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1.12 평화리더십 아카데미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갈등의 대한민국, 화합과 통합의 길 찾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10시 30분에는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12시에는 이비인후과에 들러 목을 치료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각종 미팅과 회의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미팅과 회의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저녁 7시 30부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특강을 해주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균형적인 사고와 리더십을 가진 한국 사회의 비전 그룹을 양성하고자 평화재단에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운영하고 있는 강좌입니다. 

 

이번 13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지난 9월 17일에 입학식을 가진 후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명사들의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오늘은 전체 12강 중 9번째 시간으로 법륜 스님이 강연을 해주는 날입니다. 스님은 갈등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화합과 통합의 길로 이끌수 있는지에 대해 2시간에 걸쳐 열강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불교의 공(空)사상, 원효의 십문화쟁론 등의 이론적인 큰 틀을 제시한 후 스님이 실제로 한국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했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면서 수강생들의 이목을 시종일관 집중시켰습니다. 

 

우선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과 수원에 살고 있는 사람, 강릉에 살고 있는 사람은 각각 그 위치에 따라 서울로 가는 방법이 다르지만 서울로 향한다는 그 목표는 같다고 강조하면서 각기 서로 다른 주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 명쾌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비슷한 예로 동산과 서산을 각각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스님은 평소와는 달리 직접 보드 마카를 들고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아주 쉽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기 산이 하나 있고 산 양쪽에 A와 B가 각각 살아요. A가 볼 때는 이 산이 자기 동네의 동쪽에 있으니까 동산이고, B가 볼 때는 서산이에요.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동산인지 서산인지를 두고 시비가 붙었어요. ‘야, 저게 어떻게 동산이냐? 서산이지.’ ‘야, 그게 어떻게 서산이냐? 동산이지’ 이렇게 싸우다가, 동네사람들한테 물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A가 자기 동네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도 동산이라 하고, B가 자기 동네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도 서산이라고 해요. 이번에는 역사책들을 봅니다. A의 동네에 전해 내려오는 일지를 100년 전 기록부터 다 살펴봐도 전부 동산이라고 써놨어요. B의 동네에 내려오는 일지에는 전부 서산이라 되어 있고요. 그래서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보자고 했어요. A가 자기 동네에서 살피니 분명히 해 뜨는 쪽이 맞습니다. ‘해 뜨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동산이다’라고 하면 B가 ‘무슨 소리야, 눈이 삐었냐? 산 쪽으로 해가 지는 걸 내가 똑똑히 봤다. 서산이다’라고 맞받아칩니다. 이렇게 아무리 대화를 해도 끝이 안 나요.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하려면 A와 B가 모두 자기 동네에서 나와야 합니다. 자기 동네에서 나오면 A는 ‘어, 동산이 아니네’ 이렇게 되고 B는 ‘어, 서산이 아니네’ 이렇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 산은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니에요. 각자의 동네에서 그 인식이 동산 또는 서산이라고 인식된 거죠. ‘동’이라고 말하지만 동이 아니고, ‘서’라고 말하지만 서가 아닙니다. 이걸 ‘비동비서(非東非西)’라고 합니다. ‘동산이다,’ ‘서산이다’ 하는 것은 틀린 이야기, 즉 거짓이고, 이 산의 진실한 모습은 비동비서산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비동비서산이라고 정해버리면 동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야, 동산이 아니라 비동비서산이야. 진리를 좀 알아야지’라고 하고, 서산이라는 사람에게도 ‘서산이 아니야. 비동비서산이야’라고 말합니다. 동산이라는 사람과 서산이라는 사람 둘이 싸울 때는 서로 말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그나마 통하는 구석이 있었지만, 비동비서산이라고 하는 사람은 그 두 사람이 보기에는 진짜 미친놈이에요. ‘동산이면 동산이고 서산이면 서산이지,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 (청중 웃음)

 


 

그러면 비동비서산이라고 하는 사람은 ‘너희는 못 깨달아서 그래. 깨달아 봐라. 비동비서지’ 이렇게 응수해요. 그러나 이것은 진실상이 아니에요. 이걸 법집(法執)이라고 합니다. ‘동산’과 ‘서산’ 사이에 갈등이 생기듯이 ‘진리’와 ‘진리 아닌 것’ 사이에 또 갈등이 생겨요. 

 

진리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면 이 산의 이름, 즉 진리는 뭘까요? 누가 와서 ‘내가 어제 동산에 갔는데 말이야’ 이러면 진리를 아는 자는 ‘야, 그게 어떻게 동산이냐?’ 이렇게 얘기하지 않고 ‘아, 저 사람은 A 동네에서 온 사람이구나’ 이렇게 알아버리는 거에요. 누가 서산이라고 하면 ‘아, 저 사람은 B 동네에서 왔구나’ 이걸 알아버리는 거예요. ‘서울 가는 길은 동쪽이야!’라고 하면 ‘아, 저 사람은 인천에서 왔구나’ 하고 알고, ‘아니야, 서쪽이야!’ 하면 ‘저 사람은 강릉 사람이구나’ 이렇게 아는 거예요.

 


 

우리는 아집(我執), 즉 자기의 집착으로 서로 갈등을 일으키거나 법집, 즉 진리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일으킵니다. 부부싸움은 하루저녁이면 해결되지만 법집으로 인한 종교전쟁은 천 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나요. 진리라는 집착을 하기 때문에 더 무서워요. 가르치기는 늘 평화를 가르치지만 하는 행동은 늘 싸우는데 그것도 아주 극렬하게 싸우죠. ‘너와 나’라고만 하면 상대를 비난하면서도 그렇다고 자기가 100퍼센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없는데, ‘나는 천사이고 너는 악마’라고 생각하면 상대를 털끝만큼도 봐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부한 사람들의 이념 논쟁이 더 풀기 어려운 겁니다. 좌파는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자기 이론에 집착하죠. 그래서 자꾸 갈등이 많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우파는 부패한다고 흔히들 말하죠. 그러나 이해관계를 따지니까 싸우다가도 자기 이해관계에 손실이 나면 금방 합쳐집니다. 이해를 갖고 싸우고 이해를 갖고 합칩니다. 그런데 진보는 이념적인 문제에 집착하기 때문에 합쳐지는 법은 거의 없고 점점 더 벌어집니다. 이해관계로 통합되지도 않고, 이념을 떠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런 데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스님의 동산과 서산, 비동비서산의 비유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통합해 갈 수 있는지를 아주 명쾌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수강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앞서 설명한 이런 원리를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천성산 고속철도 건설을 반대하며 100일 동안 단식을 했던 지율 스님과 정부의 갈등을 어떻게 중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었는지, 등 스님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자 강연은 점점 더 흥미를 더해 갔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된 스님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우리 사회의 좌우 대립을 어떻게 통합할지, 남북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갈등이 첨예할 때 어떻게 조율을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 우리 사회의 좌우를 어떻게 통합할 거냐, 여야를 어떻게 통합할 거냐를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그건 여러분들이 하시면 돼요. 우리가 이런 관점을 딱 가지면 이쪽저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조율을 하면 돼요. 그런데 조율이 안 되고 자기를 고집하면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없는 것은 서로 싸우도록 좀 놔둬야 합니다. 서로 싸우면 서로 손해가 나죠. 더 가지자고 싸웠는데 오히려 둘 다 손해가 나요. 그때가 되면 다시 말을 좀 듣습니다. 무조건 이론적으로 맞다 해서 말을 듣는 건 아니에요. 그걸 알고 상황과 시기를 잘 살펴야 합니다. 

 

 

이해관계 때문에 싸워도 감정이 좀 덜 상했을 때는 타협이 쉽고 합리적인 안을 내기 쉽습니다. 그래서 조기 수습을 해야 해요. 그런데 격렬해지고 나면 타협이 불가능합니다. ‘찔러라, 찔러! 너 죽고 나 죽자’ 이렇게 나오잖아요. 이념에 사로잡혀서 이해관계가 조정이 안 될 뿐더러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타협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또 조금 더 지나면 타협이 나옵니다. 지치고 서로에게 막대한 손실이 다가오니까요. 그럴 때 다시 조율하면 다시 또 길이 열리죠. 

 

그러니 조율도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마치 예방을 하듯이 조기에 수습하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단 불이 붙어서 수습이 어렵겠다면 좀 기다려야 해요. 격렬한 싸움 끝에 서로 상처를 입고서 누군가가 방법을 좀 강구해줬으면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다시 나서서 수습하는 게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런 것들을 여러분들이 익혀야 해요. 

 

 

부부관계도 회사일도 남북문제도 그렇습니다. 남북이 싸우는데, 여러분들은 남쪽에 서서 남쪽 말만 들으니까 저쪽이 문제 같죠? 저는 비교적 북쪽 말도 들어보고 내부 사정도 잘 아는 쪽이잖아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요. 여야도 마찬가지예요. 야당 사람만 만나고 다니면 모르지만, 여당 사람도 만나보면 자기들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것을 이해하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어떤 현실 안에서의 해결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반드시 일정한 양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양보를 안 하려 하죠. 우리가 100을 얻으면 좋지만 갈등이 심해서 타협이 안 될 경우 100을 다 잃게 된다면 60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해요. 그러면 야합을 했다는 둥 비판이 따르죠. 반대로 힘으로 절대 우위를 점유해서 이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기게 되면 나중에 상대편의 저항이 따르겠죠. 그게 안 된다면 ‘100프로 안 될 바에야 다 잃어도 좋다, 죽어도 좋다’ 해서 순교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도 어렵다면 현실적으로는 타협을 해야 해요. 내 것을 다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타협을 할 때 우리는 1단계를 디뎌줘야 합니다. 예컨대 세월호 사고가 100퍼센트 다 명확히 해명되면 좋겠지만 이번 정부에서 100퍼센트는 불가능해요. 그러면 두 가지 길이 있어요. ‘그거 안 되면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 이렇게 나가는 길, 즉 순교하는 길이 하나 있어요. 다음은 현실적으로 이 정부에서는 60퍼센트까지만 진상을 밝히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유보하는 거예요. 그리고 힘을 정권 교체에 모아야 하겠죠. 진상을 밝히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습니다. 이 정부에서는 안 밝혀지니까 힘을 모아 정권을 바꾼 뒤 다음 정부에서 100퍼센트 밝힌다, 이런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세월호를 두둔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를 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무모합니다. 힘 있는 자만 완승을 원하는 게 아니라 힘없는 자도 항상 완승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명분만 강하고 타협을 잘 못합니다. 이해관계를 조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저기 나쁜 놈 딱지만 붙이지 말고, 상대방 처지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관계를 조율해서 좀 나누라는 거예요. 실리도 내가 챙기고 명분도 내가 챙기면 다른 사람은 어떡합니까? 명분을 내가 챙기면 실리를 좀 주고, 실리를 내가 챙기면 명분을 좀 줘서 타협을 해야 국민이 볼 때 통합하는 이미지가 생기죠. 그래서 나중에 그릇이 커지면 지금 나눠준 것보다 새로 얻는 게 훨씬 크잖아요. 

 

북한 문제도 그래요. 좀 나눠줬다고 야단들이지만, 통일되면 새로 얻게 되는 것이 지금 나눠준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봐야 해요. 지금 나눠주는 것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관점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도 애들 요구를 윽박질러서 해결하려 들거나 ‘네 마음대로 해라, 난 모르겠다’ 하고 팽개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가만히 관찰해서 연구를 좀 해야 해요. 가만히 관찰해보고, 아이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행동양식도 좀 연구해봐서 조율을 해야 한단 말이에요. 우리의 삶이라는 건 상호충돌하는 것들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문제예요. 그 조율이 곧 통합입니다.

 

이런 관점에 선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하듯이 초기에는 간단하게 해결될 것을 확대시켜서 감정을 유발시키고 손실을 키웁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결정한 세종시를 이명박 대통령 때 와서 뒤집었어요. 그런데 4대강은 국민의 반대가 훨씬 많고, 여야 합의도 안 되고, 예산도 확보가 안 됐는데 추진했어요.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때 공약을 했고, 여야가 합의해서 입법화했고, 예산까지 편성한 사안인데도 잘못 결정했다며 중지시키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세종시 건설에 반대해요. 지금은 통일수도를 건설해야 할 때지 분단 수도를 건설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적인 절차로 보면 세종시는 합법적이고 4대강은 합법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합법적인 것을 엎어버리고 합법적이지 않은 것을 추진하면서도 그게 모순인 줄 모르는 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자기가 갑일 때는 갑만 생각하고 자기가 을을 때는 을만 생각하니까요. 우리 인생 자체가 이렇게 늘 갑이 되었다가 을이 되었다가 하며 상충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철학 강의가 됐네요. 하하.” (스님 웃음)

 


 

스님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에 모두 큰 박수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2시간 동안의 강연을 모두 마치고, 잠깐 시간이 남아 즉석 질문을 받았습니다. 

 

앞자리에 앉아서 스님의 강연을 열심히 듣고 있던 한 분이 지금의 북한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질문했고, 스님은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한 관점을 잡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북한 사정에 대해서 알려면 제약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2012년도에 강성대국을 발표한 걸 보면 핵도 보유한 것 같고, 자력으로 위성도 쏘아올리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과학 기술이 발달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국내 언론에서 접하지 못했던 정보들이 옳다면 우리가 민간 교류나 대북 지원을 할 때도 단순한 비료나 식량 지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지금 북한 사정이 과연 어떤지 여쭤봅니다.”

 

“지금 이야기가 다 맞아요. 인공위성 쏘아올린 것도 맞고, 핵 실험한 것도 맞고, 굶어죽는 것도 맞고, 결핵약이 없어서 결핵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맞고, 평양이 화려한 것도 맞고, 지방에 가면 아직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맞고, 총 포탄이 되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사람이 있는 것도 맞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목숨 걸고 도망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한 쪽으로 편향된 정보만 접하다보니 그 반대쪽 정보와는 정 반대 모습으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단편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렇게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북한은 기둥과 지붕은 제대로 서 있지만 살림이 하나도 없는 빈 집과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아주 멋있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살림이 하나도 없고 폐허가 되어 내일 망할지 모레 망할지 알 수 없는 집이에요. 그러나 멀리서 보면 남쪽이 먼저 망했으면 망했지 북쪽이 절대로 망할 리가 없어 보이는 아주 굳건한 건물입니다. 

 

그런데 여러 대통령들이 자꾸 오판을 하는 이유는, 국정원에서 애초에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수집한 정보를 올릴 때 대통령의 기호에 맞는 정보 위주로 올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에요. 미국도 제가 가서 이야기해보면 그런 것 같아요. 다만 우리는 그 정도가 좀 심하죠. 편향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윗사람들은 북한이 곧 망한다는 확신을 갖게 돼요. 인도적 지원 문제만 해도 그래요. 정부와 대통령이 인도적 지원을 원하는 편이라면 인도적 지원이 얼마나 긍정적 효과가 있고 북한 사회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한 정보만 계속 올라갑니다. 위에서 인도적 지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지원한 식량이 군대로 가고 어디로 새어나가서 누구 배만 불렸다, 이런 정보만 계속 올라가요. 실제로 가서 보면 양쪽이 다 같이 있어요. 지원한 식량이 주민들이며 고아원에 전달되어서 눈물 뚝뚝 흘리며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새어나간 식량이 군대에 들어가거나 시장에서 몰래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보를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듣다 보면 편향이 생깁니다. 여러분들은 접근 경로가 제한되어 있겠지만 저만 하더라도 북한 정보를 어느 한쪽만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봐야 해요. 북한에 좋은 점도 많아요. 그러나 비판받을 요소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처럼 물질주의가 지나치지 않은 건 장점입니다. 그러나 빈곤한 건 사실이에요. 굶어죽는 것도 사실이고요.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태다 보니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북한이 인민을 귀하게 여긴다는 주장은 이제 이론만 남았지 현실은 그렇지도 않아요.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북한’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북한이 아닙니다. 국가로서의 북한은 UN에 가입된 국가로서 우리가 존중해줘야 하고, 정부로서의 북한은 완전 독재정부니까 우리가 비판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은 우리가 껴안아줘야 할 대상입니다. 그래서 ‘북한’이라고 할 때는 어느 북한을 말하는지 그 내용을 밝혀서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북한에 지원해주지 마라,’ ‘북한은 죽일 놈이다,’ ‘북한 불쌍하다,’ ‘북한 당당하다’ 이런 말 안에는 그런 다양한 요소들이 같이 들어가 있어요. 당당하다는 건 국가로서의 북한입니다. 사실 주권 국가로서는 우리보다 더 당당해요. 이렇게밖에 제가 말씀드릴 수 없네요.”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 북한의 어느 한쪽 측면만을 바라보고 전체를 판단했음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비단 북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해서도, 또는 한 사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다보면 이렇게 시야가 넓어지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포요하게 되고, 점점 더 사고가 유연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평화리더십아카데미 강연도 그러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인 강연을 해 준 후 스님은 곧바로 서울을 출발해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시골에 머물며 새책 원고 집필 작업과 농사일을 할 계획입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41

0/200

평정심

스님의 하루를 통해 매번 지혜를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2015-11-16 23:56:26

지혜

감사합니다.. ^^

2015-11-16 16:33:49

이남현

네!

2015-11-16 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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