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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에서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거나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자 190여 명과 함께 대야산 용추계곡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출발한 자원활동가들은 9시 30분에 대야산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두 집결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입재식에서 스님은 “아침 일찍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그동안 활동하느라 수고하셨어요.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후 “오늘은 정해진 길이 아닌 정해지지 않은 길로 산책을 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앞장 서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입재식
입재식이 끝난 후 10시부터 용추 계곡 주차장을 가로 질러 용추폭포 쪽으로 산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초입부터 좁은 산길이라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대열은 스님의 설명을 수신기로 들으면서 계곡을 따라 걸었습니다. 널찍한 바위와 높은 키의 나무들, 계곡을 따라 흐르는 힘찬 물소리는 봄소풍 나온 우리들을 반겨주는 듯 하였습니다.
용추폭포는 문경시가 지정한 문경팔경 중 하나입니다. 3단으로 흘러내리는데 제일 상단은 거대한 암반이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서 원통형의 홈이 파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홈을 타고 맑은 계류가 엿가락처럼 꼬아 돌며 아래로 떨어집니다. 중단은 상단보다 넓은 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치 잘 다듬어놓은 천연의 목욕통을 연상시킵니다. 하단은 중단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3m가량 암반을 타고 물이 흐르다가 얕고 넓은 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용은 물을 상징하는 신령스런 동물이라 날이 가물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상단에 이르니 계단 모양으로 된 용추폭포 물줄기가 시원하고 우렁찼습니다. 스님은 “여기는 옛날 전설에 명주실 끝에 돌을 달아 떨어뜨리면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가는 깊이에요”라며 이곳이 얼마나 깊은지 비유를 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스님은 “용추계곡의 넓직한 바위는 천연 미끄럼틀”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말로 미끄럼틀처럼 넓직한 바위를 보니 맨몸이어도 좋고, 튜브를 타고 내려와도 짜릿한 슬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 용추계곡
30분쯤 올라 갔을 쯤 스님은 분홍색 연달래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색이 진한 진달래보다 연달래가 더 좋아요”라는 말씀부터 시작해서 봄꽃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연달래
계곡의 중반쯤에서는 물이 불어난 탓에 계곡을 건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법복 상의를 벗고선 손수 돌다리를 놓아 주며 대중들이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이 놓아준 돌다리를 밟고 사뿐히 계곡을 건넜습니다.
▲ 대중들을 위해 돌다리를 놓고 있는 스님
스님은 틈틈이 “경치 좋지요?”라며 연달아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넓은 길이 나왔을 때는 뒤따라오는 모둠장 중 한 명에게 노래도 시키기도 했습니다. 경산 정토법당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장선옥님의 ‘아리랑 고개’ 노랫 소리는 시원한 물소리 만큼이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
즐겁게 산행을 하다보니 12시가 다 되어 선유동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선유동 산장 뒷마당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몇 분이 앞에 나와 함께 박수치며 여흥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통일활동을 담당하는 이숙영님의 힘찬 통일 노래에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습니다.
스님은 “봄볕이 참 좋지요”라는 인사 말씀과 함께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모둠장들과 자원활동가들은 그동안 봉사 활동을 해오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고민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들려주어 대중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 즉문즉설 시간
오늘은 그 중에서 스님의 법문을 주위에 전할 때 상대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된다며 어떤 마음으로 이 법문을 전해야 하는지 물었던 활동가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불교에서는 법문을 주위에 전하는 일을 ‘전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스님은 전법을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아주 재미있고 속시원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전법팀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전법팀에서는 천일결사 입재식, 모둠 관리, 즉문즉설 강연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둠 관리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그것은 자원활동팀 업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강연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그것은 일회성 행사이니까 전법팀답게 전법을 제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전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거든요. 저희 전법팀의 정체성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질문드립니다.
그리고 소임을 맡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다른 업무는 괜찮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법회나 불교대학을 안내할 때 부담스러워서 고민입니다. 스님의 법문을 주위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상대의 반응이 어떨지, 혹시 그 사람에게 내가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가볍게 전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좋겠죠. 부처님의 다섯 가지 신통력 중 ‘타심통’이 상대방의 마음을 미리 헤아릴 수 있는 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우리는 누구도 그런 능력이 없어요. 수십 년을 같이 산 배우자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가 낳아 키운 아이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것처럼 우리가 전법을 할 때는 상대가 이 법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모르죠. 원하는데 내가 전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인연을 지어주지 못하는 것이 되고,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법을 전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싫어하는 마음을 자꾸 내겠죠. 그걸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리 알 수 없다면 일단 찔러는 봐야 될 것 아니에요? 그래서 그냥 찔러보는 거예요.(모두 웃음)
일부 종교인들처럼 아니라고 하는데도 계속 달라붙어서 남을 귀찮게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찔러보지도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전법의 정신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가 반응이 좋으면, 나도 물론 기분이 좋겠죠. 그런데 내 기분 좋자고 전법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화를 받은 아홉 명이 거절하고 한 명이 호응을 한다면 우리는 열 번 전화해서 한 명을 찾아낸 거잖습니까. 그러면 백 번 전화하면 열 명을 찾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해요.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팜플렛을 나눠준다면, ‘열 명 중 한 명 정도만 이걸 받는다’라고 처음부터 알고 가야 해요. 또 팜플렛을 받아주는 사람 중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꼴이에요. 아홉 명은 받은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한 명이 집에 가져가는 겁니다. 그렇게 전단지를 집에 가져간 사람 열 명 중 한 명이 전화를 해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전단지 천 장을 뿌려야 한 명이 오는 셈입니다. 그러니 오늘 전단지를 나눠줬는데 열 명 중 여덟 명이 안 받았다면 그래도 두 명이나 받아갔으니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전단지를 받아도 읽지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태반인데 두 명이 내용까지 읽었다면 큰 성공인 겁니다. 또 내용을 읽은 열 명 중 한 명이 연락해 와도 다행인데 그 중 두 명이 연락해 왔다면 그건 대성공인 거예요.
이처럼 확률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토불교대학 전단지 천 장을 뿌려야 신청자가 한 명 온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서른 명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삼만 장을 인쇄해서 뿌려야겠다’ 이렇게 계산하고 나눠주면 힘들지 않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열 장을 나눠주면 열 명이 오고, 백 장을 나눠주면 백 명이 오리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거예요. ‘욕심으로 한다’, ‘어리석다’, 혹은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전화를 할 때는 거절당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전화해야 해요.
늘 홍보물을 가지고 와서 문 두들기고 귀찮게 하는 종교인들 아시죠? 그런데 그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절대로 귀찮게 하는 게 아니에요. 진실로 권유할 뿐 해꼬지하는 것도 아니에요. 문 두드린다고 열어주는 집은 열 집에 한 집이 안 될 거예요. 열 집을 두드리면 사람 있는 집이 한 집이 안 되고, 사람 있는 집 열 집 중에 문 열어주는 집이 한 집 안 되고, 그 문 열어준 집 열 집 중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집이 한 집이 안 됩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꾸준히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문배달 하듯 하루에 100집을 간다고 하면 상대가 문을 열어주든 안 열어주든, 사람이 있든 없든 그 사람들은 신경 안 써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훨씬 수행자답습니다. 예컨대 한 달에 천 집을 다닌다고 계획해서 실천한다면 한 달에 한 명을 전교하는 셈이에요. 그러면 1년에 12명이에요. 1년 동안 12배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그 한 명은 불교신자 천 명보다 믿음이 강합니다. 그런 사람이 십만 명이라고 하면 엄청난 위력이에요. 그 사람들은 몇 십 년을 꾸준히 그렇게 전교해온 거예요. 스님이 강연할 때 이렇게 구름떼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그냥 평소에 꾸준히 하는 거예요. 우리가 볼 때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기에 갈까’ 싶지만 실제로 보면 착실히 수가 늘어납니다. 꾸준히 계속 하니까 그 수가 수십만이 되죠.
이 사람들은 굉장히 편향되어 있기도 하고 소위 세뇌됐다고 할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믿음이 아주 견고해요. 그래서 죽인다고 협박해도 자기 믿음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전교를 해나갑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탄압하거나 사회에서 비난해도 버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불교 신자들은 비록 천만 명이라 해도 힘이 없어요. 그냥 자기 복빌러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기 때문이에요. 스님이고 신도고 할 것 없이 정치적으로 조금 손해나겠다 싶으면 다 그만두고, 정치적으로 좀 이익 되겠다 싶으면 거기에만 다 가서 붙어 있어요.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사회 변화까지는 못 시키더라도 자기라도 지키는 수준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다닙니다.
질문자는 지금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거예요. 정토회에 와 주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굉장히 귀하게 여겨줘야 합니다. 그냥 일이 있을 때마다 대중을 모아서 대충 쓰고, 떨어져 나가면 떨어져 나가는 대로 내버려두니까 잘 안 되는 거예요. 전화를 해서 ‘법회 오세요’라고 권할 때 열 명 중 다섯 명만 거절해도 성질나죠? 앞으로는 ‘열 명 중 한 명만 전화 받아줘도 고맙다’라고 목표를 정해 보세요.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전화해서 그 사람이 호응을 할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일단은 전화를 걸어봐야 해요. 전화할 때는 전화하는 번호에 표시를 해두세요. 우선 강력하게 거부하는 사람이 있겠죠. ‘전화하지 마라! 나는 정토회 탈퇴했는데 왜 전화하냐!’ 이렇게 성질내는 사람은 X표를 해두고 다음 전화를 1년 후에 해요. 거부한다고 아예 전화를 안 하는 게 아니에요. 1년 후에 사람이 바뀔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1년 후에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좀 싫어하는 사람은 6개월 후에 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에게는 1달 후에 하고, 전화를 안 받으면 1주일 뒤에 다시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분류를 해보면 부정적인 사람이 있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사람이 있고, 긍정적이지만 전화를 잘 못 받는 사람이 있어요. ‘아이고, 요새 바빠서 못 갔다’라고 대답하면 어떻게 대응하고, ‘깜빡 잊어버렸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응한다는 걸 생각해두세요. 이런 식으로 전화 받아주는 열 명 중 긍정적인 한 두 명을 먼저 확보해두고, 중립적인 사람에게는 꾸준히 전화를 더 걸고, 부정적인 사람은 모아서 1년 뒤에 전화한다고 날짜를 표시해 두는 겁니다.
성질내는 사람에게 오늘, 내일, 모레 연달아 세 번 전화하면 폭발하겠죠. 그러나 아무리 성질내는 사람이라 해도 1년 후에 전화하면 또 성질은 낼지언정 그렇게 폭발하진 않아요. 그렇게 1년마다 한 번씩 전화해서 3년 동안 3번 권해봤지만 이 사람은 계속 부정적이라면 명단에서 지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해요. 조금 거부한다고 버리면 안 돼요. 사람 마음이라는 건 늘 바뀌니까요. 정토회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박혀서 기분 나쁘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언론보도 같은 걸 보고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고요. 그러니 부정적이라고 무조건 빼면 안 되고, 그런 경우에는 간격을 조금 두었다가 다시 연락을 취해 봐야죠. 이렇게 전법을 하면 돼요.
질문자는 그나마 정토회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사업이나 영업을 그렇게 했으면 망하기 십상이에요.(모두 웃음)
장사를 해도 그렇게 체계적으로 고객을 찾아내야 해요. 너무 귀찮게 하면 거부 반응이 생기니까 그런 경우에는 템포를 조금 늦춰야 해요. 조금만 관심가져 주면 오지만 관심을 안 가져주면 안 나오는 소극적인 유형은 관심을 자꾸 가져줘서 당겨줘야 해요. 적극적인데도 잊어버렸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못 나오는 사람은 확인을 한 번 더 해주고요. 이렇게 사람들에게 인연을 맺어줘야 해요. 장사로 말하면 고객관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고객관리가 목적이 아니잖아요. 이 좋은 법을 그 사람이 모르고 놓칠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자기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옆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는 부모가 도와주듯이 우리도 인연을 맺어서 일정하게 수행을 관리를 해줘야 그 사람이 수행자로 정착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정토회에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어떤 인연이 닿아서 오게 됐듯이, 첫째, 그 인연을 맺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오긴 왔는데 중간에 마음이 좀 안 내킬 때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져주니까 혼자서는 쑥스러워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 때 조금만 누가 관심을 가져주면 나오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생각해서 전법을 하면 좋겠어요. 전법팀에서 할 일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모두 웃음)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도 그렇습니다. 입학식이 있는 봄과 가을에만 모으지 말고 365일 꾸준히 모아야 해요. 지금부터 계속 불교대학 문의를 받아서 ‘입학은 언제입니다. 그 전에 법회에 나오세요. 그 전에는 스님 책을 읽어보세요’ 이렇게 안내하고 관리하다가 입학식 날짜가 가까워지면 다시 안내해주고요. 불교대학 입학 공고 내기 전에 절반을 이렇게 모아놓고 나머지 절반을 또 모아야 할 텐데, 여러분들은 내내 내버려뒀다가 불교대학 입학 한 달 전에 급하게 난리를 피우고 SNS 홍보를 하라는 둥 독촉을 해댑니다. 그런 난리가 어쩌다가 한번 정도가 아니라 연례행사예요.(모두 웃음)
학생들이 시험 치는 것과 똑같아요. 월말고사를 치고 후회가 되었다면 시험 끝난 다음날부터 공부를 해야 할 텐데, 시험 치기 전에는 ‘내가 이번 시험만 끝나면 열심히 공부한다’ 다짐해놓고 시험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놀다가 또 시험 일주일 전부터 밤샘 한다 뭐 한다 난리를 피워요.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돼요. 반복되는 걸 윤회라 그래요. 이건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저녁에 술 마시고, 아침에서 후회하고, 저녁 되면 또 마시고, 다음날 또 후회하는 거예요. 한두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한두 번 해보고 ‘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딱 대책을 세워서 대응을 해나가야죠. 전법팀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나중에 저한테 물어보면 평생 해도 남을 일을 알려드릴게요.(모두 웃음)
다른 팀에서 일을 달라면 다 줘버리세요.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그걸 두고 ‘다른 팀에 업무를 다 줘버리면 우리는 할 게 뭐 있냐’라고 하는 것은 전법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떤 게 전법인지 몰라서 그래요. 사회활동팀이 좋아보이면 부서를 바꾸든지요.(모두 웃음)
정토회는 전법이 중심이어야 해요. 전법이 중심이고, 그걸 기초로 해서 사회활동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바깥으로 드러나는 건 사회활동이다 보니까 기초가 되는 전법보다는 사회활동이 정토회의 중심인 양 느껴지는 거예요. 얼굴이 우리 몸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정작 얼굴은 없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어요. 그러나 다른 부위는 다 옷 아래 숨겨져 있고 얼굴만 드러나 있으니까 잘생겼다느니 못생겼다느니 난리잖아요. 다들 그것만 보고 결혼해서 지금 이 고생들인 거예요.(모두 웃음)
얼굴이 아닌 다른 부분을 보면 괜찮은 사람인 줄 금방 알 수 있는데,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 얼굴을 따지느라 자꾸 착각이 생기는 거예요. 관상이 어떻더라, 키가 작더라 하면서 사람 됨됨이나 능력은 안 보잖아요.
질문자는 전법팀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저는 지금 정체성이 분명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전법팀의 업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 사람들이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게 수요법회에 오도록 홍보를 해가는 거예요. 둘째는 불교대학을 다니도록 하는 것이고, 불교대학을 다닌 사람은 경전반에 다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장에 가도록 하는 것, 천일결사에 입재하도록 하는 것, 책을 사보도록 하는 것, 유튜브 동영상을 보도록 하는 것도 다 전법이에요. 다른 팀 업무라고 하면 다 빼서 나눠주세요. 예를 들어 전법의 가짓수가 10개쯤 되는데 그 중 5개가 다른 팀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면 5개의 업무는 다 나눠주고 남는 업무는 다 전법팀 업무인 거예요. 남는 업무가 얼마 안 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전법팀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늘 행사 때만 반짝 하려고 하니까 불교대학 모집 같은 것도 어려운 거예요. 일상적으로 전법을 해야죠.(모두 박수)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좋은 법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면 ‘아이고, 누구도 깨달음의 장에 보내봐야지’ 이런 마음이 들어요 안 들어요?”
“들어요.”
“그런 것처럼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불교대학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소개시켜 주고 싶다’, 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 ‘아이고, 우리 누구도 저 즉문즉설을 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아, 이 좋은 법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말이에요. 우선 주변의 아는 지인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지인이 아니라도 길 가는 사람들이 이걸 많이들 알았으면 좋겠다 싶으면 이걸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이것을 꺼리는 것은 자꾸 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무슨 세력을 늘리거나 돈을 벌려고 이걸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길을 안내하는 건데 꺼릴 이유가 뭐 있어요? 상대가 불법을 모르니까 거부할 수는 있어요. 그러니 거부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거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요. 그러면 전법을 못 해요.
미국의 모르몬교를 보세요. 기독교 국가인 미국 안에서도 이단으로 취급받아 처지가 어려운데도 꿋꿋이 미국 안에 자리를 잡고, 모르몬교가 뭔지도 모르는 한국 같은 곳까지 와서 전교하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둘씩 짝지어서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서투른 한국말 하면서 집집마다 찾아다녀요. 우리보다 100배는 더 효율이 떨어져요. 그런데도 꾸준히 해서 그 사람들이 지역마다 자리 잡은 걸 보세요. 이런 종교들은 교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오직 꾸준히 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남이 보면 턱도 없을 것 같지만, 꾸준히 하면 같은 성향이거나 거기에 감동하는 사람이 생겨요.
그러니 여러분도 법당을 내든, 집에서 법회를 열든, 이런 정도의 마음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혼자서라도 꾸준히 동영상 틀어놓고 법문을 듣는 겁니다. 그런데 옆에 누가 오면 ‘아, 내가 마침 보고 있으니까 같이 듣자’라고 권해서 같이 들으면 됩니다. 처음 개척할 때부터 총무니 부총무니 직함을 붙여가며 부담스럽고 힘들게 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이 법이 너무 좋아서 나 혼자라도 듣고 싶으니까 요일을 정해놓고 듣는 거예요. 그러다 친구나 주변 사람을 만나면 권해 보고요. 내가 어차피 듣는데 다른 사람 하나 더 온다고 뭐가 문제겠어요? 차 한 잔 더 끓여주면 되죠.
‘내가 좋아서 어차피 하는데 한두 명 더 붙는다.’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은 자기는 안 하면서 늘 사람만 긁어모으려고만 해요. 오라고 다 연락해놨는데 막상 아무도 안 오고 자기밖에 없다면 법문 영상도 안 틀고, 사람이 안 온다며 문까지 닫아버려요. 그게 잘못됐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내가 좋아서 내가 보는 게 기본이고, 어차피 내가 하니까 이왕이면 같이 와서 보고 같이 나누자고 권하는 거예요. 어차피 내가 하는데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와서 본다고 부담될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게 해서 남이 오면 좋은 일이고, 안 와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차피 나는 볼 거니까요.
이런 자세로 하면 되는데 여러분들은 이걸 자꾸 ‘일’로 만들어요. 이왕 하는 것이니 열 명, 스무 명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 오면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안 오면 나 혼자 하면 돼요. 그러면 별로 힘이 안 들어요. 그러면 또 ‘스님은 안 해봐서 몰라요’ 하겠죠. 저도 다 해봤어요. (모두 웃음)
답사를 할 때도 ‘이건 답사다. 저기까지 올라가야지. 저기까지 내려가야지. 갔던 곳 또 가야 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일거리가 되지만 운동삼아 하면 괜찮아요. 요즘 봄날이 좋으니 일부러 산꼭대기까지 등산 다니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러니 어차피 운동 삼아 하고, 한 번 더 갔다 오라 해도 운동은 더 하면 좋은 거니까 기분 좋게 갔다 오고, 마음을 이렇게 내야 해요. 농사일도, 봉사도 마찬가지에요. 이렇게 좋은 날 시골에 가서 밭일을 운동삼아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은데 그걸 자꾸 봉사로 생각하고 점수로 계산하려 드니까 ‘바쁜데 가야 한다’라고 부담스럽게 여기게 되잖아요.
일을 놀이삼아 해야 해요. 놀이화 한다고 해서 대강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놀자고 하면 다들 열심히 놀잖아요. 디스코텍에 가보면 죽기 살기로 뜁니다. 일이 아니라 놀이로 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몸이 좀 피곤해도 금방 회복돼요. 저도 즉문즉설이며 이런 활동들을 모두 놀이삼아 하니까 하지, 일로 생각했다면 벌써 과로사했어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놀이삼아 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힘이 불쑥불쑥 다시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속이 시원해요?”라고 묻자 모두 큰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저를 따라 산책하며 재미있게 걷겠습니다.”라고 하자 대중들도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이곳 선유동계곡은 상류 용추계곡으로 이어지고 고개를 넘으면 충청북도의 화양동계곡과 선유동계곡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중간에 벚꽃잎이 가득 내려 앉아 바위를 뒤덮은 곳이 나타나자 스님은 “아따, 좋다! 꽃잎을 고이 즈려밟고 오소서”라며 시구절을 읊어주기도 해 대중들 모두 “너무 이뻐요” 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제6곡 탁정대를 지나고 제3곡 관란암을 지났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예쁘게 심어 놓은 모습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선유동촌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용추계곡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오래된 고목이 떡 하니 지키고 있는 제2곡 영사석에서는 10분 간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시간 동안 너른 바위 위에서 지부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자유시간 동안 계곡에 발을 담그는 사람, 삼삼오오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 바위에 누워 햇살을 느껴보는 사람 등 모두들 오랜만에 봄을 만끽해 봅니다.
▲ 지역별 기념 사진 촬영
큰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경치가 나타나자 스님은 “정토수련원 근방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몰랐죠? 정토수련원이 있는 곳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에요”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대중들은 “네~” 하고 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 대야교를 지나 고선사에서 활짝 핀 왕벚꽃을 뒤로 한 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님은 “매일 아침마다 108배를 안 하나봐? 힘들어하는 걸 보니...” 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후미의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대중이 “스님께서 어릴 때 잃어버린 걸 찾아왔다”며 구슬을 스님에게 건넸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잃어버린 건 한 단지인데, 하나만 찾아왔네” 라고 대답해 또한번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오늘 봄나들이를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 말씀을 해주면서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스님을 좋아하면 과로사 한다는데, 모두 다 공감해요? 제가 좀 심하게 노는가 봐요.(웃음)
▲ 회향식
지난 봄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격려를 보냅니다. 이제 5월에는 초파일 행사 잘 준비해 주시고요. 초파일 때는 늘 손님 대접하느라 바쁘기만 한데, 그러지 말고 올해는 활동가들끼리 친목도 도모를 할 수 있도록 너무 행사 위주로만 하지 말았으면 해요. 여름에는 명상수련과 동북아 역사대장정이 있고, 하반기에는 해외 순회 강연이 있어요. 지금 남북 관계가 많이 안 좋은데, 남북 관계를 잘 풀어서 국제 관계도 좋게 하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통일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죠? 그러려면 첫째, 개인 수행을 잘해야 합니다. 둘째, 그렇게 수행한 힘으로 정토 세상을 만들어가는 정토행자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회향식을 모두 끝내고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모둠장들과 자원활동가들은 오늘 스님으로부터 듬뿍 기운을 받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몇몇 대중들에게 오늘 봄나들이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매일 같이 법을 설해주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봉사자들도 세심히 챙겨주는 스님의 따뜻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둠장과 활동가들의 봄나들이를 모두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 수성대학교 성요섭관 대강당에서는 저녁 7시부터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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