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2.20 (오후) 청년활동가 송년 만남 “즉문즉설”


 

안녕하세요. 오전에 ‘청년 수행자의 삶’을 주제로 한 입재 법문에 이어서 오후 1시부터는 그동안 활동해 오면서 갖고 있었던 고민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 사주신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면서 청년활동가들은 자신들이 1년 간 잘 했던 내용으로 팀별로 상장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장은 스님이 수여하지만 상장의 내용은 자신들이 적는 프로그램입니다. 

 


▲ 자신들에게 줄 상장의 내용을 적고 있는 청년활동가

 

상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대학생정토회에서 준비한 축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신나는 음악에 가운데 선 친구가 ‘통일’이라는 문구를 들고 어설픈 춤을 춰서 모두를 크게 웃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에 끝까지 붙어있을 거라고 다함께 구호를 외쳐서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 대학생정토회 축하공연

 

이어서 드디어 상장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지역별로 대표자가 나와서 자신들이 쓴 상장 내용을 읽고 스님께 사인을 받은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자신들이 쓴 상장을 스님 앞에서 읽고 있는 청년들

 

모두가 하나같이 재치있고 인상깊은 내용들이었지만, 특히 대구경북지부는 가장 착실하게 모임을 활성화시켰다고 하면서 잘한다 잘한다 상을 자신들에게 주었고, 대전충청지부는 내부가 가장 결속이 잘 되었다고 하면서 찰떡궁합상을 주었고, 대학생정토회는 존재만으로도 상을 받을 만하다고 하면서 미친존재감 상을 주었고, 진주청년포럼에서는 많은 봉사자를 출산해서 양육을 잘했다고 하면서 출산양육상을 주어서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시상을 모두 마치고 나서 환한 웃음으로 짧게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역시 상장의 내용을 자기가 쓰니까 자기 노력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남이 쓰면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서 ‘성실하였기에’, ‘열심히 노력하였기에’처럼 형식적인 문구를 쓰는데 자기가 쓰니까 좀 과대망상도 있긴 하지만 훨씬 구체적이고 좋네요. 하나하나 다 좋았어요. 

 


 

여러분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애를 많이 썼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조직을 유지하는 데만도 애를 많이 썼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동분서주했던 노력들이 내용에 다 녹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인들이 수고한 내용에 대해 본인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솔직하게 적을 수 있었고, 또 그것을 마지막에 스님이 인정해 주고 격려해주니 그 기쁨이 배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스님의 격려에 쉴 새없이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정토회와 청년포럼에서 지난 1년간 봉사를 해 온 청년활동가들은 희망강연이며 불교대학이며 청춘콘서트며 많은 청년들을 위해 강연을 준비하는 일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들은 스님께 질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님도 “이번 시간은 여러분들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마음껏 질문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총 10여 명의 청년들이 스님께 고민을 질문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스님의 명쾌한 대답에 연신 웃음과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에서 한 달 전 결혼을 한 후 아기를 낳고 싶은 마음과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 여성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청년활동가 중에는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해 자주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스님의 답변은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봄학기 정토불교대학를 담당하고 있고, 결혼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빨리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이게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이 아닌 딸을 낳고 싶거든요. 또 남편과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내년에는 정토회 활동을 좀 줄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요?”

 

“아기를 낳고 싶다는 질문에 대해서 먼저 답변해 드리면, 그건 반생명적 태도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좋은 자식을 낳거나 좋게 키우기 어려워요. 생명이라는 건 낳고 싶다고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안 낳고 싶다고 안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딸 낳고 싶다고 해서 딸 낳아지는 것도 아니고, 아들 낳고 싶다고 해서 아들 낳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건 내 욕심이에요. 자꾸 욕심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자꾸 ‘우리 자식은 이래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잖아요. 그래서 부모님을 보면 지긋지긋할 때가 많잖아요. (청중 웃음) 

 


 

일베 이용자들이 여성을 혐오하고 공격하는 걸 심리적으로 분석해보면 대부분 어릴 때 엄마의 억압으로부터 인해 생긴 여자에 대한 저항감이 빚어낸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괴롭히려고 한 건 아니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려 하니 아이가 심리적인 억압을 받아요. 

 

그러니 아이 낳는 건 잊어버려야 해요. 다른 건 욕심을 좀 부리더라도 아이는 욕심 부리면 안 돼요. 아이가 빨리 생기면 신혼생활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아이 키우는 데만 집중해야 해요. 일부러 안 낳으려고 조치해서도 안 되지만 낳으려고 애쓰지도 말라는 겁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아이가 생기면 신혼을 포기하더라도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일부러 아이를 빨리 가질 필요는 없어요. 나이가 40살 넘어서 지금 안 낳으면 앞으로 아기 낳는 데 장애가 좀 있다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 질문자는 20대잖아요. 내려놓고 신혼을 즐기세요. ‘그래도 3년은 신혼생활을 즐겨야지. 3년 뒤에 생겨라’ 이런 마음으로 지내다가 생기면 생기는 대로, 안 생기면 안 생기는 대로 하면 됩니다. 생긴 걸 지운다고도 하지 말고, 안 생기는 걸 억지로 생기게 한다고도 하지 말고 자연 질서에 맡기세요. 

 

그리고 딸 아들 구분하지 마세요. 옛날에는 아들만 좋아해서 딸은 갖다 버리거나 없는 자식 취급을 해서 어머니 세대가 얼마나 많이 상처받았는지 알잖아요. 질문자가 딸을 선호하면 아이가 아들이면 낳을 때부터 이미 기분이 안 좋잖아요. 엄마의 축복을 받아야 할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벌써 약간의 저주를 받고 나오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큰 불행이에요? 별 거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한 화를 자초하는 위험한 생각이에요. 오늘부터 다 잊어버리고 신혼을 즐기세요. 

 

그리고 아이 낳고 키우는데 빼앗길 시간 3년을 오늘 제가 만들어줬으니까 애 낳고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정토회 활동을 하세요. (청중 웃음과 박수)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신혼을 즐길 시간이 없는데, 이제 시간이 생겼잖아요. 그 시간을 정토회 활동에 죄다 쓰라는 건 아니에요. 아이 낳는 건 놔두고, 부처님께 불공드린다는 생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면 저절로 좋은 아이가 낳아질 겁니다. 자꾸 신혼생활과 불교 활동을 대립시키면서 어느 게 우선인지 계산하려고 하면 안 돼요. 활동은 그냥 하고 신혼은 신혼대로 즐기세요. 남편을 데려와서 같이 놀면 활동도 하고 신혼도 즐길 수 있습니다. (청중 웃음) 

 


 

연애도 하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으면 공부하는 사람과 연애해서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연애하면 됩니다. 술도 마시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으면 공부하는 친구와 술 마시면서 토론하면 돼요. 술 마시면서 꼭 잡담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술도 마셔야 하고 정토회 의논도 해야 하면 술자리에서 술 마시면서 의논해도 돼요. (청중 웃음) 

 


 

그러니 우선은 신혼도 즐기고 정토회 활동도 하세요. 그렇게 하니 신혼도 불만족스럽고 활동도 불만족스럽다면 둘을 합치세요. 그러나 그 시간을 아이 낳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빼앗기지는 말고, 아이는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점지해주는 대로 미뤄놓으세요.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정토회 활동도 좀 줄이고 신혼생활도 좀 줄여야 해요. 아이가 우선이니까요.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활동을 줄여야 해서 팀장을 그만두겠다’ 하면 정토회에서 말리지 않아요.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정토행자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기 때문에 자연에 맡겨야 해요. 결혼한 지가 3년을 훌쩍 지나 5년, 10년이 되어도 아이가 안 생긴다면 자연의 질서에서는 좀 덜 맞으니까 병원에 가서 상호 신체검사를 해봐야겠지요. 신체검사 결과 이상이 있다면 치료를 하고,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다면 인공수정 같은 방식으로 시도해 보고요.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안 생긴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해요. 욕심 부리는 상태에서 아이가 나오면 아이에게도 안 좋아요. 부모가 싸우거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자기 살 길이 좀 막막하니까 나오려다가도 안 나오고 수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없다면 마음을 더욱 편안히 하고 ‘나오려면 언제든 나와라. 나는 어떤 경우든 너 하나 키워줄 준비는 다 되어 있다. 편안하게 키워줄게’ 이렇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나는 준비되어 있다’라고 편안히 기다릴 수 있으려면 내가 수행을 더 해서 내 마음을 더 안정시켜야 해요. 

 


 

한 번의 성추행으로도 아이가 생길 수 있고, 한 번의 만남에도 아이가 생길 수 있고, 5년을 부부생활 해도 아이가 안 생길 수 있어요. 자주 만나면 아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생기는 건 아니에요. 거기에는 어떤 인연이 있어서, 약물치료를 해야 할 게 있고, 수술로 치료해야 할 게 있고, 기도를 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3년은 아이 낳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신혼생활을 가꿔가는 데, 즉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데 먼저 신경을 쓰세요. 아직 같이 사는 데 적응이 덜 되었는데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안은 채 갈등이 생겨서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줍니다. 3년쯤 싸우다 보면 안 살려면 갈라서든지 살려면 적응하든지 둘 중 하나가 결정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아이가 나오면 좋죠. 그러니 그건 신경 쓰지 말고, 그런 데 신경 쓸 에너지가 있으면 정토회 활동을 하세요." (청중 웃음)

 

“예,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스님이 이야기해준 대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모두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여서 그런지 스님의 답변에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지만 스님은 한 명만 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주 간단한 질문에 아주 간명하게 답변을 해주어 모두가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서초 청년 불교대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살긴요, 밥 먹고 살면 되죠.” (청중 웃음)

 


 

“밥만 먹으니까 좀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없으면 통일운동 하고 살면 되죠.”

 

“네, 알겠습니다.” (청중 웃음, 박수)

 


 

한번의 문답에 고민이 해결된 청년은 활짝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왜 간단하게 대답을 했는지 부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뭘 하면 재미있다’라고 하는데 발상을 전환해 보세요. 예컨대 게임을 하면 재미있다면, 게임할 때만 게임을 하려고 하지 말고 현실 속의 통일 운동을 게임으로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위나라와 오나라가 있는데 촉나라도 세워서 전국을 삼발이로 만든 뒤 통일하자’ 이런 그림을 그려서 게임 삼아 활동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이 노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요. 저는 주로 틈나면 농사지으며 놀아요. 그러면 운동도 되고 좋아요. 이번에 배추를 키워서 김치 담아 나눠먹은 것처럼 성과가 나면 재미도 있어요. 어떤 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놀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오늘 와서 여러분과 대화하니까 서로 좋잖아요. 여러분도 스님에게 이런 이야기 듣는 게 좋지만, 저도 늘 바쁘다 보니 젊은이들의 이런 저런 고민을 들을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우리 청년활동가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열 몇 명씩 들었잖아요. 이것도 제게는 큰 학습이에요. ‘청년정토회 입장에서는 저런 문제가 있구나. 열심히 한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상 문구를 들어보니 청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노력을 했구나. 개인들은 이런 고민이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조금 전 질문을 들을 때도 ‘아이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아이에게 오히려 안 좋은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배우고 나면 다음에 강의를 할 때 굳이 그 질문을 다시 하지 않아도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특히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를 낳겠다거나 안 낳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겠죠. 

 

청년정토회 활동이며 청년포럼 활동하는 것을 여러분은 손해라고 여기지만 절대 손해가 아닙니다. 가정생활, 직장생활을 비롯해 여러분들 인생에 다 도움이 돼요. 단지 그 기간을 짧게 계산하면 좀 도움이 안 된다는 데는 동의해요.

 

‘우리가 힘을 모아서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자’ 이런 꿈을 가져 보세요. 너무 막막한가요? 좋은 세상으로 바꾸면 60살 넘은 스님이 아니라 20대인 여러분들에게 좋잖아요. 저는 제게 좋은 게 별로 없어도 여러분들에게 좋으니까 하는데, 여러분은 왜 자기 좋은 것도 안 하려고 해요? 통일되면 여러 가지 이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해요. 

 

이렇게 여러분들이 좀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첫째, 나가지만 말고 붙어 있어요. 힘들면 농땡이 치더라도 나가지만 말고 그냥 붙어 있어요.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밀려 올라가서 자기도 모르게 어느 날 일어나보니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어요. (청중 웃음) 

 

 

어차피 그럴 바에야 억지로 끌려가는 대신 자기가 주체적으로 활동을 해보세요. 그러면 그때가 되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억지로 밀려 올라가면 사람들의 기대는 높고 나는 역량이 안 돼서 나중에 힘들어져요. 남이 보면 성공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괴로워져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성공이나 성과를 두고 지금 머리 굴릴 필요 없어요. 스님이 다 보고 판을 짜놓았으니 그대로 쭉 가기만 하면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지도자가 되어 있다니까요. (모두 큰 웃음) 

 

그러니까 거기에 부족하지 않도록 그 자질을 지금 연습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 경력이 있어야 나중에 주어지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요. 불교대학생 관리도 해보고, 청년포럼 활동도 해보고, 김제동씨와 청춘콘서트도 해보고, 다른 누구와도 해보고, 통일 운동도 한번 해보고, 미쳤다 소리 듣는 일도 해보세요.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CEO가 돼서 경영을 해도 잘할 수 있고, 결혼을 해도 상대와 잘 맞추어서 잘 살 수 있어요.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어때요, 희망이 좀 생겨요?”

 

“네!”

 


 

“그러니 고민하지 마세요. 어차피 할 거니까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를 가지세요. 안 떨어지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안 떨어지고만 있으면 그건 저절로 되는 거니까 이왕 하는 거 놀이삼아 연구한다는 자세로 가볍게 생각하고 합시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살면 되는지 짧게 물었지만 정말 용기와 힘을 북돋워주는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강연장은 순간 열기로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내년에도 활동을 계속 할까 말까 고민하던 청년들도 금새 고민이 없어지고 즐겁게 놀자는 마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마친 후 곧이어 ‘법륜 스님께 듣고 싶은 한마디’ 시간이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청년활동가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이 스님께 듣고 싶은 한마디를 적어서 게시판에 붙였습니다. 

 


▲ 청년들이 쓴 '법륜 스님께 듣고 싶은 한마디'를 고르고 있는 스님

 

스님이 무대로 나와 눈에 보이는 몇 장을 뽑아서 적혀 있는 그대로 읽어 주었습니다. 

 

“괜찮아. 아직 안 늙었어.”

“쉬엄쉬엄 해라.” 

“너 자신을 믿고 꿋꿋이 나아가렴. 언제나 응원한다. 파이팅!”

“느그가 미래이고 비전이고 희망이다. 똑바로 해라.”

“내년에는 결혼해라.”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 정토회에 주욱 붙어 있으래이.”

 


 

이 정도만 읽어주고 사회자가 프로그램을 마치려고 했는데, 스님이 “적어 놓은 것은 다 읽어주면 안될까?”라고 하자 청년들 모두 환호를 하며 기뻐했습니다. 

 

“너는 큰 사람 될거야.”

“사랑한다.”

“욕 좀 먹자.”

“늦었지만 세상이 너의 능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파이팅!” 

“어설프게 생겨서 정토행자 아닌 것 같다고 고생 많다. 너는 나의 제자다. 사랑스런 정토행자다.”

“지연아, 니 곁에 법륜 스님 있다.”

“사랑하는 대학생들아. 1년 동안 수고많았다. 항상 겸손하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내년에는 활동도 열심히 하고 결혼도 하거래이.”

“여러분 드디어 통일이 왔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정토행자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

.

이렇게 스님이 모든 메모지를 다 읽어주자 강연장은 순간 감동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마음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이고, 박수를 너무 쳐서 손바닥이 얼럴한 가운데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회향식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회향 법문을 통해 스님은 이렇게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진지하게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제가 지금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해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 말고 달리 특별히 할 게 없을 것 같아요. ‘불교를 새롭게 해보자. 한국 사회를 좀 더 잘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40년을 지내왔는데, 해놓은 것도 없고 성과도 없지만 그래도 남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제가 제일 이득을 본 것 같아요. 안 죽고 살았잖아요. (모두 웃음)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그 가운데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 여러분들과 이렇게 만나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만날 때 이성적 애정이나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이렇게 해서 뭐가 이루어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진지하게 토론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런 인간관계를 우리가 형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성공적인 모습이에요. 

 

또 우리에게는 함께 꾸는 꿈이 있잖아요. 되고 안 되고를 일단 떠나서, ‘개개인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좀 도움이 되자. 대한민국을 좋게 한번 바꿔보자. 우리 선조들 그 누구도 못 이룩한 통일을 우리가 한번 해보자’ 하고 마음을 냈잖아요.

 


 

여러분들이 지금 좀 힘들긴 하지만 그 작은 힘들이 모여서 오늘날 청년정토회와 청년포럼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러분들은 저 같은 사람이 있어서 서로 도움이 되잖아요. 없는 게 좋겠어요?”

 

“아니요!”

 

“그러니 늙은 사람도 하나씩 있어야 해요. (청중 웃음) 이렇게 서로가 있어서 서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갑시다. 정토회를 발전시키고 우리 사회를 바꾸고 통일을 하려면 여러분 같은 젊은이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에요. 자기의 소중함을 잊어버리지 말고 ‘내가 소중하다. 그리고 함께 하는 게 좋다’ 이런 자세를 가져봅시다.

 


 

지난 1년 동안 수고 많이 하셨고요, 내년에도 희망을 찾아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가 손잡고 함께 일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회향법문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들을 보니 150여 명의 청년활동가들은 모두가 오늘 스님 법문을 듣고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법륜 스님이 강연장을 나가고 이어서 유수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 닫는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유수 스님은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승입니다.”라고 하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잘 새겨서 통일을 꿈꾸는 청년이 되어보자”고 다시 한 번 청년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 유수 스님

 

대전 중구 문화원을 빠져나온 스님은 곧바로 부산으로 가서 돌아가신 이모님을 위해 부산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천도법회를 한 후 밤늦게 울산 두북에 도착해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휴식과 겨울 준비 마무리를 한 후 저녁에는 서울로 다시 와서 김제동씨가 우리 사회에 어려운 이웃과 청년들을 돕고자 설립하는 ‘어깨동무’ 재단 창립 총회에 참석해 격려 말씀을 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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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2

0/200

조수진

스님. 지혜로운 가르침으로 어리석음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12-26 17:48:45

큰바다

그렇군요. 스님. 감사합니다.<br />정토회 청년들이 있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br />우리는 소중한 도반입니다.<br />청년정토행자님들...정말 사랑합니다..

2015-12-23 19:06:58

수경지

아~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조금씩 변해가겠습니다

2015-12-23 17: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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