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5.3 (저녁) 천안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전에 김천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천안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늘 그렇듯 오늘도 스님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을 누비며 강연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강연 시간인 저녁 7시가 다 되어 강연장인 천안시청 봉서홀에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천안을 찾아 준 스님을 천안정토회 봉사자들은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어젯밤부터 한반도 전역에는 강풍주의보와 풍랑특보가 발효되었습니다. 비행기가 멈추고 간판이 날아가고 가로수가 뽑혔다는 뉴스를 들으며 한 달 전부터 강연을 준비해 온 천안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비가 그칠까 애타게 기다렸는데, 강연 시작 시간인 저녁 7시가 가까워져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은 바뀌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봉사자들은 한 달 전부터 포스터와 현수막을 열심히 붙였고, 한 정토회 회원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600세대에 가가호호 전단지를 나누어주기도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크게 불안해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강연장 입구에 마련된 질문지함에는 질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오늘은 스님이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천안에서는 그동안 열 번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는데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오전에만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강연에 올 수 없었던 분들을 위해 특별히 저녁에 강연을 열었습니다. 나란히 함께 오는 부부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고, 시각 장애인 두 분도 봉사자들의 안내로 무사히 강연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1000여 명의 청중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로 보냈습니다. 스님은 청중들의 환호에 다소 놀란 듯 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충청도 사람이면 충청도 사람답게 점잖아야죠. 왜 충청도 사람답지 않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다들 본적은 경상도나 전라도이면서 살기만 충청도에서 사는 거죠?(웃음) 

 


 

충청도 사람들은 웃는 것도 담장 너머로 소리가 안 들리게 웃는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와서는 많이 바뀐 것 같네요. 예전에는 제가 강연을 해도 다들 빙긋이 미소만 짓지 반응이 별로 없어서 ‘강연을 제대로 못 했나?’ 싶었는데 강연 마치고 사인할 때가 되면 그때서야 ‘강연 잘 들었습니다’ 인사를 해서 웃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왜들 그러세요?”

 

“하하하...”(청중들 크게 웃음)  

 


 

스님의 솔직담백한 인사 덕분에 시작부터 웃음과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즉문즉설과 즉문즉답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종교가 다를 수도 있고, 태어나서 자란 지역이 다를 수도 있고, 현재 사는 환경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이나 견해, 느낌 또한 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함께 대화를 하다보면 각자 자란 환경이나 관습, 가치관에서 봤을 때는 도저히 안 풀리던 것이 다른 관점에서 쉽게 길이 찾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는 드러내서 함께 대화하는 게 좋습니다. 

 


 

이 강연은 ‘즉문즉설’이라고 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꾸 ‘즉문즉답’이라고 표현하는데, 즉문즉설과 즉문즉답은 다릅니다. 즉문즉답은 답을 주는 거예요. 즉 정답이 있는데 여러분들이 못 찾으니까 스님이 찾아주는 것, 그게 즉문즉답이에요. 그런데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스님이 답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고뇌에 대해서 저에게 묻는다면, 저와 대화를 하는 과정 속에서 ‘별 거 아니네. 괴로워할 일 아니네’ 하면서 고뇌가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이런 대화를 ‘설법’이라고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를 해탈과 열반에 이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열반이란 괴로움이 없는 상태, 모든 고뇌가 사라진 상태를 말하고, 해탈이란 온갖 무거운 짐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제가 대화를 하다보면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지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이런 대화를 ‘설’이라고 해요. 이것은 ‘답’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그러니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스님이 답을 주신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스님과 대화를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지실 겁니다. 자, 이제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겠습니다.” 

 

왜 스님의 강연을 ‘즉문즉설’ 이라고 하는지 이해를 한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오늘 강연장은 천안시청이라 규정상 책 사인회를 할 수 없어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길게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총 8명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는데 그 중에 한 분의 사연을 소개해 드립니다.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분이셨는데, 수업시간에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며 하소연을 하자 스님은 충돌조절장애 아동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 중 한 학생이 혼자서 교실에 있는 장난감을 크게 벌려놓고는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절대 치우지 않는 겁니다. 결국 다른 학생들이 그것을 치웁니다. 이런 상황이 3월부터 지금까지 두 달 동안 지속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 경고를 했습니다. ‘네가 앞으로 3번만 더 그렇게 하면 다시는 그 장난감을 못 가지고 놀게 하겠다’라고요. 그런데 그 학생은 3번이나 더 그런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정말 화가 많이 났지만 계속 참았어요. 결국 그 학생 하나 때문에 다른 학생들도 다 수업을 못하는 상황이 됐고, 그 학생은 심지어 쓰레기를 계속 교실 뒤편에 쏟아놓고, 이어서 남의 책상을 뒤집어 엎었고, 자기 책상도 뒤집어 엎었습니다. 그때 제 손도 부르르 떨렸지만 그 학생을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마지막으로 ‘네 자리는 치워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는데, 그 학생은 갖고 있던 색연필 세트에서 색연필을 하나씩 뽑아서 보란 듯이 뒤쪽으로 던진 후에 교실 한쪽에 쌓아둔 실로폰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학생 어깨를 딱 잡고는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른 후 그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은 어린 아이이니까 내가 이해를 해야 된다. 아이는 자기 잘못을 모를 수도 있다’ 하는 생각도 들고, 또 그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화가 나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아이라면 그렇게까지 행동하지는 않거든요. 그 학생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자기 아버지의 체벌인데, 제가 참다, 참다, 참다 결국 폭발을 해서 그 학생한테 ‘이렇게 하면 너희 부모님한테 말할 수밖에 없어!’라고 협박을 했더니 학생이 엉엉 울면서 ‘죄송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계속 이렇게 한 번씩 감정적으로 폭발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제가 어떤 식으로 이 학생을 다뤄야 될까요?” 

 

“그 아이 한 명만 없으면 수업을 할 만 해요?”

 

“네.”

 

“그 아이의 역할은 다른 모든 아이를 착한 아이로 만드는 거예요. 만약 그 아이가 없으면 질문자는 또 다른 어떤 아이 때문에 수업하기 힘들다고 할 텐데, 그 아이가 지금 다른 모든 아이를 다 착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그런 장점이 있어요.(모두 웃음) 

 


 

이렇게 스스로를 나쁘게 만들어서 남을 더 좋게 만드는 사람을 ‘역행보살’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투표를 잘 한 이유도 누구 한 사람이 굉장히 자기 고집대로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던데, 동의를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30년 간 진짜 한 당만 찍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대구경북에서 야당의원이 선출되는 변화가 온 이유는 온 국민들이 각성해서 그런 걸까요? 어떤 한 분이 잘해서 그런 걸까요? 어떤 한 분과 그 주위 사람들이 워낙 잘 하니까 국민들이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하면서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고 하잖아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예.” 

 

“역행보살이란 자기가 잘못 함으로써 세상을 좋게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저처럼 이렇게 좀 잘해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는 자기를 확 나쁘게 만들어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처럼 이 아이 때문에 다른 20명의 아이들이 다 착한 아이가 된 거예요. 그 아이한테는 이런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해하셨어요?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 아이는 약간 문제가 있는 아이일까요? 환자일까요?”

 

“환자인 것 같아요.” 

 

“환자한테 왜 화를 내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화를 내는 건 그 아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예요. 그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 안 되는 아이예요.” 

 

“예.” 

 

“그 아이는 선생님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선생님이 야단을 치면 딱 그만큼 반작용으로 반발을 계속 하는 거예요. 그럼 해결방법이 뭘까요? 칼로 목을 치듯이 그 아이한테 누군가가 완전히 세게 나가야 꺾이지, 그전까지는 그 아이 스스로 자기 통제가 안 됩니다. 아이가 집에서 그런 행동을 할 때는 아버지가 인정사정 없이 때리면서 폭력적으로 하니까 꺾일 수 있었던 거예요. 아이가 스스로 자기 행동을 반성해서가 아니고, 그 폭력에 못 이겨서 숙였던 거예요. 그러니 그 아이는 선생님이 야단친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그 아이한테 폭력을 행사해서 제압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교육시스템상 그러면 안 되지요. 그 아이 아버지도 자기가 아이를 때리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이 아이를 때린다고 하면 아마 난리를 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를 보고 질문자가 화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 아이는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자극을 받으면 그렇게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 속으로 ‘환자다’ 하고 봐주세요. 아이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얘는 환자입니다’라고 하지는 말고요.(모두 웃음) 

 


 

지금 그 아이가 했다는 행동 몇 가지만 딱 들어봐도 벌써 저는 ‘그 아이는 환자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그런 아이들의 행동이 정신질환임을 모른다는 거예요. 그것처럼 애인과 헤어졌다고 ‘죽고 싶다’ 하거나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확 자살해 버리고 싶다. 내가 확 죽어버려야 저 인간이 반성할 것 같다’ 하는 심리상태는 다 정신질환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신질환은 병이 일어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죽은 남편이나 자식을 못 잊는 사람한테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치유가 된다는 의미에서 ‘세월이 약이다’라고 말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그런 사람들을 환자라고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실제로는 환자이거든요. 가만히 놔두면 치유되는 데에 3년이 걸리지만 조금만 치료하면 한 달 만에 극복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것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시킵니다. 완전히 병이 깊어져서 머리를 산발하고 침을 흘리고 쓰레기통 뒤지고 다닐 때가 되어서야 ‘저 사람 미쳤다. 정신병자다’라고 하게 됩니다. 

 


 

이런 우리의 오랜 관습 때문에 자신이나 자녀가 정신과에 가는 걸 굉장히 꺼리거나 숨기게 됩니다. ‘정신병’이라고 하면 전부 이상 행동을 하는 미친 사람만 연상하기 때문이에요. 감기도 1주일이면 자연치유가 되지만 독감은 한 달씩 가잖아요. 감기 같은 걸 옛날에 누가 병이라고나 했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감기 걸리면 바로 병원에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교통사고가 나서 놀랐다든지 하면 다 정신적인 치료를 해야 됩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에게 육신만 치료하고 정신은 치료를 안 해서 나중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야 그것이 ‘트라우마’라는 질환임을 알게 되어서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그 아이는 요즘 말로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아이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관찰해 보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부모님을 학교로 오시라고 해서 의논을 하세요. ‘아이한테 약간 이런 장애가 있는 것 같으니까 집에서 야단만 치지 마시고, 검진을 받아서 치료를 한번 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선생님이 안내를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벌써 아버지 얘기만 해도 겁을 낸다는 것은 아버지가 아이의 병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를 두드려 팬다고 개선될 병이 아니에요. 두드려 패면 아버지 앞에서만 겁을 내지 다른 데 가면 또 증상이 재발하는 거예요. 그 아이는 충동조절장애에 속하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좋고, 어쩌면 신체적으로도 호르몬의 이상분비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의사한테 진단을 받아서 약물치료도 받게 해야 해요. 그건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의 집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질문자는 교장선생님과도 의논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교실에서 이상행동을 하면 그 아이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수업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에요. 

 

더 나아가서,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100명을 모아놓고 선생님 혼자 가르쳐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는 1명을 위해 선생님 2명을 최소한 붙여야 해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는 이겁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소수만 모아놓고 선생님이 집중 지도를 하도록 해주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한꺼번에 모아놓고 지도하거든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일수록 한 반의 정원을 더 줄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 한 명당 선생님 2명을 붙여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평한 교육이에요. 아이들의 형편에 맞게끔 교육을 하는 게 평등한 교육입니다. 그 아이도 그 아이의 처지에 맞게끔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런 충동조절장애 아동을 교육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그 아이를 교육하기 보다는 전문가에게 안내해 줘야 되는 거예요. 우선 ‘그 아이는 환자다’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 화가 나는데도 부들부들 떨면서 참는다고 하셨죠? 그러면 질문자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언젠가는 폭발하게 될 겁니다. 그 아이가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니까 질문자가 제압할 수 있지만, 앞으로 6학년만 되어도 선생님 머리를 잡아채고, 덤비고, 그럴 겁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는 건드리면 안 됩니다. 오히려 질문자는 그 아이가 하는 몇 가지 행동을 관찰해서 기록을 하든지 비디오로 찍든지 해서 전문가한테 의뢰를 하세요. 그런 장애는 전문가가 치료하도록 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질문자는 아주 속시원해 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스님은 이런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일러주면서 우선 질문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다음으로는 해결책에 대해 제시해주었습니다. 청중들도 모두 감탄을 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외에도 7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아이와 있을 때도 불편한 감정이 생겨서 걱정이라는 분, 같이 사는 시어머님이 불평불만이 많고 짜증을 입에 달고 살아서 그로 인해 자신의 일도 안 풀리는 것 같는 분, 유튜브에서 스님의 통일 강연을 듣고 너무 감동 받아서 직장 동료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얘기했더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분, 어렸을 때부터 불치병을 앓았고 현재는 아토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5살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묻는 분, 남자 같은 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여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는 분, 아이 둘을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다보니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묻는 분, 중3 딸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데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우울증을 겪은 탓인 것 같다며 어떻게 아이를 품어주어야 할지 묻는 분 등 다채로운 질문에 대해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쏟아졌습니다. 

 

강연은 2시간 30분 동안이나 계속 됐습니다. 자리를 뜨지 않고 집중해 준 청중들을 위해 스님이 마지막으로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모든 강연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할테니 이 내용만큼은 꼭 명심해 주었으면 하는 스님의 바람이 묻어났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조건, 살아온 환경과 관계없이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남편이 죽은 사람도 행복할 수가 있고, 자식이 죽은 사람도 행복할 수가 있고, 교통사고가 나서 장애가 생겨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실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왜 불행해 하는 걸까요? 옛날 생각을 해서 그래요. 다리를 안 다쳤을 때에 집착하기 때문에, 현재 다리를 다쳤다는 것이 괴로운 겁니다. 다리 한 쪽이 부러졌을 때 ‘그래도 나머지 한 다리는 안 다쳐서 다행이다’, ‘그래도 안 죽고 살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장애를 입었어도 미소를 머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미소는 누가 나에게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내 인생을 그렇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부처님 말씀을 한 번 따라해 보세요.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입으로 따라 하기는 해도 속으로는 여전히 행복과 불행을 다른 사람이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죠? 네가 술을 먹어서, 네가 바람을 피워서, 네가 공부를 안 해서 내가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모두 웃음)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해요. ‘그 자식이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 다리가 안 부러졌을 텐데’ 이걸 부정적 사고라고 해요. 부정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긍정적 사고를 하면 누구나 다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신앙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또 남자든 여자든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걸 불교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부처의 성품(佛性)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소중한 권리인 행복할 권리를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말씀이 큰 울림이 되었는지 오랫동안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강연회를 마치고 나가시는 몇몇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어떤 분은 “시간이 더 있었으면 아직 질문지함에 남아있는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다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스님의 강연이 유익하고 재미있었다는 반증일 테죠. 

 

스님이 강연장 통로로 걸어 나오자 천안시민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스님도 환하게 웃으며 시민들과 악수를 한 후 강연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천안정토회 봉사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고생한 봉사자들의 수고로움이 한꺼번에 녹아나는 순간입니다. 모두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조찬 강연을 시작으로 10시에는 평화재단에서 미팅이 있고, 저녁 7시에는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 국제관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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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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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스님의 주옥과도 같은 말씀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삶이 달라지고 있는 행복한 불자입니다. 항상감사드리며 늘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

2016-05-11 13:23:23

봄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조건, 살아온 환경과 관계없이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남편이 죽은 사람도 행복할 수가 있고, 자식이 죽은 사람도 행복할 수가 있고, 교통사고가 나서 장애가 생겨도 행복할 수가 있어요......
모든 생명은 고통을 당한다...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 처해 있더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이것이 부처님의 진실된 가르침이고...이것을 잘 가르쳐주시는 분이 법륜스님이십니다...부처님을 가장 잘 아시고, 가장 사랑하시는 분...존경의 마음으로 합장 올립니다..._()_...!!!

2016-05-07 12:03:52

***

법륜스님은 불교인이 아니십니다

첫째 부처의 신적 존재를 인정 하지 않으십니다

둘째 불법 중 자기에게 필요한 불법만을 인정 하고 자신의 전법에 필요 없는 불법내용은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2016-05-06 0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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