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또 델리박물관에 가면 탑에서 나왔던 부처님의 유골을 모셔놓은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2600년 전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신 그 분의 뼛조각이 박물관에 있어요.

 

그래서 인도 성지 순례는 부처님의 일생을 다시 한 번 현장학습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석 달 동안 배우는 것은 여기서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이고, 그걸 현장에 가서 일일이 확인하면서 공부하는 게 인도 성지 순례입니다. 순례를 매년 꾸준히 하는 이유는 현장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성지 순례에 가면 주로 뭘 할까요? 첫째, 참배를 합니다. 두 번째, 그때 있었던 정황을 현장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세 번째, 그걸 스님 말이 아니라 경전에 기록돼 있는 내용대로 다시 독송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상을 합니다. 사진도 찍고요.(모두 웃음) 그렇게 하는 게 성지 순례예요. 10대 성지를 하나도 안 빠지고 가서 그걸 일일이 다 하는 거예요. 

 

이런 걸 개인이 배낭 메고 가서 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단체로 가기에는 구석구석 오지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가보는 것이 힘들어요. 그래서 10대 성지를 다 다녀온 사람은 드물어요.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성지순례에 참가해야 다 가볼 수가 있어요. 학자들이라면 모를까 개인이 가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못 찾아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듭니다. 일반 여행사 같은 곳을 통해 단체로 10대 성지를 다 가려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정토회에서는 다 갑니다. 그래서 정토회 인도성지순례에 가면 힘들다는 것이 전국에 소문이 나 있습니다.(모두 웃음) 

 

막상 가면 다들 감동하고 좋아하지만 힘들다는 겁니다. 그게 겁나는 사람은 가능하면 오지 마세요. 불평 때문에 입이 나와서 안 들어가면 돼지가 되니까요.(모두 웃음) 그런데 ‘까짓 거, 부처님은 평생을 저렇게 사셨는데 보름쯤이야 거꾸로 매달아 놔도 못 살겠어?’ 하는 사람은 신청하세요.  

 


 

그리고 성지 순례할 때 수행자답게 해야지, 관광객처럼 하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사르나트에 딱 도착하면 머리를 깍고 가사를 입히고 스님을 만들어버립니다. 순례가 끝나면 상카시아에서 다시 머리카락을 붙여주고 옷 갈아입혀서 여행객으로 만들어줘요. 아그라와 델리로 올 때는 여행객으로 다니도록 하루를 허용해 줍니다. 여행은 하루이고 나머지 13일은 순례예요. 가사를 수하고 예불을 하게 되고, 머리는 깎았다 붙였다 하기 힘드니까 ‘깎았다’라고 말만 하고 그대로 붙여놓고, 붙일 때도 ‘붙였다’ 하고 말만 해주는 거예요. ‘깎았다’ 하면 깎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스님이다’ 하고 보름을 살아야 해요.”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한 번 밟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들 중에는 인도성지순례를 신청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이 많았는데, 오늘 스님의 답변을 듣고 결심을 굳힌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즉문즉설을 마친 후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해 대구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대구로 이동하는 중에는 차 안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계속 보았습니다. 

 


 

그리고 행자대학원 9기 행자님들이 그저께부터 계속 스님 일정과 동행하고 있는데, 대구로 향하던 도중 스님은 휴게소에 들러 행자님들에게 비빔밥 한그릇씩을 사주었습니다. 스님은 짜장면을 드셨습니다. 

 


 

휴게소에서 가볍게 식사를 해결한 후 12시가 다 되어 대구 정토법당에 도착했습니다. 집무실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대표단, 행정처 집행부, 상임 대의원들 몇몇이 모인 가운데 내년도 사업방향에 대해 기획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한 후 8월에 있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 의견들이 잘 수렴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한 후 대구 정토법당을 나왔습니다. 

 

오후 4시에는 대구 정토법당을 출발해 대전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새벽 2시에 일어나 밤새 이동을 한데다 새벽부터 3시간 연속 강연을 했고, 또 연이어 대구와 대전을 오가는 일정으로 많이 피곤하셨는지 이동 중에는 차 안에서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대전 정토법당에서 청년정토회와 청년포럼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내년도 사업방향에 대해 기획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정토회는 8월에 내년도 사업을 미리 계획하는데, 스님은 7월과 8월에 명상수련과 동북아 역사기행 일정으로 회의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아 이렇게 연이어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밤늦게까지 회의를 할 각오를 하고 왔는데, 예상보다 크게 의논할 사안이 없어 2시간 만인 8시 30분에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회의를 일찍 마친 덕분에 청년들은 아주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스님은 대전을 출발해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밤 11시 20분에 울산 두북에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 2017년 1월에 진행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지금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신청마감 : 6월 24일)

 

▼ 영상보기


 

----------

※ 아래 배너를 누르면 온라인으로 지금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34

0/200

구름

나를 내려놓고 인연에 따라 물이 흐르듯 살아보는 수행을 해보겠습니다 법문 항상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2016-06-22 21:31:43

목화

스님 이동하실 때 주무실 때 안전벨트 꼭 하세요
스님은 이미 스님 혼자몸이 아니십니다 우리 대중들과 함께하십니다^^

2016-06-22 18:24:57

소인

스님 성지순례 몸 건강하게 안녕히 다녀오세요ㅡ 존경합니다

2016-06-22 03:06:4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