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2.17 (주간) 정초순회법회 6일째 서울제주 지부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제주지부에서 정토회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초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오후 2시에는 서울제주지부 주간반 정회원들과 함께,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정회원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회원 정초법회가 열리는 서울 정토회관에는 아침부터 많은 정회원들이 일찍 도착해 곳곳에서 퍼포먼스 사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관 1층과 2층 전체가 잔칫집처럼 분주했고, 방마다 흥겨움이 모락모락 흘러나왔습니다.

 


▲ 서울 정토회관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정회원들이 법당으로 속속 모여들면서 반가운 인사가 오가는게 마치 친정집 큰 행사에 모인 형제자매들처럼 정겨워 보였습니다. 

 

서울과 문경 공동체에서 상주하고 있는 대중들까지 포함하여 250여 명이 빈틈없이 법당을 꽉 채울 무렵 서울정토회 박현진 총무의 사회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정토회 마경숙 대표님의 인사말을 듣고, 서울제주지부 이성미 사무국장의 성원보고가 있었습니다. 서울제주 지부는 산하에 7개의 정토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원정토회 산하에는 노원법당, 중랑법당, 도봉법당, 성북법당 4개의 법당이 있고, 서대문정토회 산하에는 서대문법당, 마포법당, 은평법당, 종로법당과 최근에 불사를 시작한 용산법당까지 5개의 법당이 있고, 양천정토회 산하에는 양천법당, 강서법당, 구로법당, 영등포법당 4개의 법당이 있고, 성동정토회 산하에는 성동법당, 동대문법당 2개의 법당이 있고, 송파정토회 산하에는 송파법당, 강동법당 2개의 법당이 있고, 서울정토회는 서초법당, 관악법당, 동작법당 3개의 법당이 있고, 마지막으로 제주정토회는 제주법당 1개가 있습니다. 오늘은 거리가 멀어서 참석하지 못한 제주정토회 정회원들을 제외하고 총 950여 명 중 230여 명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별로 앞으로 나가 각자가 맡은 소임과 이름을 알리는 인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정토회 별로 신규 정회원들은 재미난 퍼포먼스를 준비해 와서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 참가자 소개 

 

노원정토회는 단합이 잘 되는 것으로 소문이 났는데 오늘도 역시 주황색 단체티를 맞춰 입고 와서 으샤으샤 하며 신나고 거침없는 노래와 율동을 보여 주었습니다. 

 


 

서대문정토회는 부드러운 멜로디의 가요를 개사해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을 독백하듯 합창했는데 이심전심이 통해 뜻밖의 웃음과 호응을 받았습니다. 양천정토회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전해라” 가사가 담긴 백세인생 노래를 정토행자의 삶으로 개사해 불러 흥과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성동정토회는 흰색 티셔츠에 태극기들 든 퍼포먼스로 곧 다가올 3.1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헌법에서 배운 국민의 권리를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도록 해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송파정토회는 단체로 귀여운 머리띠를 하고 나와서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서울정토회는 산하에 있는 서초법당, 관악법당, 동작법당에서 89명이 함께 했습니다. 최근에 강남 법당 불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무대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활동가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홀로아리랑 노래를 통일을 향한 염원으로 개사해 불러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서울과 문경 공동체에서 상주하는 대중들에 대한 소개가 부서별로 있었습니다. 정토회가 많은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개인들의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는데, 오늘 직접 그 얼굴들을 가까이서 보니 모두들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었나 봅니다.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다음은 서울제주지부의 2015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천일결사 입재식, 자원활동, JTS거리모금 등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하고 넉넉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제주지부에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352명이 신규 정회원이 되었는데, 그 중 오늘 주간반 법회에 참석한 80명에게 선배 정회원들이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정토회 정회원은 책임과 의무만 있고 권리는 단 한가지, 깨달을 권리만 있다”고 안내하면서 “책임과 의무가 특혜인 정토회의 정회원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하자 모두들 크게 웃으며 큰 박수로 환영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 서울제주지부 주간반 정회원 정초법회

 

이어서 스님의 정초 기념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신자와 수행자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정토회의 정회원은 수행자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회원이 되려면 정토 경전반에서 금강경의 제 3분까지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적어도 대승수행자가 되려면 경전반에 입학해서 금강경 몇 분(分)까지는 읽어야 되겠어요? 제 3분(分), 즉 대승의 가장 요긴한 가르침이라는 대승정종분까지는 읽어야 됩니다. 지금 솔직하게 고백해 보세요. 경전반엔 들어가지도 않고 불교대학만 졸업하고 정회원이 된 사람은 손 들어봐요. 뭘 알고 정회원이 된 거예요?(모두 웃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선남자 선여인은 그 마음을 어떻게 항복받고 어떻게 머물러야 됩니까?’ 이런 수보리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무릇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을 다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라’고 답하셨습니다. ‘내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하면 내려놓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는데, ‘다른 사람들 짐을 네가 다 짊어질 마음을 내면 된다’는 답을 주셨으니 혹 떼려다 혹 붙인 겪이지요? 

 

그래서 정토회의 정회원이 되면 일이 많은 겁니다. 남의 짐도 져야 되니까요. 자기 짐 내려놓으려고 정토회 왔는데 자꾸 남의 짐까지 지우니까 여러분들이 ‘정토회는 법문은 좋은데, 거기 두 발 다 빠뜨리면 고생이다’ 하고 쑥덕거리는 거 저도 다 듣고 알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신자들이나 불교대학생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충분히 이해도 되고, 한편 합당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 짐이 무거워서 좀 내려놓으려고 왔는데 자꾸 남의 짐까지 지우니까요. 그런데 정회원이 그런 말을 쑥덕거리거나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됩니다. 그 모든 짐을 내가 지겠다고 마음을 낼 때 내 짐도 내가 감당할 만한 무게가 되는 겁니다. ‘108배 하는 거 힘들어요’ 그러면 제가 ‘3,000배 해라’ 그러잖아요? 108배도 못해서 죽겠다는 사람한테 몇 배를 하라고요?” 

 

“3,000배요.”(모두 웃음) 

 

“실제로 한번 해보세요. 3,000배를 하고 나면 108배 하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이상한 해결방식이지요?(모두 웃음) 

 


 

법륜 스님이 그 질문자가 미워서 벌주려는 게 아니에요. 그게 부처님이 우리에게 열어준 대승의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그 뒤에 또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실은 한 중생도 내가 구제한 바가 없다고 하라. 왜냐하면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니라’고 하셨지요. 

 

그러니까 뭣도 모르고 불교대학만 졸업한 다음에 정회원이 된 사람들은 곧 자격정지자가 되기 쉽습니다. 좋은 일인 줄만 알고 들어왔다가 일만 많으니까 그만두기가 쉽다는 거예요. 불교대학 다니면서 신심이 나가지고 ‘정토회 좋다’ 한다고 막 속성재배해 놓으면 2년도 못 가서 나가떨어집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안 그럴 거지요?”

 

“예.” 

 


 

아직 경전반에 입학하지 않았는데 불교대학만 졸업하고 정회원이 된 사람들은 스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는지, 웃으면서도 스님의 눈을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이번 3월에 경전반에 입학할 예정인데, 금강경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여섯 가지의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36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얼마 전 퇴직 후 여행을 하며 좀 쉬었다가 법당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열심히 활동하는 도반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또 수행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아 이곳 저곳 찾아다니며 배우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질문을 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장애아는 왜 그렇게 태어나게 되는 것인지 과학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였고, 세 번째 질문자는 서초구에 법당이 있는데 가까운 강남구에도 법당을 낼 필요성이 있을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종로법당 주변에 대형 타종교 단체가 많아 홍보 방법이 고민이라고 했고, 또 주위에 노숙자를 볼 때 마다 마음이 불편해서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중에서 노숙자를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한쪽 측면만을 바라보고 있던 질문자를 이쪽 저쪽 다양한 측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면서 수행자는 탐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종로 정토법당을 기준으로 파고다 쪽엔 노숙자들이 즐비해서 상대적으로 화려한 인사동이나 광화문 쪽과 너무 대비가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가운데에 있다 보면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제 마음이 편안할 수 있을까요?”

 

“뉴욕 맨하튼에 가면 한쪽은 백인만 바글바글하고, 다른 한쪽은 흑인만 바글바글한 곳이 있습니다. 부처님도 왕궁 안에 들어가면 호화판인데 왕궁 밖에 나오면 길거리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많이 고민하셨잖아요. 질문자는 지금 부처님의 사문유관을 경험하고 있는 겁니다.(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는 어떻게 할래요? ‘나는 저런 인간이 안 되어야지’ 하거나 그들이 불쌍하다고 울기만 할래요? 수행자라면 그래서는 안 되고 이런 걸 보고 ‘인생이 과연 뭘까?’ 하고 탐구를 해야 됩니다. 괴로워하지 말고요. 괴로워하면 그건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수행이라는 건 탐구예요. 여러분들은 항상 탐구를 안 하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요. ‘신이 있기는 뭐가 있어? 신이 있다면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저런 비참한 일이 있는 걸 보니 신이 없거나 눈이 멀었나 보다!’ 이렇게 짜증 내고 화 낼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신이 있다면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하고 탐구를 해야 됩니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강가강에 가서 목욕을 하면 천상에 난다던데, 진짜 그렇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 ‘거 쓸데없는 소리! 천상에 나기는 뭐가 나?’ 이렇게 하지 않으셨잖아요.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강가강에 사는 물고기가 가장 먼저 천상에 나겠구나’ 이렇게 부드럽게 얘기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여자로 났고, 남자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남자로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여자는 성불을 못 하니까 우선 복을 많이 지어서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난 다음에 수행해야 된다면서 비구니제도를 없애고 그랬잖습니까. 이건 힌두교적으로 바뀐 불교의 모습인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도 탐구를 해야 돼요. 지금 질문자는 ‘저 사람은 무슨 죄를 지어서 길 건너에 살고, 이 사람은 무슨 복을 지어서 이 동네에 사나?’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괴롭습니까?”

 

“종로3가 지하철역에 팬티가 막 널려있더라고요. ‘이게 누구 것이냐?’고 했더니 ‘다 노숙자들의 것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라에서 왜 이렇게 두지? 조계사도 옆에 있고, 안국선원도 옆에 있는데, 조금만 도와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질문자는 인도 성지순례에 가서 성지순례는 안 하고 내내 ‘인도 정부는 왜 저렇게 빈곤층을 놔두지?’하는 생각만 하다 올 거예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제기한 것은 종교의 모순이기도 해요. 부처님도 그런 현상에 의문을 가지셨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교단체는 그런 것에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왜 그럴까요? 거기 가는 사람들은 자기 복을 빌러 가지 노숙자들의 복을 빌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승불교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래요. 그런데 현실은 대승불교가 그렇다고 대부분 말만 그렇게 하죠. 전국에서 스님들이 매일 아침마다 ‘평화통일 속성취’ 하면서도 ‘북한 놈들은 나쁜 놈들이다’ 라고 하잖습니까. 전국에서 수많은 목사들이 매일 아침마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면서도 ‘북한 놈들, 혼내 주어야 한다’ 라고 하잖습니까. 질문자도 저녁에는 남편하고 껴안고 자면서 아침에 눈뜨면 싸우잖아요?(모두 웃음) 

 


 

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대로 한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희도 인도에 수자타아카데미를 지어서 학생들 공부도 시키고 무료 급식도 주고 좋은 일을 하지요? 그런데 남들 눈에는 달리 보일 수도 있는 겁니다. 학교에 강도가 총 들고 들어오니까 담장을 높이 쳐놨거든요. 그래서 담장 안으로 들어오면 일단 건물이 동네에 있는 집들보다 깨끗합니다. 그런데 수자타아카데미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말은 하면서 담장을 저렇게 높이 쳐놓고, 그 안에는 건물도 저렇게 잘 지어놓고, 아이들 가르친다고 전기도 끌어다놓고, 컴퓨터도 구비해놨으면서, 교문만 열고 나가면 늘 앉아 있는 구걸하는 사람들은 안 돌본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습니다.” 

 

“남들은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그러니 우리도 어떤 일을 속단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유명 인사가 수자타아카데미에 오후 3시쯤 와서 ‘배고프다. 밥 달라’고 했는데, 거기 있던 봉사자가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안 줬어요. 학교는 점심 급식 시간이 지나면 밥을 안 주니까요. 그런데 그 분이 ‘아니, 내가 밥 좀 달라는데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안 줘?’ 이렇게 성질이 났는지 자기가 쓴 책에 몇 페이지에 걸쳐서 비판을 했습니다. 그 비판의 핵심은 ‘이 먼 남의 나라까지 왔는데, 남을 돕는다면서 담장은 성처럼 쌓아놓고 미친 짓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 담장을 다 허무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것이었어요.(모두 웃음) 

 

 

 

우리는 처음부터 담장을 쌓은 건 아니었어요. 강도가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가고, 심지어 봉사자한테 총을 쏴서 사망한 일도 있어서 그렇게 된 거에요. 이번에 또 가니까 ‘동네마다 어린이 놀이 시설을 세우자’, ‘동네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르카, 즉 물레를 설치해서 수입원을 만들자’ 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가 이미 해 봐서 알거든요. 그 시설을 누가 지키겠어요? 학교는 담장이라도 쌓아서 어쨌든 지키고 있다지만 그걸 누가 지키겠어요? 며칠 있으면 다 뜯어가 버려서 아무 것도 안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비판하는 사람들의 눈에서 보면 평등하고 평화로운 건 뭐겠어요? 거기 가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동네에 작은 집 하나 얻어서 그 담장 밑에다 애들 한 10명 모아놓고 가르치는 것이겠죠. 그러면 ‘이 먼 데까지 와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더라’ 하면서 대감동을 할 겁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그렇게 해서 엄청난 감동을 줬는데, 아이들 교육기자재 마련하고, 병원에 진료 기구를 가져다 놓으니까 계속 총 들고 들어오고, 결국 봉사자까지 죽고 그러니까 담장을 높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학교에 갔을 때 거기 봉사자들이 ‘트랙터도 사야 된다’, ‘차도 있어야 된다’ 라고 하기에 제가 ‘알겠다. 그런데 지금도 저 밖에서는 이 안을 노리고 있는데, 거기에 또 트랙터랑 승용차 갖다놓으면 앞으로는 동네 사람들하고 어떻게 지낼 거냐?’ 라고 했습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것도 좋고, 설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지만 동네 사람들 형편과도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야 된다는 겁니다. 제가 처음 가서 그 동네에 방을 얻어서 살 때는 저한테 뭘 달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오히려 동네 사람들이 아침에 대추 따다 주고 그랬는데, 아이들을 교육시키려고 학교를 설립한 이후로는 자꾸 학교 안에 있는 물건을 늘리다 보니까 도둑도 생기고, 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생기고, 안 준다고 욕하는 사람도 생겼단 말이에요. 다른 동네 사람들은 다 학교에 대해서 고마워하는데, 학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다른 데보다 2~3배나 더 지원을 받았으면서도 계속 달라고 하고, 더 안 준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먼 동네에서는 학교를 안 보니까 작은 지원에도 늘 고맙다고 하지만 가까운 동네에서는 매일 학교로 물건이 들어가는 게 보이니까 그렇게 시비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 동네 사람들과 똑같이 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은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주의를 준 게 ‘아이들이 봉사자들의 기숙자에 들어왔을 때 위축감은 안 느낄 수준으로 살아라’ 라는 거였어요. 그 동네에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학교에는 대낮에 불 밝혀 놓고 그러면 안 되지요. 학교 설립 22년 만에 전기가 들어온 건 우리 사정이고요. 

 

또 한국 사람이 거기 가서 그렇게 사는 것만 해도 사실 칭찬 받아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봉사자로 살려면 거기 사람들의 생활 수준과 의식 수준에 어느 정도 맞춰서 살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동네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살아야 해요. 그러니 효율성과 평등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효율을 생각하면 모든 걸 갖춰야 되는데 그러면 위화감이 생기죠.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갖추고 그냥 살기만 하면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요. 

 


 

노숙자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반성을 해야 될 점도 있지만, 그게 행정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점도 있고, 또 정말 가난해서 노숙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신적 질환이 있어서 노숙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요. 보호소를 마련해도 노숙자들은 거기 잘 안 갑니다. 노숙자들은 자유롭게 길거리에서 얻어먹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보호소에서는 술도 못 먹게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라고 하니까 그런 걸 또 못 견디고 뛰쳐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노숙자를 돌보지 않은 책임도 있지만 돌본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에요.” 

 

“네, 감사합니다.” 

 

마치 과학자처럼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스님의 모습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박수를 쳤습니다. 

 


 

법회 후 질문한 분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이 여러 비유를 들어주셔서 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고 하면서 “스님께서 음지, 양지에 대해 계속 탐구해보라고 하셨으니 과제로 삼겠다” 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다시 한 번 정토회의 정회원은 수행자임을 강조하면서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정토회의 정회원입니다. 그런데 정회원이 뭐라고요?”

 

“수행자.”

 


 

“예, 수행자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남의 짐도 좀 들어줘야 되는 입장인데,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지려면 수행을 해야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24시간 정진을 하라는 게 아니라 1시간만 하면 되고, 1주일 내내 법당 나와서 법문을 들으라는 게 아니라 1주일에 한 번만 나와서 들으면 되고, 돈을 너무 많이 내지도 말고 다만 회비는 꼭 내고, 거기다가 봉사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1년에 최소 한 번은 깨달음의 장이든 나눔의 장이든 명상수련이든 수련을 꼭 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행, 보시, 봉사를 해 나가세요. 그래야 우리가 남보다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겁니다. 정토행자들은 다른 건 다 남보다 부족해도 행복만은 남보다 더 풍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걸 우리 주위에 확대시켜나가야 합니다. 이게 정토회의 설립취지이니까 여러분은 바로 그런 행복 전파 운동을 하는 중심 멤버임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스님을 따르는 건 좋지만 스님을 따르는 신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님의 뜻이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지만 엄격하게는 같은 수행자이지 무슨 주종관계가 아니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정토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각하셔서 올해도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신자가 되지 말고 같은 수행자로서 정토회의 주인으로 거듭나라는 말씀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정회원들 모두가 스님께 세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잠시 서 있는 사이 모두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하트 모양을 화면에 띄우고 스님을 향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 사랑합니다!', '통일, 우리가 하겠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갑작스런 이벤트에 울컥 하는 감동이 일었습니다. 

 


 

이어서 각 정토회 별로 단체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오늘 스님 법문을 듣고 다시 수행자로 거듭나서 그런지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참여한 모든 정회원들이 둥글게 원을 이루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불렀습니다. 최근에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 그런지 노래 가사가 더욱 간절하게 다가 왔습니다. 

 


 

스님은 암울한 정세 속에서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시려는 듯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정회원들에게 마음에 와 닿은 법문과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다시 힘이 난다”, “수행자는 내 짐 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짐도 짊어져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라는 이야기를 이구동성으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집무실로 가서 원고 교정과 각종 보고서들을 살피며 업무를 보았습니다. 원고 교정을 마치자 곧이어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해 법회를 해줄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제주 지부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해 정초 법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전체댓글 23

0/200

김춘경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_()_

2016-02-19 17:08:40

준성

스님의 하루를 읽다 보니 "1년에 최소 한 번은 깨달음의 장이든 나눔의 장이든 명상수련이든 수련을 꼭 해야 합니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깨달음의 장은 1번만 가는 게 아닌가요? 궁금합니다.

2016-02-19 15:38:57

곽연희

법문말씀에 주제 를 주시고 이해하기 쉅게 답변을 주시고 저는 그로인해 지혜와 실천가능한 자신과의 약속을합니다 ?지금 저는아주힘든시기입니다 ? 정말감사감사 합니다 첫번째 실천목표 로 수정법당에 불교대학 입학접수를합니다? 경전반 입학을 목표로 많이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2-19 14: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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