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20 (저녁) 전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전에 있었던 공주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 저녁 7시부터는 전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전주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공주 강연을 마치고 전주로 향하는 길에는 잠시 휴게소에 들러 아침에 법당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대중들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기 시작하면 이것이 관례가 되어 시간이 흐르면 대중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내 밥은 내가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맛있게 도시락을 드셨습니다. 

 


▲ 점심 식사

 

그리고 전주시 근처에 통일 씨감자 농사를 하고 있는 연구소가 있다고 해서 잠깐 들렀습니다. 지난번 정동영 전 장관님의 소개로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반 감자보다 생산량이 훨씬 뛰어난 씨감자 농법을 개발한 농장을 방문했는데, 오늘은 그 씨감자 연구소에 들러 구체적으로 어떻게 씨감자를 북한에 지원해줄 수 있을지 점검해 보았습니다. 

 


▲ 씨감자 연구소

 

특히 씨감자를 연구하고 개발한 김재훈 박사님의 안내로 직접 그 제작 공정과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 감자줄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리액터

 

김박사님은 바이오리액터에서 조직배양 방식으로 감자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박사님이 보여준 바이오리액터 배양기는 일반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수통이였습니다. 그리고 배양된 감자 줄기는 농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모판에서 재배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조직 배양된 감자줄기

 

이 생수통에서 감자줄기를 4주에 10배씩 증식시키고 1만개의 줄기마디를 배양한 후 새로운 바이오리액터에 다시 배양하면 2개월 만에 100만개 까지 증식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50평 남짓한 배양실에서 월 1,000만개의 감자줄기 마디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렇게 생산된 씨감자는 1년에 두 번 정도의 생산(2모작 가능)을 할 수 있고, 무균, 무병에 의해 100% 에 가까운 발아율을 보이며, 단위 생산량이 재래 방식에 비해 2배 정도 더 생산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재배장을 둘러보면서 기존 육묘장을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고선 “정말 효과적이네” 하면서 웃음을 보였습니다. 추가적으로 재배, 관리할 장소가 필요 없다보니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노지 재배 단계에서 얼마나 더 잘 자라도록 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조금 부족해 보였는데, 계속 연구와 실험을 하면 더 나은 방법이 찾아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모판에서 재배한 씨감자

 

스님은 일단 씨감자 10만개 정도를 실험적으로 내년 봄에 북한에 지원해보는 것을 검토해 보기로 하고, 문경과 봉화, 두북 등 정토수련원에서도 실험 재배를 해보고자 씨감자 샘플을 얻어 왔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다른 감자와 비교해서 생산량이 어느정도 많은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면서 일반 감자를 두 고랑씩 심고 그 사이에 한 고랑씩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성심성의껏 도움을 주고자 마음을 낸 연구소 분들에게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책 ‘야단법석’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씨감자 연구소를 나와서는 곧바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전주 전북도청으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쾌청하고 포근한 날씨 속에서 붉게 물든 태양이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습니다. 

 


 

이번 전주 강연을 위해서 전주 정토법당과 더불어 인근 정읍 정토법당, 익산 정토법당, 군산 정토법회, 남원 정토법회, 무주 정토법회, 장수 정토법회까지 60여 명의 봉사자들이 일심단결해 준비했다고 합니다. 

 


▲ 오늘 강연이 열린 전북도청

 

강연 한달 전부터 봉사자들은 곳곳에서 강연 홍보를 재미있게 했는데 어떤 날은 비옷을 입고 새벽과 저녁에 시간 나는 대로 전단지를 배포하고 포스터를 붙이며 전주 시내를 종횡무진 다녔다고 합니다. 강연장 입구에서는 봉사자들이 직접 오카리나를 연주해서 한층 격조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 강연장을 찾은 시민들을 위해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주는 봉사자들

 


 

강연 시작 시간인 7시가 되자 객석이 모두 드러찼고, 7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나왔습니다. 

 


 

스님은 “저녁 식사는 하고 오셨어요?”라고 운을 띄우며 2층에 자리한 사람들을 향해 “높으신 분들이라 2층에 자리 잡으셨는가 봐요.” 라며 청중들을 웃게 한 뒤 유쾌한 분위기로 강연이 시작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즉문즉설 방식으로 강연을 하게 된 취지에 얘기해 주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석가모니 부처님은 마치 즉문즉설 하듯이 이렇게 설법을 하셨어요. 주로 식사 끝나고 둘러앉아서 차 마시는 자리에서 대중이 물으면 거기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기록 해놓은 게 경전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자꾸 관념화 되고, 형식화 되면서 우리들의 생활과 점점 멀어졌어요. 그래서 다시 형식을 떠나서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갖고 대화하면서 고뇌를 풀어나가 보자고 해서 이렇게 즉문즉설을 하게 됐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여기 저기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여성분으로, 지금 배 속에 아이가 있다고 하면서 남편이 화를 벌컥 내면 자신도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하게 된다며 남편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어떤 일이든 계속 참는데, 참은 것이 터지게 되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남편과 재혼해 5년째 살고 있는데, 남편의 자녀들이 다 큰 성인이 되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자녀 편을 드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늘 남과 비교하는 열등감으로 힘겨워하는 고민을 내놓았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20년 동안 정신분열로 힘겨운 삶을 살아오면서 이제는 주변에 피해를 주는 상황까지 발생되는데 치료가 될 수 있을지 물었고, 여섯 번째 질문자는 30년 가까이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와 새벽까지 술주정을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 지 물었고, 일곱 번째 질문자는 태어난 운명은 정해져 있어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여섯 번째 질문인, 술 먹는 남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던 것에 대한 스님의 답변이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질문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테스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밤새 술주정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을 내야 싸우지 않고 앞으로라도 잘 살 수 있을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남편이랑 뭐 하러 살아요. 그냥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끝내버리지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몇 년 살았어요?”

 

“3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그래도 더 살고 싶어요?”

 

“그래도 제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면이 있습니다. 술 먹고 주정부리는 것 빼면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거 빼고 다른 게 다 괜찮은데, 지금 내가 잔소리한다고 그게 고쳐질까요?”

 

“안 고쳐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말하는 것 보니 아직도 고쳐졌으면 하는 미련이 있는 것 같네요. 지금 딱 고쳤으면 좋겠죠?”

 

“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는데 제 욕심에 이웃한테도 부끄럽고, 애들한테도 부끄럽습니다.”

 

“제가 남편의 술 마시는 병을 고쳐주면 얼마까지 낼 자신이 있어요? 한 1억은 내겠어요?”

 

“제가 경제 수준이 높지 않아서 그 액수를 지금 어떻게 말씀 드릴수가 없습니다.” 

 

“별로 고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에요. 제가 질문자한테 돈 뜯어서 뭐하겠어요. 어느 정도로 고치고 싶은지 확인해보려고 묻는 거예요. 1억이 아니라 3억이라도 내겠다 하면 정말 고치고 싶어하는구나 할 텐데, 질문자는 별로 고치고 싶지 않은 거니까 그냥 그렇게 사세요.”

 

“이렇게는 못살겠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청중 웃음)

 


 

“그럼 천만 원은 내겠어요?” 

 

“......”

 

“보세요, 그냥 물어보는 건데도 대답을 못하잖아요. 고치고 싶다고 말만 하지 사실은 별 뜻이 없어요. 저라면 빚을 내서라도 일단 선불을 주고 해볼 텐데요.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1억이 아니라 10억을 줘도 못 고치는 병이에요. 애들이 몇 살이에요? 30년 살았으면 애들도 다 커서 20살 넘었겠네요.”

 

“네.”

 

“그럼 이제 됐어요. ‘여보, 안녕히 계세요. 혼자서 많이 드세요.’ 이러고 비켜주면 술 마시는 남자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데리고 갈 거예요. 남 줘버리세요.”

 

“아니요. 놓으려니 아깝고 들자니 무겁습니다. 약간의 미련이 있습니다.” (청중 웃음) 

 


 

“그래서 확실히 정하라는 거예요. 남편을 고치지 못한다는 걸 확실히 받아 들여야 해요. ‘좀 더 살면 고쳐지겠지’ 하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마음고생 하고 살아요. 고치지는 못 해요. 못 고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살지 말지 정하라는 말이에요. 지금 질문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살아야지 어떡하느냐’ 이렇게 정한 것 같네요. 

 

고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남자하고 같이 산다면, 남편이 술을 마시든 말든 내가 안 괴롭게 살 수는 있어요. 이렇게 기도하세요. 

 

‘부처님, 술은 우리 남편에게 보약입니다.’ 

 

보약은 매일매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해요. 그런데 남편이 알아서 마시고 오면 따로 안 챙겨줘도 되니까 좋은 일이에요. 또 깜빡 잊고 안 마시고 오면 챙겨줘야 합니다. (청중 웃음) 

 


 

그러니 오늘부터는 언제든지 술을 챙겨 줄 준비를 집에 딱 해놓으세요. 안 마시고 오는 날은 반드시 술상을 차려주면서 ‘보약 챙겨 드세요’ 이렇게 하세요. 남편이 무슨 소리냐고 하면 ‘스님이 당신에게는 술이 보약이어서 안 마시면 빨리 죽는다니까 꼭 먹어야 해요.’ 이렇게 말씀하세요.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해야 명이 길어져요.”

 

“그런데 제가 너무 괴롭습니다. 그 소리를 다 들으려면...”

 

“그 소리 안 듣기 위해 남편이 죽는 게 나아요? 그렇게 좀 주정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살아있는 게 나아요?”

 

“살아있는 게 낫지만 그 소리도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안 된다니까요. 결정을 해야 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절에 들어와서 저희 어머니가 울면서 난리를 피우니까 저희 스승님이 이렇게 말했어요. ‘보살님 이 아이가 어떻게 될 줄 알아요?’ 어머니가 모른다 하니까 ‘저는 알아요. 그럼 아는 사람이 지도해야 돼요? 모르는 사람이 지도해야 돼요?’ 하고 다시 물었어요. ‘아는 사람이 지도해야죠.’ 그래서 저희 스승님이 지도권을 가진 거예요. 저희 어머니가 ‘이 아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하고 물었어요. ‘밖에 나가면 단명하고 절에 들어오면 삽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 생각에 중이 되더라도 아들이 안 죽고 사는 게 낫다 싶어서 딱 포기하고 ‘그럼 스님 아들 하세요’ 하고 가버렸어요. 이게 사랑이에요. 

 

질문자는 어떻게 할래요? 술 먹고 주정 하더라도 남편이 그래도 사는 게 나아요? 술 안 먹고 빨리 죽는 게 나아요?”

 

“사는 게 낫습니다.” 

 


 

“만약 남편이 갑자기 죽으면 틀림없이 울면서 이럴 거예요. ‘아이고, 이래 죽을 줄 알았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거 실컷 마시게 놔둘 걸.’ 그런 후회를 안 하려면 남편이 마시고 싶어 할 때 실컷 마시게 해주세요. 그래야 죽고 나서도 내가 후회하지 않아요. 남편 잘 되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살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기도하면 남편이 살아도 괴롭지가 않고, 남편이 죽어도 나는 후회가 안 돼요. 제가 질문자 잘 되라고 이야기해주지, 무엇 때문에 주정꾼 남편을 위해 이야기하겠어요? 

 

그러니 ‘술은 우리 남편에게 보약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이 말은 꼭 더 챙겨 드셔야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알아서 챙겨먹고 오면 ‘내 고생 안 시키려고 알아서 마시고 와줘서 감사합니다’ 하고, 안 마시고 오면 ‘아이고, 나하고 같이 마시려고 안 마시고 왔네요’ 이러고 챙겨주세요. 하루도 빠지면 안 돼요.”

 

“남편이 너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청중 박장대소하며 박수)

 


 

온갖 인상을 찌푸리던 질문자가 스님에게 기도문을 받고 환하게 웃자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왜 이런 기도문을 하면 효과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좋은 게 아니라 질문자한테 좋다니까요. 이렇게 마시면 남편 건강에 안 좋아요. 안 좋은데도 남편은 질문자를 위해서 이렇게 마셔주는 거예요. 이렇게 마셔야 남편이 명을 이어가요. 

 

그리고 남편은 어릴 때 심리가 억압이 됐습니다.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든,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든 심리가 억압됐어요. 술만 안 마시면 착한 사람이에요. 말이 밖으로 안 나옵니다. 그런데 술만 마시면 옛날의 억압된 심리가 주정의 형태로 나와서 반복돼요. 그러니까 그걸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항상 들어줘야 해요. 듣기가 힘들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라도 항상 맞장구를 쳐주세요. ‘여보, 그랬어. 얼마나 힘들었어. 그랬구나. 아이고, 그랬구나.’ 이렇게 계속 맞장구를 쳐줘야 해요. ‘또 그 소리다. 몇 번째야?’ 이러면 안 돼요. 그러면 막 집어 던지고 깨부수면서 행패를 부립니다. 그러니 술이 취했을 때는 7살짜리 애를 다루듯 ‘여보, 그래. 그때 그랬구나’ 이렇게 등을 두들겨 주세요. 

 


 

그러면 억압되어 막혔던 심리가 조금씩 풀어져요. 그런데 그걸 되받아치면 미쳐서 난리를 피우고 술주정이 더 심해집니다. 계속 맞장구치고 받아주면 술을 마시더라도 주정이 잦아들고 명도 길어져요. 

 

그런데 질문자가 기도를 하지 않으면 그걸 못 견디고 괴로워져요. 오늘 스님 말 듣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남편이 주정하는 꼬라지를 보면 또 속이 확 뒤집어집니다. ‘스님이 살지 말라고 할 때 그렇게 할 걸... 왜 같이 산다고 했을까?’ 싶을 거예요. 그러니 매일 108배 절하면서 뭐라고 기도하라고요?”

 

“부처님, 남편에게 있어서 술은 보약입니다.” (청중 웃으면서 박수)

 


 

질문자는 큰 목소리로 스님이 준 기도문을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었고, 스님도 흔쾌히 마음을 낸 질문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남편이 어릴 때부터 억압된 심리로 인해 발생된 문제이니 반발하기보다는 다독이며 받아주라는 말씀에 질문자도 한결 가벼워졌고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문제를 스스로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은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농사꾼이 내일은 농약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와서 못 치게 되면 성질을 냅니다. ‘이 놈의 날씨가 약도 못 치게 한다.’ 그렇게 성질내면서 술 한 잔 마시고 누워 있다가 또 ‘비 오니까 내일은 고추모종이나 내야지’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이 쨍쨍해요. 그러면 또 날씨보고 성질을 부립니다. 

 


 

그런데 훌륭한 농사꾼은 아침에 일어나보고 비가 오면 고추모종 내고, 날이 맑으면 농약 치고, 이렇게 자기 준비가 늘 되어 있습니다. ‘비가 오려면 오고, 날이 맑으려면 맑아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나는 구애 안 받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하겠다.’ 이게 자유입니다. 

 

술 마시는 남편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술만 안 마시면 좋겠다고 하지만, 사람을 반으로 가르지 않는 이상 뭐는 빼고 뭐만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같이 살려면 술 마시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술 주정한다고 화를 내면 반발해서 더 행패를 피우지만, 등 두들겨 주면서 맞춰주면 행패를 안 피워요. ‘이 웬수가 또 술 처먹고 왔네’ 해서 싸우다가 한 대 맞고 억울해서 밤새도록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아이고, 한 잔 했네요. 오늘은 좀 덜 드셨네. 한 잔 더 하세요’ 이렇게 달래서 재워놓고 나도 편안하게 자는 게 나아요. 

 


 

주어진 조건을 내가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어 내느냐는 내 문제에요. 같이 살고 안 살고는 여러분들이 결정하면 되는데, 이왕 살려면 안 괴롭게 사는 게 현명하다는 거예요. 같이 살려면 간섭하지 말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끝내고 혼자 사세요. 세상을 다 자기 욕심대로 할 수는 없어요. 

 

이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되 그런 자유와 행복 속에서 다시 주위 환경을 바꿔나가야 해요. 부당한 게 있다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개선하는 과정에서 화를 내고 애를 쓰면 우선 내가 괴롭고, 또 오래 하지 못해요. 지쳐버리거든요.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면 오래 할 수 있어요. 개선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개선해도 되지만 즐겁게 하라는 겁니다. 

 


 

남편 등을 두들겨 주면서 받아줬더니 남편이 술을 먹다가 빨리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러면 시집을 한 번 더 갈 수 있잖아요. 자기가 먹고 죽었지 내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남편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나는 또 내 길이 있어야지요. 그런데 우리는 남편이 죽으면 후회하고, 같이 살면 또 못 살겠다고 아우성쳐요. 남편이 살면 살아서 좋은 일이고, 죽으면 술 마시고 행패 부리던 양반이 없어졌으니 또 좋은 일이에요. 이렇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삶을 살아야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걸 해탈이라고 해요. 여러분들 모두 해탈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네!” (청중 모두 우렁차게 대답하며 박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청중들도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스님은 그 상황 속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늘 일러주시기 때문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 스님은 무대에서 내려와 질문한 분들에게 따뜻한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힘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품으며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쉽게도 이곳 전북도청의 운영 규정 상 책 판매를 하지 못해 책 사인회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집에서 가져 온 스님의 책을 들고 서 있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강연장을 나가는 여자분께 강연을 듣고 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상으로만 법문을 접하다가 오늘 직접 강연장에 와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감동이 배가 된다”며 벅차오른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열등감이 고민이라던 네 번째 질문자는 “질문을 하고 나니 한결 삶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 것 같아요. 바뀔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병원에서 입원 중임에도 환자복에 외투만 걸치고 목발을 짚은 채 강연에 끝까지 함께해 훈훈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청중들이 모두 강연장을 빠져 나간 뒤 무대 위에서는 오늘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이 정토회 광주전라 지부에서 준비한 올해 마지막 강연이여서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전주 정토법당 불교대학 재학생들이 직접 만든 떡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합창한 후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들이 스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모두들 스님의 법문을 듣고 행복해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감사의 마음을 가득 적어 주었습니다. 

 


 

스님은 각 지역 별로 손을 들어보라며, 군산은 법당 마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익산은 얼마 전에 법당이 생겼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정읍 정토법당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하나 하나 살펴주었습니다. 스님의 애정과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광주전라 지역에서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던 봉사자들을 격려해 주면서 이 좋은 법을 주변에 더 널리 알리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다는데 작은 기여라도 함께 해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지역에도 좋은 가르침이 전파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첫째는 내가 먼저 좋아져야 합니다. 남이 어떻게 되든 우선 내가 먼저 수행을 해야 합니다. 둘째, 이 좋은 것을 나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눠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기본이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종교를 떠나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푸는데 작은 기여라도 해야 합니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 경제민주화, 지방분권, 청년들의 실업문제 등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즉 시민의식이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맹한 불교 신자가 되지 말고 의식 있는 불교 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두 웃음)

 


 

더 나아가 그 의식이 글로벌해져야 합니다. 세계 시민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불교 밖에 모른다’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역시 불교인들은 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구나’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내가 행복해야 되고, 둘째는 이런 인식의 폭이 넓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한편으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행복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좀 더 선진화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도록 하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너무 좁잖아요. 생각을 좀 넓혀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좀 이해하고, 북한에서 온 사람들도 좀 포용하고, 조선족들과도 함께 가야 되는데 너무 자기 종교,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바깥으로는 굉장히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기주의와 결합이 되어 있어서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 부의 분배 문제도 가족적으로 풀어 나가고, 심지어 교회까지도 사유화 해서 가족적으로 승계를 해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에 맞지 않는 낡은 사고방식들입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우리가 하는 일도 좋은 일이어야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방식도 가능한 민주적이고, 가능한 뜻을 맞춰서 화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자꾸 연습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환한 웃음으로 당부의 말을 해주는 스님에게 봉사자들도 모두 큰 박수와 환호로 그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스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광주전라 지역에도 수행하고 봉사하는 정토회와 같은 모임들이 점점 많이 생겨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끝으로 봉사자들은 전주 시민들과 정토회 회원, 봉사자들 모두가 행복하고 하나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스님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전북도청을 빠져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강연을 하느라 피곤했는지 차 안에서는 의자를 눕히고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업무를 더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에 평화재단에서 조찬 모임을 가진 후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해 정토회 전국 대의원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을 위해 입재 법문을 해줄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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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건

스님 감사합니다.매일 스님 옆에서 이좋은소식을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무탈하길빌겠습니다.

2015-11-27 13:51:40

무진

통찰력으로 같은 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뒤집어 놓는 스님의 혜안을 존경합니다.

2015-11-24 15:07:48

박봉미

고맙습니다._((()))_

2015-11-23 2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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