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5.1 (오후) 정토회 저녁부, 청년부 자원활동가 봄나들이


 

안녕하세요? 새벽에 있었던 경전반 특강수련에 이어서 아침 10시부터는 정토회 저녁부와 청년부에서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거나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240여 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대야산 용추계곡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전국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자원활동가들은 아침 10시 무렵에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두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인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스님도 주차장에 도착하고 곧바로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약간 흐리고 쌀쌀한 듯했지만 입재식과 함께 나들이가 시작되자 해가 들며 날씨가 포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 나들이의 핵심은 친목도모, 봄소풍, 그리고 경치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일정도 알려주었는데, 용추계곡을 따라 월영대까지 올라갔다가 선유동 계곡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스님의 법문을 듣는 일정이었습니다. 용추폭포가 볼 만하다는 스님 말씀에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산행할 때 피곤한 기척을 보이는 사람은 평소에 108배를 안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며 눈치를 주었는데, 대중들은 스님에게 들킬까봐 살짝 긴장하는 듯 하면서도 웃으면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와 사무실을 벗어나 연두빛 산 속에서 푹신한 흙길을 걸으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서도 수신기를 통해 스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오늘도 스님의 연달래에 대한 사랑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연달래와 진달래, 그리고 철쭉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특히 연달래는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려주었습니다. 

 


 

용추 계곡에 들어서자 절로 탄성이 나오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들어더니 널찍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옥빛의 맑은 물은 영롱하게 반짝이기까지 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도 찍고 물놀이도 하면서 올라오니 금세 월영대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다리가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곧바로 내려오고, 컨디션이 괜찮은 사람은 월영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대중을 세심하게 살피는 스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월영대를 한바퀴 둘러보고 선유동 계곡으로 내려오니, 계곡 옆으로 돗자리를 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널찍한 바위가 보였습니다. 대중은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하나 둘씩 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난 후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법문을 시작하기 전, 스님이 “점심식사 후 식곤증을 없애기 위해 대중들에게 노래를 보시할 사람은 나오세요.”하니 여러 사람이 나와서 준비한 율동을 선보였고, 어떤 활동가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고, 대학생들은 7월에 있을 필리핀 선재수련을 홍보하며 ‘사랑의 배터리’ 노래를 깜찍한 율동과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선유동 계곡이 스님과 대중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한 차례 여흥을 즐긴 후에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죽비 삼성이 울리자 스님이 고요한 목소리로 명상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합니다. 내가 물소리를 듣지 말고 내가 물이 되어 졸졸 흘러가고, 내가 바람을 맞지 말고 내가 바람이 되어 불어 봅니다. 내가 바위 위에 앉아 있지 말고 내가 바위가 되어 가만히 있어 봅니다. 

 

그리고 코구멍 끝에서 들락날락 하는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려 봅니다. 숨이 들어가면 들어가는 줄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가면 나가는 줄을 알아차립니다. 그냥 알아차리지 알아차리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모든 긴장과 애씀을 내려놓고 그저 편안히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혼침에 떨어지지 말고, 이런 저런 과거의 생각에 골똘히 빠지지 말고, 오직 호흡에 깨어 있고, 물소리, 바람소리에 깨어 있어 봅니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싶을 무렵 다시 죽비 삼성이 울렸습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활동가들이 스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가족에게 미안하고 스스로도 의욕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남자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중 일부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3년 동안 사업을 해오다가 얼마 전에 파산을 했습니다. 직원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었고 잘 나가는 중소기업이었는데, 남들이 안 하는 블루오션 아이템을 한번 개발해보려고 도전했다가 성공을 하긴 했지만 판매권을 잘못 넘겨주는 바람에 폐업신고를 하고 파산을 해야 했습니다. 남은 공장 설비들을 대기업에서 인수해 가려고 여러 차례 접근해 왔는데,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빈번이 취소가 되니까 더 힘들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느라 그동안 벌어놓은 30억원도 다 까먹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첫째,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둘째,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제는 자신이 없습니다. 세 가지 아이템을 개발했는데 비록 한 가지 아이템은 망했지만, 나머지 두 가지 아이템은 아직 가능성이 있거든요. 계약하는 기업들을 믿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자신감이 없으니까 요즘에는 ‘나만 없어지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겨우 버티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제가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가족들에게도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혹시 정토회에서 하는 깨달음의장에 다녀오셨어요?” 

 

“6월에 다녀오기로 신청해 두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 다녀오시면 좋아질 거에요. 지금 생각에는 내가 죽어버리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그것이 바로 사로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이 지팡이 하나에 너무 집착을 하게 되면 지팡이 하나 잃어버렸다고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는 지금 그 일에 너무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집착을 딱 놓고 평상심으로 돌아오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20년 사업하다가 그만두든, 50년 사업하다가 그만두든, 100년 사업하다가 그만두든, 햇수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다만 햇수가 많으면 그만큼 집착이 강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도 큰 충격이었겠지만 세월호 사고로 아들딸 죽은 것과 비교하면 그 분들은 더 큰 충격을 겪었고, 이 자리에 남편이 죽은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 또한 자녀가 죽은 분의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더 큰 시각으로 이 지구 전체를 내려다보면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바다에 물결이 치는 것에 불과해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20여 년 동안 중소기업 운영하다가 망한 것 때문에 죽을 생각을 했다면, 대기업 하다가 망한 사람은 자살을 열두 번도 더 해야될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그런 심리 상태는 어떤 것에 너무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에요. 우선 내가 삶을 기쁘게 살아야 새로운 아이템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지 내가 곧 죽을 것처럼 살고 있는데 새로운 아이템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질문자가 지금 얼마나 어리석냐 하면, 그러면서 가족은 왜 또 걱정을 해요? 그건 가족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내가 파산을 했는데 내가 죽는 게 낫느냐? 그래도 살아 있는게 낫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죽는 게 낫다’고 하면 죽고, ‘살아있는 게 낫다’고 하면 살면 되지요. 정말로 가족을 중심에 둔다면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겁니다. 

 

내가 죽어도 살아있는 가족들이야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살겠지요. 다만 내가 나를 못이겨서 죽는 것이죠.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살아있는 가족들까지 걱정하면 못 죽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가족들 걱정하는 것을 보니 질문자는 못 죽을 것 같아요.(모두 웃음) 죽는 사람은 살아있는 가족들 걱정을 전혀 안 하기 때문에 죽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죽는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나요?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나를 못 이겨서 죽는 건 집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대학시험에 떨어져서 죽고, 어떤 사람은 연애에 실패해서 죽고, 어떤 사람은 이혼해서 죽고,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해고가 되어서 죽고, 어떤 사람은 사업에 실패해서 죽었다고 할 때 그 사람들 나름대로는 다 이유가 있어서 죽었다고 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그게 무슨 죽을 일이냐?’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 차이는 뭘까요? ‘그게 무슨 죽을 일이냐?’ 할 수 있는 건 집착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고, 죽을려고 하는 사람은 집착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어느 순간 집착을 탁 놓아버리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됩니다. 20년 넘게 해오던 사업을 문 닫은 것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수 있어요. 혹시 사채가 많아요?”

 

“사채는 없습니다.”

 

“사채가 없으면 더 걱정할 것 없어요. 내가 돈을 챙기고 파산을 하면 욕을 얻어 먹지만, 내가 돈이 없어서 파산을 하면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내가 아무리 빚을 많이 졌다고 하더라도 팬티만 딱 입고 ‘다 가져가라’ 하면 아무런 죄가 안 돼요. 내가 갖고 있으면서 남에게 안 주면 죄가 되지만요. 그래서 첫째, 파산했다고 해서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질문자는 스무살 때 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도 이 사업을 일으켰던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 나이에 질문자가 가진 경험 정도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해서 스무살 때보다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요? 인맥으로나 경험으로나 모든 면에서 스무살 때보다 훨씬 나은 조건이잖아요. 다만 스무살 때는 없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열심히 했고, 지금은 자꾸 옛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나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할 의욕이 없어진 겁니다. 

 

대기업과 계약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팔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비싸게 팔고 싶은 겁니다. 그게 나쁜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의 심리가 팔 때는 비싸게 팔고 싶습니다. 반대로 사는 사람은 가능한 싸게 사고 싶어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더군다나 부도가 났다거나 상대가 약점을 갖고 있으면 더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것을 나쁘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누구나 사고 팔 때는 심리가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또 가족한테 미안할 것도 크게 없어요. 질문자가 그동안 사업을 잘 했기 때문에 아내도 마나님 소리 들으면서 한 번 살아볼 수 있었잖아요. 이 자리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마나님 소리 못 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아내한테 그래도 마나님 소리 한번 들어보게 해줬으면 됐지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요?(모두 웃음) 

 


 

아내가 뭐라 뭐라 그러면 ‘알았다. 그래도 내 덕분에 마나님 소리 들으면서 한번 살아봤잖아. 그러면 됐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 하세요. 이사갈 때 버리고 가면 그냥 혼자 살면 돼요.(모둣 웃음) 

 

안 그러면 정토회로 오세요. 몸도 건강해 보이고, 그 정도 경험 있으면 톱질도 할 줄 알고, 낫질도 할 줄 알고, 땅도 좀 팔 줄 알 것 아니에요? 저랑 같이 인도에 갈래요? 학교도 지어야 하고, 마을 개발도 해야 하고, 지금 할 일이 천지예요. 그래서 당신 같이 멀쩡한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까 저는 너무 아까워요. 그 몸 그냥 갖다 버릴 바에야 차라리 저를 주세요.(모두 박수)

 


 

왜 쓸데 없는 곳에 갖다 버릴려고 그래요? 저에게 주면 쓸 곳이 천지예요. 앞으로도 한 20년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이랬는데...’ 하면서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격이에요. 탁 털고 일어나세요. 

 

부도난 회사를 처분하는 문제도 그래요. 물론 옛날에 회사가 잘 나갈 때는 값이 잘 나갔겠죠. 그러나 일단 부도가 났다 하면 싸게 사려고 하지 비싸게 사려고 하지 않거든요. 자꾸 ‘옛날에 이게 얼마였는데...’ 이 생각을 하면 절대 못 팝니다. 그냥 갖다 버리느니 적절하게 요령껏 팔고,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죽는다면서 상심하지 말고 다시 다른 곳을 물색해서 다시 계약을 시도해 봐야죠. 어차피 부도 나서 갖다 버려야 할 건데 다만 얼마라도 건지면 낫잖아요. 그냥 저한테 줄래요? 제가 적당하게 팔아 쓸게요.(모두 웃음) 

 


 

그런 심리를 갖고 있으니까 사업에 실패하지요. 사업하는 사람이 자기 욕심대로 안 된다고 죽어버리겠다고 하고 그러면 안 돼요. 100만원을 빌려줬으면 당연히 이자까지 쳐서 110만원을 돌려받아야 마땅하지만 때로는 상대가 원금도 못 갚는 상황이 될 수가 있는 거에요. 이 때 대부분 욕하고 말아버리는데 그러면 안 돼요. 욕도 하지 말고 계속 받으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줄 돈이 정말 없는 사람이면 받으러 가지 말아야 해요. 가봤자 소득이 없어요. 그러나 돈이 있는 사람이면 계속 받으러 가야 돼요. 이 때도 십만원만 주면 대부분 ‘내가 이거 받으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고 화를 내고 말아버리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일단 십만원을 받고 또 달라고 해야 됩니다.(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업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닙니다. 지금 남은 것만 잘 정리해도 돈이 좀 될 겁니다. 그걸 왜 버려요? 제가 아는 한 사람은 형님이 수백억 원을 가진 자산가였는데 자살을 했어요. 그 이유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폭락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형님이 자살을 했으니까 그 동생이 형님의 남은 유산을 정리했는데 25억원이나 되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25억원을 놓아두고 자살을 한 겁니다. 여러분 같으면 그 정도 돈이 있는데 자살을 하겠어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그와 똑같아요.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들도 다 이런 상태입니다. 한 때는 대기업 임원이든 식당 주인이든 한 자리 했던 사람들이 거기에 다 누워 있어요. 자기 뜻대로 안 되니까 괴로워 하면서, 그렇다고 막노동을 할 수도 없고, 가족들 보기에는 민망하고,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만 마시다 보니 알코올 중독이 되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깨달음의장에 먼저 다녀오시고,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다’ 이렇게 받아들이셔야 해요. 

 

‘스님은 안 겪어 봤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네 맞아요. 저는 안 겪어봐서 아무런 집착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에요. 질문자는 겪어본 것이 뭐 큰 자랑인 줄 아세요? 겪어보고 남은 건 집착 밖에 없잖아요. 그래놓고 괜히 아까운 목숨만 버리려고 하잖아요. 한 번만 더 그런 생각을 하면 마누라한테 사인 받아서 저한테로 넘겨 주세요. 제가 아주 좋은 곳에 사용해 드릴게요.”(모두 박수) 

 

스님의 시원한 대답에 질문자도 얼굴이 밝아지고 대중들의 마음도 함께 가벼워졌습니다. 마지막에 질문자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자 대중들도 질문한 분을 격려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답이 오가는 사이에는 중간 중간 질문자들의 노래도 들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2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 봄나들이에 참석한 대중들은 대부분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었는데, 스님은 정토회가 모둠 활동을 시작하게 된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둠장들의 노고에 대해 특별히 격려 말씀을 더 해주었습니다. 

 

“정토행자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주로 마음 공부와 수행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마음 공부와 수행이 된 여러분들은 이제 사회 각계 각층으로 나아가서, 정토회가 관심을 갖는 분야와 안 갖는 분야까지 포함해서, 계속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먹거리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통일문제만 좀 해결되면 농사일과 허물어진 농촌공동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왜 웃어요? 통일문제가 해결 안될 것 같아서요?(모두 웃음) 

 

이렇듯 여러분들도 여러분에게 주어진 일을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길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해요. 이것을 ‘생활의 지혜’라고 해요. 

 

이 때 다중의 지혜가 굉장한 힘을 발휘합니다. 어떤 천재 한 명의 지혜보다 범부들 100명의 지혜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범부들이 그냥 힘들어 죽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소통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자꾸 공유하면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온 것이지 천재들에 의해서만 발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때에 ‘똑똑한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 ‘일류 기업 하나가 온 국민을 먹여 살린다’ 하면서 1%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는 쪽으로 나아가게 된 겁니다. 

 


 

그래서 덜 똑똑한 우리들은 어떤 천재를 하나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다중의 지혜를 자꾸 공유해 나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덜 똑똑한 100명이 천재 1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정토회가 하고자 하는 ‘대중주체 운동’입니다. 역사의 주체는 대중이지 한 명의 영웅이 아닙니다. 

 

저의 목표는 몇 명의 스님을 깨닫게 해서 도인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나중에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처럼 고통받는 다수 대중들이 점점 의식이 깨어나서 역사의 주인, 사회의 주인, 수행의 주체로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몇 명의 훌륭한 승려들이 나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영웅 몇 사람 만드는 것으로 끝나고, 여러분들은 죽을 때까지 영웅의 노예 생활만 해야 된단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훌륭한 스님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끝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토회가 표방하는 ‘대중주체’ 정신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모둠 활동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모둠을 만든 이유는 종적인 조직이 아니라 횡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수행의 주체가 되고, 우리가 전법의 주체가 되고, 우리가 사회실천 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 주체 단위를 모둠으로 하고자 했던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들도 활동하기가 좀 벅찰 거예요. 내 살기도 바쁜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행해라’, ‘전법해라’, ‘사회실천 해라’, ‘법당운영 해라’ 하니까 힘들다고 말하는 게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그 수준을 한꺼번에 높이려고 하면 부담스럽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모둠 활동이 나온 것이라고 이해하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는 자세를 가지면 할 만 합니다. 그렇게 모둠 활동을 해나가면서 개발한 아이디어들을 계속 서로 공유하고,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고, 시행착오 한 것들은 계속 개선해 나가면, 앞으로 1~2년만 지나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이렇게 해보니까 ‘이 방법은 대중의 정서에 안 맞다’라고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여러분들은 ‘실패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는 ‘이건 아니다’라고 결론이 난 것도 굉장히 성공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 방법을 안 써도 되니까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한 겁니다. 여러분들은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제가 몸이 아픈 것도 저에게 굉장히 은혜라고 생각해요. 몸이 아픔으로 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몸관리를 하면 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잖아요. 실패는 늘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그렇게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렇게 격려를 해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자 누군가가 “스님이 불러주세요!” 하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하며 운을 띄웠습니다. 덩달아서 모든 대중이 다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회향식까지 모두 마친 후, 스님은 세 가지 당부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세 가지만 얘기할게요. 첫째, 개인은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스님의 가장 큰 장점은 행복하게 산다는 겁니다.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혼자 사는데도 불구하고 결혼한 사람보다 행복하게 살잖아요. 그러니 어떤 이유를 붙여서 자기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복하셔야 해요. 

 


 

둘째, 우리가 이 좋은 법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된 이것을 주위에도 많이 전해서 대한민국의 국민 행복도를 좀 높입시다. 국민 행복도가 세계 117위가 뭐예요? 한 30위 쯤으로는 올라와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셋째, 대한민국을 좀 괜찮은 나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맨날 일본 욕하고, 미국 욕하고, 북한 욕하고, 중국 욕하고, 이렇게 남탓 하지 말고 우리가 좀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통합도 하고, 남북통일도 하고, 일본과 중국이 싸우면 서로 화해도 시켜주고 합시다. 배달의 후손으로서 우리 역사상 몇 천년 만에 좀 괜찮은 나라가 되도록 한번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여러분들이 작게나마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그런 원을 세우면서 헤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오늘의 나들이를 모두 마쳤습니다. 

 


 

대중들이 길을 잘 모르자 스님은 신발끈을 고쳐매고 앞장 서서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내려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은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대중들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대중이 탑승한 버스가 모두 출발하자 스님은 행사를 준비한 스텝들을 격려해 준 후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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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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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민

이글 저장해서 아주가끔 읽어보는데 볼때마다 기운이 나는듯합니다 좋은글 보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2-01 17:45:25

월광

스승님도 용추계곡도 도반님들도 부처님의 가르침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05-04 21:36:16

지원

하루 하루 스님의 글을 읽으며
스스로 마음을 다져 봅니다.
과거를 돌아 보며 후회하고.
지금 현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집착이란 말씀에 다시한번 깨닫게 되네요.
대전에서 즉문즉설 즐겁게 경청하였어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만 불행하고 막막하다는 마음에 빠져있는
제가 못마땅한데
이러한 마음도 스님께서는 집착이고
무의미하다 하실것 알지만
잘 안되기도 해요.
저도 스님 하시는 일에 조금이라도 동참 할 날이 올려는지
제 스스로의 결심이 있어야 하는 거겠죠?

2016-05-04 1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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