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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전에 인천시 부평구에서 열렸던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오후 6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한 스님은 6시 30분에 강연이 열리는 성남아트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도 여전히 햇살이 뜨거웠지만, 200여 명에 가까운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강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강연장 입구가 북적대기 시작했습니다. 좌석이 지정된 입장권을 미리 배부하였기에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부스와 홍보지를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용인의 한 군부대에서 온 23명의 장병들은 포스터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기도 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장병 한 명에게 어떤 이유로 왔냐고 묻자 “희망자를 받아 힐링을 받으러 왔다”고 하였습니다.
일찍 강연장에 도착한 스님은 대기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님과 잠시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이재명 시장님은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경기도 6개 시에서 지방 예산의 일부를 빼앗는 조치를 취해 건전한 지방 재정을 훼손하려 한다”며 이에 반대해 “다음주부터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하면서 스님에게 단식을 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시장님에게 스님은 어떤 문제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한편으로 단식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이번 즉문즉설 강연은 무대의 품위에 맞게 성남시립 남성 중창단이 멋진 성악 공연을 보여주며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스님은 이재명 성남시장님과 함께 성남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공연장으로 입장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자 시장님은 인사말을 사양하다가 거듭된 요청에 짧게 자신의 근황을 알려주었습니다.
“스님의 귀한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제가 줄이면 안 되잖아요. 기회를 주시니까 짧게 인사만 올리겠습니다. 스님께서 단식 전문가이신데, 저도 다음주부터 단식을 하게 되어서 스님께 단식하는 법을 전수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시간 보내고 가시기 바랍니다.”
시장님이 짧게 인사말을 하고 자리에 앉자 스님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스님이 등장하자 1,2,3층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의 성남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단식에 들어가는 시장님에게 단식에 대한 조언을 해주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3층까지 있는 2000석의 좌석이 가득 찼고, 늦게 온 60여 분은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는데요, 오전에 인천 강연에서는 1000석이라 돌아간 사람들이 많아 스님이 직접 인사를 하고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여기는 자리가 넉넉해 다행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공연하는 이곳에서 인생 예술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며 여는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보면 내가 좋아서 했는데 괴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결혼도 내가 좋아서 했는데 살다 보면 괴로워요. 아이도 내가 선택해서 낳았는데 키우다보면 괴로워요. 취직도 내가 선택해서 했는데 직장 다니면 괴로워요. 결혼할 때도 축하받고, 애 낳을 때도 축하받고, 취직했을 때도 축하한다는 소릴 들었는데도 살다 보면 죽겠다고들 해요. 가게나 사업을 여는 것도 내가 원해서 했고, 주위 사람들이 화환을 보내주면서 축하도 해줬는데 나중에는 후회가 되고 괴로워요. 이게 좀 모순이죠. 누가 하란 것도 아니고 자기가 원해서 했잖아요. 그런데도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스님이 될 때 제가 원해서 된 게 아니에요. 저는 안 하려고 1년을 발버둥 쳤는데, 물론 끝에 가서 저도 동의를 했으니 완전 강제는 아니었지만, 스승님께서 반강제로 스님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너는 스님이 돼야 한다’ 이렇게 찍혀서 됐는데, 이것도 오래 해보니까 할 만해요. 이제는 안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딱히 지금 다른 걸 할 것도 없고요.(모두 웃음)
이렇게 여러분과 저를 비교해 보면 참 재미있잖아요. 저는 억지로 했는데 지금 만족하고 살고, 여러분들은 자기가 좋아서 했는데 지금 후회하고 살잖아요. 인생이 왜 이럴까요?
부처님도 어느 날 농경제에 참석했다가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광경을 보고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하나가 죽어야 할까? 같이 사는 길은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부모님한테 물어봐도 모르고,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몰라요. 어떻게 하면 내가 이기는지에 대해서는 가르쳐주는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그래서 그 길을 찾아서 왕궁을 떠나신 겁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들도 인생의 고뇌 속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번뇌 즉 보리(煩惱 卽 菩提)’, 즉 ‘번뇌가 곧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힘들고 어려운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면 고통스럽지만 거기에서 ‘왜 이럴까?’ 하고 잘 살펴보면 깨달음의 길, 진리의 길, 참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 괴로움에 빠져서 하소연을 하는데, 그 괴로움을 소재로 삼아 잘 살펴보면 진리의 길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첫째, 이런 인생의 고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둘째,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 그 의문을 함께 풀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죠.”
스님은 반강제로 스님이 되었음에도 즐겁게 잘 살고, 우리들은 내가 원해서 결혼을 했는데 왜 괴로워하느냐는 이야기에 시작부터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청중의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집이 가난해서 자수성가했지만 자꾸 간섭하는 어머니 때문에 괴롭다는 20대 청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겠습니다. 스님의 재치있는 답변에 청중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사이가 무척 안 좋습니다. 저희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저는 자수성가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과 수석을 해서 15만원만 내면 중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우수 학생에 뽑혔는데, 그 15만원이 없어서 결국 못 갔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가슴에 품고 살다보니 먹고 살만해지자마자 해외여행을 다니고 싶어져서 여러 나라를 놀러 다녔습니다. 다녀오니까 부모님이 엄청 야단을 치셨어요. 저는 집에 돈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고 싶었다’라고 하면서 참았습니다.
완전히 인연을 끊게 된 계기는 올해 2월에 고급 승용차를 산 것입니다. 정말로 타보고 싶었어요. 이 때도 부모님께 돈 한 푼 달라는 소리를 안 했고, 오직 제 돈으로 샀어요. 그런데 또 집에서는 ‘겉멋 들었다’, ‘건방지다’ 라고 하는 겁니다. 저도 참았던 게 터져서 ‘내가 언제 집에다가 십원 한 푼 달라고 그랬냐? 왜 내 인생에 관여를 하느냐?’ 하면서 싸웠어요. 그 때 이후로 지금은 연락도 안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마음이 너무 편안합니다. 그런데 자식 된 도리로서는 아닌 것 같아서 스님께 질문 드립니다.”
“몇 살이에요?”
“28세입니다.”
“28세면 성인이니까 어떤 길을 가든 자기가 결정하면 돼요.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는 일, 성추행이나 성폭행하는 일, 거짓말하거나 욕설하는 일, 술 마시고 취해서 행패부리는 일만 안 하면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돼요.그 대신 부모도 부모 좋을 대로 생각할 자유가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자수성가했다고 말하지만 어머니가 안 낳아줬다면 태어날 수도 없었잖아요. 질문자는 남자이고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여자가 아기를 뱃속에 갖고 있는 9개월 반 동안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배를 갈라서 낳고 진통제도 발달되어 있으니까 통증을 잘 모른다는 것 같긴 해요.(모두 웃음) 그렇게 아기를 한번 낳아보면 막 남편 욕을 하고 다시는 아이 안 낳는다고 하는데 1년쯤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낳는대요.(모두 웃음) 또 아이를 낳은 뒤에도 오줌 똥 가리도록 키우는 건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도 못할 거예요.
질문자도 이제 결혼해서 한번 키워보세요.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뭐 자수성가했다고요? 아이고, 진짜 시건방지네요.(모두 웃음)
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집에서 학비를 대줘서 다녔지만, 나는 내가 돈을 벌어 다녔다고 해서 ‘나는 집에 신세진 거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저도 자수성가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희 집 형제들이 하나같이 다 부모를 애먹였어요. 그래서 저는 진짜 하나도 애를 안 먹였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에 들어가서 그 이후로는 집안 재산을 손실시킨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무슨 애를 먹였겠느냐?’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아들들이 다 공부를 잘해서 크면 뭐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고 주위에서 부러워들 했는데, 저희 아버지 표현대로 ‘면서기 하는 놈도 한 놈 없다’고 할 정도로 다들 속을 썩였다고 이야기해서 제가 저도 모르게 ‘어머니, 저는 애를 안 먹였죠?’ 이랬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네가 애간장을 최고로 많이 녹였다!’라는 거예요.(모두 큰 웃음)
저는 그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제가 애간장을 제일 많이 녹였대요. 제가 어릴 때 절에 들어간 게 부모를 가장 가슴 아프게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자수성가했다는 소리를 못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질문자처럼 생각한다면 저도 자수성가했다고 큰소리칠 수 있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장학금 받고 아르바이트 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집의 돈은 진짜 1원도 갖다 쓰지 않았어요. 쌀은 조금 갖다 먹었지만요. 그래서 형제 중에서 저는 정말 애 안 먹인 줄 알았는데 정작 제가 제일 부모 애간장을 태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면 안 돼요. 저도 젊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건방진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를 시키고 어쨌든 키워줬으니 돈이 좀 생겼으면 부모님을 먼저 챙겨드렸으면 좋았을 거예요. 부모님부터 먼저 해외여행을 시켜드리고, 차도 부모님부터 한 대 사드린 뒤에 질문자가 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갔으면 이런 소릴 안 듣지요. 그런데 부모는 놔두고 자기만 덜렁 갔다 오고 하니까 부모가 잔소리를 하는 거예요.(모두 박수)
‘그렇게 해외에 돌아다닐 돈이 있고, 그렇게 차를 살 돈이 있으면, 부모 어려운 거나 좀 해결해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항상 집을 사든 뭘 사든 부모님에게 더 좋은 걸 사드리면 이런 문제가 없어요. 집도 40평짜리는 부모님 사드리고, 나는 28평짜리에 살면 부모님이 잔소리하지 않아요.(모두 웃음)
시어머니 모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봐서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 점 찍은 남자라면 길 가던 다른 여자가 봐도 괜찮은 남자인데, 그런 남자를 만든 여자는 얼마나 자랑스럽겠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걸 빼앗아갔으니 가슴에 말 못할 응어리가 있는 거예요. 시어머니는 항상 마음 속에 약간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며느리에게 삐딱하게 말을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침을 찌르는 말을 해요. 그럴 때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받아주세요. 마음 속으로는 ‘당신의 귀한 아들을 빼앗아가서 죄송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됩니다. 또 ‘이렇게 좋은 아들을 키워서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면 고부간에 갈등 생길 일이 없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며느리한테 어떤 마음을 내야 할까요? 애를 키워보면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은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 ‘아이고, 우리 아들하고 살아주기만 해도 고맙다’라고 해야죠.(모두 웃음)
이렇게 생각하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는데 다 자기 생각만 하는 거예요. 앞의 질문자들도 보면 전부 자기 생각만 하잖아요. 교회 가면 자기 종교만 옳다 하고 절은 다 귀신 믿는 곳이라고 하고, 절에 가면 또 자기만 옳다 하고, 같은 교회도 교파 따라 다 다르고, 절도 종파 따라 또 다 다릅니다.이래서 이 세상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그것처럼 어머니가 잔소리할 때 질문자가 ‘어머니가 왜 저러지?’ 하고 생각해보니 ‘아, 내가 은혜를 먼저 갚지 않았구나’ 이렇게 알았다면, 앞으로 어머니가 또 그럴 때 ‘아이고,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또 ‘그 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해요.
그리고 결혼하면 더 힘들어질 테니까 총각일 때 갚을 걸 빨리 갚아야 해요. 이런 상태에서 결혼하면 고부간의 갈등이 심해서 부인이 힘들어요. 그러니까 미혼일 때 갚을 건 딱 갚고, 결혼한 뒤에는 딱 끊어야 해요. 결혼한 뒤에는 이제 부모가 뭐라고 해도 신경을 안 쓰고 내 가족만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나는 안 주려고 하는데 부인이 ‘그래도 어머니 드려야죠’ 하면 부인이 시키는 만큼만 하면 돼요. 그러면 부인하고 갈등이 없어요.
그리고 결혼한 뒤에는 어머니가 뭐라고 뭐라고 하면 ‘어머니, 그러면 총각으로 계속 살까요? 어머니가 아이 둘 키워주실래요? 요새 여자들은 쉽게 가버린다는데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떡하라고요? 그러니 어머니는 가만히 계세요’ 이렇게 말해야 해요. 그런데 결혼하기 전에 좀 잘해놔야 결혼한 뒤에 이렇게 이야기하면 먹히는데, 결혼하기도 전에 벌써 저러면 안 돼요.”(모두 웃음)
“네.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겠습니다.”(모두 박수)
“어머니는 질문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모들은 자식이 잘 되면 자랑하고 싶잖아요. 반지라도 하나 사서 끼고 동네 할머니들한테 ‘아이고, 이거 우리 아들이 사줬다’ 하고 자랑하고 싶고, 시골에 다니는 조그마한 전동차라도 하나 사서 ‘아이고, 우리 아들은 이거 사줬다’하고 자랑하고 싶은 거예요. 노인들은 이런 재미로 살아요. 그런데 자기가 자수성가했다고요? 아이고, 참. 그러니까 제가 아들 낳고 키우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영리한 사람이니까 저런 아들 안 보려고 애초에 안 낳았어요.(모두 웃음)
부모에게 매여 살면 안 돼요. 자식은 부모의 노예가 아니니까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됩니다. 그러나 부모의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부모 마음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이해를 하고, 부모님이 하시는 말을 잘 들어드리고 위로를 해드리면 돼요. 눈치는 보지 말고요.
질문자가 차를 산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내가 내 차 사기 전에 엄마 차를 먼저 사드렸으면 좋았겠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차를 먼저 사드리면 좋았겠지만, 이미 차를 사 버렸으니 어머니를 계속 좀 태워드리세요. 차 산 기념으로 주말마다 가서 어머니를 태워드리고 ‘이거, 엄마 때문에 샀어요’ 이렇게 말해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차 샀다고 부모가 한 마디 했더니 관계도 딱 끊어버렸죠?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부모님과의 관계를 잘 조율해야 합니다. 아들이라서 그러라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가 결혼할 때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가 축하해주는 게 낫잖아요. 저렇게 관계 끊고 나중에 부모 없이 결혼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모와 관계를 끊고 살면 마음이 안 좋아요. 잔소리를 안 들으니 편하기는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마음에 걸려요.
그러니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면 ‘알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렇게 대답하고, 내 마음대로 하면 돼요.(모두 웃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러지 말고요. 부모는 그런 말이 하고 싶다는데 그걸 갖고 왜 싸워요. 이처럼 사는 데 약간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그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라는 말은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알겠습니다’라는 뜻이에요. 이렇게 어머니 마음을 이해해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니 전화도 하고, 가끔 찾아가고, 잔소리하면 좀 들어주세요. 부모님은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가난하게 살아온 어른들은 부드럽게 말을 잘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자식이 와서 반갑다고 나름 말을 하는데 자식이 들을 때는 잔소리하는 걸로 들리는 거예요. 엄마 마음은 잔소리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밖에 배운 게 없어서 말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잘 들어드리고, 내가 좀 듣기 싫거나 힘들면 내색하지 말고 ‘어머니,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오늘 좀 바쁜 일이 있어서 빨리 가겠습니다’ 이러고 오면 돼요.(모두 웃음)
부모님 찾아뵐 때는 항상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어머니, 집에 잠깐 들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바빠서 잠시만 들렀다 가야 합니다’ 항상 이렇게 하고 들리세요. 그래서 괜찮으면 좀 더 있으면 돼요.(모두 박장대소)
연장하는 건 괜찮거든요. 미리 말을 해두었으까 한 시간쯤 있다가 ‘안 되겠다, 내 수준이 안 된다’ 싶으면 가도 돼요. 그런데 애초에 말은 ‘하루 있겠다’, ‘이틀 있겠다’ 해놓고서는 반나절 만에 못 견뎌서 가버리면 서로 마음이 찜찜하잖아요. 그래서 항상 이렇게 ‘잠깐 들렀다 가겠습니다’ 하고 미리 이야기하세요. 가봐서 괜찮으면 조금 더 있으면 돼요. 특히 관계가 안 좋을 때는 관계 개선에 너무 욕심내면 안 돼요. 그렇게 해야 관계 개선이 좀 쉽습니다. 너무 한꺼번에 개선하려 들지 말고요.” (모두 박수)
“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수성가했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그 표현이 얼마나 오만한 표현이였는지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질문자도 스님의 답변에 공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바로 전화하겠다고 대답하는 질문자에게 청중들도 크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이 스님에게 더 질문을 했습니다. 아내가 마마걸인데다가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이 무척 힘들었는데 딸마저 이런 부모를 닮아 고집스러운 마마걸이 될까봐 걱정된다는 남성분,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질투하는 성질 때문에 가족들과 갈등이 생긴다며 어떻게 성질을 고칠 수 있는지 묻는 40세 여성, 우울증이 있는 27세 아들에게 어떻게 해줄수 있는지를 질문한 장애인 어머니,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데 거래처에 돈을 주지 못해 번번히 사죄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한 한 여성분의, 부모님 대신 학교를 보내준 친정오빠의 회사를 빚갚는 마음으로 20년간 다녔는데 언제까지 계속 빚을 갚아야 하는지 물은 중년 여성, 혼전동거 중인 남성이 어머니와 애착이 너무 강해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42세 여성까지 다양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펼쳐졌습니다.
질문자를 위한 심리적인 도움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사회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까지 해준 스님의 답변에 청중은 진지한 분위기와 유쾌한 분위기를 오가며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 당신의 삶을 예로 들면서 재미있게 다른 관점을 짚어주실 때면 청중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한편의 재미있는 연극 같았던 강연을 듣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예정된 2시간 3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스님의 목소리가 잠기기 시작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명의 질문을 더 받기도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자 하는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정리 말씀으로는 행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이래서 괴롭다, 저래서 괴롭다’며 질문하신 분들도 이야기하다 보니까 ‘별 일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요. 별 일 아니에요. 등산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면 몸은 힘들어도 갈 만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가면 ‘산이 왜 이리 가팔라? 길은 왜 이렇게 내놨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이렇게 올라가는 내내 구시렁댑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부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매사에 이래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긍정적 사고로 좀 바뀌어야 해요.
방금 전 성질 더러워서 괴롭다고 질문한 분도 ‘성질은 더럽지만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걸 아셔야 해요. 행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성질을 고치면 좋지만, 못 고쳐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내가 성질 더러운 줄을 알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 하면 그걸 인정하면 돼요. 화를 벌컥 내었다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을 못 참아서요’ 이러면서 자기 머리를 콱 쥐어박으면서 ‘야, 이 년아, 네가 문제야!’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편이 웃어요.(모두 웃음)
처음엔 ‘뭐 저런 게 다 있나?’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면 그냥 웃고 넘어가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성질을 내도 다른 사람들이 ‘아이고, 저건 성질이 급해서 저러는 거지. 뭐’ 하고 용인해주고 웃으며 지나갑니다. 그러니 이걸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세요. 그러면 눈치보고 살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이렇게 좀 가볍게 살아간다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큰 박수)
스님으로부터 행복의 기운을 듬뿍 받은 청중들은 다시 한번 큰 함성과 박수갈채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장 입구에서는 스님의 새책 '행복' 사인회가 열렸는데요. 스님은 강연장에서 사인회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군장병들에게 “고생한다”고 말을 건네면서 한 명 한 명에게 격려의 악수를 해주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줄은 통로를 막을 정도로 이어졌지만, 스님은 피곤한 기색 없이 웃음을 건네며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사인을 받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도 한결같이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책 사인회에서 만난 질문자들의 소감을 물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물려받은 딸과 마마걸인 부인에 대해 고민이라던 첫번째 질문자는 "자기 모순을 직시하게 되었고, 다른 분들의 질문을 통해 더 많이 배웠다"고 답하였고, 자신이 받고 자란 한국의 교육과 부딪히는 미국의 성관념 속에서 갈등하던 유학생인 다섯 번째 질문자는 "몇 년 동안 고민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하면서도 얻지 못한 답을 얻어서 편안해 졌다.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밝은 얼굴로 답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주관한 분당정토회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스님은 활동 단위와 소속 법당별로 손을 들어 보라고 하면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드는 봉사자들은 "와!"하고 웃으며 늦은 시간의 피로를 날려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춘천 청소년수련관에서 춘천 시민들과 함께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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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접수 : 2016년 6월2일~24일. 선착순 신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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