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오후 내내 내리던 눈이 저녁이 되자 그쳤습니다. 저녁부터 강원경기동부지부의 정회원들이 하나 둘 분당 정토법당으로 모여들더니 저녁 7시 30분이 되자 120여 명의 정회원들이 법당에 꽉 들어찼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강원경기동부지부 대의원회 의장 소임을 맡고 있는 박기범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 박기범 강원경기동부지부 대의원회 의장
“이제 저희들도 스님의 뒤를 따르는 병아리가 아니라 중닭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앞으로는 병풍이 되어 스님을 막아드리고 때론 손을 잡아드릴 수 있을 정도로 모두들 성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그런 저녁반 정회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큰 박수와 함께 참가자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수원정토회, 용인정토회, 분당정토회, 남양주정토회에서 저녁부 활동을 하고 있는 정회원들 뿐만 아니라 저 멀리 원주, 태백, 춘천에서도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 참가자 소개
모든 참가자들이 각자 소임과 이름 소개를 마치고, 곧이어 수원정토회를 시작으로 축하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수원정토회에서는 산토끼를 개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처음에 산토끼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용인정토회는 ‘버스를 타고’ 노래를 개사해서 퍼포먼스를 펼쳤고, 분당정토회는 격조있는 음악에 맞춘 율동이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거사님들의 어색한 율동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저녁부 정회원들의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감상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았습니다. 자기 얼굴이 나오거나, 우스꽝스런 표정이 나오면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신나게 웃은 후 즉문즉설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먼저 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을 강조하면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 후 정토회가 만들어가고 있는 민의수렴 구조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정토회는 크게 세 곳에서 역할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행정처’가 있어서 정부와 같이 행정 업무를 담당합니다. 둘째, ‘대의원회’가 있어서 국회와 같이 예산심의, 결산, 사업계획 등을 결정합니다. 셋째, 법사단이 있어서 일종의 감사원이나 상원처럼 재검토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렇게 정토회가 운영이 됩니다.
올해가 8차 천일결사 3년째잖아요? 내년 정초기도를 하기 전에 아마 9차 천일결사의 임원을 뽑아야 할 겁니다. 세속으로 말하면 선거이고, 정토회 식으로 말하면 추대식이에요. 추대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비공개적으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대표가 한번 되어보겠다’ 이렇게 스스로 나서면 ‘너는 수행자가 아니야. 욕구도 하나 극복 못 한 게 무슨 수행자야?’ 이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반대로 ‘하라’고 하는 데도 ‘난 안 할래’ 이러면 ‘너는 대승수행자가 아니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러니 정토회에서는 ‘하겠다’ 해도 안 되고, ‘안 하겠다’ 해도 안 됩니다. 중생은 그럴 때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고 하지만 수행자는 ‘하라’ 하면 하고, ‘하지 마라’ 하면 안 하면 되는 겁니다. 마치 물을 세모난 그릇에 부으면 세모 모양이 되고 네모난 그릇에 부으면 네모 모양이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선거는 선거인데 세속처럼 선거운동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뽑는 거예요.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정회원들이고,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정회원 중에서도 서원행자 이상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서원행자들에게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면 됩니다. 선거운동도 없어요. 한 마디로 추대이지요. 과반수가 넘게 득표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고, 과반수 이상 득표한 사람이 없으면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재투표를 합니다. 그러니까 투표를 두 번 하면 반드시 당선자가 나옵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이러면 돼요.
그런데 당선을 거부하면 서원행자 자격이 박탈됩니다. 몸이 아프다거나 해외 이민을 가게 됐다거나 이사를 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 사정을 들어보고 ‘사양할 만하다’ 하면 ‘오케이. 새로 추대를 합시다’ 하면 돼요.
그러니 우리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방식도 좋아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발전시킨 건 좋았지만 하는 방식이 썩 좋은 건 아니었어요. 인권 침해가 많았거든요. 하는 방식은 좋은데 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만 좋을 게 아니라 ‘하는 과정’도 좋아야 됩니다. 우리는 수행자이니까요.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남을 위해서 희생할 게 아니라 우리가 기뻐야 하고, 하는 그 과정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이 좋다는 평가는 거의 검증이 됐지만 하는 과정에서는 아직도 힘들어서 죽겠다며 얼굴을 안 피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일부 종교는 정토회보다 더 일사분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거기에는 ‘죽어서 천당 간다. 나중에 복 받는다’하는 미끼가 걸려있어요. 그런데 정토회는 그런 게 없어요.
▲ 분당정토법당
또 남이 보면 우리는 하는 과정에서 일산분란하게 명령에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몰라도, 우리 내부적으로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추진을 합니다. 결정이 되면 나를 버리고 그냥 수행으로 착 받아들이고요. 우리 개개인은 수행자로서 언제든지 ‘나’를 버릴 준비가 돼있지만 ‘누가 하면 좋겠는지’는 민주적으로 선출합니다. 지도법사가 저 위에서 혜안을 가지고 ‘네가 해라, 네가 해라’ 이렇게 지목하는 게 아닙니다.”
신규 정회원들은 정토회의 민의수렴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스님의 설명을 듣고 이제 분명히 이해가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어서 사회자가 “그동안 활동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나 제안 등에 대해서 마음껏 질문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보시를 하고 봉사를 하는 건 다 하겠는데 아침마다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질문, 무기력하고 의욕상실인 21살 아들을 보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 연세가 70살 되는 보살님께서 깨장을 가고 싶어하시는데 연령 제한에 대한 것을 공론화하고 싶다는 질문, 홈페이지에 실린 교화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는데 석가족의 멸망을 보는 부처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궁금했다는 질문, 열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스님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말씀을 들으니 자기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며 웃으신 보살님, 수행을 하면서 남편과의 부딪힘과 시어머니에 대한 분별심을 보며 이것이 알아차림인지 사로잡힌 건지 헷갈린다고 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의욕상실인 아들에 대해 물었던 두 번째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수행자라면 어떤 자세를 항상 견지해야 하는지 문답 속에서 일깨움을 주었습니다.
“21살짜리 제 아이 때문에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사춘기일 때 크고 작은 갈등을 많이 겪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때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집안 사정상 전학을 오게 됐거든요. 그런데 2학년 올라가면서 친구들과 교류가 전혀 없이 혼자 지냈더라고요. 그때 상담 좀 받아보려고 해도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는 공부를 전혀 안 했습니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게 없다면서 대학을 안 가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작은아버지 회사에 단순생산직으로 6개월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가 ‘20살이 넘었으니까 독립을 하라’며 너무 아이를 다그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3개월간 독립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더니 그동안 회사에서 벌어둔 돈만 쓰고 있었고, 결국 모자라니까 저한테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 사실을 안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지금 힘이 듭니다. 어쨌든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게임만 하는 등 무척 무기력하게 지내요. 의욕상실 같아요. 제가 아이를 위해서 해 줄 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를 보는 게 괴로우면 질문자는 수행이 안 된 거지요. 자기들 밥 먹는데 숟가락 하나 얹어서 같이 먹고, 나갈 때 ‘갈래?’ 해서 따라오면 데리고 나가면 되지요. 아이가 방에서 무슨 행패를 부리는 것도 아니니까 아이가 방에 있으면 그냥 놔두면 되지요.”
“그래도 괴롭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이를 문제삼지 말고 자기 수행을 하세요. 자기가 아무렇지도 않는 게 해탈이니까요.”
“아이 마음에 상처가 있다면 그게 풀릴 때까지 그냥 놔두면 되나요?”
“질문자가 아들 때문에 괴롭다 하니까 질문자는 수행자가 아니지요. 그러면 신자로서 부처님한테 아들을 좀 고쳐달라고 빌어보세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지금 아들이 벌떡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대학도 가고 직장도 가도록 해 달라는 거 아니에요?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요. 질문자 문제는 그래야 풀리는 거 아니에요?”
“아이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것을 좀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괴롭다면서요. 그러니 그것은 자기 문제이지요. 질문자는 아이가 극복했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러니까 ‘부처님, 아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거 아니에요?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계속 그런 식이잖아요.”
“제가 편해지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도 편해질 것 같으니까요.”
“질문자는 부모가 아니에요? 애가 그런 상황인데 부모가 어떻게 편해져요? 애야 죽든지 말든지 자기만 편하면 돼요? 이상하네요. 자기가 수행이 안 되니까 말이 헛 나오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정부 관리들하고 말하는 게 똑같잖아요.(모두 웃음)
‘왜 개성공단에서 갑자기 철수했냐?’고 하니까 할 말이 궁해서 ‘개성공단 자금이 핵 개발하는데 쓰였다’며 증거가 있다고 하고, ‘그럼 그 자금이 핵 개발하는데 쓰였다는 걸 알면서도 그 동안은 왜 가만두었냐?’고 하니까 ‘개성공단이 중요해서 그랬다’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철수시켰느냐고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개성공단 자금이 대량살상 무기를 만드는데 쓰인다는 걸 정부가 알고도 놔뒀다면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하니까 이제 와서는 ‘아니다. 말이 와전됐다’고 하잖아요. 지금 질문자도 마찬가지로 자꾸 엉뚱하게 횡설수설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괴로워한다고 아이가 좋아지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가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죽든, 나는 모르겠다’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애가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는 자기 욕구에 매달리니까 자기만 괴롭지 않느냐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질문자는 자기 욕구대로 안 되는 걸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 아이를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저한테 내가 편해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잖아요. 애가 죽든지 말든지 나만 괜찮은 그런 법이 없느냐고 자기가 금방 물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질문자는 지금 부처님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줘야 된다는 거잖아요. 그래야 질문자의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그런데 일반 신자라면 몰라서 그런다지만 질문자는 자신이 수행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러는 거예요? 아이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좋아요. 그런데 아이가 안 행복하다고 왜 질문자가 괴롭냐는 거예요. 결국은 세상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되니까 괴로운 거잖아요. 그건 중생과 꼭 같은 수준이잖아요. ‘남편이 술 안 먹었으면 좋겠는데 먹어서 괴롭다’, ‘내가 승진하면 좋겠는데 승진이 안 돼서 괴롭다’, 지금 질문자도 그와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그게 다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됐다는 거예요. 내가 뜻한 대로 다 된다는 것이 자재천이잖아요. 그럼 질문자는 마왕의 제자인 거예요.”(모두 웃음)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하는데 제가 자꾸 아이한테 권유하더라고요. 저는 아이한테 ‘자꾸 집에만 있으려고 하지 말고 좀 나가자’, ‘네가 20살이니까 네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말을 자꾸 하고 싶은 거예요.”
“질문자가 생각했을 때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애한테 좋을 것 같으면 하고,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만 애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안 해야 되지요. 그러니까 애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자기 욕구에 매달려 있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아이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에요. 스님이 계속 같은 얘기를 하는 데도 질문자는 계속 자기 얘기만 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아이가 말 안 들어서 괴로운 자기 걱정을 하고 있잖아요. 질문자는 엄마이면서 애가 그런데 자기 걱정만 하고 있으면 되겠어요? 애 걱정을 해야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시댁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신자들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문제를 시댁 식구들한테 얘기하니까 모두 저보고 빨리 하나님께 매달려야 된다는 거예요. 밤새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요. 저도 질문자한테 신자가 되라고 하잖아요. 왜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 수행자가 되었어요? 빨리 교회에 가서 신자가 되어 매달리세요.”(모두 웃음)
“사실 저도 교회를 10년 다녔는데, 잘 안 받아들여져서요.”
“하나님 믿다가 불교 믿으니까 벌 받아서 그래요.”(모두 박장대소)
“그럼 다시 교회로 갈까요?”
“가세요. 제가 말릴 줄 알았어요?(모두 웃음) 질문자와 얘기해 보니까 질문자는 수행자가 아나라 신자예요. 헌법에 신앙은 자유라고 돼있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는 기독교신자가 오든 불교신자가 오든 그것은 상관 안 합니다. 차별도 안 하지만 관여도 안 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수행자 그룹이니까요.”
“제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시댁식구랑 같이 교회를 가야 되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모두 웃음)
“그러면 가면 되지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갈등이 많이 되더라고요.”
“갈등이 생기는 걸 봐서도 질문자는 수행자가 아니에요. 수행자는 교회 가고 싶으면 그냥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교회 가보세요. 질문자가 다시 교회를 다녀서 아이가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효과가 있는 거니까 계속 다니면 되고, 안 좋아지면 다시 오면 되잖아요. 그렇게 다시 돌아오려면 정토회에 정회원 자격은 유지를 하면서 교회를 다녀야 되겠지요.”(모두 웃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요. 한번 해 봐요.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질문자는 지금 당황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지요? 땀을 뻘뻘 흘리네요. 스님이 이러니까 사람들이 스님한테 질문하기 어려워합니다. 질문자가 일단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질문자는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요. 스님이 질문자를 이리저리 흔드니까 지금 딱 걸려서 처음에는 자기가 수행자라고 그러다가 지금은 신자로 완전히 자인해 버렸어요.(모두 웃음)
여기까지만 대화를 나누고 가만히 앉아서 조금 더 생각해 보세요. 마지막에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여기까지만 문답을 한 후 우선 대화를 마쳤습니다. 자꾸 이리저리 흔드니까 질문자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스님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킬 기회를 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즉문즉설이 계속 진행된 후 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은 다시 질문자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그럼 애가 집에 있든지 나가든지 마음 편안할 수 있겠어요?”
“처음부터 편안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더 수행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편안한 게 좋지 않아요? 편안한 상태에서 ‘아이가 우울증인가? 아이가 도대체 왜 저러나?’ 하면서 걱정이 아닌 관찰을 하라는 겁니다. 의사한테 가서 상의도 하고, 아이를 의사한테 데려갈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되겠지요. 연구를 해야 되는데 ‘의사한테 데리고 가겠다’고 욕심을 부리니까 머리가 아픈 거예요. ‘가면 좋고 안 가도 그만이지만 가는 게 나으니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연구를 하세요.
어린애가 걸으려면 처음에는 손도 잡아줘야 되고, 다음에는 손 놓고 서는 연습을 시켜야 하잖아요. 그것처럼 아이를 대할 때도 어린애를 키울 때와 같은 마음으로 연구를 좀 하세요. 이렇게 해 보고 안 되면 저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보고 안 되면 이렇게 해 보면 되는데 괴로울 게 뭐가 있어요? 질문자가 괴로운 건 자기 문제지, 애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두 다리가 없거나 정신질환자가 된다면 이런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사실은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질문자가 자꾸 ‘이게 문제다’라고 시비하면, 그게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걸 깨우쳐 주기 위해서 어떤 일이 벌어져야 됩니까? 아이의 병이 악화돼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저절로 깨닫겠지요. ‘아, 그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그러니까 자꾸 원하는 게 안 돼서 괴로워하면 재앙을 자초하게 되는 거예요.
아이가 집에서 행패 부리며 물건을 때려 부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그만한 게 다행이다. 내가 너를 키울 때 불안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면 다행이다’ 이런 마음을 내면 애한테 화나고 괴로울 일이 없어지지요. 그러나 질문자가 아이를 좀 도와줘야 되니까 연구를 좀 하세요. 밖에 안 나오고 방에 있는 아이들은 보통 3년 정도 걸려야 나옵니다. 엄마가 수행을 해서 편안하면 아이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그게 안 되면 아이는 계속 병원에 들락거려야 합니다.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질문자는 수행자이니까 우선 괴롭지 않아야 됩니다.”
“감사합니다.”
혼란스러워 하던 질문자는 그제서야 다시 수행자로서의 중심이 잡혔는지 스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질문자가 힘들어하는 심정에 공감을 해주면서 그럼에도 수행자로서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함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억지로 안 괴롭다 해도 괴로운 걸 어떻게 해요? 그렇죠?(모두 웃음) 그러니까 괴로운 이치를 살펴야지요. 이치를 알아도 습관이 돼있기 때문에 잘 안 됩니다. 그걸 풀어나가는 게 수행입니다. 급하니까 이 사람 저 사람한테 괴롭다고 아우성치고, 여기저기 빌러 다니면 신자로 전락하는 거지요. 우리에게는 다 신자적 욕구가 있습니다. 통일이 하도 안 되니까 스님도 빌잖아요.(모두 웃음)
그런 신자적 욕구가 있지만 우리는 점점 수행자로 변해가야 합니다. 그리고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이걸 약간 재미있게 생각하세요. 여러분이 머리 기르고, 결혼하고, 직장 다니는데도 여러분에게 수행자의 길을 열어줬다는 건 영광이잖아요?
옛날엔 수행자가 되기 위해서 가족도 버리고, 머리도 깎았는데, 그런 거 상관없이 수행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잖아요. 너무 쉽게 될 수 있어서 제대로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자상한 설명에 대중들도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반복되는 대화 속에서 함께 참석한 정회원들 모두가 수행자는 어떠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정근과 희사로 모든 법회를 끝내고 스님에게 선물을 드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전국을 순회하며 매일 강연을 다니시기 때문에 항상 목이 아픈 경우가 많은데 목에 좋은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스님께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참석한 모든 분들이 스님께 응원 메시지를 한마디씩 적은 롤링페이퍼도 함께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감사 인사를 하면서 선물을 손에 들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스님께 선물 증정
마지막으로 정초를 맞이하여 모두가 다같이 스님을 향해 하트를 보이며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사랑해요!” 활기찬 목소리로 하트를 그리며 인사하자 스님도 하트 표시로 응답을 해주었습니다.
▲ 하트 표시로 스님께 새해 인사를 올리는 정회원들
사홍서원을 끝으로 법회를 마친 후 각 법당 별로 사진 촬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즐거운 웃음꽃을 피우며 수행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다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각 법당 별로 기념사진 촬영
사진 촬영 후에는 새책 ‘행복’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대중들 몇몇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수원법당에서 온 한 분은 “이익을 초월하는 것이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행할 때 항상 그 말씀을 생각하면서 정진하려고 한다” 라고 했고, 분당법당에서 온 한 분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신자와 수행자의 차이에 대해 명확히 알게되니 수행을 게으름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 새책 '행복' 사인회
사인회를 모두 마치고 법당을 나가는 길에는 법회를 준비한 정회원들 모두에게 스님이 악수를 건넸습니다. 모두들 너무나 기쁜 표정을 지으며 스님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격려 덕분에 올 한해도 아주 힘차게 수행, 보시, 봉사를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당 정토법당을 나오니 밤 11시 30분이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밤 12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서울 정토법당에서 서울제주지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오후 2시에는 주간반 정회원들을 위해, 저녁 7시에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해 정초 법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5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