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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경남 지부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먼저 오후 2시부터는 주간반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법회가 열렸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법회가 열렸습니다.
특히 오늘은 3일간 이어지는 정초기도의 마지막 날입니다. 경남 지부에는 마산정토회, 창원정토회, 진주정토회, 김해정토회가 있는데요. 마산정토회에 속한 마산법당, 내서법당, 거제법당, 통영법당, 고성법당에서 47명, 창원정토회에 속한 창원법당, 의창법당, 진해법당에서 20명, 진주정토회에 속한 진주법당, 사천법당에서 13명, 김해정토회에 속한 김해법당, 양산법당, 장유법당에서 17명, 이렇게 모두 100여 명의 정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후 경남 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정홍자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 정홍자 경남 지부 사무국장
“정토회를 안 만났으면 어쩔뻔 했나 생각하면 스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스님 말씀 듣고 그대로 따라가다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른 길을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국에는 정토회 정회원 여러분과 통일의병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이어서 정토회 별로 앞으로 나와 소속 법당과 소임, 이름을 말하며 참가자 인사를 했습니다. 경남 지부는 도반들 간의 우애가 참 돈독한데요. 인사하는 도반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고, 특히 다음 주에 개원하는 장유법당과 의창법당을 위한 응원의 목소리가 무척 컸습니다.
▲ 참가자 소개
다음으로 신입 정회원들의 축하 인사가 있은 후 마산법당에서 준비한 축하공연이 있었습니다. 고운 한복을 입은 세 분의 보살님들이 백세인생 노래를 개사하여 ‘정토행자 백세인생’을 간드러진 목소리로 불러주었는데요. 과도한 연습으로 세 분 중 두 분이 목 상태가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도반들을 흥으로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신공을 발휘해 주었습니다.
▲ 마산법당의 축하 공연
공연을 마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는데요. 스님은 “설은 잘 쉬었어요?”라고 물은 후 “명절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남자와 아이들에게는 좋지만 여성들에게는 부담되는 날이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이런 관습은 바뀌어야 하지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조금 걸리므로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갈등을 줄일 수 있으므로 정토행자라면 진보적 관점을 갖되 실천에서는 여유와 기다림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 경남 지부 주간반 정초법회
그러면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정회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대승 불교의 이념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입니다. 자신의 짐을 가볍게 하는 걸 ‘상구보리’, 즉 ‘수행’이라고 하고, 남의 짐을 들어주는 걸 ‘하화중생’, 즉 ‘보시와 봉사’라고 합니다. 어떤 재벌이 법륜 스님의 뒤를 봐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요?”
“아니오.”
“어떤 종교는 대기업이 뒤에서 도와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작은 암자에 가도 뒤에 큰 손이 꼭 있어요. 그런데 정토회에는 큰 손이 없어요. 여러분들이 낸 보시금으로 운영이 되지 그 외에 정부로부터 받거나 큰 손이 도와주거나 이런 게 일체 없습니다. 크든 작든 여러분들의 보시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정토회에서는 설령 누가 돈을 내도 큰 손 예우를 안 해 줍니다. 제가 볼 때는 큰 손 예우를 안 해 주니까 돈이 있으면서도 안 내는 거 같아요. 정토회에는 푼 돈만 내고, 큰 돈은 다른 곳에 가서 내는가 봐요. (모두 웃음)
그리고 부처님은 카스트가 있는 계급사회 시대에 사셨는데, 세속에 있을 때는 당신을 돕는 종이나 하인이 많았어요. 경전에 보면 말 태워주는 마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출가한 뒤에도 하인을 가졌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지요?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하인이 아니라 같은 수행자로서 부처님을 도왔어요. 그러한 신분사회에 살면서도 신분 구분을 부정하시고, 그런 신분의 구조 위에서 생활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걸식을 했기 때문에, 또 나무 밑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신라시대나 고려시대를 보면 아무리 고승이라 하더라도 국가에서 땅과 노비를 줬습니다. 그러니까 노비들의 희생 위에서 승려들의 생활과 공부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잖습니까. 지금 세상은 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행자 그룹이니까 부처님의 정법을 그대로 한번 실현해 보자고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정토회는 수행공동체 안에서 월급을 주고 공양주를 채용한다든지 그렇게 일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비자본주의적으로 살려니까 효율이 떨어지긴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는 ‘월급을 좀 주고 괜찮은 사람들을 고용하면 될 텐데’ 싶지요? 지금 여러분들이 봉사하기가 고달프니까요. 차라리 돈을 좀 더 내라면 낼 수 있잖아요. ‘우리가 돈 1, 2만 원씩 더 낼 테니까 여기에 공양주와 사무 볼 사람을 한 사람씩 채용합시다’ 해서 그렇게 하면, 여러분들은 그 사람들이 해 주는 밥 먹고, 사무와 회계도 그 사람들이 하겠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돈 조금만 더 내면 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여러분들이 고달프지요. 밖에서는 다 마나님 소리 듣는데 여기 오면 청소하고 밥 하지요. 여기 한 거사님도 밖에서는 사장님인데, 정토회에 오면 행사 때 주차관리 하시고, 또 한 거사님도 밖에서는 교수인데 여기 오면 단순 노동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가 원칙을 지키자고 했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봉사를 안 하면 정토회가 운영이 될 수가 없습니다. 봉사를 안 하고 운영하려면 물론 우리가 월급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면 해결이 됩니다. 이 세상에서는 작은 절이든 큰 절이든 그렇게 사람을 고용해서 다 운영하고 있잖아요. 스님들끼리 스스로 밥 해 먹고 사는 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옛날 풍속이 남아서 큰 절에 가면 스님 1명을 ‘원주’라고 해서 ‘노동 감독관’으로 두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아예 없이 사는 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것이 우리 사회시스템과 같지요. 그래서 정토회는 보시도 중요하지만 봉사도 무척 중요합니다.
봉사 없이는 정토회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수행자로서 같이 일하는 겁니다. 스님이 이동할 때도 월급 받는 운전 기사가 따로 없잖아요. 같은 수행자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지요. 스님 책도 빨리 빨리 영어로 번역되어 나오면 좋고, 즉문즉설도 스크린을 설치해서 현지어로 번역한 자막이 올라가도록 하면 좋겠지요. ‘왜 그렇게 안 하느냐’고 막 난리인데, 정토회는 자원봉사로 모든 게 이루어지니까 빨리 진행되기가 어려운 겁니다.
이번에 성지순례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지순례를 가면 여행사의 안내도 받고 그래야 되는데, 법사님들이 다 직접 하니까, 돈 내고 성지순례 갔는데도 자기가 짐 내리고, 나르고... 혹시라도 차장을 맡거나 조장을 맡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직원 부리듯이 부립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디 가면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습관이 돼서 그렇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든 일을 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까 그래요. (모두 웃음)
봉사는 남을 돕기 위해서 생긴 겁니다. 나만 수행한다면 봉사가 필요 없지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수행, 보시, 봉사, 이 세 가지를 해야 됩니다. ‘난 봉사할 시간이 없으니까 보시금을 좀 많이 내겠다’고 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봉사를 완전 면해 주지는 않습니다. 재벌이라도 정토회를 다니려면 봉사를 해야 됩니다. 최소한 1주일에 2시간은 해야 됩니다.
‘나는 풀로 와서 봉사할 테니까 회비는 좀 빼달라’고 하면, 이것도 안 됩니다. 자기가 어디 가서 하루 파출부를 하더라도 최소한은 내야 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은 특히 강조하는 거니까 이것은 미니멈이 70%입니다. 기도도 원래 70%가 안 되면 인정을 안 해 줍니다. 법회도 70% 이하로 출석하면 자격정지 되는 것 알지요? 회의도 70% 이하로 출석하면 자격정지 됩니다. 그렇다고 ‘70%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원래는 100% 해야 되는데, 아무리 안 해도 70%는 해야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정토회가 유지됩니다. 법륜스님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니에요. 물론 법륜스님의 기여도가 좀 높은 건 맞지만 스님에 의해서 정토회가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후원그룹, 즉 회원이 아닌데 ‘정토회가 하는 일이 너무 좋다’고 해서 돈으로 후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회원이 아니니까 수행이나 봉사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들면 우선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게 뭡니까? 보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정토회도 많은 이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후원회원이라고 합니다. 가령 ‘너 어디 다니느냐?’고 했을 때 ‘나는 정토회 다닙니다’라고 소속을 밝히는 사람은 ‘회원’, 그 중에 책임과 의무를 지는 사람을 ‘정회원’이라고 합니다. 정회원은 또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나뉩니다. 이런 것을 여러분들이 아셔야 합니다.
지금 들어보니까 ‘내가 여기 낄 데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지요? 한번 회원이 되면, 정토회에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자격이 박탈되는 일은 없습니다. 본인이 ‘안 하겠다’고 하면 탈퇴가 되는데,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계를 어겼다’ 그러면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면 한번 회원이 되면 계속 회원 자격은 주어집니다. 그런데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권한은 정지가 될 때도 있습니다. 이왕 할 바에야 끌려가지 말고 자발적으로 하세요.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는 말 아시죠? 자발적으로 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여러분들의 고민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활동하면서 생긴 고민이든, 개인적 고민이든 얘기해 보세요.”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곧이어 질문을 받았습니다. 4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정토회 정회원답게 새 법당 불사와 기존 법당의 재불사에 대한 질문부터 왜 같은 개인데 어느 개는 부잣집에서 키워져서 사람보다 호강하는 삶은 살고 어느 개는 유기견 센터에 보내져서 안락사를 당하는지, 젊어서부터 몸이 안 좋으셨던 친정 어머니를 두고 아직도 바람을 피시는 80대 친정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중 젊어서부터 몸이 편찮으셨던 친정어머니를 두고 외도하는 친정아버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제가 이번 설에 친정에 갔는데, 친정 부모님은 사이가 별로 안 좋으시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편찮으셔서 아버지께서 젊을 때 외도도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여든이신데, 여자 친구가 있으십니다.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계세요. 그래서 어머니가 시골로 이사를 갔는데, 시골로 이사 간 이후로 어머니만 더 외롭고, 움직이기도 어려워진 상황이고, 아버지께서는 차를 운전하시니까 언제든지 자유롭게 여자 친구를 만나러 다니시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자식들에게 전화해서 ‘너희 아버지는 나쁘다. 부도덕하다’고 하소연 하십니다. 처음에는 ‘이혼하라’는 얘기도 많이 했지만 스님 법문을 들은 후에는 ‘부모님을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 것은 안 되는구나’는 걸 알게 되어서 그냥 들어드리려고 해 봤는데, 제가 수행이 부족하다보니까 한 번은 돼도 그 이상은 안 되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자식들이 모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오면 안 받습니다.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마다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듭니다. 특히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 하십니다.
아버지가 밥은 아픈 어머니한테 얻어먹으면서 재미는 다른 데 가서 보시니, 저희 딸 셋이 어머니한테 ‘아버지와 별거를 하시라. 더 이상 밥 해 주지 마시라’고도 했습니다. 어머니도 그런 마음이 있지만 ‘평생 이렇게 살았는데, 지금 와서 갈라서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는 것 때문인지 쉽게 결정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도 늘 괴로워하시면서 ‘너희가 자식이니까, 아버지를 좀 어떻게 해 보라’고 요구를 하세요. 어머니는 늘 분노에 싸여 계시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하셨는데, 그 괴로움이 자식들한테 다 내려옵니다. 그런 모습을 가장 자주 보는 큰언니가 ‘너무 괴롭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될지 스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부부싸움을 한지 몇 년째예요?”
“평생을 그렇게 사셨습니다.”
“아버지가 이제 80대라면 앞으로 그렇게 살 날이 길어야 10년, 15년 남았을 거잖아요. 그런데 질문자가 얘기한다고 고쳐질까요?”
“안 고쳐진다는 걸 압니다.”
“어머니도 따로 살자고 말은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할 거면 벌써 그만 뒀겠지요?”
“예, 용기가 없으신 것 같아요.”
“용기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자식이 몰라서 그렇지, 자기 부부끼리는 또 좋은 게 좀 있어요.” (모두 웃음)
“저희들도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 애정이든 집착이든 강한 게 있으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계속 괴로움을 호소하시니까요.”
“그건 그냥 노래라고 들으면 좋겠네요. 새가 우는 걸 ‘노래’라고 들으면 좋고, ‘울부짖음’으로 들으면 괴롭고 그렇지요. 노래라고 들으면 되지요. 엄마의 노래예요. 엄마가 그런 노래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잖아요. 몇 십 년을 부르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강도가 더 세지고 있어요. 심리상담을 해보니 어머니께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울증 증세 때문에 그런 거지, 그걸 뭘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우울증 증세가 있으면 우울증 약을 드리면 되지요. 해결이 안 되는 걸 해결하려면 자기만 피곤한 거예요. 어머니가 그렇고, 아버지가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걸 보고 질문자가 괴로워 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언니가 괴로워하는 것도 언니의 문제입니다. 언니도 우울증 증상이 있는 거지요. 가족들이 다 우울증 증상이 있어요. 자기도 우울증 증상이 있어요.”
“딸들이 처음에는 가해자가 아버지라고 생각해서 어머니를 보호하거나 대변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결단을 못 내리는 어머니에 대해서 미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미워하면 안 되지요. 어머니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아버지를 미워해도 안 되고, 우리 말 안 듣는다고 어머니를 미워해도 안 됩니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이유는, ‘이혼하라. 별거하라’ 고 하는데 내 말 안 들으니까 미워하는 거잖아요. 어머니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러는 겁니다. ‘괴로워하지를 말든지, 괴로워하려거든 헤어지든지 해라’ 하는데 어머니가 내 말을 안 들어서 미워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가 없잖아요. 아버지도 ‘그만두라’는데 안 그만두니까 미워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가 자기 고집대로 하려는 것 때문에 미움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게 어머니이고, 그런 게 아버지이니까, 그걸 내가 수용해야 됩니다. 그런 아버지를 수용하고, 그런 어머니를 수용하세요. 내 고집 피우지 말고요. 언니도 자기 고집 때문에 괴로운 거니까 자업자득이에요. 그건 동정을 받을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스님, 제가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까요?”
“제가 ‘어머니께 참회기도 500배 해라’ 그러면 ‘다리가 아파요’ 그럴 거 아니에요? 꼭 그렇게 고생을 자초한다니까요. 500배 하면 왜 낫는지 알아요? 매일 500배를 하다 보면 그게 힘드니까 다른 생각이 안 들어요. (모두 웃음)
거기에 자꾸 사로잡히지 말라는 거예요. 어머니 전화하시면 그냥 들어드리면 돼요. ‘예, 엄마, 알았어요. 엄마 또 힘드시네요’ 하면 돼요. 아버지 욕은 하지 말고요. 욕을 하면 안돼요. 듣는 게 힘든 건 질문자가 거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듣는 게 힘들면 음악 틀어놓고 ‘그러세요, 어머니? 네. 네. 네.’ 하면 됩니다. 어머니는 늘 같은 얘기를 하시니까, 그렇게 하면 돼요.
어머니는 하소연할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하소연 하는 건 들어줘야 돼요. 아버지가 80이 됐는데, 오히려 이혼하고 그 여자하고 살겠다고 하면 나중에 산소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이 문제가 되는데, 지금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걸 자꾸 문제 삼고 있는 거예요. 80이 된 영감이 할머니들하고 어울려서 놀다가 오면 기분도 전환되고 좋은 일이지, 나쁠 게 뭐가 있어요? (모두 웃음)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와 같이 있어봐야 내내 짜증내는 소리만 들을 거 아니에요? 누가 짜증내는 여자와 같이 있고 싶겠어요? 같이 웃으면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여자와 지내고 싶지요. 그렇게 아버지를 이해하고, 또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평생을 자기가 밥 해 준 남편이 맨날 나가서 다른 여자와 놀고 오면 기분이 나쁠 거 아니에요? 그런 어머니도 이해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고, 엄마, 힘드시겠다’고 하면 되지요. 자꾸 아버지한테는 ‘가지 마라’ 그러고, 어머니한테는 ‘괴로워하지 마라’ 그러고,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말 안 들으니까 자기가 힘들지요. ‘하지 마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돼요. 아버지도 이해하고, 어머니도 이해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자꾸 남의 인생에 간섭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스님이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고 수도 없이 얘기하잖아요. 둘이 잘 살게 그냥 놔두세요.
평생 싸우면서 살아왔는데, 안 싸우면 심심해서 재미가 없어요. 어머니는 벌써 앓는 소리 하는 게 습관이 됐지요? 그러니까 그런 걸로 앓는 소리를 안 하면 어머니가 딸에게 전화할 일이 뭐가 있어요? 그런 걸로 딸한테 매일 전화하는 거지요. 전화를 받으면 ‘아이고, 엄마, 그래요. 그래요’ 하고, 아버지를 두둔하지도 말고 비난하지도 말고, 그냥 어머니 얘기만 들어주면 됩니다. 나도 질문자 얘기를 들어주는데, 질문자는 왜 어머니 얘기를 못 들어줘요?" (모두 웃음)
“원망하지 말고 감사기도를 하라고 하셔서 기도를 해 보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자기 식대로 하려고 하니까 그렇지요. 다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놀러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안 들어줘서 문제고, 자식들은 어머니한테 ‘이혼하라’고 하는데 어머니가 내 말을 안 들어서 괴로운 거예요. 부모들은 다 자식이 부모 말 안 들어서 괴롭듯이 질문자는 부모가 자기 말 안 들어서 괴로운 거예요. 그 두 분 사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괴로운 거예요. 그 두 분은 자기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니에요. 자기 자식도 자기 말 안 듣는데, 어떻게 부모가 자기 말을 듣겠어요? 건방진 생각, 불효막심한 생각이지요.” (모두 웃음)
“예, 감사합니다.”
“딱 깨우쳐서 ‘오, 그렇구나’, 어머니도 이해하고, 아버지도 이해하면, 어머니를 이해하니까 어머니 얘기 들어주고, 아버지를 이해하니까 아버지에게 좋게 얘기해 주고 그러면 되지요. 대신에 각각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위한다고 아버지를 비난하지도 말고, 아버지를 위한다고 어머니를 비난하지도 말고,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지도 말고, ‘두 분의 일은 봄이 오고 가을이 오듯이 하나의 현상이다’ 이렇게 보고 편안하게 대하면 됩니다. 그렇게 못하는 건 자기 문제이니까, 그게 안 되거든 하루에 500배씩 절을 하세요.”
“그런데 아버지 모습을 뵈면, ‘나쁘다’는 생각에 편하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기 아버지이니까 그렇지요. 우리가 볼 때는 80이 된 노인이 집에서 어머니하고 싸우는 것보다는, 한 번씩 휘익 나가서 놀다 오시는 게 훨씬 낫지요. 저 같으면 할머니 친구를 구해라도 주겠어요. 어머니하고 앉아있으면 아버지도 답답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게 더 좋으니까 그렇게 다니는 거지요. 그런데 그걸 뭘 질투를 해요? 질문자도 80이 되어 봐요. 80이 되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 앉아있어야 돼요?
저도 60이 되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60 되어보니 안 그렇더라고요. 이 마음이라는 게 몸뚱이처럼 잘 늙지가 않아요. 남이 볼 때는 ‘80세 된 영감이 왜 저러지?’ 하겠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나이가 80세가 되고 90세가 되어도 어쨌든 같은 남자보다는 여자하고 같이 있는 게 좋아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걸 자꾸 간섭하거나 재단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도 자기 남편보다 더 잘 생겼거나 친절한 남자를 보면 관심은 좀 가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집안을 시끄럽게 할 수 없으니까 참는 거 아니에요? 반대로 남편도 그럴 수 있는 거지요.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겠어요. 그리고 한 70세가 넘어가면 서로 그런 걸 좀 풀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노인문제에 대해서, 특히 노인 성문제부터 해서 자꾸 젊은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데, 자기들도 늙어봐야 됩니다.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유롭게 사시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어요. 마음껏 사시도록 하고, 어머니는 실컷 앓는 소리 하시게 해 드리고, 아버지는 실컷 돌아다니도록 해 드리고, 그러다 돌아가시면 장례 치러 드리면 됩니다. 그 때 ‘아이고, 그렇게 돌아다니시다가 결국 죽었구나’ 하면 안 되고, 그래도 ‘나름대로 잘 사시다 가셨다’고 해야 됩니다. 그게 질문자가 괴로워 할 일은 아닙니다. 자기 식대로 하려니까 괴로운 것이지 부모님들 문제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시골에 홀로 된 어머니와 자식들이 갈등을 겪는 문제가 뭐냐 하면, 용돈 보내드릴 테니까 그냥 집에 가만히 계시라고 하는데도 내내 밭에 가서 일해가지고 밤이 되면 허리 아파 죽겠다 그러고, 주말 되면 ‘와서 일 안 거든다’고 뭐라 그러는 겁니다. 자식은 자기들 나름대로 일이 있어서 바빠 죽겠는데, 가서 보면 어머니 혼자 막 난리를 피우니까 안 거들어줄 수가 없고, 거들어 주려니까 마누라하고 갈등이 생기고. 그러니 부모들한테 ‘생활비 대줄 테니까 일하지 마시라’고 하는데, 부모들은 그게 안 되는 거예요.
밭에 나가면 나가시는 대로 그저 ‘아프다’ 그러면 한번 들여다보고, ‘일 거들어 달라’면 가서 거들어주든지, 바쁘면 안 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자꾸 ‘하지 마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걸 갖고 시비할 필요 없어요. 알아서 살도록 내버려 두면 됩니다. 그리고 도울 수 있을 만큼만 돕고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알아서 사시도록 놔두면 됩니다.”
질문자는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대중들도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후 질문자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많았고 두 분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 같이 느끼며 지내왔지만, 이제는 두 분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고,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잘 들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났다"고 하면서 밝게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좁은 창원법당 재불사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창원법당 총무님을 위해 다음 주에 개원하는 의창법당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고, 봉림사지 불사가 잘 진행되면 더 넓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와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법문을 마친 후 정토회별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경남지부 정회원들의 활기찬 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각 정토회별 기념 사진 촬영
이어서 스님의 새 책 ‘행복’ 사인회를 진행했는데요. 많은 도반들이 책을 구입하고 사인을 받기를 원해 예정되었던 스님과의 악수는 생략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 책 사인회
법회를 마친 후 몇몇 대중들로부터 소감을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행자는 뭐든지 재미있게 하라는 말씀,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마산까지 가야한다는 거리 상의 부담감을 안고 왔는데 수행을 통해 내 등에 짐은 가볍게 하고, 남의 짐까지 들어주는 수행자가 되라는 말씀과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해야 한다는 말씀이 오늘따라 더 깊게 들렸고 오늘 정말 잘 온 것 같다” 등 모두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경남지부 정회원들을 위해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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