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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부산MBC 삼주아트홀에서 부산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니 더 강한 빗줄기와 바람까지 동반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은 내심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봉사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연장 주변의 영산홍과 철쭉은 봄의 절정을 향해 그 예쁜 빛을 한껏 뽐내며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었구요.
아직 강연 시작하기도 전인 9시부터 강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단비와 같은 법문을 들으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구름같이 몰려오는 청중들로 인해, 강연장은 이미 좌석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소개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900여 명의 청중들은 가뭄에 단비를 반기는 듯 환호와 박수로 스님을 맞이합니다.
스님은 비가 오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날씨 이야기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봄비가 오니까 좋지요?”
“예.”
“이렇게 봄비가 오는 날은 뭐하면 제일 좋을까요? 여러분들은 커피집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것이 좋죠? 저는 아니에요. 봄비가 올 때는 고추모종이든 배추모종이든 모종을 내는 게 제일 좋아요. 저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가 오기에 ‘야, 오늘은 모종을 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번 봄에는 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심었는데, 어떤 데는 소복소복 나고, 어떤 데는 듬성듬성 났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걸 전부 고르게 했어요. 아직 모종이 작으니까 소복소복 난 데서 모종을 뽑아서 볼펜 같은 걸로 땅에 구멍을 뚫어서 아까 뽑은 걸 쏙쏙 집어넣었어요. 비오는 날은 모종을 아무렇게나 심어놓아도 잘 살거든요. 그런 생각 안 해 봤죠?(모두 웃음)
이렇게 사람은 다 다릅니다. 저처럼 농사짓는 사람은 비오는 날에는 모종을 내고, 맑은 날에는 비료를 칩니다. 그런데 농사를 잘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은 ‘오늘 모종 내려했는데 날이 맑다’고 불평하고, ‘비료 치려는데 비가 온다’고 불평합니다. 그렇게 날씨 탓하면서 농사 못 지어먹겠다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 모종 낼 준비도 해 놓고, 비료 칠 준비도 해 놨다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비가 오면 모종을 내고, 맑으면 비료를 칩니다. ‘비야, 오려면 와라. 맑으려면 맑아라’ 하는 식으로 날씨가 어떻더라도 좋습니다. 비도 가끔 와야 농사가 잘 되고, 또 맑기도 해야 농사가 잘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내 입맛에 딱 맞게 되진 않습니다. 그저 나는 형편대로 준비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똑같이 촌에 살면서도 한 사람은 신경질 내면서 살고, 한 사람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살게 되는 겁니다.
우리 인생살이도 똑같아요. 여러분들은 늘 ‘남편이 이래서 문제다’, ‘시어머니가 저래서 문제다’, ‘애가 이래서 문제다’, ‘회사가 저래서 문제다’라고 하지요. 좀 있다가 질문자들 하는 얘기 들어보세요. 다 그런 얘기일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면 어떨까요. 인생의 행복은 재물을 많이 모으고, 출세를 하고, 인기가 높다고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왜 출가를 하셨겠어요? 그냥 왕자로서 사셨겠지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출가를 하셔서 이 길을 발견하신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님이 꼭 돼야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머리 깎는다고 해탈할 수 있을까요? 그럼 이발소만 다녀오면 누구나 다 해탈할 수 있게요?(모두 웃음)
승복을 입는다고 해탈할 수 있을까요? 그럼 옷만 맞춰 입으면 되잖아요. 이런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고기를 먹든 안 먹든, 이런 거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고기를 먹고 안 먹는 건 그냥 그 사람의 식성일 뿐이에요. 결혼을 하고, 안 하는 건 각자 선택한 생활방식일 뿐입니다. 그런 것과 관계없이 ‘이치를 알아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도 그런 대화를 나눠보고자 하는 겁니다.”
스님의 여는 이야기에 벌써부터 청중들은 마음이 활짝 열린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편안한 가운데 문답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질문자들의 질문지를 스님이 제비뽑기 통에서 뽑으면, 뽑힌 질문자의 물음에 스님이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총 5명이 질문을 했는데 모두들 기나긴 문답 끝에 결국 활짝 웃었습니다.
스님의 답변 덕분에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었다는 질문자들에게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후 1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데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주눅이 들 때가 많다며 어떤 마음을 가지며 살아야 하는지 묻는 일본인 여성분, 부산에서 이변에 가까운 총선 결과가 나온 것과 현재 안철수 의원과 그가 속한 국민의당에 대해 묻는 분, 뇌졸중으로 십년간 몸져 누워 계신 어머니의 문제로 누나와 갈등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묻는 분,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신랑에게 과도한 집착을 하는 것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결혼 2년차 주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5명의 각양각색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은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유쾌, 상쾌, 통쾌한 한마당이었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때로는 박장대소를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거나 안타까운 탄성을 내며, 질문자와 한마음이 되어 스님의 법문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질문자에게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여러분,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습니다. 청중들도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로비에선 스님의 새 책 ‘행복’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사인회를 마친 후 오늘 강연을 주관한 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과 해운대법당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궂은 날씨에 내심 긴장을 놓지 않던 봉사자들은 성황리에 끝난 강연을 자축하며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강연장을 나서는 청중들은 세차게 몰아치던 비가 거짓말같이 갠 것처럼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정토회 해외지부 소속 하일숙님의 아버님이 오늘 아침 6시에 돌아가셔서 부산에 있는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을 하고 대중과 함께 염불을 한 후 여수로 출발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여수 시민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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