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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춘천에서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춘천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갑자기 높아진 기온 탓에 다소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춘천 청소년수련관입니다. 오후 3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오후 6시가 다 되어 춘천에 도착했습니다.
춘천은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로 인해 호반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어서 스님은 “호반의 도시에 왔는데 호수를 한번 구경하고 가야지”라고 했지만, 가는 길에 정체가 심한데다 강연 전에 사전 간담회가 약속되어 있어 시간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호수 구경은 하지 못하고, 국수 한 그릇만 겨우 먹고 청소년수련관으로 향했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청소년수련관에 다다를 무렵 그 좁은 언덕길에 하늘색 조끼를 입고 주차 안내를 하는 봉사자들이 가장 먼저 스님을 반겼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는 봉사자들에게 스님은 창문을 열고 “수고해요”라며 환한 웃음으로 격려했습니다.
300석 규모의 소박한 강연장 안엔 50여 명의 봉사자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는 춘천을 비롯해 양평, 원주, 안산, 성남, 홍천, 서울, 안양, 양주,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통일의병으로 이뤄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의 열기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0여분 일찍 도착한 스님은 작은 강당에 가득 찬 봉사자들을 보며 “왜 이렇게 봉사자가 많아” 하며 웃을 정도였습니다.
강연 전에 사전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간담회에는 귀농학교 교사, 소설가, 춘천 친환경연합회 회장님, 언론인, 민주민생 춘천포럼, 북한강생명포럼 등 춘천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인사분들이 참여했습니다.
참석자들 중에 귀농하신 분들이 있어 대화는 자연스레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습니다. 농촌이 붕괴되어 가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스님도 평소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하나 말했습니다.
“제 생각은 리 단위로 마을마다 농업회사를 하나씩 만들면 어떨까 해요. 한 리를 기준으로 땅을 가진 노인들이 주식처럼 자기 땅을 투자하는 겁니다. 땅은 개인이 소유하고, 경작은 농업회사가 하고, 투자한 면적만큼 생산된 농산물을 직접 배분하거나 팔아서 돈으로 배분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농업회사를 하나 설립해서 젊은이들이 회사에 취직해서 생산 활동을 하고, 생산물을 주식 배분하듯이 배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거예요. 큰 트랙터 같은 많은 장비들을 회사가 소유하고, 그런 기계들을 젊은이들이 운행하게 하는 겁니다.
이런 생산 활동을 할 젊은이들은 보충역들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전에는 방위, 공익근무요원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사회복무요원이라고 하죠? 이런 사람들을 면사무소나 파출소에 배치해서 공무원들 보조나 시키지 말고, 농촌에 보내서 한 3년 정도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보통 젊은이더러 농촌에 내려가라고 하면 어렵거든요.”
“탈영할 것 같아요.”(모두 웃음)
“가서 풀을 뽑고 하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요즘은 농사가 자동화되어서 대부분 기계가 작업하고, 사람은 그 기계를 운전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3년 복무하고 제대한 뒤 다른 회사에 썩 취직할 곳이 없을 경우 10명 중 1명 정도는 자기가 일했던 농촌 회사에 다시 와서 취업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도시에서 자란 요즘 젊은이들은 농사에 손대본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설령 시골에 집이 있다 하더라도 부모가 농사일에 손대게끔 하지도 않아요. 우리 세대처럼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밭을 매고 풀을 베며 농사일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상은 사실 농사라는 게 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게 3년 정도 대체복무하면서 일하면 농촌 환경에 좀 익숙해지니까 농사에 접근하기 좀 쉬운데, 무턱대고 그냥 농사지으라고 하면 불가능해요. 그렇게 농업회사에 취직하는 거죠. 회사에 취직하는 거니까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괜찮잖아요. 이런 방식으로 극복을 해보면 어떨까 해요.
저도 시골 출신이니까 생각을 많이 해보는데, 제가 태어난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저보다 한 살 많은 65세예요. 이런 추세면 앞으로 10~15년만 지나면 농촌에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시골에 내려와서 농사 지을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단지 한 가지 방법이지만 어찌되었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귀농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 스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었고, 회의적인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농촌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런 구상도 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정토회에서 은퇴하면 마지막으로 해보려고 하는 게 일과 수행의 통일, 다시 말해 농사짓기와 수행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하는 사람은 주말에 농장에 들어와서 2박 3일 동안 체험하고 가는 거예요. 앞으로 주4일 근무로 바뀔 거예요. 월급을 조금 낮추더라도 일 나누기를 해서 주4일 근무를 하게 되면 3일은 유휴노동력인 셈이니까 이것을 활용해서 일과 수행, 여가활동을 결합한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냥 일하라고 하면 어려우니까 처음 들어오면 먼저 법문 듣고 명상도 좀 하고, 농업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어요. 모종 만들고, 밭고랑 쳐놓는 작업 같은 건 다 농업전문가가 하고, 자원봉사자들은 농법에 대한 비디오를 보면서 사전교육을 받는 거예요. 교육받고 나면 2~3시간을 일한 뒤 약간의 휴식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다시 일하고, 저녁에는 또 법문 듣고 명상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이렇게 해서 2박 3일 동안의 수련비도 받는 거예요. 일하고 돈 받는 게 아니라 3만원이든 5만원이든 먹고 자는 경비를 내고 일하는 거지요. 마치고 갈 때 시간당 자원봉사 점수를 받아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시간당 100점인데 5시간 일했다면 500점을 받는 식으로요. 그렇게 받아간 점수는 나중에 생산물을 구입할 때 화폐 대신 쓸 수 있게 해주고요. 그렇게 농사지은 결과물을 시장에 내다 팔 때는 수련에 참가했던 사람이 자기 봉사점수를 내밀면 그 점수를 돈으로 환산해서 싸게 구입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우리의 여가활동은 전부 낭비잖아요. 놀이라는 게 에너지와 돈을 낭비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또 주말에 너무 놀아버려서 월요일에 출근하면 졸고 힘들어 하잖아요. 원기를 회복하는 게 아니라 낭비하는 걸 여가활동이라 생각하는데 이걸 전환해야 해요. 운동은 운동대로 따로 하고, 수행은 수행대로 따로 하고, 농사는 농사대로 따로 할 게 아니라 건강, 웰빙, 수행, 환경, 농사 이런 걸 전부 연계한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을 통해 지금의 소비 문명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그런 일을 하는 시범농장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뒤에 ‘사람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할 때 ‘야, 옛날에 누가 해놓은 그 방식이면 되지 않을까?’ 이런 모델을 하나 만들어놓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걸 좀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는 현안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좀 더 크게 멀리 봐야 합니다. 자본주의 문명의 종말 이후에 나타날 새로운 문명은 자본주의 시대 안에서 태동해야 해요. 그래야 다음 문명의 대안이 되지, 자본주의 문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아무런 대안이 없으면 인류가 멸망하죠. 지금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위기에 처할 때 ‘어, 저 방식이 괜찮다’, ‘야, 저게 살길이다’ 하는 것을 이제 우리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종교적 표현을 빌리면 이것이 바로 구원의 빛이 되는 겁니다.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문명적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 더 멀리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스님이 그리고 있는 더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통일에 대해 대화를 하기로 했는데 농업과 새로운 문명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누면서 사전 간담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통일에 대한 질문은 강연장에서 더 묻기로 하고 다함께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통일의병 백왕순 사무총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통일의병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가뿐한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스님의 모습이 청년 같았습니다. 춘천시민들은 스님을 큰 박수로 맞이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온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많았습니다. 강원대학교 옆에 위치해서 그런지 대학생들도 다수 보였습니다.
스님은 “통일 강연인지 알고 오셨나요? 정토회에서 주최하는 강연은 개인의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오늘은 통일이라는 나라의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개인 질문을 하실 분들은 통일의병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질문을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셔서 시작부터 청중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통일 문제에 곁들여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개인과 공동체를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하면서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통일은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획이 되는 동시에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평화 문제는 국가의 발전에도 기여하지만 개인의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통일 문제는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국가 발전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통일지상주의가 되면 안 돼요. 통일지상주의는 전쟁을 하더라도 통일만 되면 된다는 식이거든요. 통일은 우리에게 이익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합니다.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국민이 행복하고 국가가 발전하는 통일이 돼요. 전쟁을 통해서 통일한다면 통일은 될지 몰라도 국민이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고, 국가가 발전한다고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어요. 전쟁을 통해 남한이 이겨서 통일을 했다 하더라도 현대 자동차나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업들의 공장이며 핵심시설들이 다 파괴돼버렸다면 타격이 너무나 큽니다. 그걸 재건하고 나면 우리는 이미 중국보다 뒤처져버려요. 그러면 영토가 넓어진 것 하나만 빼고는 통일에서 얻는 이익이 조금도 없어요. 그래서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 통일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측면은 물론 국가발전계획에도 굉장히 역행하는 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일부에서 내세우는 통일대박론 같은 주장은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어요.
오늘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과 같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대화는 질의응답 식으로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그 문제를 가지고 서로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어서 청중들의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질문지함에서 스님이 질문을 뽑는 순서대로 즉문즉설이 이뤄졌습니다. 총 3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머리가 하얀 70대 남성분은 무단횡단하는 사람, 쓰레기 무단투기하는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이 기본질서를 어기는 것을 볼 때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물었고, 젊은 직장인은 남북이 통일하기 위한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묘한 계략이 있는지 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중 두 번째로 질문한 분은 귀농한 50대 남성분이었는데, 통일이 빈부격차, 남녀차별, 여성혐오 등의 문제들도 완화시키거나 해결할 수 있을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통일이 우리 사회도 바꿀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 사회에는 빈부 격차, 인권의식 부재, 남녀 차별과 여성 혐오 등 수많은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통일이 우리의 이런 사회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통일 그 자체는 이런 문제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된다고 해서 빈부 격차가 줄어들거나 남녀 차별이 덜해지거나 인권이 신장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습니다. 또 반대로 통일이 되면 빈부 격차가 더 늘어난다거나, 통일이 되면 남녀 차별이 더 심해진다거나, 통일이 되면 인권이 더 악화된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문제와 통일은 조금 다른 문제예요.
그러니 우리의 관심은 통일을 하긴 하되 어떤 통일을 할 거냐는 문제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할 거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통일된 국가를 어떤 국가로 만들 거냐’가 문제예요. 통일된 국가는 당연히 현재 분단된 상태보다 이익이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 문제가 많긴 하지만 지금 이 상태 그대로의 남한식으로만 통일해도 북한 주민의 기준에서는 먹고 살기도 나아지고 인권도 신장되고 남녀차별도 줄어들 겁니다.
북한은 관습적 남녀차별이 굉장히 심합니다. 법률적 차별이 아니라 관습적 차별이 아주 심해요. 이것은 사회주의 제도와는 관계가 없고, 조선 시대의 관습이 그대로 남아서 그래요. 예컨대 북한도 지금은 장마당이 활성화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장마당이 처음 생겼을 때는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게 굉장히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는 가서 못 했어요. 전부 여자와 아이들이 가서 합니다. 여자가 고생고생해서 물건을 마련해 나가서 장사를 하는 동안 남자는 아무 할 일도 없잖아요. 그러면 그걸 도와주면 될 텐데, 체면 때문에 못 도와줘요. 집에서 몰래 도와주는 남자가 간혹 있지만 바깥에는 못 나가요. 또 10명 중 1명 정도는 새벽에 일찍 나가서 짐 나르는 걸 도와준다든지 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얼씬하지 않는 식이에요. 그런 게 다 체면 문화 때문입니다. ‘장사질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장사를 아주 천하게 보니까요. 우리도 조선시대에는 ‘장사질’ 하는 걸 천하게 봤잖아요. 그런 관습적인 차별이 있어요.
북한은 이렇게 아직도 인권적 측면에서 열악한 부분이 있으니까, 남한이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지금 남한식으로만 통일이 돼도 북한 사람이 볼 때는 인권이 신장됐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북쪽에서 와서 사는 사람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도 새터민 600명과 함께 나들이도 하고 즉문즉설도 했는데, 그 분들 이야기로는 한국에 와서 보니 좋은 점도 굉장히 많은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말하더라고요. 과장이니 부장이니 하며 상사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는 겁니다. ‘당신들은 더 눈치를 보지 않느냐’라고 하니까 아니래요. 자기들은 최고지도자 한 사람한테만 충성하면 되지 나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불경하면 그건 바로 처벌을 받지만 그 사람 빼고는 위의 상사든 사장이든 비판해도 그걸 갖고 처벌받는 법은 없대요. 마치 하느님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듯이 최고지도자 한 사람 앞에서는 일체 주민이 다 평등하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눈치를 우리보다 훨씬 덜 보고, 상사를 비판해도 되니까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북한이 더 자유롭다는 겁니다. 물론 100퍼센트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참 재미있었어요. ‘어, 왕조 시대가 꼭 나쁜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모두 웃음)
아무튼 그런 면에서 통일문제는 사회문제와는 별개이기 때문에 통일을 하는 우리가 통일 운동을 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통일된 사회는 인권을 신장시키고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남녀차별을 줄이는 쪽의 사회가 되도록 통일 운동을 해야 해요. 통일만 한다고 해서 통일이 그걸 보장해주는 건 아닙니다.
만약 지금 재벌이 주역이 되어 통일을 한다면 노동자가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재벌이 이익을 봅니다. 이것이 지금 묘하게 되어 있어요. 옛날에는 노동자들이 주로 북한과의 관계를 좋게 생각했고 재벌은 정반대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재벌이 훨씬 더 통일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있어요. 잘못 통일하면 오히려 노동자들의 이익이 제일 위협받게 될 지도 몰라요. 노동자들이 그동안 싸워서 쟁취한 노동 조건이 통일 후에는 거꾸로 허물어질 위험이 있거든요.
유럽의 예를 보면 노동자들이 가장 진보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장 보수적이 됩니다. 지금 난민 입국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게 노동자들이에요. 우리도 앞으로 조금 더 지나면 노동자층이 외국 노동자나 북한 주민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가장 심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개인의 이익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반면 재벌은 통일에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투자와 값싼 노동력과 투자처라고 하는 유리한 국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벌이 통일에 앞장서면 통일된 국가가 재벌 공화국이 되고, 시민이 통일에 앞장서면 통일된 국가가 지금보다 빈부격차가 더 줄어드는 시민국가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우리 시민들이 통일문제를 좀 더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일만 되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통일이 되느냐,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느냐, 누가 주체가 되어 통일이 되느냐에 따라 통일된 이후에 누가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되느냐가 결정됩니다. ‘통일만 하면 저절로 우리 세상이 될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통일에 누가 얼마나 기여했느냐, 다시 말해 누가 주도적으로 기여했느냐가 통일된 이후 사회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통일된 이후에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의 사회가 되도록 우리가 통일을 만들어가야 해요. 그럴려면 우리가 통일 운동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통일은 정부가 하지만, 그 정부를 구성할 때 우리의 힘이 가장 강력하게 반영된 정부를 구성해야 정부가 국민을 위한 통일을 할 겁니다. 지금과 같은 정부가 통일을 한다면 통일도 잘 안 되지만 요행히 통일을 하더라도 일반 시민의 이익이 보장되는 통일국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걸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인간 세상이라는 게 다 자기 기여한 만큼 득을 보는 거예요. 저는 통일된 국가가 국민이 행복하고 시민의 권리가 보장된 국가가 되길 바라니까 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중심이 돼서 힘을 모아서 통일을 하자고 주장하는 거예요. 통일 그 자체만 생각하면 여기 모인 분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재벌들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겠죠. 그런데 그렇게 통일이 되면 통일된 이후에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통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좋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없어질 거예요. 그러면 민중들이 빈부 격차나 남녀 평등, 인권 문제 등 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집니다. 지금은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걸핏하면 ‘종북이다, 빨갱이다’라고 이야기하니까 논점이 뒤섞여버려서 사회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추진하기 어려워요. 또 통일이라는 문제, 특히 북한에 대한 안보 위협을 제기해서 빈부 격차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당분간 합리화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지금처럼 어떤 적을 내세울 수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할 명분이 적어지죠.
미국의 트럼프 같은 인물을 보면 또 모를 일이긴 합니다. 미국 내 빈부 격차를 샌더스는 제도 개선을 통해 합리적으로 풀자는 주장인데, 트럼프는 멕시코며 중국이며 한국 같은 다른 나라를 적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적개심을 막 쏟아 붓잖아요. 우리가 북한을 적으로 만들 듯이 이렇게 국민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불러일으켜서 지지를 끌어올립니다. 현재 우리가 북한을 적으로 내세워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것도 이와 같은 하나의 방식이에요. 이걸 ‘분노의 정치’라고 하죠.
북한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남한에 대한 위협을 부각시켜서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해서 그 핑계로 군 수뇌부를 자르잖아요. 그냥 자르면 쿠데타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까 재작년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전쟁할 것처럼 몰아붙여서 계엄령 선포하듯이 해놓고 충성 안 하는 사람들은 다 숙청해버렸거든요.
이건 남북이 다 쓰는 전통적인 수법이에요. 이번 총선 때도 탈북자를 공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북풍을 좀 써먹으려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죠. 이런 방식은 예전보다는 효과가 좀 덜해졌으니까 지금 말씀하시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그 토대는 좀 더 유리해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모두 박수)
통일된 나라가 시민들이 주인이 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료 강연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재벌기업들을 만나서 설득하면 훨씬 효과가 있을텐데, 그런 깊은 뜻을 갖고 통일 강연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씀에 청중들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스님은 한반도를 둘러싼 6개국 중 누가 통일의 주체인지 물어보며 그래도 남한이 그 주체가 될 가능성 크다고 강조하면서 다시 한 번 통일 대한민국의 비전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같은 걸 연결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건 다 낭비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통일경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다 거짓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통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노령화는 심화되고, 사회 복지 요구는 커지고, 중국은 점점 치고 올라와서 우리의 무역 흑자가 줄어들고, 앞으로 무역 역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든 무역규제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테니 수출지향적인 우리 사업은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통일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돌파구입니다.
전에는 그냥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하자, 굳이 통일 안 해도 괜찮지만 그래도 형제가 같이 사는 게 좋지 않느냐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통일문제를 해결 못 하면 국가의 비전이 없어요.
이건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도 현재 상태에서는 비전이 없어요. 비전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보장되지 않습니다. 남북한 통합경제로 가야만 남북의 경제가 활로를 찾고 북한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핵이라든지 외교 문제라든지여러 가지 쟁점이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비전을 갖는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통일을 아예 외면하면 비전이 없어지는 거예요.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목표의식이 딱 분명한 가운데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현실, 다시 말해 북한의 현실, 중국의 현실, 미국의 현실 등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정치력이죠. 그런데 지금은 말만 통일하자고 하지, 목표가 불분명해요.
‘저 여자하고 꼭 결혼하겠다’라고 마음먹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가서 구애를 하니까 뺨을 때리고 욕하고 야단이에요. 그러니까 옆에서들 ‘네가 뭐가 못나서 여자한테 뺨을 맞고 그리 끌려다니고 있냐’라고 합니다. 들어보니 그럴듯해요. 그래서 다음에 여자가 또 욕을 할 때 나도 뺨을 마주 때려버렸어요. 그러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혼은 안 되는 거예요. 결혼을 하려면 뺨을 때려도 웃으면서 다시 구애를 하고, 선물을 던져도 주워서 또 주고, 옆에서 바보라고들 해도 저 여자하고 결혼하는 게 내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 끝까지 가야 합니다. 때리고 싶더라도 결혼식은 끝내놓고 때려야 해요.(모두 웃음)
그런데 결혼해서 자기 배우자가 되었는데 굳이 또 때릴 건 없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상대가 아무리 험하게 나와도 성질내면서 대응하면 안 돼요. 때리더라도 결혼한 후에 해야지, 그 전에 성질내버리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아무것도 안 되게 하는 꼴입니다. 통일을 하려면 통일에 대한 목표가 절대 우선인 가운데 나머지를 이리저리 협박도 하고 구슬리기도 하며 헤쳐 나가야 할 텐데, 그러질 않으니 아무리 말로 ‘통일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통일 지향적 정부라는 건 누가 ‘내가 통일을 하겠다’ 이런 말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국가의 방향을 정할 때 경제도 통일 지향적, 외교도 통일 지향적, 안보도 통일 지향적, 이렇게 딱 초점을 맞추고 모든 것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기 하나를 배치하더라도 이게 통일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딱 보고 결정해야 해요.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는 이게 조금 유리하지만 통일이라는 더 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을 오히려 자극해서 통일에 방해가 되겠다’ 이렇게 볼 수도 있죠. 사드(THAAD) 문제도 이렇게 통일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해요. 미국이 하니까 무조건 찬성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만약의 사태를 일으키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이것이 주변국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통일의 장애요소가 되는지, 이런 걸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미국이 하라 한다고 하고, 중국이 하지 말라 한다고 안 하는 건 외교의 자주권이 없는 거잖아요.
이런 관점을 갖고 우리가 이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관점을 새롭게 가져야 해요. 북한 개발이 이루어지면 청년 일자리가 늘 수밖에 없어요. 개발에 필요한 단순노동은 북한 사람들이 하더라도 거기 가서 측량하고 설계하는 등 기술이 필요한 일은 다 한국 젊은이들이 가서 해야지, 누가 하겠어요? 북한에 철로를 놓으면 당장 우리나라 포항제철의 철강이 많이 팔리고, 북한에 도로를 닦으면 당장 우리 포크레인들이 많이 들어가야 하잖아요. 돈은 누구 돈을 대든 그건 우선 놔두고 생각해보세요. 2천만 명이 써야 하는 물자가 있으니 당장 여러분들 가게에서도 감이 하나 더 팔리든 귤이 하나 더 팔리든 수요가 늘어납니다.
또 폐허나 다름없는 북한을 개발하려면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도 이건 다 투자이기 때문에 우리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빌려서 쓰면 돼요. 전 세계적으로 지금 유동자금이 엄청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재벌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갖고 있는 돈이 400조원이나 돼요. 그러니 통일은 우리가 합당한 투자처를 마련해가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의 나라에도 투자하는데 제 나라 될 땅에 왜 투자를 못 하겠어요?
이제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처럼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맹목적으로 적대하는 방식은 낡은 방식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좀 바꾸면 좋겠습니다. 통일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저부터도 전 세계로 나가서 좀 활동하고 싶은데 내내 한반도 문제에 붙들려서 여기 묶여 있잖아요. 우리 젊은 세대, 우리 후배, 우리 후손들은 한반도 문제에 너무 붙들려서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고 전 세계로 나가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 아닌가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통일 비전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후손들은 전 세계로 나가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는 스님의 간곡한 호소가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큰 박수로 강연이 마무리 되자, 청중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다함께 불렀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통일 이야기 강연이여서 그런지 ‘새로운 100년’ 책을 구입하는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사인을 받는 긴 줄에 서 있는 분들에게 오늘 강연을 들은 소감을 물어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통일을 추진할 주체 세력을 강조하셨는데 공감이 되었고, 개인 생활에만 안주하다가 오늘 큰 목표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이렇게 통일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인다면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사인회를 모두 마치고 오늘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의병! 의병! 의병!”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힘찼습니다. 아직 그 힘이 미약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통일의병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그 날을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스님은 통일의병들에게 “수고했어요”라며 격려의 말과 함께 악수를 건넨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춘천을 출발해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 밤 11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대전 동구청에서 열리는 청년학교 수료식에 참석해 지난 상반기 동안 열심히 활동한 청년 250여 명을 위해 졸업 특강과 상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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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접수 : 2016년 6월2일~24일. 선착순 신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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