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2.12 (저녁) 정초순회법회 3일째 경남 지부

 

오후에 경남지부 주간반 정회원들과의 만남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회원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 마산정토회

 

겨울비가 주룩주룩 장마비처럼 내리는 가운데 저녁이 되자 저녁반 정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7시 30분이 되자 100여 명이 마산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멀리 양산에서부터 거제, 통영, 고성, 거창, 진주, 하동까지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던 도반들을 맞이하며 마산법당은 흥겨움에 들떴습니다. 법회 시작하기 전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도반들끼리 반가움에 인사 나누랴, 바삐 오느라 건너뛴 저녁 공양 챙기랴 저녁 내내 시끌벅적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자 첫 순서로 경남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정홍자님이 인사말을 통해 먼 길을 달려온 정회원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올해 경남지부 정회원의 주간 야간 비율이 딱 50:50인데 앞으로는 저녁반이 비중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 법당을 나오는 분들이 더 많아지게 되면 우리도 변화된 조건에 맞는 활동 방식과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녁반 정회원들의 분발을 강조하는 인사말이었습니다. 뒤이어 정토회별로 소개가 있었는데 김해정토회부터 진주정토회, 창원정토회, 마산정토회 순서로 참석한 정회원들이 모두 앞에 나와 일렬로 서서 각자 소개를 하였습니다. 총 100여 명의 정회원이 참석하였는데 소개 도중 고성법당은 정회원 3명에 참석 3명 100% 참석으로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 참가자 소개

 

각자 소개를 하다보니 작년 한해 동안 경남지부에 새로 문을 연 법당만 진해, 고성, 거창, 하동 4군데이고, 의창, 장유 법당이 곧 개원을 앞두고 있으니 나날이 불어가는 살림에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축하공연이 빠질수 없죠.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풍기는 창원법당의 보살님 다섯 분이 '행복을 주는 사람' 노래를 기타 반주와 함께 차분하고 앙증맞은 율동으로 풀어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직도 귀속에는 메아리가 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 창원법당의 축하 공연

 

 또 “경남지부 저녁부 일기장”이라는 이름으로 영상편지도 보았습니다. 지난 한 해 경남지부 저녁반의 활동들과 함께 새롭게 문을 연 법당들의 소식을 영상으로 보면서 ‘올해는 경남 지역의 모든 군 단위마다 빠짐없이 법당이 채워지는 한 해가 되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정초 기념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왜 ‘정토사’라고 이름 짓지 않고 ‘정토회’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 많이 하지요. 아무리 ‘정토회’라고 얘기해도 ‘정토사’라고 한다는 겁니다. 정토사는 전국에 많아요. 한두 개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왜 자꾸 정토사라고 할까요? 절이라고 생각하니 그렇지요. ‘어느 절에 다녀요?’ 라고 물어서 ‘정토회’ 라고 대답해도 ‘정토사에 다니군요’라고 하는 건 하나의 사회적 습관입니다. 그럼 왜 우리는 정토사라고 안 하고 ‘정토회’라고 했을까요? 우리는 그런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는 의미로 정토회, 즉 정토 템플이 아니라 ‘정토 소사이어티(Jungto Society)’라고 한 겁니다. 

 


 

이런 일은 생기고, 저런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 하는 게 이 세상 사람들의 바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일이 생기든 저런 일이 생기든, 그게 생기라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안 생기라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생기든지 말든지 그건 세상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이런 일이 생겨도 저런 일이 생겨도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대응을 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괴로움이 없다. 나는 거기에 속박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야 됩니다. 이걸 해탈과 열반이라고 말하는데, 그 길로 나아가는 자를 수행자라고 하는 겁니다. 

 

수행자는 돈을 더 얻고, 뭘 더 얻는 게 목표가 아니고,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는 것, 즉 자유와 행복을 얻는 것이 목표인 사람을 말합니다. 그 길로 나아가는 데는 지혜와 깨달음이 중요하지, 남한테 부탁하거나 비는 게 필요 없는 거예요. 신도 필요 없고, 사제도 필요 없고, 신자도 필요 없는 거예요. 오직 수행자, 딱 한 가지만 있어요. 출가해서 수행하면 출가수행자, 재가해서 수행하면 재가수행자, 남자가 수행하면 남자수행자, 여자가 수행하면 여자수행자, 이런 말만 있는 거예요. 

 

제가 만약 미국에 가서 전법을 한다면 딱 이 수행자 그룹만 만들면 됩니다. 그 사람이 기독교든 뭐든 종교는 상관없이, 여기 참가하는 사람은 다 수행자만 딱 있다 이 말이에요. 그런데 기존에 불교가 있는 사회에서 전법을 하다 보니까 세상 사람이 볼 때는 기존의 불교와 이걸 구분을 잘 못 하기 때문에 제가 분명히 ‘정토회’라고 했는데도 자꾸 ‘정토사’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회원이다, 행자다’ 그래도 자꾸 ‘신자다, 신도다’ 라고 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데, 이걸 뭐 강제로 어떻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용어로 말하면 일반 절에 다니는 사람은 신자고, 정토회에 다니는 사람은 정토 수행자라는 의미로 ‘정토행자’라고 부릅니다. 

 


 

신자와 행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시겠어요? 구분을 해야 돼요. ‘우리는 신자가 아니고 행자다’ 이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걸 같이 써가지고 자꾸 헷갈려 하니까 제가 ‘회’, ‘회원’이라고 한 거예요. ‘회원’은 평등성이 보장되잖아요. ‘신자’가 있으면 ‘사제’도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 신자와 사제 사이에는 계급질서가 있어요. 그런데 ‘회’는 회원이 회장도 될 수 있는 구조이니까 템플이라고 안 하고 소사이어티라고 한 겁니다.”

 

다들 주변에서 정토사라고 부르는 경험을 많이 했는데, 스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그 이유가 금방 납득이 되었습니다. 정토회가 우리 사회에 더 알려지기 전까지 이런 일은 종종 더 경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 분의 보살님과 또 다른 한 분의 거사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 두 번째 질문자인 거사님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걱정스런 마음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요즘 뉴스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일어납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확성기로 방송한다고 할 때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또 북한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번에는 반응이 미미할 정도로 조용하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사드(THAAD,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한다고 하기에 저는 ‘청와대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분별심도 많이 났습니다. 제 상식으로 사드(THAAD)는 한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왜 이런 판단을 내릴까? 청와대의 판단이 저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또 개성공단 중단 소식까지 들리니까 ‘왜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이런 정책이나 판단으로 우리나라를 끌고 가는 건가’ 싶어서 저녁에는 잠이 안 왔습니다. ‘정말 이런 수준은 아닐 건데, 어쩌면 이게 다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가? 자기들한테 무슨 목적이 있어서 분단 상태를 영구화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최근에 끝없이 생각이 일어나고,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그래서 질문 드립니다. 이런 현상을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정말 대통령이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고도 다른 목적을 위해서 그러는 건지를 묻는 거라면, 둘 다라고 볼 수가 있어요. 어떤 것은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또 곧 선거가 있으니까 선거에서 목표달성을 하려는 어떤 의도도 있을 수 있겠지요. 지도자가 현명하지 못해도 문제이고, 지도자가 국가의 안위를 국내의 정치적 이해와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문제지요. 그러면 국민의 안위나 이익에 손해를 끼치니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우선 내가 불안하고 초조한 걸 어떻게 극복을 해야 되느냐 물으셨는데, 수행자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잠시 불안하고 초조할 수는 있어도, 그 불안과 초조로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 그건 대통령의 문제도 아니고, 사드의 문제도 아니고, 질문자의 수행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입니다.(모두 웃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이 움직여지는 게 아닙니다. 원하는 대로 다 된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도 없고, 또 된다고 꼭 그게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게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원하는 게 다 될 수가 없다, 원하는 게 다 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좋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해서 난리칠 일도 아니고, 또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볼 땐 말도 안 되는 지금의 이런 현상이 어쩌면 통일의 막바지에서 통일이 오는 직전의 상황일 수도 있고, 반대로 영구분단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속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 겨울을 한번 생각해 봐요. 12월인데도 장미가 만발한 모습을 스님의 하루에 사진으로 올라간 것을 보셨었죠? 장미꽃이 그저 한 송이가 어쩌다 핀 게 아니라 봄에 피듯이 핀 거예요. 경주 남산에 갔더니 진달래도 막 피었더라고요. 담장 밑에는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있었고요. 그게 12월 하순이었습니다. 그것은 엘니뇨니 뭐니 해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잖아요. 그래서 ‘올 겨울에는 추위가 없겠구나’ 했는데, 또 1월에는 몇 십 년 만에 최고로 추웠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봄이 안 오나’ 그랬는데, 오늘 날씨를 보세요. 지금 덥잖아요. 그러니까 봄이 온다고 계속 날씨가 따뜻한 것도 아니고, 춥다고 봄이 안 오는 것도 아니고, 기복이 있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요즘의 상황도 조금 더 지켜봐야 됩니다. 섣불리 속단할 필요는 없고, 내가 생각한 것과 좀 다르면 ‘아, 이렇게도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구나’, 또는 내가 우려했던 바라면 ‘아이고, 내가 예측한 대로 결국은 이렇게 가는구나. 이렇게 되면 통일이 좀 어렵고, 평화를 지키기도 어렵겠는데,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걸 고려해야 된단 말이에요. 

 

어떻게 좋은 일만 생기겠어요? 날씨가 맑다고 등산 갔는데 비가 오면, 비를 맞든지, 미리 생각하고 우비를 가져간 사람은 우비를 입든지 해야지, 난리 피운다고 비가 멎는 게 아니듯이 질문자가 잠을 안 자는 게 이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잠 안 잔다고 해서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잠은 주무세요. 조금 더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내가 작은 힘이지만 어떻게 하면 좋겠다’ 하는 결정이 나면 그 때 가서 행동하세요. ‘이건 아니지 않나. 이러면 경제도 어려워지고, 여러 가지로 어려워지는데 좀 경솔한 거 아닌가’ 하는 여론이 많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해질 수도 있겠지요.

 


 

보통 안보적 위기는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나 보수적인 세력한테 항상 유리합니다. 남북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보수 세력의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잖아요. 그러나 이번 선거 때도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어요. 옛날에도 북풍을 일으켰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적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이게 순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국민들이 ‘이러다가 전쟁이라도 나면 그건 진짜 문제다’ 하면 또 모릅니다. 북한이 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대응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여론을 살펴 봐야지요. 그래서 안보풍이 불면 일단 피해 가는 게 좋은지, 이걸 되받아쳐서 방향을 꺾어야 될 것인지 판단을 다시 해야지요. 그래서 요즘의 상황을 두고 꼭 나쁘다 좋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신라도 삼국통일을 하려고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여기 저기서 백제와 고구려가 쳐들어와서 나라가 망하게 됐으니까 당나라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싹싹 빌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그렇게 경황이 없이 해 놓으니까 결과적으로 통일은 됐지만 민족사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생긴 겁니다. 이런 것처럼 엉뚱하게 맞아떨어져서 잘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민족사 전체적으로 그렇게 해서 통일을 하면 손실이 아주 클 겁니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이런 우려를 막아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뭐 역량이 안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 스님한테 이 문제를 해결할 영향력이 있으려면 여러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잘 안 되잖아요. 불과 몇 천 명으로 어떻게 나라를 바꾸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인원은 적더라도 높은 의지를 가지고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야 되지 않느냐’ 해서 만든 것이 통일의병이잖아요. 지금 갈등을 막아야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아직 오합지졸인 여러분들의 수준으로 이걸 막아내겠어요?(모두 웃음) 

 


 

그렇다고 초조 불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상황이 반드시 나쁘다’ 이렇게도 생각하지 마세요. 다만 현 정세를 잘 분석해야 돼요. 이 큰 판의 그림을 누가 그렸겠습니까? 미국이 그린 거예요. 미국은 요새 그린 게 아니고 이미 10년 전에 그린 거고요. 중국이 쭉 경제성장하는 걸 보고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까?’ 했던 겁니다. 미국은 우리와 좀 달라요. 어떤 걸 10년 내지 20년 뒤를 보고 미리 준비를 해요. 우리는 너무 단기적으로 보고 대응을 해서 맨날 실패하는데, 미국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중국 문제는 장기적으로 보고 대응을 하고 있는 거예요.

 

미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재무장시키고, 한·일 간에 군사협력을 하도록 해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견고히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한국이 자기네 뜻대로 잘 안 움직이니까 남북관계가 긴장이 고조되는 걸 넘어서서 거의 전쟁이 날 정도까지 가도록 해야 한국 국민들도 방위를 위해서 미·일 군사동맹에 협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니겠어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이고, 하나는 사드 배치입니다. 

 

그런데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이명박 대통령 때 하려고 했다가 국민이 알고 반대해서 취소됐던 거 기억나지요? 그런데 그게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가지고 슬쩍 통과해 버렸잖아요. 미국은 일반적으로 먼저 군사 공격은 잘 안 해요. 대신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북한은 자기 성질을 못 견뎌가지고 먼저 사건을 저지른다는 걸 아니까 계속 압박을 가해서 북한이 사건을 탁 저지르면 그걸 핑계 삼아 자기들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요. 

 


 

더군다나 미국은 지금 부시 정부에 비해서 오바마 정부 이후 국방비가 줄고 있거든요. 미국의 군수산업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늘어나야 호황인데, 미국에서는 지금 매년 국방예산을 줄여가고 있으니까 그럼 그 무기를 어디에든 팔아야 되잖아요. 그러니 중동이나 한반도에 분쟁이 생기면 오히려 좋은 일이 되지요. 

 

그런데 미국의 군수 산업체들은 전부 대기업인데 공장이 주마다 있습니다. 그러니 군수산업이 잘 운영이 안 되면 주마다 실업자가 늘어나니까 각 주의 상원과 하원 의원이 다 난리겠지요. 그러니 미국 국방부에 무기를 덜 파는 대신에 다른 나라에라도 팔아야 될 거 아니에요? 2014년도에 세계 무기 총 교역액이 718억 달러인데 그 중 한국이 78억 달러로 1위 수입국이었습니다. 세계 무기 수입액의 약 11%를 한국이 차지한 거예요. 78억 달러라면 9조 원도 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70억 달러가 미국 무기를 구입했어요. 사드 배치하면 또 돈이 몇 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한국이 사드 배치를 안 한다면 대신에 다른 무기를 그 몇 배로 사주기를 또 원할 겁니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무기도 팔고 사드 배치도 시키는 게 낫겠죠. 그래서 미국이 지금 전방위적으로 한국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니까 여러분들도 잘 아는 보수 정치인들은 이미 사드 배치하자고 1년 전부터 주장을 했잖아요. 그런데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는 버텨온 거예요. 어쨌든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핵실험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자기들은 또 자기네 체제를 지켜야 되니까요. 한미 군사훈련이 거의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니까 북한은 ‘우리 건드리기만 해봐라. 같이 죽는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근 통일대박론부터 해서 모두 흡수통일론 일색이었잖아요. 전 국정원장은 2015년도에 통일한다 하고, 박 대통령은 2016년에 통일한다고 하니 이건 북한이 망한다는 뜻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은 ‘우리 건드리기만 해봐. 우리만 죽는 게 아니라 너희도 같이 죽는다’ 이런 협박을 해야 되니까 굶으면서도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작년에 인천 아시안게임에 와서 어떻게 대화를 해보려고 했고, 올해도 어떻게 대화를 해보려고 한 게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 때 북한이 최고로 양보해서 제안한 게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공격형 군사훈련을 하지 마라. 그러면 우리도 핵실험 안 하겠다’. 그랬는데도 우리는 ‘군사훈련 하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너희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고 거절하니까 막판에 이렇게 나오는 것이지요. 

 

그렇게 나오니까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밀어붙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통령도 더 이상 못 버티지요. 그래서 중국한테 ‘북한 핵실험 못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북한은 중국 말도 안 듣잖아요. 그런데 북한이 무너지면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이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잇게 되니까 중국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그러니 합의통일이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여 북한을 없애버리는 흡수통일은 중국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북한이 핵실험 하거나 미사일 실험하는 건 중국에게도 위협이에요. 그래서 반대하지만, 그걸 핑계로 지금 미국이 추진하는 사드 배치도 중국에게는 안보상 큰 위협이라고 느끼는 것이지요. 결국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는 나빠지고 오히려 북·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스님이 10년 전부터 판세가 이렇게 전개되면 우리가 영구분단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전쟁의 위험이 다시 커진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걸 막아보려고 평화재단도 설립하고 지금까지 온갖 노력을 해 왔던 건데 결국 판이 이렇게 되고 만 거예요. 

    

북한은 중국하고도 관계가 깨졌지, 남쪽하고도 더 이상 대화가 안 되지, 그런데 로켓 쏠 준비는 다 해 놨지, 그러니까 못 쏠 이유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쏜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난리가 났지요. 북한은 우리가 볼 때는 이해가 안 되지만 자기들은 자기들대로 계산이 있는 겁니다. 만약에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로 가고, 남북관계가 전쟁이 나듯이 하면 북한도 내부적으로 더 단결이 되잖아요. 그러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북한과 관계를 또 풀어야 되고요. 그러니 체제생존을 위한 북한의 이 전략은 유효한 것이 되잖아요. 북한은 북한대로 이렇게 계산하는 거예요. 북한을 나무라고, 중국을 나무라고, 미국을 나무라고, 일본을 나무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이런 걸 막으려면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북한이 이런 불장난을 못 하게 하려면 남북관계의 숨통을 터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행할 명분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 미국도 우리에게 전방위 압력을 넣을 기회가 없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남북관계가 좋은데 미국이 우리에게 사드 배치 하라고 하거나 일본과 군사협력하라는 말을 하기는 좀 어렵잖아요. 그러니 적어도 관계를 푸는데 까지는 못가더라도 ‘갈등은 만들지 마라. 숨통은 좀 터줘라.’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야당하고도 관계를 좀 풀어라. 국론이 통일되어야 미국이 함부로 못 할 거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라를 안정시켜야 된다고 저는 여러 번을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는 또 다른 입장에서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영악한 사람보다 착한 어리석은 사람이 훨씬 더 큰 화근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잖습니까. 

  

그럼 앞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응을 할 건지가 문제인데, 경상도에서 이런 얘기하면 뭐합니까. 투표를 안 해도 이미 누가 당선될 건지 결정이 나 있잖아요. 투표하면 뭐합니까? 투표권이 있다는 건 당선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건데, 우리가 결정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의 말뚝만 박으면 당선되는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큰 병폐지요. 이제는 정책이나 사람을 보고 찍어야지 무조건 특정 정당을 찍는 것은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말뚝 보고 찍는 사람들이 여기에는 몇 명이나 있어요? 머리 허연 사람들은 좀 유의하세요.(모두 웃음) 

 


 

가만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서 ‘앞으로 동아시아의 정세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텐데, 국가지도자가 이렇게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최근에 보면 굉장히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거든요.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다 들어보고 ‘일리가 있다’ 이래야 되는데 자기 생각과 주장 대로만 밀고 나가잖아요. 이렇게 되면 나라가 안전해지기 어렵고, 발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난세에 국가를 생각하는, 국민의 안정을 생각하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느냐 싶어요. 그래서 지금 통일의병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아직은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잖아요. 앞으로 2년 동안 열 번은 더 바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머리 아프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요. 꾸준히 때를 기다리면서 우리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있다면 기여를 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안 해도 저절로 나라가 잘 되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자고 건강이나 잘 챙기세요. 통일기도 열심히 하시고요.”

 

“예, 알겠습니다.”(모두 박수) 

 


 

“요새 머리가 시끄럽다면서 스님께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설명만 하면 뭐하겠어요. 쭉 지켜보면서 이런 어려움도 우리가 극복을 해야 돼요. 좋은 일이 생기려면 엎치락뒤치락 하는 겁니다. 이런 나쁜 조건이 나쁘게만 갈지, 아니면 뭐든 너무 지나치면 뒤집어지는 현상이 생기니까 좋게 변할지 아직은 누구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지켜봐야 됩니다. 한 달 뒤에 또 무슨 일이 있어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가만히 ‘이것 좀 문제가 있구나’ 하면서 지켜보세요. 하긴 계속 기다리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일희일비는 하지마라는 겁니다. 그게 수행자와 수행자 아닌 사람의 차이입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남북관계의 배경과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명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한 분도 편안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뉴스를 볼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지고 걱정스런 마음이 많았는데 스님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은 밤 10시를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경남 지부는 전체 지역이 옛날 가야땅이었음을 강조하며 당부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기가 경남 지구잖아요. 경남지구는 옛날에 전체가 가야땅이었습니다. 불교가 가야에 AD 48년에 처음으로 들어왔는데, 중국은 AD 67년에 들어왔으니까 우리가 중국보다도 더 빨리 들어왔어요. 그런데 ‘한국불교 1600년사’라고 하는 건 고구려에 들어온 걸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국 최초의 절이 가야정사입니다. 그 가야정사가 가야가 망한 뒤 허물어졌다가 선종이 들어오면서 봉림산문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니까 봉림사지가 선종 구산선문 중에 하나이지만 더 이전에는 가야의 초전법륜성지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힘을 다 모아서 이 봉림사를 복원해야 돼요. 그걸 복원하면 굉장할 거예요. 창원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데예요. 가야는 신라하고 합의통합을 이루기도 했잖아요. 합의통합을 함으로 해서 또 신라가 급격하게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쳤고, 가야의 지도자들이 신라의 통일 주역이 됐습니다. 그런 자기 지역의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스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봉림사지 복원을 함께 발원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친 후 각 정토회별로 스님과 기념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암울한 시기에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어서 스님은 집으로 돌아가는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어느 분이 넉넉하게 보시해 준 떡과 귤을 나눠먹으며, 또 먼 길 가는 동안 간식으로도 챙겨보내면서 정초에 스님과 함께한 시간의 행복한 여운들을 즐겼습니다. 

 

질문한 거사님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혼자 속으로만 답답해 하고만 있었는데 스님의 답변을 듣고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아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스님 법문 중에서 자기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 상구보리(수행)이고 남의 짐을 하나 들어주는 것이 하화중생(보시, 봉사)인데,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대승보살이라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고 하면서 받아적은 노트를 보여주며 기뻐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에 마산법당을 나서니 아직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올겨울 유난히 비가 잦았던 경남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은 비만 그치면 늘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이 비도 그치면 또 추위가 온다지만 그래도 이제는 봄이 저만치 다가와 있음을 느낍니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경남 지부 정회원들의 활동이 한해 내내 행복한 여정이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왁자지껄한 가운데 정초순회법회를 뿌듯하게 잘 마쳤습니다.

 

내일은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2015년 봄에 입학한 경전반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2016년 '법륜 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이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불교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지금 신청하세요.   


전체댓글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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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국제정세를 이해하시는 능력이 혜안이십니다..국내정치를 위해 국가안위를 이용하는 어리석은 정치가 하루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02-22 09:01:52

정근환

잘읽었읍니다.

2016-02-18 21:49:34

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02-16 20: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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