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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 번의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부평아트센터에서, 저녁 7시 30분에는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각각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먼저 부평구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아침 9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한 스님은 10시에 부평아트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강연 시작 30분 전임에도 불구하고 로비에는 많은 대중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급기야 준비된 1000석이 모두 들어차고 입장하지 못한 200여 명은 로비에서 TV 모니터 화면으로 강연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입장하지 못한 대중들에게 거듭 양해를 구한 후 강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1000여 명의 청중들이 큰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2층에 앉은 분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2층에 계시는 분들은 제가 법문 중에는 위를 못 쳐다보니까 스님 머리만 보면서 법문 들으세요?”
“예.”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금 200여 명이 이 강연장 안으로 못 들어오시고 밖에서 화면을 통해 법문을 듣고 계세요. 그분들을 위해서 박수 한번 쳐주세요.
술이나 마약은 지금은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강에 나쁘잖아요.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도 마약을 섭취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처럼 지금은 좋은데 나중에 나빠지는 삶을 살고 있어요. 즐거움은 반드시 괴로움이라는 과보가 따라요. 그러니 즐거움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여러분은 즐겁고는 싶고 괴롭기는 싫고, 돈은 빌리고 싶고 갚기는 싫고, 공부는 하기 싫고 좋은 대학은 가고 싶어 하잖아요. 이게 중생의 모순입니다. 이게 윤회예요. 이게 인과이고요. 이렇게 즐거움과 괴로움은 같이 붙어있어요. 분리해서 즐거움만 갖고 괴로움은 버리고 싶은데, 분리가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고뇌하는 것들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 의문을 가져야 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여러분들이 좋아서 한 일이 괴로움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예를 들어, 남편이 ‘나와 결혼하자. 나하고 결혼만 해 주면 내가 다 보살펴 주겠다’라고 맹세를 해 놓고는 결혼하고 나니 전연 딴 짓을 해서 배신감에 잠을 못 이루는 아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남편이 왜 그럴까?’를 연구할 일이지, ‘나쁜 놈!’ 이렇게 욕할 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러분은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님이 보기엔 남편이 그때는 결혼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이 들었고, 결혼하고 보니까 다른 마음이 든 거예요. 마음이라는 건 항상 일정해요? 시시때때로 바뀌어요?”
“바뀌어요.”
“그래요. 바뀌는 게 정상이에요. 그래서 옛날 속담에 ‘똥 누러 갈 때 마음 다르고, 누고 온 뒤의 마음이 다르다’ 라고 하잖아요. 마음이 바뀌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정상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뇌하는 것도 ‘괴롭다’는 것으로부터 ‘왜 괴로울까?’를 연구하는 것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부처님의 문제의식도 ‘인생은 괴로움이다. 괴로움의 원인이 뭘까?’였습니다. 결국 부처님은 인생이 괴로움이 되는 원인을 밝히셨습니다. 그게 깨달음이에요. 그리고 ‘고집멸도’라는 4가지 성스러운 진리의 길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괴로움의 원인을 찾고,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시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불교에서는 해탈과 열반이라고 합니다.
지금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계시는 분들도 여기 올 때는 ‘야, 스님 법문 듣는다’ 하면서 기분 좋게 왔는데 ‘자리가 없다. 못 들어온다’고 하니까 ‘왜 자리도 마련해 놓지도 않았으면서 오라고 해!’라면서 기분이 팍 나빠졌을 수도 있겠지요.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금방 바뀐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경우는 너무 빨리 바뀐 경우입니다.
반면에 아이 키우는 것은 지금은 좋은데 한참 있다가 괴로움으로 바뀌죠. 병에도 잠복기라는 게 있잖아요. 원인이 발생하고 결과가 나타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어떤 건 금방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건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건 이 생에서 짓고 저 생에서 받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지은 인연을 모르면 원통하고 원망도 생기지만, 자기가 지은 인연을 알면 원통하거나 원망할 일이 없는 겁니다. 누가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해서 ‘왜 나한테 돈을 달라는 거야?’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 사람한테 돈을 빌린 거예요. 그렇게 돈을 빌린 줄 알면 갚으면서 ‘그동안 잘 썼습니다’라며 감사할 줄을 알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이치를 고뇌를 통해서 알 수 있어요. 우리가 고뇌하는 이것이 사실은 깨달음의 길입니다. 그래서 ‘번뇌 즉 보리’라고 하는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괴로울 일이 없는데, 우리 중생들의 현실은 괴로움의 연속이예요. 온갖 게 다 괴로움이지요. 괴로움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말고, 그걸 잘 살펴보는 게 오늘 우리가 함께 대화하면서 할 일입니다. 인생에는 어떤 답이 있는 게 아니에요. 인생에는 답이 없어요. 다만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보는 겁니다.”
스님의 여는 말씀이 끝나자 곧바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로 온갖가지 고민들을 스님에게 물어가며 마음을 가볍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청중석에는 군인들이 20여 명 참석해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에도 군인 한 분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해서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어머니를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20대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데요. 저희 어머니를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가 않아요.”
“왜요?”
“저희 어머니가 두 번 결혼을 하셨는데요, 첫 번째 결혼 때는 제가 안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저를 결혼식에 초대할 수 없었겠지만 두 번째 하실 때에는 제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저를 초대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없는 사람’이 되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네가 와봤자 뭘 할 수 있었겠느냐?’라고만 얘기하십니다. 그래도 저는 꼭 초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질문자는 애기 하나 데리고 살다가 다시 결혼하게 됐을 때 사람들이 많은 곳에 그 애기 손 잡고 들어가고 싶겠어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당시 어머니 마음을 깨달으려면 질문자도 이혼을 하고 애 손 잡고 재혼을 해봐야 돼요.(모두 웃음) 그래야 ‘아이고, 어머니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어머니한테 복수를 하려는 건 좋지 않아요. 그 심보가 못 됐어요.”
“예, 정말 어린애 같은 마음이라는 걸 저도 아는데, 제가 저희 어머니를 많이 용서하려고 애썼지만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하지만 제가 어머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어머니를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잘 지내고는 있는데요.”
“질문자가 인정을 안 해도 이미 어머니는 어머니예요. 질문자가 인정하든 말든 질문자의 어머니예요. 그걸 뭘 인정을 하고 말고 해요. 질문자가 저한테 ‘법륜스님, 오늘부터 스님으로 인정해 줄게요’ 하는 거랑 똑같아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인정 안 해도 저는 이미 스님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그만하세요. 용서할 게 없는 건데, 질문자는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잘못 생각하면 과보가 따릅니다. 무지(無知)에는 여러 가지 과보가 따르거든요.
질문자가 잘못 생각한 것을 확실하게 탁 깨우쳐서 ‘아, 내가 어머니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으려면 질문자도 어머니처럼 애기 손 잡고 재혼을 해봐야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해보고 깨닫고 싶어요? 아니면 미리 깨닫는 게 낫겠어요?(모두 웃음)
이걸 미리 깨달으면 그렇게 아이 손 잡고 재혼할 일이 안 일어나도 된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자꾸 그런 소리를 하면 어머니도 ‘너도 내 입장 되어봐라’ 그럴 거 아니겠어요? 보통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안 해요?”
“해요.”
“그 말뜻이 뭐예요? 자기 꼴이 되어보라는 거잖아요. 그것도 복수심이에요. 부모들이 살다보면 힘이 드는데, 애까지 말을 안 들으면 ‘너도 나중에 애 낳아봐라’ 그러죠? 이것은 ‘너도 나중에 자식 키우면서 혀가 쑥 빠지게 한번 고생해 봐라. 그러면 내 심정을 알게 될 거다’ 하는 거거든요. 그것도 복수심이에요. 그러니까 부모 자식 간에 복수심을 품고 살면 안 되지요.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자기를 십자가에 매단 사람을 위해서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하셨다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어머니한테 복수해서 뭐하려고 그래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일만 생각하면 순식간에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머니가 미워져요.”
“그게 트라우마예요.”
“저는 그런 상황이라도 아이를 결혼식에 초대할 것 같거든요.”
“할 수 없네요. 질문자 뜻대로 어머니 초대하지 말고 결혼하세요. 그리고 10년 후에 질문자도 애기 손잡고 결혼식 한 번 더 하세요.”(모두 웃음)
“그런데 남자친구도 저한테 왜 결혼식을 하기가 싫으냐고 묻는데, 제가 진짜 이유는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고 있어요. 저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아니까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나는 네가 결혼식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 집에 뭐라고 얘기를 해야 되느냐?’ 고 묻습니다.
“시어머니 될 사람한테 ‘우리 어머니가 재혼할 때 나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도 어머니를 초대하기 싫어서 결혼식을 올리기 싫다’라고 얘기하면 되지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요. 사람이 솔직해야지요.(모두 웃음)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안 하면 사람들은 궁금하니까 물어볼 수밖에 없지요. 스님이 만약 머리카락을 기르면 사람들이 ‘왜 머리카락을 길렀어요?’라고 물을 거 아니에요. 제 입장에서는 ‘자기도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남이야 기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니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잖아요. 특히 저를 강사로 초청하는 곳에 가보면, 대개 오전에 강연이 끝나면 점심시간쯤 되잖아요. 그러면 저한테 ‘스님, 점심식사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요. 그걸 왜 묻는 거예요? 그냥 주면 되지요.(모두 웃음)
그냥 아무 소리도 하지 말고 가져다주면 먹고 싶으면 알아서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을 텐데, 그렇게 물으니까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잖아요.(모두 웃음) 왜 식사초대를 해 놓고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만들어요. 그러려면 아예 처음부터 채식으로 대접을 하든지요. 그러면 저한테 물을 필요도 없잖아요. 또 제가 채식을 좋아하니까 잘 먹을 거 아니겠어요. 또 육식으로 줘도 스님들이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을 텐데, ‘고기 안 드시지요?’ 하면 어떻게 먹겠어요. 그렇다고 ‘나는 먹는다. 이리 줘라’ 이러면서 먹겠어요?(모두 웃음)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하면,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관념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스님은 머리를 깎는다’, ‘스님은 고기를 안 먹는다’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묻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으로서는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저는 그런 일을 거의 매일 당하고 삽니다.(모두 웃음)
그러니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안 하는 문화라면 질문자가 결혼식을 하든, 안 하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 텐데,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하는 문화란 말이에요. 스님처럼 일상적인 관념을 조금 뛰어넘는 사람들이라면 질문자한테 그런 질문을 안 하겠지요. 그런데 질문자가 볼 때 시어머니나 시아버지는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특수한 사람들이에요?”
“평범하세요.”
“그러니 당연히 묻지요. 거짓말을 할 순 없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하든지, 아니면 어머니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든지 하면 되지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든 말든 그건 질문자의 자유예요. 그런데 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는 게 질문자가 편합니다. 이 세상의 문화를 질문자 혼자 거스르려면 좀 힘들잖아요. 그리고 결혼한 뒤에 남편이 질문자와 사는 게 좀 힘들면 성질을 내면서 그 일을 가지고 시비를 걸어올 겁니다. 예를 들어 질문자가 뭔가 문제제기를 하면 남편은 ‘네가 그러려고 결혼식도 올리지 말자고 했구나?’라거나 ‘네가 결국 나랑 이혼하려고 처음부터 결혼식을 하지 말자고 했던 거구나’라고 할 거고, 시어머니도 ‘네가 우리 아들과 안 살려고 결혼식을 안 올렸구나’라고 나올 겁니다. 사람이 마음이 좋을 땐 다 좋아 보이지만, 마음이 딱 틀어지면 온갖 걸 가지고 시비를 하게 되잖아요. 질문자가 하려는 일은 나중에 시비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질문자는 결혼식에 어머니를 초대할 거예요?”
“예.”
“결혼식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제가 그날 웃으면서 결혼식을 해낼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어요.”
“울면서 하면 되지요. 결혼식이 뭐 그리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요즘 이혼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죽으러 가는 길일 수도 있으니까 울면서 가야지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요? 울면서 결혼식을 치르세요. 사람들이 ‘왜 우느냐?’고 하면 ‘죽으러 가는 길이라서 그렇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질문자에게는 어머니의 까르마가 흐르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해도 어머니처럼 될 확률이 훨씬 높아요. 그러니까 핑계거리, 시비거리를 만들지 마세요. 질문자가 하는 걸 보면 벌써 그렇게 갈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어요. 사실 결혼식을 하고, 안 하고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질문자의 경우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게 낫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에게는 어머니를 모시는 결혼식이 재앙을 미연에 막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혼식을 울면서 하면 재앙이 우는 쪽으로 나타나고, 웃으면서 하면 웃는 쪽으로 나타나요. 그러니 어머니를 모셔와서 웃으면서 결혼식을 올리면, 그것은 질문자가 가진 까르마를 극복하는 게 됩니다. 질문자가 어머니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어머니를 결혼식에 초대 안 하려고 하는 까르마를 갖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시어머니에게서도 자기 어머니 비슷한 모습을 봤을 때 질문자는 못 살고 이혼을 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그걸 질문자가 미리 이겨내면 시어머니한테서 그런 모습을 봐도 ‘그 정도야, 뭐’ 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어머니를 모시고 웃으면서 결혼식을 올리면 그게 질문자에게는 약이 되는 거예요.”
“어머니를 결혼식에 초대하겠습니다.”(모두 박수)
“예, 그렇게 해서 질문자는 애기 손잡고 결혼식에 안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그때 가서 깨달을 게 뭐 있어요? 오늘 깨닫고 치우세요. 알았지요? 오늘 질문 잘하셨어요. 결혼식 두 번 하면 돈만 많이 들어요.(모두 웃음)
그리고 질문자가 혹시 두 번째로 결혼하게 되면 그때는 결혼식을 안 해도 되고, 어머니도 초대 안 해도 돼요. 그러니까 이번에 초대하고 끝내세요. 그때 가서 또 초대하려고 하지 말고요. 저런 사람은 꼭 두 번째에는 초대한다니까요.”(모두 웃음)
스님의 재치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대답에 청중들은 넋을 잃고 웃었습니다. 걱정스런 눈빛이 가득했던 질문자도 활짝 웃었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마음이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질문자가 어머니를 결혼식에 초대하겠다고 마음을 바꾸자 청중들은 뜨겁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어서 6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와서 질문하기를 기다린 26살의 젊은 여성은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고, 두번째 질문자는 별거 중인 남편이 아들과 같이 지내고 있는데 자기 주장이 강한 남편 아래에서 소심한 성격의 아들이 스테레스를 많이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질문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사춘기 때 학교 적응을 못했던 아들이 곧 군입대를 하게 되는데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질문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고1 때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 때문에 지금도 남편과 아이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천당과 지옥이 정말 있는 것인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질문했고, 여섯 번째 질문자는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사별로 무척 힘들어하는데 자식으로서 어떻게 위로를 해드리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벌써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남았고, 강연을 마치려고 하니 청중들도 아쉬워하는 마음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스님은 “2시간 정도 더 할까요?”라고 묻자 청중들도 “네!” 하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한 사람도 집에 안 가겠다고 약속하면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 되물었고, 그제서야 청중들도 수긍을 했습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스님이 마지막 정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남자든, 여자든, 과거의 경험이 어땠든,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 남편이 술을 먹든 바람을 피웠든, 애가 공부를 안 하든, 그런 조건에 관계없이 모두 다 행복할 수가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그 권리 행사를 못 하고 있어요. 자기에게 있는 그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은 그 권리를 팽개치고 괴로움에 빠져있습니다. 구슬이 흙속에 떨어진 뒤에 흙에 묻혀서 아무도 그게 구슬인지 모르고 있는 것처럼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인데도 이유를 끝없이 대면서 불행하다는 겁니다. 남편이 죽어서, 어머니가 이혼해서, 군대에 있을 때 상사가 괴롭혀서... 이렇게 이유를 대면서 자기 불행을 합리화합니다. 얼마나 괴롭고 싶으면 없는 이유도 갖다 붙이면서 괴로워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러죠. ‘그러면 괴로워해라. 너가 괴롭고 싶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모두 웃음)
그런데 그게 부처님과 저의 수준 차이입니다. 부처님은 중생이 아무리 괴로움을 합리화해도 끝까지 ‘아니다, 네가 부처다’, ‘아니다, 네가 부처다’라고 말씀하시고, 저는 여러분이 한 세 번만 되풀이하면 ‘그래, 계속 중생해라. 네가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잊지 마시고 그 권리를 향유해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군대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혼자라서 행복하다’, ‘스님은 결혼도 한번 못해 봤는데 나는 결혼해서 행복하다’, ‘나는 결혼을 2번이나 해 봤다, 나는 3번째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고를 가지면 여러분들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해질 겁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행복할 권리를 강조하는 스님의 마지막 메시지에 오랫동안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박수는 스님이 무대 아래로 내려올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강연장을 나가며 스님은 질문한 분들에게 다가가 한 분 한 분에게 “힘내세요!”라며 악수를 건네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무대 위에서는 때론 호통을 치기도 했는데,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는 환한 웃음을 내비치며 따뜻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호통을 친 것도 모두 애정이 듬뿍 담긴 것이었음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비에서는 책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잠시라도 가까이에서 스님 얼굴을 보고자 사인회장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속에 스님을 담고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자기 이름도 써달라, 손도 잠깐 잡아달라, 카메라를 보며 같이 셀카를 찍자 등 대중들은 온갖 요구를 스님에게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님은 오직 웃으면서 사인만 했습니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빠른 속도로 사인회를 마친 후 오늘 강연을 준비한 인천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인천정토회 산하에는 부평법당, 인천법당, 강화법당, 송도법당이 있는데, 오늘 강연은 부평법당이 중심이 되어 준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법당에서도 지원을 나와 무사히 강연을 치러냈습니다. 더군다나 광명법당과 김포법당에서도 지원을 나왔다고 해서 스님도 더욱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후 스님은 뒤돌아 서서 봉사자들 각각이 어느 법당 소속인지, 불교대학, 경전반을 다니고 있는지 모두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 열심히 하세요” 라고 격려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스님의 밝은 얼굴에 봉사자들도 그동안의 노고가 모두 녹아나는 듯 했습니다.
부평아트센터를 출발한 스님은 다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김밥 한 줄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3시간 가량 강연을 하느라 허기가 지셨는지 김밥을 아주 맛있게 드셨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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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접수 : 2016년 6월2일~24일. 선착순 신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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