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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전 정토법당에서 대전충청지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초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오후 2시에는 주간부 정회원들을 위해,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부 정회원들을 위해 각각 열렸습니다.
아침 8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대전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대전으로 가는 길에 잠시 청주에 사시는 실상화 보살님 집을 방문했습니다. 실상화 보살님은 청주정토회가 처음 생길 당시부터 물심양면으로 보시와 봉사를 해주어 많은 정토행자들의 모범이 되어주신 분입니다. 지금은 연세가 많으시고 몸이 편찮으셔서 활동을 못하고 계신데, 스님은 오랜 인연을 생각하여 잠시 보살님 집을 방문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 실상화 보살님
오후 1시에 대전 정토법당에 도착하자 신규 정회원들이 퍼포먼스 공연을 준비하느라 곳곳에서 까르륵 웃으며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흡사 잔칫집 같았습니다.
법회 시작 전 스님의 책 사인회가 있다고 공지가 나오자 모두들 ‘행복’ 책을 한두 권씩 가슴에 안고 긴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늘 영상으로만 스님을 뵙다가 가까이서 스님의 얼굴을 보니 너무나 반가운 표정들입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 후 법회가 시작되었고, 대전정토회 대표 소임을 맡고 있는 정경주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스님과 함께 시간을 갖게 되어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고 하면서 “올해는 8차 천일의 마지막 해인 만큼 미진한 우리들이지만 스님이 주시는 기운을 듬뿍 받아 8차 천일의 마무리를 잘하자”는 격려말씀을 해주었습니다.
▲ 정경주 대전정토회 대표님
다음은 대전충청 지부의 강명숙 사무국장님이 성원보고를 해 주었습니다. 대전충청 지부는 산하에 대전정토회, 청주정토회, 천안정토회 3개의 정토회가 있습니다. 정회원 총 400여 명 중 주간반 정회원은 총 198명인데 오늘은 그 중 108명이 참석했고, 문경 공동체 살림팀과 저녁반에서도 10여 명이 함께 자리해 총 13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은 참가자 소개가 청주정토회, 천안정토회, 대전정토회, 문경공동체 순으로 있었습니다. 청주법당에서 온 노보살님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수행자입니다” 라고 소개해 모든 분들이 빵 터졌습니다. 장판 때만 묻히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크거나 작거나 소임을 하나씩 맡고 있었습니다.
신규 정회원들의 재기발랄한 퍼포먼스는 쉼없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청주정토회에서는 두건을 두르고 백세인생 노래를 개사해 부르면서 율동을 했는데 “40대에 통일되면 뭐가 좋냐고 하거든 통일의병 할 일 없다고 전해라”하면서 율동을 잘 하다가 중간에 박자를 놓쳐 순식 간에 관광버스 춤이 되어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천안정토회에서는 “연습할 시간이 없어 지금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습 겸 실전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화끈하게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전정토회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전문가 뺨치는 아주 화려한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서원행자가 될 때가지 쭈욱”이라는 푯말을 펼쳐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어우러진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법륜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설 명절은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충남과 충북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하고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불교는 기존의 종교와는 차원이 다르며 꿈을 깨는 도리를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인생의 고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소위 싹싹 빌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이루면 그게 해결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이게 오늘 날의 종교입니다. 그걸 비유로 말해 볼까요?
강도가 도끼를 들고 나를 따라오는데 아무리 도망을 가도 피해지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막바지에 가서는 ‘하나님,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도와주세요’라고 싹싹 빌었더니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나를 보호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목숨을 바쳐 갚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눈을 딱 뜨니까 방금 전의 상황은 꿈, 악몽이었던 거예요. 눈 뜨기 전에는 분명히 강도가 있었고, 그래서 나는 두려웠고, 그래서 나는 도망을 갔고, 피할 길이 없어서 도움을 요청했고,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도와줬고, 그래서 나는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그분에게 감사했는데, 눈을 뜨고 보니 본래 강도도 없었고, 그래서 두려울 일도 없었고, 도망갈 일도 없었고, 도움을 요청할 일도 없었고, 도움을 받을 일도 없었고, 도움을 줄 사람도 없었고, 감사할 일도 없었던 겁니다.
붓다는 이렇게 깨달아서, 꿈에서 깨서, 모든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방식으로 인생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걸 우리가 열반과 해탈이라고 하지요. 바로 이 열반과 해탈을 향해서 나아가는 자를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거기에는 힘 있는 자도 없고, 빌 일도 없고, 중개자는 더더욱 필요가 없어요. 차원이 다른 거예요. 붓다는 인간과 신, 즉 비는 인간이나 도와준다는 신, 그 모두를 깨우치는 스승입니다. 꿈속에서는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붓다는 그 둘을 다 깨우쳐서 꿈에서 깨도록 하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천인사(天人師)라고 하는 겁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을 때 ‘나는 신과 인간의 모든 굴레로부터 벗어났다. 이것을 고뇌의 최후라 선언하노라’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니 붓다는 신이 아니고, 능력자가 아니고, 우리가 뭘 빌면 들어주는 자가 아닙니다. 붓다는 우리를 깨우쳐주는,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는 안내자이자 위대한 스승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불교가 세속에 물들어서 변질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스승인 붓다는 신으로, 출가수행자는 사제로, 재가수행자는 신자로 변질되어서 붓다의 위대한 가르침인 불교도 종교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날의 불교는 세상의 많은 종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신자가 아니라 수행자로, 사제가 아니라 수행자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설립이 된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복을 비는 신자가 아니라 해탈과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입니다.”
이렇게 정토회 정회원은 수행자임을 강조한 후 스님은 “그럼 재가수행자와 출가수행자 중 누가 도가 높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분이 “재가수행자입니다.” 라고 크게 대답했는데, 그러자 스님이 “대답은 잘하시네요.” 라고 해서 모두가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왜 재가수행자가 더 수행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돈을 만지게 했더니 돈에 집착하면 돈을 못 만지게 하는 출가수행자의 길을 가도록 하고, 돈을 아무리 만져도 돈에 집착하지 않으면 돈을 만져도 되는 재가수행자의 길을 가도록 했으니, 재가수행자는 출가수행자보다 도가 높고 또 그만큼 수행도 더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수행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해야 하고 행복을 양보해서도 안 된다”고 마무리 법문을 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마음껏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3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통일의병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댁에서 종교가 다른 것을 꺼려하고 있어 마음껏 활동을 못하는 점이 불편하다며 해결책을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법당에서 8대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대중들이 정토회에서 왜 천도재를 지내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결혼한지 22년이 되었는데 남편과의 대화에서는 서로 욱하게 되어 대화가 안 된다며 마음 다스리는 법을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욱하는 성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의 시원한 답변에 대중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저는 1남 4녀를 둔 홀시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간지 22년이 됐습니다.”
“잘 선택했네요. 아무도 안 가려고 하니까 질문자가 보살심을 내서 갔네요.”(모두 웃음)
“맞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았고, 남편과의 싸움도 잦았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졌고, 또 정토회를 만난 후로는 자녀들과의 관계도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요놈의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가 아직도 있습니다. 제가 남편이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저도 남편도 다 욱하는 성격이긴 한데 저보다는 남편이 좀 심해서, 남편이 말문이 턱턱 막히게 하는 얘기를 하면 저도 모르게 정색을 하고, 화난 말투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결국 싸우게 되어서 대화가 진도를 못 나갑니다. 그런 게 반복되다 보면 ‘서로 말을 말자. 우리는 얘기만 하면 싸운다’며 서로 핀잔만 주고 대화는 그걸로 종료됩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는 남편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받은 상처, 시어머니에 대한 묵은 감정 등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색을 하며 화난 말투로 얘기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은데, 그래서 참회의 절도 많이 했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잘 안 되고, 도루묵이 됩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다 보면 맥이 빠집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홀어머니에 시누이가 넷이나 되는 집의 외아들에게 시집가서 사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모두 박수)
“제가 고생을 하긴 했어요. 시어머니가 8년간 병원에 계셨거든요. 그래서 그 뒷바라지 하느라고 경제적인 면으로나 정신적인 면으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만큼 고생했으면 됐어요. 계속 거기에 붙어서 살 이유가 뭐 있어요? 그만 살아요.(모두 웃음) 그러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에요. 인생이라는 게 길거리에 있는 ‘두더지 게임기’와 같아요. 시어머니 때리면 남편이 툭 튀어 올라오고, 남편을 때리면 시어머니가 튀어 올라오고, 시누이 때리면 자식이 튀어 올라오고, 이렇게 끝이 안 나요. 그러니까 그 정도 살아줬으면 됐어요. 그 정도면 복 많이 지었어요. 그러니 ‘여보,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내가 이 정도 해 줬으면 당신 혼자 살 수 있잖아요. 그러니 혼자서 웃고 사세요. 나는 갈래요’ 이러고 정토회로 오세요."(모두 웃음)
“저는 가볍게 얘기한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순간적으로 정색을 하면서 퉁명스런 말투로 말을 하나 봐요. 그래서 아이들도 ‘엄마, 화났어요?’ 그래요. 저는 화난 게 아닌데, 자꾸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질문자의 친정어머니도 그렇게 욱하고 성질을 잘 냈어요?”
“예, 그런데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더 하셨어요.”
“아버지가 그랬어도 친정어머니한테 반사가 되어서 자기가 받은 것이니까, 질문자도 자식한테 물려주고 그렇게 사는 거지요, 뭐. 그건 잘 안 고쳐져요. 못 고쳐요. 어릴 때 형성된 까르마를 고치려면 한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부처님 고행상 보셨지요. 그렇게 바짝 고행을 하든지, 아니면 질문자가 몹쓸 병에 걸려서 수술을 다섯 번이나 하는 등 완전히 죽었다가 살아나면 조금 고쳐져요. 죽을 때쯤 되어서 ‘아이고,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확실히 좀 고쳐집니다. 안 그러면 질문자가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은 길 떠나고, 재산도 다 잃고, 병이 나서 혼자 외로이 죽는 꿈을 꾸고 깨어나면 ‘아, 내가 복에 겨워서 그랬구나’ 이렇게 돌이켜지면서 좀 고쳐지든지 할 거예요.
그러니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만큼 자발적으로 고행을 하든지, 거듭 재앙을 겪든지 해야 고쳐진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자신의 그런 까르마를 변화시키길 간절히 원하면 재앙이 닥칠 겁니다. 재앙이 닥쳐야 질문자의 원이 성취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질문자는 재앙을 자초하고 있어요. 재앙을 받아서 그걸 고치고 살래요? 재앙을 안 받고 그냥 생긴 대로 살래요?”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모두 웃음)
“그렇게 나오는데 까르마가 어떻게 고쳐지겠어요? ‘까짓 거, 이혼을 하든지 죽든지 병에 걸리든지 내가 고치고 말겠다’ 이래야 고쳐지지요. 그러니까 고칠 생각을 하지 마세요. 질문자는 그걸 고치려고 하면 안 고쳐지기 때문에 수행을 하다가 낙담하게 됩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세요. 옛날에는 욱하고 성질이 나면 그 욱하는데 빠져서 남편한테 시비를 했다면, 요즘은 욱하다가도 스스로 ‘너 또 더러운 성질 나온다’ 이렇게 알아차리세요. 그러면 자기가 성질 내놓고 남한테 책임전가 하는 건 안 하는 수준까지는 갈 수 있어요. 그러나 욱하는 건 못 고쳐요. 어릴 때 형성된 건 쉽게 안 고쳐집니다.
그러나 욱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있습니다. 질문자가 욱했을 때 남편이 ‘너 지금 또 화냈다’ 그러면 ‘아이고, 내가 또 그랬지요? 또 내 더러운 성질이 나오네요. 여보, 지적해 줘서 고마워요’ 이러고, 애들이 ‘엄마, 또 화내네?’ 그러면 ‘그래, 네 말이 맞다. 엄마가 또 그랬지?’ 이렇게 탁 받아들이면 질문자가 남편이나 아이들과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내가 언제 화냈어? 나만 냈어? 너는 안 냈어?’ 이러면 안 됩니다. 그건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거예요.
또 하나의 방법은, ‘안녕히 계십시오’ 이러고 출가수행자가 되면 됩니다. 출가하면 욱 할 일이 별로 없거든요. 만약 저도 결혼해서 살았다면 엄청 성질 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옆에서 긁는 사람이 없으니까 발병할 일이 별로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에게 출가수행자가 되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재가수행자가 되려면 긁히고, 긁히고, 긁혀가면서 고쳐나가야 됩니다. 그런데 못 고치면 어떻게 하라고요? 자기가 더러운 성질을 갖고 있는 줄 알고 살면 됩니다. 상대가 뭐라고 하면 ‘미안해요. 내가 또 인상이 굳었지요?’ 이렇게 하면 돼요.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쉽게 안 고쳐지는 걸 고치려고 하면 나중에 자학 증상이 생깁니다.”
“이제는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요. 욱하는 성질을 좀 어떻게 해 보고 싶은데요.”
“잘 안 됩니다. 생긴 대로 사세요. 그런 성질 가지고 그런 집에 시집가서 그 정도 산 것만 해도 장해요. 박수 좀 쳐주세요. (모두 박수)
거기서 더 잘하려고요? 욕심 좀 내지 마세요. 천성이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고 하지요? 질문자가 변하면 질문자가 죽든지, 남편이 죽든지 할 거예요. 누구든 죽으면 재미없잖아요. 성질 더럽게 살더라도 좀 더 사는 게 낫지 않아요? 그러니까 성질대로 사세요. 그렇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 성질을 꼭 고쳐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성질도 더럽고, 재주도 없고, 남편이 바람 피고, 남편도 욱하고, 그런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수행입니다. 그게 진짜 해탈입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그 나이에 성질 고쳐서 신혼으로 돌아가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 (모두 웃음)
쉽게 안 고쳐지는 성질을 고치려고 하면 결국 안 고쳐지는 자신을 미워하게 돼요. 그러니까 ‘이 정도 성질로도 이런 남자 만나서 안 헤어지고 산 것만 해도 잘했다. 홀어머니에 시누이가 넷이나 있는 집에 시집 와서 이혼 안하고 잘 살았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그래, 엄마가 또 화냈다. 미안하다’ 이렇게 인정을 하면 됩니다. ‘나 화 안 났다!’ 이러지 말고요. 내가 화가 안 났더라도 상대가 났다고 그러면 난 거예요. 그냥 그렇게 넘어가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을 하면 첫째, 성질을 안 고치고도 살 수가 있고, 둘째, 그러면 고치기가 오히려 더 쉬워져요. 고치려고 안 했는데도 어느덧 고쳐진다는 말입니다. ‘고쳐야 된다!’고 악쓰는 것보다 그게 더 나아요. 다른 성질은 몰라도 욱하는 건 쉽게 안 고쳐집니다. 그래도 고치겠다면, 스님이 여러 번 처방 내줬지요? 그게 뭐예요?”
“전기충격기요.”(모두 웃음)
“한 번 화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지지는 것을 다섯 번만 하면 고쳐져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고치고 싶어요?”
“성질 잘 다독이며 살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못 고친다는 거예요. 다독일 것도 없어요. 그냥 생긴 대로 살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남편도 성질이 그래서 질문자 말고는 다른 여자한테 갈 수도 없을 거예요. 지금 그 나이에 연한 배 같은 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질문자가 조금씩 자연스럽게 좋아지면 남편도 살기가 좀 편해지잖아요. 그러면 남편이 후원자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질문자가 정토회를 안 간다고 하면 남편은 오히려 겁을 낼 겁니다. 질문자가 정토회 안 가면 또 성질 낼까봐 저절로 후원자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불리한 조건이 한번 뒤집히면 유리한 조건이 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유·불리를 바로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이치를 많이 알다보면 좀 좋다고 들뜨지도 않고, 좀 나쁘다고 가라앉지도 않고, 좋아도 약간 좋지 좋음에 빠지지 않고, 나빠도 거기에 빠져서 울고 그러지 않는다는 겁니다. 눈물이 한번 쓱 스칠 뿐이에요. 그렇게 마음이 점점 고요해지는 쪽으로 가는데, 그 과정에서는 호수처럼 약간 출렁이면서 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열반의 세계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꼭 좋은 걸 좋다, 나쁜 걸 나쁘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좋고 나쁜 게 없다’는 거예요. 겨울에 많이 추우면 농사에 유리한 점도 있다는 거 아세요? 너무 추우면 벌레가 많이 죽으니까 이듬해에 병충해가 적고, 너무 따뜻하면 병충해가 심한 법입니다. 그렇게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질문자의 짜증과 성질에 남편이나 자식들이 이제는 다 적응되어 있는데 갑자기 질문자가 천사로 변하면 다 멘붕에 빠지게 됩니다.(모두 웃음)
그러니 변하려고 하지 말고 성질이 나면 전에는 남한테 책임을 전가했지만 이제는 ‘그래, 내 성질이 더러워서’ 이렇게 받아들이는 정도만 되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자기가 너무 변하면 오히려 가족들이 ‘죽을 때가 다 됐나?’ 하고 걱정해요. 그러니까 안 되는 걸 빨리 되게 하려는 것도 욕심이라는 것을 아셔야 돼요. 욕심으로 수행하면 좌절이 따릅니다.”
“네,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환하게 웃으며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화가 날 때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내 성질을 알아차리는 정도만 되어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수행도 욕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음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질문자에게 스님의 답변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수행자라면 당연히 욱하는 성질을 고쳐야 하는 줄 알았는데,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남탓 하지 말고 내 문제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는 말씀에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하면서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고생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만 고생을 기꺼이 받아들여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대정충청지부 상임법사님인 덕생법사님과 묘광법사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덕생법사님은 “작은 일에 시비분별 하며 목숨 걸지 마세요. 내 꼬라지를 그냥 인정하면서 가면 좋겠습니다” 하고 대중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 대전충청지부 상임법사, 묘광법사님(왼쪽)과 덕생법사님(오른쪽)
이어서 정회원들은 스님에게 새해 인사로 삼배를 한 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가 시작되자 정회원 모두가 함께 준비한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정회원들 모두가 통일의병의 상징인 주황색 나비 문양을 손에 들고 흔들자 법당 뒤편에서는 큰 태극기가 펼쳐졌습니다. 이 태극기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우리 나라 최초의 태극기 모양이라고 합니다. “통일이여 오라!” 라고 하면서 노래가 끝나자 모두들 환호를 하며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 통일 염원 퍼포먼스
마지막으로 지역 정토회 별로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 페이스북으로 정토불교대학 소개하기 실천과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을 때도 “김치”가 아니라 “좋아요” 라고 다들 외쳤습니다.
스님은 집으로 돌아가는 정회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해주었습니다. 스님과의 악수 한 번에 대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습니다. 게다가 법문까지 듬뿍 들어서 그런지 발걸음도 무척 가벼워 보였습니다.
돌아가는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한 분은 “고난을 피하지 말고 탐구하고 연구하라는 말씀이 가장 와 닿았다” 고 했고, 어떤 분은 “신자와 수행자의 차이를 낱낱이 말씀해 주셔서 수행자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크게 내었다” 고 했습니다.
법회 후 스님은 휴식을 취하며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마치니 곧이어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한 법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대전충청지부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한 정초 법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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