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4.19 (오전) 충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은 충주 문화회관에서 충주 시민들 7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충주 문화회관 주위에는 아침부터 나무들이 연푸른 잎들을 드러내며 싱그러운 아침을 열어 주었습니다. 충주와 근접해 있는 제천, 음성, 청주 등 정토회 대전충청지부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새벽부터 도착해 강연을 준비했고, 강연장을 찾는 한 분 한 분을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의 충주 시민들은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스님은 봄소식을 전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날씨 좋지요? 바람이 좀 심하게 불긴 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고운 봄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4월과 10월의 날씨는 전 세계 어느 나라의 날씨보다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좋은 봄날,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지나 행복해지는 것을 날씨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그래서 행복하면 ‘내 인생에도 봄날이 왔다’고 말하고, 불행하면 ‘봄은 왔으되 아직 내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고 말하잖아요. 여러분들 마음에는 지금 봄이 왔습니까?”

 

“네.” 

 

“다행입니다. 그러나 아직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은 분들, 아직 한겨울을 사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봄날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을 하실 것 같은데요. 오늘 강의는 특정 종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불교 얘기를 하려면 굳이 이런 강당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불교 얘기를 하려면 저는 절에서 하는 게 유리하거든요. 절에서 불교 얘기를 하면 저는 법상에 떠억 하니 앉아서 하고, 대중들은 마룻바닥에 앉아서 들어야 되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이 사는 세속으로 오니까, 여러분들이 유리하지요? 여러분들은 의자에 앉아서 편히 등을 기대고 듣고, 저는 이렇게 서서 얘기를 하니까요. 그래서 스님들은 이 세속에 안 나오는 게 좋은데... (모두 웃음) 

 


 

그러나 제가 산다는 것 자체가 다 여러분들 덕분이니까 은혜도 갚을 겸 여러분과 대화도 할 겸 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자, 살면서 여러분들이 겪는 인생문제에 대해서 저와 함께 대화를 해 보시지요.” 

 

대중들은 2시간 동안 선 채로 열정적인 강연을 해 줄 스님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2시간 동안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중 두 번째 질문자는 얼마 전 치뤄진 총선을 언급하면서 총선 이후 당선자나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면 좋겠는지 스님에게 한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그 질문이 진짜 본인의 고민인지 되물으면서 시작부터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선거를 치른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니면 사전에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국민들이 전과 달리 정치 뉴스에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 당선된 이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각각 어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지 스님께서 당부의 말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이롭고 안락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있는 자세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신다면,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저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진짜 질문자의 고민이에요? 혹시 기자예요?”

 

“기자를 한 번 한 적은 있었습니다.”(모두 웃음)

 

“방금 질문자의 질문은 꼭 기자가 질문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지 마시고, 선거 관련해서 지금 본인이 뭐가 궁금한지를 말해 보세요. 당선자가 나한테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제가 할 얘기가 있겠지만 질문자는 당선자가 아니잖아요. 혹시 청중 중에 이번 선거의 당선자가 있으면 손을 한 번 들어보세요. 한 명도 없네요.(모두 웃음) 

 


 

저는 여기 있지도 않은 당선자를 위해서 얘기할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청중들을 위해서나 질문자를 위해서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진짜 궁금한 걸 얘기해 보세요.” 

 

“제가 만약 스님의 위치에서 그런 말을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무척 영광일 텐데, 지금의 제가 그런 말을 한들 아무도 귀담아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스님께 청했던 겁니다.”  

 

“질문자는 저더러 막연히 좋은 소리를 해 달라고 하는데, 그런 건 제가 안 해도 매일 TV에 나옵니다. 질문자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진짜 궁금했던 게 뭐예요?”

 

“……”

 

“별로 없나 보네요.”(모두 웃음) 

 

“저는 직원 170명 규모의 중소기업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생산관리도 하고, 산업안전도 맡고, 회계도 맡는 등 이것저것 다하고 있어요. 딱 부러지게 고민을 말하자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미래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정치를 잘 해주셔야 우리 회사도 잘 돌아가고, 그래야 저도 구조조정 안 당하고 오래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어떤 정책으로 인해서 8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을 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질문을 드렸던 것입니다.” 

 

“질문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제가 왜 자꾸 질문자가 진짜 궁금한 걸 얘기하라고 하느냐 하면, 오늘 이 자리는 공중에 붕 뜬 얘기, 막연한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문즉설이라는 것은 진짜 궁금한 얘기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자리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그런 얘기를 안 하니까 제가 오히려 질문을 해 볼게요. 질문자는 지금 제 얘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자기 생각을 스님이 대신 말해 주기를 원하는 거예요? 제 생각에는 지금 질문자는 자기가 원하는 말을 스님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앞에서 좀 해달라는 것 같아요. 질문자는 지금 본인이 저한테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지요?” 

 

“예, 그렇습니다.”(모두 웃음)

 

 


 

“그러면서 스님한테 여기까지 온 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좀 깨우쳐달라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질문자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는 걸 아셔야 해요.(모두 웃음) 늘 ‘국민의 뜻’ 어쩌고 하지만 국민의 뜻과 아무 관계없이 자기 생각만 얘기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문제가 되는 것과 같아요. 자, 시간을 5분 줄 테니까 ‘정치인들은 이랬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질문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번 해 보세요. 질문자가 나중에 충주 시의원으로 출마할 수도 있으니까요.”

 

“후회가 엄청 밀려듭니다만, 간단히 한 말씀만 드리고 다음 분께 빨리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모두 다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모두 웃음) 

 

“여러분이 봤을 때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나라나 국민을 위해서, 공공성을 위해서 내가 가진 재능을 좀 써봐야 되겠다’하는 사람들이 많나요? 아니면 ‘줄을 잘 서거나 눈치를 잘 봐서 출세 좀 해 보겠다’하는 사람이 많나요? 제 생각에는 후자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정치가 잘 될 수 없는 거에요. 

 

예를 들어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 봤을 때 ‘쟤는 개인적 이익보다는 항상 공동체, 즉 가족이면 가족, 학급이면 학급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거나 헌신하려고 노력한다’라고 평가받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래서 부모조차도 ‘이 바보야, 너는 왜 그러니?’ 하고 야단치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공무원을 해야 돼요. 

 

또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부터 누가 아프다고 하면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의사가 되나요?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되잖아요. 아이가 조금만 공부를 잘 하면 부모는 ‘너는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되어라’ 라고 하잖아요. 돈을 많이 벌려고 의사가 되었으니 실제로도 돈을 많이 벌어야 되잖아요. 부모들도 기대를 걸고 있고, 특히 거기에 맞춰서 결혼을 했으니까 부인도 기대를 걸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환자가 적으면 돈이 안 벌리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다 보면 과잉진료를 하게 되거든요. 

 

또 예를 들어서,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부터 억울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문과에서 공부 좀 잘 하면 법대 가라고 하지요? 그 말에는 ‘변호사 되면 돈 많이 번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대법관을 했거나 고등법원 원장을 했거나 검찰총장을 지내면 퇴직 후에 다 최대 규모의 법무법인에 들어가잖아요. 거기 들어가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기 보다는 탈세하다가 걸린 재벌기업을 도와서 벌금을 깎든지, 무효로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세금으로 낼 돈을 자기네 수임료로 몇십억 원씩 받아갑니다. 그건 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이익을 취하는 거잖아요. 변호사는 주로 그런 일을 해야 돈을 벌지, 억울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호해 주다가는 밥 벌어먹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또 예를 들어서, 공심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지 않고 의사협회 회장이나 간호사협회 회장, 또는 전국 단위 노동단체의 대표처럼 무슨 ‘장’이 되고 나면 그 다음 단계가 ‘국회의원’이잖아요. 지금 시스템이 이렇습니다. 정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어릴 때부터 공심이 있어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며 살다가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뭅니다. 

 

여러분들이 투표할 때도 ‘공심이 얼마나 있느냐’가 투표의 기준이 아니잖아요. 여러분들 중에는 본인은 고등학교도 안 나왔으면서 누가 하버드대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찍어주는 분이 계실 겁니다. 또 본인은 여자이면서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해?’라고 하면서 남자 찍어주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투표의 기준이 ‘우리의 의사를 얼마나 잘 반영해 줄 수 있는 사람이냐’ 하는 것이 아니고, ‘당에서 지명을 받은 사람이냐, 공천을 받은 사람이냐’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경상도도 무조건 특정 정당, 전라도도 무조건 특정 정당을 찍는데 후보자들이 국민의 의사를 헤아릴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이런 걸 보면 북한과 똑같아요. 북한에서도 투표를 하긴 하지만 당에서 지명한 한 명에 대해서 찬반 투표만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투표를 하기 전에 이미 누가 당선될 것인지 결정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경상도와 전라도도 마찬가지였잖아요. 이번에 비로소 바뀌기 시작했지만, 그 동안에는 특정 정당에서 공천 받은 사람이 당선되리라는 것, 나머지 후보들은 해 봐야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후보자들이 자기를 공천해주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왜 국민들을 쳐다보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충청도는 멍청도라는 놀림을 좀 받았는데, 제가 볼 때는 가장 영리한 곳이 충청도민입니다. 한 번은 1번 찍고, 한 번은 2번 찍어서 그동안 실속을 좀 챙기는 편이었잖아요. 경상도와 전라도는 이미 패가 딱 갈려져 있으니까, 대통령이 되려면 왔다갔다 하는 충청도 민심을 잡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충청도가 실제 투자를 많이 받았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경상도와 전라도에 갈 때마다 여러번 ‘충청도를 좀 본받으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좀 섞이는 결과가 나왔어요.(모두 웃음)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고, 제2조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실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하느님의 계시인지, 국민들의 각성인지, 지역주의에서 많이 벗어난 투표를 함으로 해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봤을 때는 이것도 며칠 지나면 또 전과 같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본 자질이 그렇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제가 당선자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 봤자 그 사람들이 제 말을 듣겠어요? 당선자 본인이 저한테 직접 질문을 해서 제가 그에 대한 얘기를 해줘도 그가 안 들을 판에, 질문자가 저한테 질문을 해서 제가 얘기해 주는 걸 그 사람들이 듣겠느냐고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저더러 하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하겠어요? 제 입만 아프게.(모두 웃음) 

 

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국민, 즉 충청도민들에게 당부하는 얘기를 해 볼게요. 후보자들은 선거기간에만 와서 우리한테 ‘한 표 부탁합니다’ 하고 절을 하지, 선거 끝나면 절대 절  안 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시의원, 시장, 국회의원들한테 가서 절할 일 밖에 없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4년 중에 선거 기간인 보름 동안만 유효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첫째, 보름이 아니라 365일 ‘우리가 주권자다’ 하는 각성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가 월급 주고 우리를 대신해서 일하라고 위임한 사람들이지, 주인들이 아닙니다. 만약 그들이 주인이라면 대한민국은 북한과 똑같고, 왕조시대와 똑같은 겁니다. 왕조시대에는 모든 권한이 왕한테 있었고, 당시 백성들은 신민(臣民), 즉 왕의 신하였습니다. 그래서 왕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이 되었잖아요. 왕이 주인인 나라에서 백성이 주인인 나라로 바뀐 거예요. 우리가 이걸 각성해서 그에 맞게 투표를 해야 합니다. 

 

둘째, 투표를 할 때 ‘저 사람 괜찮다. 공심이 있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제가 조언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그 사람 찍을 거잖아요. 또 ‘그만큼은 안 되지만 딴 사람보다는 그래도 낫다’ 싶은 사람이 있어도 여러분은 그 사람 찍으러 가겠지요. 그런데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다 신통치 않다. 다 꼴 보기 싫다’ 싶을 때는 기권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기권이 문제입니다. 이럴 때는 ‘둘 다 나쁜데 누가 더 나쁘냐’를 봐서 ‘저건 정말 아니다’ 하면 이것도 아니지만 저걸 막기 위해서 이쪽을 찍어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손해를 좀 덜 보거나 나라가 좀 덜 거덜 납니다. 이걸 주권자인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둘 다 꼴 보기 싫다’고 투표를 안 해 버리면 ‘최악’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독재를 하려면 국민들이 정치에 신물이 나도록 만들어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투표를 안 하러 가거든요. 그래서 국민 10명 중에 절반만 투표하러 가게 되면 셋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첫 번째, 조직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열 명을 다 조직은 못 하지만 한 명은 조직할 수 있잖아요. 두 번째, 언론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선전, 선동을 해대면 열 명이 다 속지는 않지만 한 명은 속을 수 있거든요. 세 번째, 돈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열 명을 다 돈으로 매수할 순 없지만 한 명은 매수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직, 언론, 돈’을 가진 사람은 벌써 열 명 중에 세 명을 확보 했잖아요. 그러니까 투표율이 60%이고 승률이 50%라면, 열 명 중에 세 명만 잡으면 항상 당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민이 정치혐오를 하면 할수록, 그래서 투표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조직, 언론, 돈’을 가진 사람이 당선되는 일은 계속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전에도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혐오감을 줬으니까 국민들이 기분 나빠서 투표하러 많이 안 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투표율이 더 높아졌지요. 그리고 국민들이 진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배제하고 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선택하는, 진짜 현명한 선택을 해서 선거문화가 조금 나아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첫째, 집권층이 이번엔 반성을 많이 해야 합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그렇게 횡포를 피워서는 안 되는구나’, ‘교만하면 재앙이 따르는구나’ 하는 걸 집권층이 알아야 합니다. 둘째, 야당도 국민들이 자기들을 진짜 지지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최악을 피하려고 차악을 선택한 것이지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셋째, 이번에 가장 성공한 당이 ‘국민의당’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1번, 2번이 다 싫어서 3번을 찍었을 뿐이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사실이 이렇다는 걸 우리나라 정당들이 알게 되면 나라가 좀 잘 될 텐데, 제가 볼 때는 정당들이 이런 사실을 알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중석에서도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정치인들도 스님이 이야기해 준 이런 민심을 잘 알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 외에도 아들이 고2 중퇴를 하고 도박에 빠져 돈을 탕진하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묻는 분,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교사 분, 남편의 말투가 거칠고 막말을 자주해서 고민이라는 분, 아들이 술을 먹고 나면 난폭해지고 이 문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기도 해서 그 사이에서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는 분 등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읜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스님과 질문자가 오고가는 대화 속에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되어 듣는 분들 모두 즐거워했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님이 들려준 지혜에 큰 박수가 연이어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건강하든 장애가 있든, 종교가 뭐든, 자랄 때 어떤 경험을 했든, 예를 들어 성추행을 당했든 가난하게 자랐든,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제 말에 동의하세요?”

 

“예.”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핑계를 대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릴 때 가난했기 때문에’, ‘나는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대면서 ‘나는 이래서 행복하지 못하다’ 라고 자신의 불행을 합리화하기 때문에 불행한 거예요. 불행이 그렇게 좋아요? 얼마나 좋으면 불행을 붙들고 안 놓는 거예요?(모두 웃음)

 


 

남편이 화를 내든 술주정을 하든 그건 남편의 문제이고, 그런 남편하고 살면서도 나는 행복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것만 바뀌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 텐데’라고 조건을 붙이는 조건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그러면 영원히 경계에 끌려 다니며 불행하게 살아야 해요. 

 

여러분들은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해야 되는 겁니다. ‘결혼 했으니까 행복하다’, ‘자식이 있으니 행복하다’, ‘늙어서 취직할 일 없으니 행복하다’, ‘혼자 살아서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행복하세요. 주어진 조건은 행과 불행의 기준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그것을 행복한 쪽으로 생각하는 걸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부정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가능하면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해보세요. 

 

대학생들은 지금 공부하기 힘들지요? 그런데 밥만 먹고 공부만 해도 되는 시절은 지금밖에는 없어요. 그래서 나중에 취직해서 지금을 돌아보면 ‘대학시절이 좋았다’ 라고 할 거예요. 처녀, 총각 때는 결혼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결혼해서 살다보면 ‘처녀, 총각 때가 참 좋았다’ 라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인생은 항상 좋은 거예요. 그런데 늘 당시에는 죽겠다고 하고 지나놓고 나서야 그 때가 좋은 줄을 알게 된다는 것이 문제죠. 

 


 

그러니 여러분들도 지금이 행복한 줄 아세요. 이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체중생 개유성불(一切衆生 皆有佛性)’ 입니다. 즉 모든 중생은 다 부처될 소질이 있고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구슬처럼 생긴 걸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해탈, 열반을 성취할 수 있고,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 투표권을 잘 행사했던 것처럼 그렇게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행복할 권리를 잘 행사하셔서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투표권에 대한 얘기에서 시작해 행복할 권리에 대한 얘기까지 감로의 법을 설해준 스님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로비에서는 스님 책 싸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책을 가슴에 안고 줄을 서 있었는데 모두들 얼굴 표정이 아주 가벼워 보였습니다. 

 


 

특히 질문을 했던 분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어보니 한 분은 “관점을 잡아 주셔서 많이 편해졌고 앞으로 수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으며, 다른 한 분은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 표정이 봄꽃보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사진 촬영 후 스님은 곧바로 이동을 했는데, 스님이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봉사자들은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목포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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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

혼자 동양인이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실력도 최상급으로 갖추어야 하고, 언어도 항상 연습해야 하고, 외모도 최고로 갖추어야 하고, 악기도 최고로 가져야 하고, 사회성 기술도 최고로 밸런스를 잘 맞추고 등등그냥 고행길이라고 보면 됩니다. 본인은 이제 그 나라 최고에 입단이 되어 목표를 완성했으니까 여기서 평생 살아 남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힘든 가 본데, 안주하려만 하지 말고, 세상은 변하니까요, 지금까지 계속 움직여 온 것처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실력이 좋다면 악장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어요? 맨날 뒤에만 앉지 말고.

2016-04-25 03:47:08

kimi

스님, 저는 외국 오케스트라에서 혼자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생 일해야할 직장이예요. 헌데 직장내에서 성격이 잘 안맞는 동료들과의 문제로 힘듭니다. 신입일때엔 잘 어울려 지내던 동료들인데 언제부터인가 그 그룹과 가치관이 틀리다는걸 알게된 뒤에는 그사람글이 하는 말들과 행동들이 너무 싫습니다. 실력은 그저 그렇지만 인맥과 아첨으로 자신들의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이예요. 그리고 항상 직장내 힘없는 동료들의 흉을 심하게 합니다. 저는 내내 중도를 지키다 점점 힘들어져서 그사람들이 저와 같이 밥을 함께 먹자는것도 꺼려하게됬어요. 하지만 때론 잘 나가는 그 사람들을 속으로 시기하게 되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실력은 내가 더 좋은데 하면서요.. 그러니 불만이 쌓이고 출근하는 발걸음도 무겁고요, 특히 제 표정이 나날이 굳어갑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만 생각하자 하고 동료들과 거리를 두니 지금은 너무 멀어저버린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동료들이 저를 너무 코만 높은 까칠한 사람으로 보는것같아 괴로워요.. 이 직장에 들어오기전 다른 직장에선 그곳 동료들에게 항상 예쁨을 한무더기 받았었는데, 현재 이 나라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직업상 평생 같이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고 또 같이 여행해야하는데 지금 전 아찔합니다. 지금 이 오케스트라에 들어온지 3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 괴로움이 지속됨 어찌해야 하나.. 많은 책들과 스님 글을 읽으면 분명 제게 잘못이 있다는것은 알겠는데 어떤 제모습을 고쳐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스님, 도와주세요 ㅠㅡㅜ

2016-04-23 00:27:16

조윤희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말씀 잘 듣고있습니다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2016-04-22 1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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