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5.4 (오전) KMA 인문학 최고경영자과정 초청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 7시에 KMA(한국능률협회) 주관으로 열린 인문학 최고경영자 과정 ‘수요일에 만나는 지혜의 향연’에서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부산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전 7시에는 ‘수요일에 만나는 지혜의 향연’, 줄여서 ‘수지향’ 이라는 타이틀로 운영되고 있는 인문학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7시부터 9시까지 조찬 모임을 겸한 방식으로 강연회가 이뤄졌는데, 스님에게 요청된 강연 주제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회사의 CEO이거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런 곳에서도 스님의 강연을 간곡히 원하는 것을 보니 경영을 하시는 분들도 고뇌가 참 많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사회를 맡은 연세대 김형철 교수님이 법륜 스님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삶에 지치고, 관계에 상처 받고,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고통받는 경영자분들에게 종교를 초월해서 평화와 지혜의 메시지를 전해주실 법륜 스님을 큰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스님이 자리하자 곧바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은 김 교수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하는 대담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사회자와의 문답이 있은 후, 나머지 30분은 청중석에서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 교수님은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차가 막혀서 가슴이 답답했는데 이렇게 이유도 모르고 답답한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회사 일을 하거나 온갖 사람을 만나다보면 화나고, 짜증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다양한 감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너무 지나치게 돕다보면 살림이 가난해질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했고, 스님은 각각에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자꾸만 실수를 하게 되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누구나 그럴 수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개인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의 차원에서, 더 크게는 창조성 개발의 차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을 때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초조하고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고객과 상담을 할 때 ‘혹시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모든 일이 흐트러질텐데’ 하는 마음에 불안할 때가 많거든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얘기하거나 학생들 앞에서 강연할 때 보다 오늘처럼 어르신들 모셔놓고 이렇게 강연을 하게 되면 긴장을 더 많이 하게 되죠. 이것은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가 하고 잘 분석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남의 얘기만 들으면 지식에 불과하니까 자기가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연설을 할 때 긴장하면서 하면 연설을 더 잘 할까요? 편안하게 하면 연설을 더 잘 할까요? 결과적으로는 편안하게 하는 것이 더 잘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왜 긴장을 하게 되는 걸까요? 바로 ‘잘하겠다’ 하는 생각이 긴장을 하게 만듭니다. ‘잘하겠다’ 하는 생각이 오히려 결과를 더 못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연설을 할 때 자기 수준이 100이라면 한 80정도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실력이 100인데 항상 150을 보여주려고 하거든요. 그렇게 욕심을 내니까 긴장을 하게 되어서 실제로는 50밖에 못 보여주고 버벅대다가 내려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것은 이런 중요한 순간이 한 번만 있지 않고 자주 있잖아요. 그러니 늘 긴장하고 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잘 보이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생긴대로 있는 만큼만 보여주라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호응해주면 다행이고, 호응을 안해주면 연습을 좀 더하면 됩니다.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일수록 실수하기가 더 쉽죠. 그리고 ‘내 인생에서 이것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라고 보통 말하는데 많이들 살아보셨으니까 잘 아시잖아요. 꼭 그렇습디까? 이것이 안 되어도 또 다른 길이 있고, 저것이 안 되어도 또 다른 길이 있고 그렇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칠 때마다 잘 하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 돌아보면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에 80점을 받았으면 어떻고, 90점을 받았으면 어떻고, 그걸로 제 인생이 뭐가 달라졌겠습니까. 그런데 그 때는 그걸로 제 인생이 굉장히 달라질 것처럼 생각이 되었던 겁니다. 그러나 지나놓고 되돌아보면 그것이 그렇게 목 매달 일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죠. 그렇다고 공부 안 하고 마냥 놀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하되 결과가 나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 목 매달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자꾸 훼손시킨다는 겁니다. 젊을 때는 내가 이렇게 고생했으니까 다음에는 행복하지 않겠나 했지만, 지금 다들 행복해지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중고등학교만 가면 행복할 것 같고, 중고등학교에 가면 대학만 가면 행복할 것 같고, 대학에 가면 취직만 하면 행복할 것 같고, 취직하면 결혼만 하면 행복할 것 같고, 결혼하면 아이만 낳으면 행복할 것 같고, 아이 낳으면 아이들 장가만 보내면 행복할 것 같고, 늘 그러다가 생을 마감하는 겁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를 재미있어 해야 합니다. 즉, 목표는 두되 과정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 때는 공부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나놓고 보면 밥만 먹고 공부만 해도 되는 그 때가 요즘은 그립잖아요. 결혼해서 살아보면 처녀 총각이었을 때가 그립듯이요. 왜 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죽겠다고 하고 지나놓고는 그 때가 좋았다고 할까요? 군대 갔다 온 남자들 얘기 들어보면 군대 있을 때는 죽겠다고 했으면서 나오면 술자리 앉을 때마다 기합받은 얘기를 자랑삼아 하잖아요. 이런 경험을 몇 번 거듭하면 ‘아, 군대 있을 때는 군대 있을 때가 좋았고, 대학 다닐 때는 대학 다니는 게 좋았구나’라고 생각할 수가 있죠.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지금이 힘들다’라고 하지만, 퇴직하고 나서 집에 있어 보세요. ‘그래도 일거리가 있을 때가 좋았구나’ 하게 됩니다.(모두 웃음)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즐긴다’고 할 때 술먹고 춤추고 노는 것만을 떠올리는데, 농사짓는 것도 즐기는 것이고, 원고 쓰는 것도 즐기는 것이고, 강의하는 것도 즐기는 것이 될 수 있어요. 매순간 지금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힘들어 하면서 일하고, 저녁에 술 마시면서 즐긴다는 것은 낭비라는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길 줄 알면 저녁에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안 풀어도 된다는 거죠. 몇 시간 일하고 몇 시간 논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그냥 일이 계속 되는 거에요. 

 

지금 이 자리에는 자영업을 하거나 회사 오너이신 분들이 많으신데, 노동자들은 하루에 돈 받은 만큼만 몇 시간 일하면 끝이지만 여러분들은 자기 회사이니까 사실 24시간 일하잖아요. 이 때 일이 그냥 자기 놀이가 되어버리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자꾸 돈을 얼마 더 주고, 휴가를 며칠 더 주는 식으로만 접근하면 일시적 효과밖에 안 생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 일이 자기 일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일이 되게 하려면 성과를 자신에게 돌아오게 해줘야 합니다. 내가 죽도록 일해봐야 그 성과는 다 과장이 가져가고, 사장이 가져가고 나한테는 푼돈만 준다고 생각이 들면 자발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조금 더 큰 차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모방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간 서양의 모델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계속 모방해가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모방의 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전에는 우리가 따라가기에 급급했는데, 거의 근접해서 살펴보니까 선진국도 지금 어떻게 나아가야될지 몰라서 헤매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모든 사고와 습관이 모방에 젖어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소진되었다고 말할 때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을 뚫고 나가려면 창조를 해야 하는데 창조를 하려면 탐구를 해야 합니다. 탐구를 하려면 ‘주인의식’이 있어야 해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지?’ 이런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시스템상 그렇게 훈련이 안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사회시스템상으로도 그렇게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약간의 창조성을 발휘하는 분야는 대중예술분야 정도이거든요. 왜냐하면 대중예술분야가 기존의 권위 의식이 가장 약했기 때문입니다. K-POP이나 한류 드라마는 우리가 외국에서 배워온다기 보다는 우리가 만든 것을 오히려 외국에서 배워가려고 할 정도가 됐거든요.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의 분야는 아직도 벤치마킹에 급급한 모방 시스템이죠. 이제는 이런 모방시스템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겁니다.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방시스템을 통해 성공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일본도 이미 20년 전에 이런 상태에 도달했는데 창조성을 못 가졌기 때문에 정체가 된 것이거든요. 

 


 

이런 데서 여러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운영시스템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주인의식’을 어떻게 심어주느냐입니다. 이것을 불교 용어로 말하면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표현합니다. 처하는 곳마다 자기가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성경에서는 이것을 ‘5리를 가자고 하거든 10리를 같이 가주어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누가 억지로 5리를 가자고 해서 따라가면 내가 종이 됩니다. 그런데 ‘내가 10리 가줄게’ 하고 마음을 내어버리면 내가 주인이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종에서 주인으로의 삶의 전환을 의미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자세가 가장 필요합니다. 

 

여러분들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따르게 하고, 말 안 듣는 사람은 야단을 쳐서 독려하고, 학교에서도 정답을 미리 만들어놓고 O X 테스트를 해왔는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성공적이고 효율적이었어요. 왜냐하면 모방시스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점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이 창조경제를 강조한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나 아이디어는 굉장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은 창조가 일어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에요. ‘창조 안 할거야? 빨리 창조해’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모방 시스템의 방식이지 창조의 방식이 아닙니다.(모두 웃음)

 


 

창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유의 자유를 주어야 하고,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하고, 소통이 자유롭게 되어야 합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불교와 기독교, 종교와 과학까지도 넘나들면서 사유의 자유를 주어야 창조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는 너무 칸막이가 많이 쳐져 있는 것 같아요. 유교 주자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배타적인 성향이 창조성을 떨어뜨린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김 교수님은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깊었다고 하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청중석에서도 스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열심히 수첩에 기록하는 등 열공 모드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모방시스템을 언급하면서 회사의 경영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청중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강연 주제가 행복이어서 그런지 스님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였는지, 성적인 욕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불교에서 말하는 오계는 무엇을 뜻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질문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약속한 1시간 30분이 지나자 곧바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10시부터 미팅과 회의를 연이어 한 후 오후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차가 많이 막혀 강연 시작 시간인 저녁 7시보다 10분 늦게 도착해서 가까스로 강연장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부산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국제관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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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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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통찰력이 깊으신 스님... 스님처럼 모든 분야에 뛰어나신 분은 처음 뵙고,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스님의 지식과 지혜에 감동합니다. 스님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스승이고 성인이십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2016-05-11 13:27:13

이기식

스님.항상 명쾌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열열한 팬 이고요. 본적이 경주입니다.ㅎ

2016-05-06 07:10:51

스님은 우리시대의 진정한 선구자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

2016-05-06 01: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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