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겨우내 언 땅을 갈아 엎고, 여러 해 묵은 발효된 똥을 퍼서 텃밭에 뿌린 후 씨감자를 심고 봄농사를 위한 텃밭 정비를 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천일기도 200일째 정진을 마친 후 서울에서 밤새 차를 타고 내려와 새벽 4시 30분 울산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인 후 곧바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스님은 올해 봄에 씨감자를 북한에 보내서 식량 증산을 도모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씨감자를 북한에 보낼 수 없게 되어 국내에서 먼저 실험 재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두북수련원과 문 수련원에서 실험 재배를 하기로 했지만, 스님은 “텃밭에서 얼마라도 직접 재배해봐야 하는데, 오늘이 아니면 감자를 심을 시간이 없다” 하며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나와 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작년 겨울 뒷뜰에 묻어 둔 장독대에서 김장 김치를 꺼내 통에 담았습니다. 한 줄기 집어서 맛을 보니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작년 겨울 땅속 장독대에서 묵힌 김장 김치
그런데 묻을 때 날씨가 따뜻하더니 공기가 들어간 채로 겨울을 나서 그런지 약간 시큼한 맛이 있긴 했습니다. 이 배추와 무는 작년 가을에 스님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입니다. 작년에 수확이 쏠쏠 했기 때문에 올해도 스님은 배추를 여러 포기 심을 작정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작년 가을에 고소를 꺾어 말린 것을 마당에 가지고 나와 고소 씨앗을 훑어 내었습니다. 텃밭에 다시 심기 위해 우수수 떨어진 씨앗을 잘 긁어모아 두었습니다.
▲ 고소 씨앗 털기
작년에 고소를 심었던 곳에는 겨울 동안 얼지 않도록 부직포를 덮어 두었는데, 부직포를 걷어 내자 푸릇푸릇한 잎들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스님은 푸른 잎들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서 그런지 고소의 향이 아주 강했습니다. 스님은 “새로 씨앗을 심어서 키우는 것보다 얼지 않도록 살려 두었다가 그것을 다시 키우면 봄에 훨씬 빨리 먹을 수 있다”고 하면서 유난히 푸른 몇 개의 잎을 따서 점심 때 먹을 수 있게 씻었습니다.
▲ 고소밭 잡초 제거
그런데 고소밭에 잡초가 많이 섞여 자라고 있었습니다. 고소와 잡초가 잎모양이 비슷해서 분간이 잘 되지가 않았는데 스님은 용케도 잡초를 쑥쑥 뽑아내었습니다. “잡초 뽑으라고 아무나한테 맡기면 고소도 다 뽑아버린다”면서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잡초를 깨끗이 뽑아낸 후 꽃샘추위에 얼지 않도록 남은 비닐을 재활용해서 살포시 덮었습니다. 며칠 후 다시 오면 새순이 많이 돋아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텃밭 한쪽에는 메마른 가지에 복숭아꽃이 분홍색 새순을 활짝 드러냈습니다. 스님은 “아이고, 이거 봐라” 하면서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봄이 오는 소식을 자연은 온 몸으로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 복숭아꽃 새순
복숭아꽃 새순이 전해주는 봄소식에 한층 마음도 즐겁고 가벼워졌습니다. 스님은 겨울 동안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국화 화분과 도토리나무 모종 화분을 가져왔습니다. 국화 화분은 이미 새싹이 많이 나와 있었는데 스님이 물을 두어 차례 듬뿍 주자 메마른 흙이 쏴 하고 물을 빨아들이며 새싹이 더 살아나는 모습이었습니다.
▲ 국화, 도토리 화분 물주기
몇 가지 일을 마친 후 이제 본격적으로 감자를 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먼저 화장실에서 몇 년 묵은 발효된 똥을 펐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많은 분들이 차곡차곡 잘 쌓아두었는데, 오늘은 그 결실을 보는 날입니다. 발판으로 쓰는 나무를 걷어내지 못해 삽질을 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요령껏 조금씩 수 차례를 푸니 발효되어 흙 같이 된 똥을 일부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 화장실 똥 퍼서 거름 만들기
화장실에서 푼 똥은 곧바로 텃밭의 거름으로 뿌렸습니다. 똥과 흙을 잘 섞어 텃밭 전체를 한번 갈아 엎은 후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감자를 심으려면 턱이 조금 높아야 한다고 해서 땅을 조금 깊이 팠습니다.
▲ 감자 심을 밭고랑 만들기
땀을 뻘뻘 흘리며 삽질을 한 결과 제법 높이가 있는 밭고랑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심는 감자는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전북 순창에 있는 씨감자 연구소에서 가져온 1세대 씨감자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재배해서 거둔 씨감자의 눈을 칼로 딴 2세대 씨감자입니다. 물론 1세대 씨감자가 병충해도 없고 튼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조건과 방식으로 씨감자를 심어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실험 재배를 해볼 계획입니다.
스님은 씨감자를 올해 북한에 보내어 각 도별로 실험 재배를 해보고, 내년부터는 북한에서 씨감자 생산을 직접 하려고 씨감자연구소 측과 이미 협의를 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보낼 수 없게 되자 많이 아쉬워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선 한국에서라도 먼저 실험 재배를 해 보면 내년에 북한에서 재배할 때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 거름을 한 땅과 안 한 땅, 비닐을 씌운 땅과 그냥 노지, 일반 감자와 씨감자, 추운 문경이나 봉화와 따뜻한 두북, 이렇게 서로 다른 조건과 방식으로 재배해 보면서 그 차이를 알면 내년에 북한 실정에 맞게 어떤 종류를 얼마만큼 지원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실험 재배의 시작을 오늘 텃밭에서 하게 된 것입니다.
▲ 1세대 씨감자. 원래는 반듯했는데 싹이 나서 조금 쭈글해진 모습.
▲ 감자의 눈 주위를 잘라내서 심어야 하는 2세대 씨감자.
땅이 얼지 않고 습기를 유지하도록 비닐 멀칭을 한 후 25cm 간격으로 감자를 하나씩 심었습니다. 쑥쑥 잘 자라길 기원해 봅니다.
▲ 감자 심기
감자 심기를 모두 마치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내친 김에 앞 마당에도 채소를 심기 위해 땅을 갈아 엎었습니다. 작년에 국화를 심었던 자리는 고스란히 남겨 두고, 열심히 땅을 뒤집은 후 마당에 난 잔디와 구분되게 낮은 둔턱을 만들었습니다.
▲ 채소밭 만들기
이곳에는 무엇을 심을지 아직 스님도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뒤뜰에 감자를 심었으니 작년에 뒤뜰에 심었던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깻잎 등을 앞마당에 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당 옆쪽 담벼락 밑에는 원추리가 많이 심어진 길죽한 땅이 있는데, 여기도 새싹이 빨리 돋아 나도록 비닐을 덮어 두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시골에 내려오면 원추리 나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원추리가 심어진 밭
스님은 농사일이 무척 재미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며 삽질 하고, 호미로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했는데도 아주 가볍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봄 농사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텃밭이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을 보며 스님은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밥을 먹고 있는데 마당을 내다보니 저 멀리 나무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앞산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앞산을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산에 나무들 좀 봐라. 울창하지? 내가 어렸을 때는 저 산이 민둥산이었어. 그런데 저렇게 울창해졌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땀흘려 일한 오늘 하루야말로 스님에게는 가장 큰 휴식이 된 것 같습니다. 언젠가 법문에서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농사꾼이었으면 한다”라고 했던 스님의 말씀이 유난히 귓전을 맴도는 하루였습니다.
하루 종일 웃으며 일하던 스님도 저녁이 되자 “아야야!” 하며 결린 어깨와 다리를 어루만졌습니다. 매일 이동하며 강연만 하다가 오랜만에 몸을 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농사일만 하면서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스님의 하루엔 이보다 더 급한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울산 두북을 출발해 서울로 올라가 불교TV(BTN)에 출연해 ‘붓다의 길 깨달음의 길’을 주제로 대담 프로그램 녹화를 한 후 저녁 7시 30분에는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올해 첫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전체댓글 63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