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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김제동씨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단법인 ‘어깨동무’ 창립총회에 참석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젯밤 장례 염불을 마치고 울산 두북에서 주무신 스님은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휴식과 더불어 몇 가지 남은 겨울 준비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다시 서울로 와서 김제동씨와 청년들이 스스로 어려운 청년들을 돕고자 설립하는 사단법인 ‘어깨동무’ 창립총회에 참석해 격려 말씀과 더불어 응원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깨동무’ 창립총회가 열린 서초동 카페50에는 저녁 7시부터 청년들 50여 명이 빼곡이 자리를 메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열기로 가득찼습니다.
▲ 카페50.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50명의 청년들이 출자자가 되어 만든 협동조합형 카페.
김제동씨는 오래 전부터 소외된 청년·청소년을 위한 자립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왔는데, 드디어 오늘 자산의 일부를 출현하여 본격적으로 공익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곳곳에서 의미있는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어깨동무’ 창립을 통해 이제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더 빨리 제대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깨동무’는 앞으로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일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청년 대상 공익 문화콘서트 개최, ▶청소년 대상 공익 문화콘서트 개최, ▶소외된 청년,청소년 자립 지원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청년 문화를 만들고, 공익을 위해 헌신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을 스스로 만나서 돕고, 후배들인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새로운 희망을 나눠줄 예정입니다.
창립총회가 열리는 오늘도 세월호 사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안산지역 고등학교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왔다고 합니다. 창립하는 첫날부터 훈훈한 소식과 함께 창립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김제동씨와 청년들이 뜻깊은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길을 달려온 스님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김제동씨와 함께 청년들을 응원하는 일을 수년째 같이 해오고 있는데 창립 취지를 전해 듣고나서 스님도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스님은 도움 받으려고만 하는 청년이 되지 말고, 자립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청년이 되라며 ‘어깨동무’의 창립 멤버들을 격려했습니다.
“드디어 일을 벌렸네요. 지금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청년이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마치 노인하고 청년이 누가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하나를 두고 경쟁을 하고 있고 있는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는 좀 창피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 스스로 벌어먹고 살고, 우리가 이웃을 돕는 사람이 되자, 저는 이런 자세가 청년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어깨동무’의 설립 취지를 들어보니 그와 부합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여러분들도 이제 도움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자립하고 나아가 베푸는 삶의 자세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내가 막노동을 해서라도 내 삶은 내가 영위하고, 우리의 일은 우리가 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여러분과 같은 청년들 중에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좀 도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많은 구호단체와 지원단체가 있습니다. 정부에도 있고, 민간에도 있고, 돈도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지원은 ‘폼’ 나는데 씁니다. 신문에 나거나 TV에 나오거나 성과가 나는 데만 쓰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돈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틈새공략’입니다. 그렇게 폼 나는 데만 쓰려고 하다 보니까 진짜 도움이 필요한 데는 도움을 못 주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얼마 전에 놀랄 일이 있었잖아요. 군대에서 지뢰를 밟아서 다쳤는데, 정부가 치료비를 지원 안 해 준다는 일이 있었지요. 저는 그런 얘기를 그 때 처음 알었어요.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그런 일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이 안 되어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소방관이 말벌을 제거하러 갔다가 사망했는데, 장비를 안 갖췄다고 순직으로 인정을 못 받은 일도 있었지요. 그 소방관이 악의가 아닌 선의로 일을 했는데,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고 그렇게 되었다 하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이웃으로서 도움을 줘야 되지 않겠어요? 즉, 우리가 먼저 자립하고, 그 다음으로 우리 주위에 있는 어려운 청년들도 돕자는 겁니다.
셋째, 여러분에게도 다음 세대가 있잖아요. 바로 청소년들입니다. 그들의 어려움도 돕자는 겁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이 있다면 그들을 경제적으로도 도와야 되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라며 억압하는 부모 때문에 얼굴에 웃음기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청소년들에게 여러분들이 웃음을 좀 되찾아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웃음기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후배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넷째, 여러분들은 세계시민으로서도 교양을 갖춰야 해요. 우리나라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나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돕는 마음을 가져야 됩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안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북한동포들, 조선족들, 동남아 등에서 온 이주여성들, 외국인 노동자들, 이 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제가 5, 6년 전에 안산시장을 만났을 때 얘기 듣기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 중에 10명에 3명은 초등학교에 못 들어가고, 중학교 안 다니는 아이는 50%, 고등학교 안 다니는 아이는 70%라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을 하잖습니까. 물론 약간 문제가 있어서 검정고시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요. 설령 부모가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아무 죄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아이가 이 땅에 사는 한은 ‘교육의 혜택’을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국에서 북한난민들을 돕다보니까, 그분들은 아이를 낳아도 호적에 못 올리니까 그 아이들도 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걸 보고 무척 안타까웠던 적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인종이나 종교나 국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교육의 혜택만큼은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법이 잘못 됐다면 법을 개정하도록 하거나 법이 없다면 법을 재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아이들을 직접 돕는 운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결혼을 통해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을 돕는 일은 청년들이 하기가 좀 어려우니까, 청년들은 주로 청년들의 후배들을 돕는 일을 하면 될 것 같아요. 그것이 곧 세계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와 가까운 동남아에는 여러 가지 긴급재난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 있을 때 우리가 가서 도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이 감동을 받아서 어깨동무 법인에 도네이션을 하는 것은 좋지만, 청년들이 ‘우리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니까 기부를 좀 해주십시오’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을 일을 하는데 구걸 할 이유는 없습니다. 좋은 일을 할 때는 내 힘이 닿는 데까지 하면 됩니다. 그러나 누가 도와준다면 안 받을 이유는 없겠지요. 선의의 지원은 받되 “우리가 좋은 일을 하니까 너도 좀 내놔라” 하고 요구하는 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있다’ 하고 알리는 건 좋아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몰라서 후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구걸할 이유는 없어요.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겁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하고, 이후에 모금이 조금 더 되면 지원사업도 하겠지만,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건 마음으로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분들이 이 사회의 책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인도에서 구호사업을 해보면서 놀라운 현상을 봤어요. 처음에는 ‘초등학교까지만 무상교육이고, 나머지는 나는 못한다’고 했더니 초등학교 졸업한 아이들이 자꾸 찾아와서 ‘중학교 보내주세요’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건 내 능력에 안 맞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졸라서 타협한 내용이 이렇습니다.
‘네가 중학생이면,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지 않느냐?’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동생 돌보는 거니까요.’
‘그럼, 좋다. 네가 오전에는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중학교 과정 공부를 하면 어떻겠느냐?’
‘좋습니다.’
그래서 유치원이 동네마다 생겨났어요. 중학생들이 아침에는 자전거 타고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자기네가 중학교 수업을 받는 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갔습니다. 인도는 초등학교가 5학년까지 있는데, 5학년은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1년을 지내고 나면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손도 안 씻던 아이가 저보다 어린 아이한테 ‘너 손 씻어라’고 가르치다 보니 자기 손을 안 씻을 수가 없잖습니까. (모두 웃음)
그런데 거기도 지금은 변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학교 1학년이 유치원 보조선생, 중학교 2학년은 유치원 담임선생, 중학교 3학년은 유치원 원장을 했습니다.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이 보조선생, 3학년이 담임선생, 고등학생이 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늘었지만 학생들의 의식 수준은 점점 어려져요. 어른이 되는데 전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참 묘한 현상입니다. 우리 한국사회는 어떻습니까? 대학생이라 하더라도 어린애 같잖습니까. 그래서 인도에서의 제 경험으로 봤을 때 나이가 어려도 돕는 자가 되면 저절로 어른이 됩니다.
제가 옛날에 이런 실험을 해 본 적이 있어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련을 할 때 지도만 주고 야간에 ‘어디까지 갔다 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는데, 밤에 길을 잃고 그 길을 찾다보면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완전히 동생들을 책임지는 리더가 됩니다. 그리고 1학년, 2학년짜리는 대원이 되고요. 그렇게 확 변합니다. 그러니 방에서 100번을 가르치는 것보다 한번 경험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기력한 청소년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에게는 아이를 데리고 인도여행을 가라고 하거나 고비사막에 같이 갔다가 버리고 오라고 권합니다. (모두 웃음) 버리고 오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면 아이가 조금 원망할 수도 있으니까 부모가 같이 가서 부모가 아파버리면 됩니다. 엄마나 아빠가 아파서 아이가 스스로 차표도 구하고, 오히려 엄마나 아빠를 보살피는 역할을 해보게 되면 아이는 변합니다. 부모가 정말 자식을 위한다면 이렇게 자기 희생을 할 줄 알아야 됩니다. 그렇게 하면 자식은 변합니다. 베푸는 일을 하면 인간의 의식구조가 그렇게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옛날에 가난해서 못 배운 아이들은 12살만 되어도 어른이 되었는데, 왜 지금은 대학을 나오고 30살이 되어도 어른이 안 될까요? 어른 역할을 안 해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실험해 보기는 어려울 텐데, 이렇게 김제동씨를 선장으로 해서 끼리끼리 모여서 해 보면 어른 되는 훈련을 많이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가정의 어른이 되는 훈련이 아니라 ‘이 나라를 우리가 돌본다’ 하는 나라의 주인이 되는 훈련입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여러분에게 있으니까 그 권리를 위해서 투쟁도 할 줄 알아야 됩니다. 그런 일들을 여러분들이 함께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의 그늘에 있다가 이제 광야로 나오게 되었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광야에 나가면 처음에는 힘들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습니다. 밝은 불에 있다가 불을 탁 끄면 어둡지만, 조금만 있으면 눈이 적응해서 다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사회 활동을 잘 함으로 해서 많은 청년들에게 용기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힘있는 격려사에 함께 자리한 청년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기뻐했습니다. 김제동씨도 큰 박수로 스님의 격려 말씀에 공감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창립총회를 통해 ‘어깨동무’ 법인의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제동씨가 간단히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미처 고백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며 한마디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이제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여러분들도 신나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생겼네요. ‘이사장’으로서가 아니라 똑같이 ‘청년’의 이름으로 함께 어깨동무하며 즐겁게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늘 ‘나는 안 그렇다’ 그러면서도 여러분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 뭔가 더 배워야 될 대상으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방금 총회에 임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내가 그런 선입견이 있었구나’ 하면서 자기성찰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자꾸 보살펴야 될 존재로만 봤던 것 같아서 무척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저를 좀 잘 보살펴주십시오. (웃음) 감사합니다.”
청년들은 김제동씨의 솔직한 이야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창립 총회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었고, 스님은 격려사를 마친 후 곧바로 행사장을 나왔습니다.
밤늦게까지 집무실에서 원고 교정 업무와 보고서를 체크하며 업무를 본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동지날을 맞이하여 오전 10시부터 서울 정토회관에서 동지법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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