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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안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어젯밤에는 원고 교정 작업과 업무를 하느라 집무실에서 밤을 샌 스님은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아침 7시부터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각종 미팅과 회의를 하였습니다.
▲ 새벽 예불
지방 강연을 돌아다니면 차 안에서 주무실 수가 있는데, 서울에 계시니 계속 미팅과 회의 일정이 잡혀서 오히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미팅과 회의를 모두 마치고 오후 5시에 강연이 열리는 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천안으로 향하는 길에는 많이 피곤하셨는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단잠을 청했습니다.
차창 밖을 보니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하는 노래가 저절로 웅얼 거려지는 멋진 가을날입니다. 스님이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시작한지 오늘로 11번째 강연인데, 11월 11일에 강연이 이뤄지는 우연이 겹쳐 시작부터 기분을 좋게 합니다.
▲ 오늘 강연이 열린 천안백석중학교 다목적실
저녁 6시20분에 강연이 열리는 천안백석중학교에 도착하니 몇몇 지역 인사분들이 모여 스님과의 사전 간담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안 지역의 교수, 교사, 협동조합 이사장 등 약 10여분과 함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간단한 소개로 시작하여 평양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공개된 로저 셰퍼드의 백두대간 종주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 새터민들의 현황이나 북한의 황폐한 삼림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대화의 말미에는 의인들의 고장인 천안에서 통일의병들이 많이 나와주기를 당부한 후 지금 통일의병이 필요한 이유와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남한의 보수와 북한이 대화를 해야 진정한 남북 대화라고 볼 수 있는데, 보수의 문제는 지금 북한을 적대하느라 북한과 대화를 못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수가 집권하면 북한을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 하고, 진보가 집권하면 보수와 합의해가며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합니다. 보수와 합의 없이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면 정권이 바뀌었을 때 되돌아가버려요. 지금이 그런 상황이잖아요.
‘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안 지킨다,’ ‘보수는 반통일 세력이다’ 이렇게 자꾸 다른 쪽을 비판만 하면 안 됩니다. 각자 이런 우려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 현실 위에서 통일을 어떻게 도모할지 접근해야 합니다.
결국 가장 핵심은 통일지향적 정부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 정부가 들어서야만 통일 문제는 풀릴 수가 있어요. 제가 민간 차원에서 20년 간 통일을 위해 노력해봤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하는 한 민간에서 아무리 노력해본들 별 의미가 없어요. 통일만이 국가 운명과 민족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의지를 갖는 정부를 우리가 구성해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최선이 없으면 차선의 길이라도 가야겠지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려면 진보니 보수니 하는 잣대를 우리가 먼저 내려놓고 누가 더 통일지향적이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보수가 통일지향적일 수 있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논조를 정파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의병의 가장 중요한 일은 민간교류가 아니라 남한에 통일지향적 정부를 세우는 데 온 힘을 쏟을 사람들을 결집하는 것입니다. 특정 당이나 개인의 지지 세력이 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의병이 아니라 한낱 정파에 지나지 않아요.”
왜 통일의병 모임이 만들어졌는지 그 취지를 이해하게 되자 모두들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강연 시간이 다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다함께 기념 촬영을 한 후 강연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며 곧바로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대전 통일의병 모임과 서울 통일의병 모임이 주축이 되고 천안에서 자원봉사를 자청한 분들이 함께 준비를 했습니다. 강연장이 학교 강당인지라 강연장으로 다시 셋팅을 하기 위해 봉사자들은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가지런히 놓인 플라스티 의자들을 보니 그 수고로움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3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소개 영상에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큰 함성과 박수 소리와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통일 강연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가 아니라 통일의병에서 주관하는 통일 강연회입니다. 강연 취지가 통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인생 이야기를 묻는 사람은 반드시 통일의병에 가입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 질문해 주세요. (웃음)
그냥 법륜 스님 인생 이야기만 들으러 오셨던 분들도 개인 이야기를 넘어서서 우리 공동체 모두의 삶을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오늘 강연의 취지에 대해 모두 공감대를 이룬 후 본격적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피해망상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자식된 입장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남편이 주식을 하고 도박을 해서 1년 전에 이혼을 했는데 둘째 아이가 아빠의 성향을 많이 닮은 듯 해서 더 걱정이라며 어떻게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의대에 진학하고자 외국어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입학을 준비 중인 고1 학생이었는데,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중학생이었는데 경제적 이유 말고 인도적 차원에서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새터민이었는데 남쪽에 와보니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많이 감격했다며 과연 언제쯤 통일이 될지 울먹였습니다.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며 2시간 30분 동안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통일이 그 누구보다 목마른 새터민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과연 언제쯤 통일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스님은 어떻게 하면 통일이 가능해질 수 있는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북에서 온 이탈주민이고 한국에 온지는 두 달 되었습니다. 오늘 스님께서 통일 이야기를 하신다기에 우리 북녘 형제들이 제일 목말라하는 통일이 언제 오겠는지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목숨을 내걸고 오는 우리 이탈주민들은 통일이 가장 목마른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북에서는 남한 분들이 통일을 염원하지 않는다고 어릴 때부터 세뇌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통일을 지지하고 바라는 분들도 많고, 통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모든 분들에게 우리 북녘 동포들을 대표해서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청중 박수)
스님, 통일은 과연 언제쯤 될까요?”
새터민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통일이 될 수 있는지 차근차근 답해 주었습니다.
“통일이 언제 될까 예측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노력은 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 ‘언제쯤 되나’ 하고 예측하려는 심리가 일어나요. 통일이 오도록 우리가 노력을 하면 통일이 오겠고, 노력을 안 하면 안 오겠고, 노력을 많이 하면 빨리 오겠고, 노력을 게으르게 하면 늦게 오겠지요. 우리가 통일이 다급하다면 빨리 오도록 노력을 할 테고, 별로 다급하지 않으면 노력도 덜 해서 늦게 올 테고, 원치 않으면 안 올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25~30년 간 경제적으로 계속 나빠졌어요. 질문자가 어렸을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을 겁니다. 정치적으로도 독재가 강화됐고, 안보적으로도 취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통일을 더 강력하게 원할 수밖에 없어요. 말 그대로 ‘통일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반면 남한은 지난 50년을 돌아보면 분단된 상태로도 경제적으로 발전해왔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되어왔어요. 국방도 튼튼해져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남한 사람들에게는 통일이 다급한 문제가 아닙니다. 되면 좋지만 안 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통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습니다. 연령적으로는 젊은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심은 없는 대신에 통일에 대한 의지도 별로 없어요. 나이 든 사람은 북한에 대한 미움은 있는데 그래도 통일하자는 생각은 강합니다. 이산가족의 경험도 있고 하니까요.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통일을 주장하는 나이 드신 분들은 북한 붕괴를 전제한 통일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항복을 요구해요.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방하면 밥 먹고 살도록 해주겠다는 식의 접근이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북한에 살아봐서 알겠지만, 북한이 남쪽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현 지도부나 군부가 남한한테 무릎 꿇고 항복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항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그 사람들이 굴복했다면 이미 통일이 되었을 겁니다.”
“예. 특히 지도부는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조금 군사력이 약하더라도 남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정도의 군사력은 있다고 봐요? 없다고 봐요?”
“북한은 일단 전쟁이 나도 기름이 없습니다. 국가 탱크에는 얼마나 차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북한 시민들은 장작을 때서 살기 때문에...”
“질문자의 이야기대로라면 우리가 군사력으로 밀어버리는 게 제일 낫겠네요?”
“그러면 남한도 북한도 손해가 많을 테니 가급적 평화적으로 통일하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방적으로 힘에 의한 통일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북이 합의해서 통일하려면 남한이 북한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합니다. 주민들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한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하고 지도부의 저항을 막으려면 신분보장을 해줘야 해요. 그냥 처벌 안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해줘야 해요. 평화롭게 합의 통일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남한이 중심이 되어 통일 하기 위해 상대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을 포용이라고 해요.
그런데 둘 사이에 세력 차이가 나서 세력이 큰 쪽, 즉 남한을 중심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니 북한이 호응하기 어려워요. 그러니 힘으로 하면 전쟁이 날 것이고, 평화적으로 통일하려면 남한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줘야 합니다.
독일의 통일이 그랬어요. 결과적으로 서독이 중심이 돼서 통일을 했는데, 통일과정의 30년 동안 서독이 동독에 거의 일방적인 지원을 했어요. 그리고 통일 전 분단된 상태에서도 서독은 이미 서독 안에서 공산당 활동을 합법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이게 신분 보장이에요. 그러니까 동독의 일반 주민들은 통일되면 더 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환영했고, 동독의 지도부도 자기들의 정치적인 활동이 통일된 뒤에도 보장이 된다니 동의한 겁니다. 이렇게 동독의 기득권층이 통일 과정에서 손해를 하나도 안 봤기 때문에 나중에 특별한 저항이 없었습니다. 제일 꼭대기의 몇 명만 처벌했지, 나머지는 처벌을 면해주고 다들 정치활동도 허용해줬습니다.
우리로 치면 북한 주민들이 통일된 뒤에도 조선노동당을 만들어 출마해서 함경도는 조선노동당이 지역 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도록 한 거예요. 그렇게 해주니까 저쪽에서 통일하자고 나온 겁니다.
이런 배경을 만든 건 서독이지만, 통일하자는 결정은 동독이 한 겁니다. 통일의 시기도 서독은 준비가 덜 되었으니 통일할 때가 멀었다고 봤는데 동독 쪽에서 하자고 몰려온 거예요. 당시 서독 장관을 지냈던 분에게 제가 ‘돈 많이 들면 저쪽에서 하자고 해도 안 하면 되지 않았어요?’ 하니까 ‘총 들고 넘어오면 총으로 막겠지만 숟가락 들고 넘어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막습니까?’라고 했어요. (질문자 웃음)
우리도 통일 준비는 남한이 하지만 통일을 언제 할지는 북한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제적 지원도 하고 신분도 보장해줄 테니 통일을 언제 하면 좋을지는 너희가 결정해라. 너희가 좋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게.’ 이렇게요. 중국도 지금 홍콩이나 대만에 대해서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중국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가 조그마한 섬나라인 대만도 일대일로 딱 만나서 존중해 주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원수같이 여기니 통일이 되기 어렵죠.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남한이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지가 있으면 포용을 해야 하는데, 하나하나 똑같이 싸우려 드니 통일되기가 어렵죠. 힘 있는 쪽에서 힘없는 쪽을 감싸줘야 해요. 난리를 피우고 속된 말로 지랄발광을 해도 감싼다면 통일이 가능하겠지만 그걸 일일이 대응한다면 군사적 충돌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군사적인 통일은 현재 제가 보기에는 불가능해요. 남한에 핵발전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공격 받는다면 이것은 전쟁의 승패를 떠나 통일에 아무 득이 없는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오게 됩니다. 또 군사적 통일을 하려 들면 중국이 개입합니다. 그러나 남북이 합의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한다면 중국이 개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통일을 하려면 평화적으로 해야 하고, 평화적 통일을 하려면 남한 측에서 북한을 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지금 포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북한 지도부 버르장머리 고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통일의 시기는 더 길어질 거예요.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들어서는 남한 정부가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을 포용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통일의 시기는 앞으로 훌쩍 당겨질 것이고, 계속 대결하는 정책으로 가면 통일의 시기는 뒤로 멀어질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과의 관계도 변수가 됩니다. 질문자가 보기에는 북한이 현재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중국 말을 들을 것 같아요? 안 들을 것 같아요?”
“좀 듣는다고 봐야죠.”
“아이고, 북한에서 살았는데도 저리 모르네요. 한국 말도 안 듣고 미국 말도 안 듣는 북한인데 중국 말이라고 들을까요? 안 들어요.
그런데 저런 북한은 통일의 관점에서 보면 유리해요. 북한만 결정하면 통일이 되니까요. 그런데 자꾸 우리가 지금처럼 중국더러 북한에 압력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의 압력으로 북한이 개방하고,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인 우산이 되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도록 하면 남북 간에 평화는 오지만 통일은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통일을 하고 싶어도 중국의 동의를 얻어야 해요.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해 이러저런 조건을 중국이 당연히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안 받아주겠죠.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은 또 중국이 안 받아줄 테니 통일은 어려워져요. 그러니 북한이 중국에 기대지 않고 버티는 것은 현재의 긴장 국면에서 보면 굉장히 나쁜 요소지만 통일의 관점에서는 유리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질문자도 알겠지만 북한이 독자적으로 계속 버티기는 거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조만간 무너지거나 중국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버티고 버티다가 안 되면 중국으로 기울어지거나, 쿠데타가 일어나서 친중정권이 들어설 거예요. 그러면 긴장국면은 풀릴지 몰라도 통일의 기회는 상당히 뒤로 멀어집니다.
이런 전체적인 조건을 보면 지금은 통일의 시기가 굉장히 가까이 와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한국 정부의 의지가 부족합니다. 북한이 중국 쪽으로 넘어지면 통일이 어려워지고, 남한이 미국 쪽으로 너무 가까워져서 사드(THAAD,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까지 해버린다면 중국이 남한을 경계하게 됩니다. 지금 중국이 북한까지 버리는 척 하면서 남한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에는 남한이 미일동맹체제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입니다. 남한이 미국의 압력을 못 견뎌서 미일동맹체제에 들어가면 중국은 아마 다시 북한을 감싸는 쪽으로 갈 겁니다. 지금 국제관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세력 재편을 두고 엄청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 속에서 정작 우리는 우리 민족의 이익과 자주성을 어떻게 보전하고 통일을 할 거냐는 관점에 서 있지 않고 서로 앙숙이 돼서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꼴이에요. 그런 가운데 민족적 이익은 점점 멀어져갑니다. 그러니까 계속 북한 욕만 하는 것은 통일에 도움이 안 됩니다. 북한이 나쁜 줄은 이미 천하가 다 알아요. 지금은 그런 북한을 어떻게 통일 대열에 참여시킬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남한 정부가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면 통일이 됩니다. 남한 국민은 북한과 달리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요. 남한 국민들이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그런 정부를 만들어버리면 되는데 그런 선택을 안 한다는 것은 남한 국민들이 통일에 그리 관심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관심이 있어야 남한 정부가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협력을 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정책을 바꾸거나 다음 정부가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구한다면 통일은 굉장히 단시간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식으로 대결 국면을 계속 끌고 가고 북한이 더 이상 버티질 못해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면 통일의 시기는 먼 훗날로 넘어가버리고, 남북은 미중 양국체제의 하위변수가 되어서 다시 분단 고착화로 갈 위험이 있어요. 지금은 분단 고착화로 갈 위기와 통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있어요. 이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되고, 기회를 살리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 수준을 보면 기회를 살리기보다는 위기를 극복 못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는 더 높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한번 살려보자고 해서 우리가 이렇게 국민운동을 하는 거예요. 가만히 둬도 이루어진다면 가만히 있지 굳이 통일 운동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꼭 휴전선이 무너져야 통일이 아닙니다. 통일은 내일 남한 정부가 북한하고 통일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통일이에요. 그러면 관계를 풀면서 교류가 가능해지고, 질문자도 고향에 가서 가족을 만날 수 있고 질문자가 번 돈을 가족에게 보내줄 수도 있잖아요. 통일하겠다고 정책적 결정만 나면 여러 가지 장애가 있더라도 그것은 극복 대상이지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완전히 이런저런 경계를 다 없애서 정치적으로 한 나라가 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예요. 질문자가 원하는 통일은 남한에서 결정만 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 지금의 기회를 살려내고자 통일의병 모임을 만들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질문자도 가입해서 힘을 좀 보태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울먹이던 새터민은 환하게 밝아진 얼굴로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강연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는 통일시민학교도 듣겠다며 통일을 향한 실천 활동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 덕분에 통일을 향한 길을 환히 내다보게 된 청중들은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새터민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이어서 통일이 되면 우리가 어떤 희망을 그려볼 수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서울에서 신의주, 나진선봉,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들려면 비용이 3조원 든다고 합시다. 10년이나 20년만 지나면 그 금액이 물류 비용에서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건 투자이지 소비가 아니에요. 천문학적 금액이 드는 건 맞지만 그건 다 나중에 본전이 빠지는 일인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우리가 돈이 없으면 빌려서 쓰면 돼요. 그걸 통일비용이라고 해서 마치 손해나는 것처럼 호도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겁을 내는 거예요. 전 세계에 투자처를 찾는 돈은 널려 있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기업이 투자처를 못 찾아서 묶어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해서 물류 혁명이 일어나면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사할린에 있는 석유며 시베리아에 묻힌 가스가 송유관을 통해 서울과 부산까지 바로 들어오면 가스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집니다. 또 북한에는 남한의 25배에 달하는 광산자원이 묻혀 있어요.
이렇게 북한 개발이 이루어지면 경제가 살아납니다. 정치는 당분간 양국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통합 경제와 북한 개발 없이는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이 결합하면 북한이 세계의 생산 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남한이 한 때 생산 기지였다가 중국으로 역할이 넘어갔는데 이제는 중국도 인건비가 비싸져서 인도로 넘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북한은 지금 중국 인건비의 3분의1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남한의 중소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활로를 열 수 있습니다. 북한에 중국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도 한 효과이고요.
이렇게 대한민국이 통일되면 향후 2030년까지 세계 7위권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고 2050년쯤 되면 세계 5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태도에 따라 중국이 유리해질 수도 있고 미국이 유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이 미중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의 평화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가 도래하게 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이 협력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면 이 경제규모가 세계 최대가 돼요. 이렇게 21세기 후반에는 동아시아 시대가 도래하고 그 중심에 우리가 설 수 있습니다.
통일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군사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중국과 적대해서 미국과 협력하는 체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일은 되어도 동아시아 공동체로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고 오히려 여러 가지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놓인 선택입니다. 그러니 이런 가능성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21세기 초반에 통일을 하고, 21세기 중반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고, 21세기 후반에 가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오는 새로운 꿈을 우리가 한번 꿔볼 수 있습니다. 문명이라는 것은 항상 그대로 있지 않고 변방으로 이동해갑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현대 문명은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산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명 자체의 지속성에 한계가 있어요. 결국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성장이 멈추고 쇠퇴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다음 문명이 무엇일까요? 그때까지 우리가 사는 건 아니지만 저는 이 문명 안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넘어서서 다음 문명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 건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 문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모델이 있어야 그것으로 갈아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누가 그 모델을 만들거냐에 사실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가 그걸 만들어 낸다면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설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가 그 일을 할 수 있냐하면 현대 인류의 모든 모순이 이곳에 다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면 인류의 모든 모순을 극복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게 곧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사물을 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거예요.
그런 면에서 통일의병은 그저 옛날처럼 ‘분단됐으니까 통일하자’는 단계를 넘어섭니다. 통일이라는 용어가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은 문명 전환 운동이고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서는 운동입니다. 그 1단계가 통일이고, 2단계가 동아시아 협력관계이고, 3단계가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뒤이어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 배달나라가 건국될 때는 바로 그것이 세계 최고의 문명이었습니다. 그 세계 최고 문명의 DNA를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히 새로운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갖고 우리가 이 통일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같은 나라니까 하나가 되자는 식의 통일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이상을 갖고 이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스님의 통일 비전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뛰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가슴 뛰도록 제시해주는 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나와 천안 지역에서 열리는 통일시민학교에 대해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청중 모두가 둥근 원을 만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불렀습니다.
오늘 강연의 감흥이 컸는지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가슴에 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마친 후 스님은 강당 뒤쪽으로 이동해 책 사인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 책을 사서 긴 줄을 섰고 서로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하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모두들 스님에게 사인을 받고 밝은 표정으로 강연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책 사인회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 통일의병들은 통일시민학교를 알리고 후원을 받는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의인이 많이 난다는 천안에서 나라를 구할 통일의병들이 많이 생겨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을 늠름하게 외치는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모두들 수고 했다”는 격려 말씀을 하며 악수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질문한 자퇴한 여고생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격려를 해주면서 강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천안을 출발한 스님은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집무실에서 늦은 시간까지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각종 미팅과 회의를 연이어 가진 후 저녁 7시부터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갈등의 대한민국, 화합과 통합의 길 찾기’ 란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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