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20 (오전) 공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스님은 새벽에 정토회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한 발우공양을 마친 후 오전에는 공주교대에서 공주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해 강연이 열리는 공주에는 10시 무렵에 도착했습니다. 연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안개가 공주의 산하를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 공주교대 청목관

 

이른 아침부터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공주교대 청목관에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공주시엔 아직 정토법당이 없어서 대전 정토법당과 세종 정토법당에서 봉사자 40여 명이 출장을 다니듯 강연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아침 8시부터 모여 방긋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각자 맡은 소임에 충실했습니다. 

 


▲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봉사자들

 

멀리 논산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정토회 홈페이지에 연재되고 있는 ‘스님의 하루’를 매일 보고 있는 ‘왕팬’이라며 소녀처럼 웃으며 자리에 앉기도 했습니다. 

 

10시 30분이 되자 준비된 300석이 거의 다 채워지고 스님의 소개 영상과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중들은 열렬한 박수로 스님을 반겼습니다. 

 


 

스님이 열렬한 환호를 보고선 “충청도 사람들은 반응이 별로 없는 편인데 오늘 오신 분들은 다른 동네 사람들인가 보죠?” 라며 농담을 던지자 청중들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부드럽고 포근한 음성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면 주면서 야단법석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8살 된 딸아이한테 화내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에 대해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남편이 거짓말을 많이 하고 주식에 빠져있어 이혼하려 했지만 사랑해서 참고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이혼하라고 보채고 돈 쓰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했고, 세 번째 질문자는 공주대학교 생명공학과 학생으로,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다보니 부득이하게 살생을 하게 된다며 생명이 귀하게 취급받거나 덜 귀하게 취급받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네 번째로 질문한 고2 아들을 둔 엄마는 아들이 게임만 하고 부모를 싫어해 힘든 일이 있어도 말을 안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스무살 된 트랜스젠더 딸이 사회에서 힘들어하고 외롭다고 할 때 엄마로서 어떻게 해줘야 좋을지 알려달라고 물었고, 여섯 번째 질문자는 초등학교에서 청소년 상담자로 일하다보니 화나고 짜증나는 일이 많아 자신이 상담자로서 부족한 것 같다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자가 물었던 남편과의 이혼 문제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대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자는 자신이 써온 글을 읽다가 끝내 서러움에 북받쳐 흐느껴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명쾌한 대답에 마침내 웃음을 띠었습니다. 

 


 

“저는 38살이고 남편은 37살입니다. 작년에 결혼했습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6개월간 많이 싸웠고, 주식에 큰 돈을 투자했다가 잃어서 이혼까지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부부상담도 받고 스님을 만나면서 많이 노력해서 참게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부모님 때문에 다시 사이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시어머니께서는 결혼하기 전부터 ‘네가 나이가 많으니 결혼해서 아이를 못 낳으면 밖에서 낳아오겠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사과는 하셨지만, 여전히 아들이 아깝다고 하시고요. 저희 집 돈 들어오고 나가는 사정을 일일이 물어보고, 한번은 남편 앞에서 제 뺨을 때리신 적도 있는데 지금도 왜 맞았는지 모르겠어요. (질문자 울먹임) 

 

그리고 남편이 거짓말을 계속해서 사이가 안 좋은 가운데 또 거짓말을 하고 서울에 주식 강연을 들으러 갔어요. 제가 화가 너무 나서 광주의 친정으로 가버렸다가 밤에 전화를 해서, 술을 마시던 남편에게 택시를 타고 내려오라고 했어요. 차가 없어서 대전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가 다시 운전해서 광주까지 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그 일을 아시고는 이혼하라고 하셨대요. 술 마신 사람을 운전하게 만들어서 귀한 자식 죽인다고요.

 

이렇게 남편과 시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왠지 업보 때문에 시누이가 장애를 갖게 된 것 같고, 저도 같은 이유로 아이를 낳으면 이상이 있을까 봐 걱정됩니다. 이혼을 굉장히 고민했지만, 지금은 남편과 이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시댁 문제와 아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자가 이혼 안 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던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왜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결혼을 결정했어요?”

 

“제 나이도 있었고, 남편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혼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많이 속을 썩였고요. 제가 이야기도 하고, 부부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남편이 모르던 걸 많이 깨달았어요. 또 남편이 법륜 스님을 만나면서 이제는 세상 이치 같은 것도 많이 생각하더라고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죽 들어보니 한 여성으로서의 고뇌는 이해가 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질문자는 결혼생활을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자는 남하고 같이 살 성질이 못 돼요. 제3자로서 단순히 질문자 이야기만 들어도 ‘아이고, 그 성질 가지고 다른 사람과 같이 살기 어렵겠다’ 싶은 걸요. 그래서 왜 결혼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괴롭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왜 이혼은 안 하려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해도 보살펴야죠. 이럴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저리 되어서 용납 못 하겠다는 건 장사이지 사랑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사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질문자가 하는 말에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말이 한 마디도 없어요. 그냥 질문자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본 이야기만 있죠.

 

질문자의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결혼생활은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결혼을 안 했어야 해요. 나이만 들었지 결혼할 준비가 안 되었어요. 나이 들었다는 게 무슨 결혼조건이에요? 같이 살 준비가 돼야 결혼을 하지, 내가 나이 들었다고 무턱대고 결혼해서 이렇게 결혼생활을 제대로 못해내면 상대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질문자가 자기 성격으로는 결혼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깨달았으면 이혼하면 되는데 또 이혼은 왜 안 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거짓말도 하고 이러쿵저러쿵 문제가 많다면서요. 그런데 서울에서 술 마시는 사람더러 거짓말했다고 당장 택시 타고 내려오라는 건 무리예요. 내려오겠다 해도 ‘오늘은 이왕 갔으니까 일단 거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내려와라. 내일 만나서 따질 걸 따지자’ 이렇게 해야지, 밤에 다짜고짜 내려오라고 하면 어떡해요?”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처음에는 ‘안 갔다’고 하다가 ‘대전에 와 있고 서울은 안 갔다’고 하더니, 그 다음에는 또 ‘서울이긴 한데 강연은 안 가고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말을 바꿨어요. 그 전에 워낙 남편이 거짓말을 많이 했기에 ’친구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친구가 아니라 강연을 같이 간 사람들이래요. 계속 거짓말을 해서 화가 터져버린 거예요.”

 

“시어머니가 들었을 때는 중간의 이유가 필요 없어요. 어쨌든 결과만 보면 술 마신 자기 아들을 12시에 불러 내려서 운전하게 만들었다는 거잖아요. 이유 불문하고 그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에요. 화가 나서 제 정신을 잃었다는 겁니다. ‘너 바른 말 안 했지?’ 이렇게 내가 확인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상대가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는 생각 안 했잖아요.

 

그렇게 거짓말 한 거 확인해서 뭐 할래요? 자기 나름대로 뭔가 아내에게 말 못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굳이 밝힌다고 내 속이 시원해지지도 않아요. 갔는지 안 갔는지는 또 전화로 어떻게 확인해요? 전화로 확인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어요. 성질나서 제 정신이 아니니까 그러는 거예요. 어디냐고 물어봐야 거짓말한다는 걸 질문자가 미리 알았잖아요. 알았으면 ‘내일 아침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하고 만나서 하나하나 따져보면 되잖아요. 그렇게 몇 번 해봐도 그대로면 거짓말하는 걸 덮어주고 살든지,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하고 헤어지면 돼요.

 


 

이 거짓말이라는 게 아주 나쁜 의미의 거짓말도 있지만 자꾸 둘러대다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야기하면 아내가 성질낼 것 같아서 둘러댔는데 또 뭐라고 해서 또 둘러대다 보면 거짓말이 커집니다. 남을 때리거나 도둑질하는 건 나쁜 짓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짓말은 때로는 나쁜 짓이라고 보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냥 자기들은 자기들대로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사람이란 말 못할 사정도 있는데 그런 걸 거짓말쟁이라면서 매번 꼬치꼬치 묻고 의심하면 같이 못 살아요. 그 사람이 거짓말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 의심병이 걸리면 상대가 못 살아요.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를 떠나서 질문자가 남하고 같이 살 수준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 시어머니가 보기에는 ‘내 귀한 아들에게 저게 미쳤나’ 싶죠. 질문자 입장에서는 아니지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친정어머니가 딸 집에 갔는데 딸은 침대에서 자고 사위가 밥해서 아이들 챙겨 먹이고 학교 보내면 아주 좋아 보이겠죠. 그런데 시어머니가 왔는데 며느리는 자고 있고 아들이 밥하고 손자 챙겨서 학교 보내는 걸 보면 난리 납니다. 딸이 친정에 와서 남자 동창들에게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만나자고 하면 괜찮지만, 며느리가 시댁에 왔는데 남자 동창들에게 전화해서 보자고 하면 야단들이에요. 이렇게 입장이 서로 달라요. 그래서 제가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를 딸처럼 보면 별 것 아닙니다’ 라고 하고, 며느리에게는 ‘아들 빼앗긴 시어머니가 성인이 아닌 이상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세요’ 라고 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성질난다고 시댁에 안 가버리니까 그 부모 입장에서는 기껏 아들 키워서 결혼시켜놓은 보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이를 못 낳으면 다른 데서 낳아 데려오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부모의 심정이 그렇습니다. 결혼한 아들에게 아이가 없으면 다른 여자라도 하나 구해서 낳아야겠다고 어른들은 생각할 수도 있어요. 부모는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부모 이야기가 다 옳은 건 아니에요.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네, 네’ 대답해주고 안 하면 되잖아요. 결정은 남편과 질문자가 하는 것이지 부모가 하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가 보기에 남편이 부모 말을 듣고 밖에서 애를 낳아 데려올 수준이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끝을 내면 되고, 입양하느니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으면 질문자도 동의해서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게 시어머니를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에요. 회사에 가면 사장이 있고 상사가 있고 동료가 있듯이, 남편과 살려면 그 남자의 어머니가 있고, 그 남자의 아버지가 있고, 그 남자의 동생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이 인간관계를 받아들이고 형성할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그저 자기 생각밖에 안 하니까 결혼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는 결혼생활이 어렵습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남자하고만 안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남자하고도 못 살아요. 

 

이 남자하고 살려면 이 남자하고만은 안 살아집니다. 이 남자에게는 어머니가 있잖아요. 또 남편 입장에서 보면 질문자는 만난 지 얼마 안 되지만,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키워줬으니까 거기에 또 심리적으로 묶여서 어머니의 비위를 맞추려고 해요. ‘이 남자’라고 하는 건 이 남자의 어머니, 이 남자의 아버지, 이 남자의 동생, 이 남자의 친구 등을 다 포함해서 이 남자이지, 이 남자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남편이 좋다면 그 남편을 좋게 만들어준 사람이 시어머니예요. 내가 봐도 괜찮은 남자인데 시어머니 눈에는 자기 아들이 얼마나 좋아 보이겠어요? 내가 ‘내 남자다’ 하는 게 강하겠어요? 그 시어머니가 ‘내 아들이다’ 하는 게 강하겠어요? 시어머니가 원래 주인이에요. (모두 웃음) 

 


 

원래 주인의 것을 임대했으니까 사용은 내가 하더라도 주인 대우는 좀 해줘야죠. 많이 힘들면 못 가서 죄송하다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요. 무조건 가서 참으라는 게 아니에요.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언제 터져도 터져요. 그러면 자기도 괴롭잖아요. 그러니 안 살려면 몰라도 같이 살려면 참는 게 아니라 원래 주인한테 예의를 좀 갖춰주세요. 

 

같이 살려면 첫째, 이 남자를 고쳐서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안 고쳐져요. 자기 성질도 못 고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고치겠어요. 또 남편이 엉겁결에 이리저리 거짓말을 하면 아내가 볼 때는 거짓말쟁이지만 사회에서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술집에 있으면서 카페에 있다고 해도 되는데 꼬박꼬박 술집에 있다고 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건 정직하다고 하지 않고 고지식하다고 그래요. 거기에 비해 이 사람은 융통성이 있는 거예요. (청중 웃음) 

 


 

융통성이 있으면 사회생활은 잘 해요. 그러니까 그걸 일일이 간섭하지 마세요. 나이가 마흔 다 되어 가는 사람을 고치기는 불가능해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 몇 년 살아봐서 ‘이대로도 살 만하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게 낫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같이 살고, ‘안 되겠다’ 하면 그만두세요. 

 

두 번째, 이 사람이 괜찮아 보여서 선택할 때는 이 사람 옆에 붙어 있는 다른 사람들을 다 받아들여야 해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얼굴은 좋은데 두 팔은 싫다고 해서 떼버릴 수 없잖아요. 귀한 아들을 빼앗긴 시어머니의 분한 심정도 이해해서 뭐라 뭐라 성질을 내면 ‘죄송합니다’ 해주세요.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건 시어머니가 만들어준 공덕이니까 ‘감사합니다’ 하고요. 

 

시어머니에게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용어를 써야 해요. 남의 아들을 빼앗아갔으니 죄송하고, 잘 키워준 시어머니도 덕을 좀 봐야 할 텐데 내가 덕을 다 보니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시어머니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는 그런 기본적인 감사함도 없고 죄송한 마음도 없기 때문에 미움을 사는 거예요. 안 그러면 이 남자는 물론 다른 남자와 살아도 계속 같은 일이 반복돼요. 오히려 더 독한 사람한테 걸려서 고생해요. (청중 웃음과 박수)

 


 

그런데 본인은 지금 같이 살겠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하잖아요. 같이 살려면 의심하면서 평생 사는 것보다 믿고 놔두는 게 나아요. 저는 ‘살아라, 살지 마라’ 하는 말은 안 합니다. 저도 혼자 사는데 왜 남더러 살라고 하겠어요? (청중 웃음) 

 

이런 이야기 들을 때 제가 슬픈 표정 안 짓고 빙긋이 웃잖아요. 두 남녀가 같이 사는 것만도 얄미운데 잘 살면 제가 그걸 어떻게 봐주겠어요? 못 살고 괴로워해서 매일 이렇게 상담을 해줘야죠. 그래야 제가 혼자 살면서도 자신감을 갖죠. 하하. (모두 웃음) 상담하는 사람에게 끌려 들어가면 제가 상담을 못 해요. 감정 동화를 전혀 안 일으켜야 이렇게 바른 소리를 하죠. 

 


 

남편이나 시어머니를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얼굴도 못 본 시어머니 편을 들 이유가 없잖아요. 편을 들려면 제 앞에서 우는 질문자 편을 들죠. 안 살려면 몰라도 같이 살려면 의심하고 살지 말라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손해이고 내 인생이 피곤해요. 그렇다고 고쳐서 살겠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그거 고치느라 매달리면서 살아야 해요. 그러니 지금 상태를 딱 보고 점수를 매겨서 ‘이대로도 괜찮겠다’ 하면 그냥 놔두세요. 어차피 외국에 이민가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한 나라 안에서 결혼해 살면서 자식이 어머니를 안 보고 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시댁에 안 가면 나야 편할지 몰라도 남편은 부모와 이별해서 사는 게 되니 괴로움이에요. 남편이 괴로우면 내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시어머니를 대면해야 한다면 그렇게 안 보려고 애를 쓰다가 억지로 보는 것보다는 ‘좋은 아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 빼앗겨서 섭섭하시죠? 미안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대해주면 됩니다. 

 

키우기는 시어머니가 열심히 키웠지만 현재는 남편을 내가 차지하고 있으니 시어머니 앞에서 쪼그라들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 빼앗아가려고 온갖 소리를 해도 느긋해야죠. 일본이 뭐라 그래도 독도는 이미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신경 쓸 게 뭐 있어요. 자기들이야 무슨 난리를 피워도 나는 빙긋이 웃으면서 그저 ‘아이고,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고 느긋하게 있으면 돼요. 거기에 휘둘려서 화내고 기 죽으면 나만 손해죠. 안 살겠다면 몰라도 남편과 같이 살려면 그렇게 살라는 이야기입니다. 안 사는 거야 질문자가 결정할 일이지 제가 간섭할 일이 아니에요. 저야 남 결혼시켜 줄 일도 없고 이혼시켜 줄 일도 없으니까요.” (웃음)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처음에는 울먹이던 질문자가 점점 웃기도 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자 강연장 분위기가 훈훈해 지면서 청중들도 흐뭇한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마지막에 질문자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스님은 끝으로 상담사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자책하는 마지막 질문자의 물음에 답변해 주면서 우리 모두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부족한 게 많아요. 잘못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다 알 수도 없는 존재이고, 틀릴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모르면 ‘모르겠습니다’ 하고 물어서 알면 되고, 틀리면 ‘아이고, 틀렸네요’ 하고 고치면 되고, 잘못했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뉘우치면 돼요. 안 틀리려고 자꾸 애를 쓰니까 사는 게 힘들고 긴장됩니다. 틀려놓고 ‘나만 틀리냐? 너는 안 틀리냐?’ 이래도 안 돼요. 그러면 뻔뻔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살아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삶이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권리를 행사하셔야 해요. 알았죠? 감사합니다.”

 


 

행복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말씀에 청중들은 “네!” 라고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함박웃음을 띄었습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60대 초반의 아주머니는 “나는 앉아서 잘 들었는데, 2시간 반 내내 서 계신 스님께 죄송했어요.”라며 “스님 말씀은 언제 들어도 속 시원하고 재밌어요. 곰곰히 생각해볼수록 진리입니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전해줬습니다. 두 번째 질문을 했던 여자 분은 울어서 눈이 빨개진 채로 “그래도 질문하기 전보다 많이 후련해지고 가벼워졌어요.”라며 방긋 웃었습니다.

 


 

돌아가는 분들의 얼굴에 행복한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보니 그동안 대전 정토법당과 세종 정토법당 봉사자들의 노고가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일만 하면 노예다. 일과 수행을 같이 해야 즐겁다.”는 스님 말씀이 다시 깨달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은 곧장 책 사인회를 해주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웃어주는 스님에게 대중들도 기쁜 표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특히 머리가 하얀 할머니 두 분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책을 내밀자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다워요” 라고 하면서 늘 행복하시라고 따뜻한 말도 해주기도 했습니다. 

 


▲ 책 사인회

 

사인회가 마친 뒤에는 이번 강연을 위해 고생한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모두들 얼굴에 행복과 보람이 가득차 보였습니다. 

 


 

이어서 봉사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 봉사자들과의 간담회

 

간담회에는 공주 지역에서 정토법당을 만들고자 하는 봉사자 세 명도 함께 자리했는데 스님은 공주와 부여는 백제 불교가 왕성했던 지역이니 백제 불교를 부흥시킬려면 포교를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힘을 복돋워 주었습니다. 

 


 

“옛날 백제 시대를 생각해 보면 사실 공주와 부여에도 정토법당이 하나 있어야 합니다. 백제는 불교 문화가 찬란히 꽃피웠던 곳이거든요. 경주에 있는 황룡사 9층탑이니 불국사 석가탑이니 하는 것도 다 백제 사람들이 지은 겁니다. 신라 사람들은 초기에 불교를 탄압했어요. 불교를 150년 동안 금지했거든요. 그런데 가야가 불교 국가이다보니 통합을 하면서 불교를 허용한 겁니다. 그래서 불교를 공인하고 나서도 초기에는 절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서 백제의 장인들이 데려와서 지었던 겁니다. 그래서 백제의 찬란한 불교 문화를 다시 일으킬려면 공주와 부여에 포교를 해야 해요.

 

오늘 강연에서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잖아요. 그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만나서 행복해지도록 인연을 맺어주면 좋죠. 우선은 내가 불법을 만나서 행복해져야 하고, 거기에 머물면 안 되고 이웃에 있는 사람들도 이 불법을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 팀장도 맡고 담당자도 되고 하는 거잖아요. 경전반 다니면서 자기 공부도 하기 바쁜데 담당까지 맡아서 한다고 다들 수고가 많으신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스님의 따뜻한 격려에 모두들 크게 감동을 하며 기뻐했습니다. 특히 대전 정토법당에서 봄경전반을 다니는 학생들은 손수 준비한 꽃다발을 스님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공주에도 정토법당이 생겨나길 기원하며 공주 지역의 봉사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 공주에도 정토법당을 세워보겠다며 원을 세운 세 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스님은 “조금 힘들지만 수행 정진 열심히 하세요” 라고 하면서 기를 “얏!” 하고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스님의 기합에 봉사자들도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공주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전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전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35

0/200

박미건

스님 감사합니다. 무탈하시길빕니다.

2015-11-27 14:08:19

베라

스님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하해같습니다...감사합니다.

2015-11-24 22:31:32

들뭇새

고부간의 갈등과 부부관계를 속시원히 답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1-24 18: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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