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부평구청에서 인천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후 평화재단에서 하루종일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가진 스님은 오후 5시에 강연이 열리는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 인천 부평구청
6시 20분에 부펑구청에 도착해 구청장실에서 구청장님을 비롯한 몇몇 지역인사 분들과 차담회를 가졌습니다. 홍미영 구청장님과 문병호 부평구 국회의원, 신은호 시의원을 비롯하여 이미 통일의병으로 활동 중인 박삼숙 구의원, 통일의병 사무총장 및 조직국장과 함께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의병 활동에 대해 가볍게 소개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 지역 인사들과의 환담
오늘은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구청장님의 인사말 순서가 준비되어 있어 7시 강연 시작 전에 구청장님과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단풍이 잘 물든 밝고 화사한 가을날, 인천 부평구청의 넓은 잔디밭 주변의 노오란 은행나무 가로수 사이사이에는 지난주부터 통일의병들이 걸어놓은 '법륜 스님의 통일이야기' 강연 현수막이 군데군데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구청 본관 7층 대회의실에는 오후 2시부터 통일의병 봉사자분들이 하나둘씩 미리 모여 인천의 구의원인 박삼숙 의병이 정성껏 준비해온 과일을 먹으며 모두 즐겁게 강연준비를 하였고, 스님 강연을 듣기위해 일찌감치 와서 기다리시는 인천 시민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인천 시민들 뿐만 아니라 퇴근길의 구청 공무원들까지 참석해 400여명이 좌석을 가득 메웠고, 바닥에 앉아있는 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사전공연으로 통일의병 노래모임인 '학수고대'가 인천을 대표하는곡 '연안부두'와 '바다에누워' 두 곡을 관객들과 함께 박수치며 흥겹게 노래했고, 곧이어 조성식 통일의병 대표님의 통일 세상을 염원하는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훙미영 부평구청장님의 언제든지 스님 강연을 환영한다는 인사말과 문병호 인천시 국회의원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곧이어 강연이 시작되자 스님은 통일의병을 소개하는 말씀을 서두로 역사적으로 활약했던 의병의 사례에 대해 상세히 예를 들어주며 분단 극복을 위해서는 전국민이 의병이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주었습니다.
“오늘 강의를 주관한 단체는 통일의병입니다. 임진왜란 때 관군이 다 도망가 버리고 나라가 피폐해 백성이 힘들 때 아무 의무가 없는 일반 백성들이 의병을 일으켜서 쳐들어온 외적을 막아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정부가 통일에 제대로 역할을 못 하니까 정부를 비난하기보다 정부의 부족한 면을 우리가 좀 대신하자는 뜻으로 ‘의병’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통일입니다. ‘통일이라는 우리의 희망을 달성하려면 전 국민이 의병 정신으로 떨쳐 일어나야 한다’ 해서 의병이에요. 정부에 맞서는 반군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도와 나라를 구하는 의병을 하자는 겁니다.”
첫 번째 질문은 50대후반 아주머니의 하소연 섞인 고민 상담으로 딸이 너무 알뜰하고 심한 구두쇠라 이혼을 당하였고 갓 결혼한 아들은 며느리가 낭비가 심하고 빚이 많아 지금 이혼하려 하는데 부모로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33세 남자인데 아직 결혼도 못하고 불안정한 삶을 사는데 안정적이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고, 세 번째는 질문자는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신데 통일된 후에 어떤 형태의 정치를 누가 어떻게 하면 제일 좋은지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개인의 인생 고민도 어느정도 해결되어야 이런 통일 운동도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것” 이라며 통일의병이 주최한 강연이었지만 개인들의 고민 상담도 모두 받아주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상담을 통해 마음이 홀가분해진 질문자들은 자신도 통일의병에 동참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세 번째로 질문한 통일된 이후의 국가 통치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의문에 답을 해주면서 더불어 통일한국이 갖는 비전과 희망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위에 물어보면 다들 통일을 바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일이 된 뒤에 과연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치체제가 이루어질지, 또 누가 어떻게 정치를 해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스님께서 고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이번 총선에 누가 국회의원 당선될지도 모르고 3년 후에 대통령이 누가 될 지도 모르는데 통일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통일 후에 누가 통치할지를 제가 어떻게 알아요? 뭘 묻고 싶은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지금 싱가폴 국가경쟁력이 세계 1~2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는 커다란 기업체나 큰 부자가 없고, 공무원 체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그런 체제더라고요. 그래서 큰 부자는 없지만 크게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 없이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잘 산다고 말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지하도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 반면 우주선 관광을 갈 정도로 큰 부자도 있을 만큼 빈부 격차가 큽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통일을 했을 때 국민들 모두가 서로 불안해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으려면 어떤 체제로 되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어떤 나라가 될 거냐는 거죠? 그런데 대한민국을 한번 보세요. 정치적으로 옛날보다는 민주화가 됐지만, 최근의 행태를 보면 대통령의 권한이 옛날의 왕 권한과 별 차이가 없어요. 전횡을 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현재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니에요. 역대 대통령이 전부 다 그랬어요. 권력이 너무 집중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권력을 내각으로 좀 분산시켜야 해요. 지금 어느 분야든 장관이 장관으로서 일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비서 수준에서 일하잖아요. 그러니 외교, 안보, 통일, 국방 정도만 대통령이 관장하고 나머지는 총리와 내각이 책임지고 하도록 권력분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 부천에서 오신 공무원 분들이 계시지만, 부천구청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모든 걸 다 중앙이 쥐고 있는 거예요. 시장한테 물어봐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하고, 국장직 하나도 마음대로 신설할 수 없대요. 그러니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 즉 광역에서는 다시 기초자치단체로 분산해야 해요. 기초자치단체장이 권한을 예전보다 많이 갖는 게 아니라 거기서 다시 주민자치센터로 분산해야 하고요. 이렇게 권력이 밑으로 분산되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던 것을 자꾸자꾸 분산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예요. 힘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정치적으로는 독재, 경제적으로는 독점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한쪽에만 모여 있는 돈을 점점 분산시켜서 고루 잘 사는 쪽으로 가는 것을 경제민주화라고 해요. 경제민주화와 정치민주화가 더 심화되어야 해요. 우리는 지금 잘 나가다가 중간에 멈춰서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해요. 그러자면 분산된 권력을 다시 통합해야 하니까 준연방제처럼 됩니다. 연방제라고 해서 남북연방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13도 연방, 8도 연방, 이런 걸 말하는 겁니다.
그 다음엔 다당제로 가야 해요. 옛날에는 자본과 노동 딱 둘로 나누고 자본가를 대표하는 정당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을 만들어서 보수와 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재벌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는 이해관계가 달라요. 재벌기업 노동자는 크게 보면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재벌기업과 더 이해관계가 가깝기 때문에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아요. 또 노동자 안에는 대기업 노동자도 있고 중소기업 노동자도 있는데 그 사이에 임금 차가 배 이상 나요. 재벌기업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어서 그 둘 사이의 임금 차가 배 이상 납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재벌기업 비정규직은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임금 차가 배로 나는 거예요. 또 요즘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은행 직원을 비교해보면 은행 직원이 더 잘 살아요. 그런데 자영업 하는 사람은 사장, 즉 자본가이고 은행 직원은 노동자예요. 그러니 이걸 자본과 노동자로만 나누면 안 됩니다. 다양한 계급, 계층이 분화된 거예요.
지금 지역주의에 뿌리를 둔 두 개의 정당이 자기들이 모든 국민을 다 대변한다고 주장합니다. 말로는 모든 국민을 대변한다지만 새누리당은 국민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가진 자만 대변하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즉 진보주의 정당까지도 민주노총에 기반한다면 국민의 10퍼센트만을 대변하는 거예요. 90퍼센트를 대변하는 정당은 없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런 양당 구조가, 그것도 지역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따라서 어떤 개혁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이미 다당제로 갔습니다. 지금 한국 정도의 사회에서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다당제로 가야 해요. 승자독식의 양당 구도로 가서는 안 됩니다.
다당제로 가되, 국민의 지지를 얻은 만큼의 의석수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은 49대 51이 되면 51이 독식하잖아요. 49의 의사가 대변될 길은 없어요. 전라도 내에서 10~15퍼센트를 차지하는 새누리당 지지 세력이 한 번도 대변되었던 적이 없고, 경상도에서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야당 지지 세력 역시 한 번도 자기들 의사가 국정에 대변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굉장히 왜곡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중앙 권력을 분산시키고 다당제로 변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더 잘 살 수 있는 정치적 변화인데, 이게 또한 통일에 유리합니다. 남북연방은 지금 어려워요. 북한과 남한의 경제력이 지금 50 대 1인데 50대 1을 가지고 연방을 하면 균형이 안 맞잖아요. 남한이 이렇게 먼저 연방이 되면 북한에서도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가 이 연방 속으로 들어오면 되니까 남북 차별이 안 되고 융합이 됩니다. 그러니 통일이 훨씬 쉬워져요. 통일된 국가가 연방제의 모습을 한다고 할 때, 통일한 후에 이런 모양을 하려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그러니 통일되기 전에 이미 우리가 헌법을 개정해서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다가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북한도 함께 하면 시행착오를 한결 줄일 수 있어요.
독일의 경우가 그래요. 서독, 즉 독일연방에 동독이 주(州)가 되어 들어온 거예요. 그러면 통일했다고 새로 헌법 만들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헌법을 개정할 때는 통일에 대비해서 이미 이렇게 준비해둬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의 식민지가 되지 않고 자기들 지역자치를 하면서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해요.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도 살아나고 북한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지를 먼저 실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간다면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기에 ‘남한이 우리보다 잘 사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남한에 사는 사람도 저렇게 집 없이 길거리에서 굶어죽는 경우가 생기는데 우리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남한과 통합되면 어떤 취급을 받겠냐?’ 이럴 것 아니에요? 그런데 남한이 어느 정도 사회안전망이 구축된 복지사회가 되면 북한의 중산층이 생각해도 ‘야, 남한에서 제일 못 사는 사람도 우리보다 잘 사는구나. 통합이 되면 최소한 저 정도는 살 테니 굳이 따로 있을 게 뭐 있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게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 빠른 속도로 통합하자고 한 이유입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통일 준비는 서독이 했지만, 통일하자는 결정은 동독이 내렸어요. 서독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동독이 투표해서 ‘하자!’ 하고 몰려온 거예요. 오지 말라고 해도 와버린 겁니다. (청중 웃음)
그래서 돈이 많이 들었다길래, 제가 당시 서독 장관을 했던 분에게 그랬어요. ‘준비가 덜 되었으면 하자고 해도 안 하면 될 거 아닙니까?’ 했더니 그 분이 말씀하시길, ‘현실이 안 그렇습니다. 총 들고 넘어오면 총으로 막으면 되지만, 숟가락을 들고 넘어오는데 그걸 어떻게 막습니까?’ 이래요. 배고파서 오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 사람들이 이쪽에 다 넘어오면 이쪽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니까 동독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독을 위해서 ‘야, 너희들 거기에 그대로 있어라. 거기 있으면 돈 줄게.’ 이렇게 된 거예요. 서독과 동독 마르크 화폐의 가치가 2대 1인데 그걸 1대 1로 바꿔줬어요. 돈을 두 배로 퍼 안긴 셈이니 갑자기 돈이 그리 많이 든 거예요. 갑자기 다 넘어오면 주택 문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급격한 통일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그러나 급격한 통일이 좋은 건 아니라 해도 북한 주민들이 막 ‘하자!’ 하고 온다면 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처럼 북한에서는 안 하자는데 남쪽에서 억지로 힘으로 하겠다 하면 부작용도 엄청나게 크고,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일 준비는 남한이 다 하되 통일 결정은 북한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빨리 하자면 빨리 하고, 천천히 하자면 천천히 해줘야 해요. 그러나 경제는 지금부터 바로 통합해 나가야 합니다. 상호 이익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렇게 정치 체제를 마련하고 경제도 복지사회를 지향해 나가야 해요.
그런데 남한이 힘으로 북한을 밀어붙이면 중국과 갈등이 생깁니다. 통일을 못 할 수도 있고, 한다 해도 중국과 대치하게 돼요. 그러면 단순한 통일밖에 안 되고, 더 이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그러나 남북이 합의통일을 하면, 즉 평화적으로 합의해서 통일하면 통일된 한국은 중국과도 관계가 괜찮고 일본과도 관계가 괜찮아요. 그러면 한국이 중심이 돼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과 일본은 아웅다웅하잖아요. 우리의 통일이 우리의 통일에서 끝나지 않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까지 뻗어나가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공동체가 됩니다. 양으로는 우리가 세계 최대가 못 되지만, 중국 및 일본과 힘을 합치면 양으로 최대가 돼요. 거기에 우리의 창조성만 발휘한다면 21세기 말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21세 초, 즉 2020년이나 2030년까지는 통일을 하고, 2050년까지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루고, 한 30년 더 해서 2080년이나 2090년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그 일원으로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됩니다. 이런 희망을 우리가 그려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분단이 되어 있다면 아무런 희망도 그릴 수 없습니다.
분단된 채로 계속 가게 되면 북한은 중국의 하위변수, 우리는 미국의 하위변수가 되어서 미중이 격돌하면 우리도 하위변수로 충돌해야 하니 통일은 고사하고 안보조차 유지가 안 돼요. 지금은 이런 지속적 분단체제와 긴장국면으로 갈 거냐, 아니면 오히려 통일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 평화가 도래하는 통일의 기회로 갈 거냐는 분기점에 서 있어요. 위기인 동시에 기회예요. 기회를 못 살리면 찌그러드는 위기로 가고, 기회를 살리면 100년이 열리는 길로 갑니다.
짧게 보면 통일의 기회를 잡는 것은 과거 100년을 청산하고 미래 100년의 희망을 만드는 것이고, 더 길게 보면 발해 멸망 이후 동아시아에서 변방으로 전락한 1,000년의 한을 푸는 것입니다. 6,000년 역사 중 5,000년은 동아시아의 중심국가였다가 1000년 전에 변방으로 전락했잖아요. 그러다 다시 동아시아 중심 국가로 올라서는 것이니까 1,000년의 한을 푸는 거예요. 그러니 한번 해 볼만 하지 않아요? (청중 뜨거운 박수갈채)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통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통일이 되면 창조성도 나올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노벨평화상은 따 놓은 당상이에요. 또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의 아픔이나 남북 분단의 아픔을 소재로 한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해요. <태백산맥> 같은 작품이 바로 상을 탈 수 있어요. 지금은 좌우 논쟁을 하니까 상을 주고 싶어도 반대편이 난리라서 못 줘요. 이렇게 국가 이미지와 위상이 확 달라집니다. 그런 새로운 희망을 두고도 구석에 찌그러진 채 서로 싸워댈 겁니까?
통일 문제는 더 이상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경상도, 전라도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니에요. 여당이 한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됩니다. ‘통일 되면 대박 터진다’는 말은 좀 경망스럽게 들리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니 긍정적으로 볼 건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통일을 할 거냐?’ 여기에 대해서는 서로 견해가 좀 달라요. 평화적인 통일, 그리고 통일 이후에 상승효과가 나는 통일을 해야 하는데, 통일 자체만 목표로 하는 통일지상주의가 되면 전쟁불사론까지 나올 수 있고, 평화만 앞세우는 평화지상주의가 되면 분단 고착화도 감수한다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통일지상주의가 되어도 안 되고, 평화지상주의가 되어도 안 되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하기도 쉽지만, 통일에서 그치지 않고 통일 이후에 상승효과가 나옵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기로에 서 있어요. 이런 시점에 아들 딸 이혼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해요? 나라가 결혼하느냐 이혼하느냐 걸린 문제인데요. (청중 웃음)
이렇게 크게 생각하면 그건 별 문제 아니에요. 아까 좀 불안하다고 질문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생각하고 이런 꿈을 가지면 불안한 마음도 사라져요. 통일운동은 국가를 위하고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우리들 전체를 북돋는 기운을 가져오는 겁니다.
북한 개발이 시작되면 우리 젊은이들 일자리가 많이 생겨요. 북한 사람들은 단순 작업을 주로 하고 위의 고급 기술직은 남한에서 데려가니 새로운 고급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시장도 더 잘 돌아가요. 그런 좋은 걸 안 하고, 우리끼리 웅크린 채 가진 사람 것을 내놓으라며 싸우고만 있으면 어떡합니까? 가진 자의 것은 빼앗기는 쉽지 않아요. 도둑질한 물건도 내놓으라고 하면 안 내놓는 게 사람 마음이에요. 그러니 그걸 붙들고 너무 싸우지 말아요. 물론 법을 바꾸어서 분배의 형평성을 추구하고 복지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성장을 시켜가면서 성장의 이득을 복지로 돌리면 쉬운데, 가진 자에게 빼앗아서 복지로 돌리려면 내부 갈등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우리가 복지를 해야 하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시급히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것만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것도 해야 하지만, 더 크게는 통일이라는 큰 방향의 기운을 만들어서 그걸 굴려나가야 사회가 좀 기운을 차리게 됩니다.
‘신바람난다’는 말 있잖아요? 신바람난다는 건 약간 미쳐 날뛰는 상태잖아요. 화나서 미쳐 날뛰는 나쁜 의미가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확 일어나서 하는 거예요. 무당이 신이 나면 작두날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도 발을 안 다치잖아요. 그럴 정도가 되면 조그마한 일 정도는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어요. 그런 걸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지금 통일의병 운동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 많이 가입들 하세요. (웃음)
제가 보기엔 지금 통일의 가능성이 한 10퍼센트밖에 안 돼요. 이미 90퍼센트는 이대로 있으면 찌그러지는 쪽으로 가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면 해도 안 되잖아요!’ 그러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할 때 승률이 10퍼센트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우리가 좀 몰두해서 이걸 뒤집으면, 즉 세상 사람이 볼 때 안 된다고 하던 것을 확 되도록 만들면 기적이 일어나는 겁니다. 50년 전에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이만큼 잘 살 거라고 상상이나 했어요? 우리 제품이 전 세계에 팔려나가리라고 상상이나 했어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 하고 시작했을 때 지식인들이 비웃었지만 그렇게 됐잖아요. 학생들이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 운동할 때 ‘계란 갖고 바위치기’라고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해냈잖아요.
우리에게는 그런 성공 경험이 있으니까 불가능할 것 같은 통일도 미국 타령, 중국 타령, 일본 타령 좀 그만하고 한번 해봅시다. 그래서 우리가 세를 뒤집으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그러자면 가장 핵심은 그걸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고, 그 정부를 구성하려면 국민들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줘야 합니다. 자기가 진보라고 늘 진보만 찍고, 보수라고 늘 보수만 찍고, 특정 지역 출신만 찍지 마세요. 관점을 좀 바꿔서 새로운 틀로 세상을 보고 우리의 위치를 가져야 합니다.”
스님의 간곡한 호소는 1시간이 넘도록 쉼없이 이어졌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문화 등을 총망라해서 다방면에 걸쳐 통일이 갖는 시너지 효과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청중들은 스님의 일장연설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중간 중간에는 박수갈채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통일에 대한 질문을 한 명 밖에 받지 못했지만 이 한 분의 질문에 답해 주며 스님은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오늘 참석한 인천 시민들을 위해서도 통일되면 인천 시민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면서 인천 시민들이 통일의병 운동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남북 긴장이 완화되고 통일이 되면 인천은 땅값도 오르고 그 위치가 엄청나게 좋아집니다. 그러니 휴전선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통일 운동을 더 해야 해요. 저처럼 저 아래 울산 사는 사람은 안 해도 돼요, 하하. (모두 웃음)
그런데 늘 보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더 안 해요. 여기는 정말 통일되면 혜택이 팍팍 돌아오는 곳입니다. 앞으로 개성공단에서 인천공항까지 물류가 바로 들어오게 되면 인천이 살아납니다. 인천은 도시는 큰데 지금은 힘이 별로 없고 서울에 가려서 독립적이지 못해요. 그런데 이 물류가 딱 뚫리면 서울보다 인천이 훨씬 살아나요. 그러니 여러분 동네의 이익을 위해서도 통일의병 운동에 앞장서야 합니다.”
참석한 인천 시민들은 직접적인 통일의 혜택에 대해 스님이 강조하자 큰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윽고 강연이 끝나고 모두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강연장 내에 선명하게 울려퍼지는 노래가 청중들의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강연 때와는 또 다르게 모두 손을 맞잡고 통일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이었습니다.
강연이 다 끝나고 로비에서는 스님의 신간 ' 야단법석'과 '새로운100년'을 사서 사인받으려는 분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 책 사인회
그리고 사인회가 이루어지는 동안 한 쪽 편에서는 ‘인천 통일시민학교’ 참가 신청을 받기 위해 통일의병들이 목청껏 소리를 외치며 집으로 향하는 인천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많은 분들이 통일시민학교에 참석해 인천 지역의 통일의병 운동에 함께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후 스님은 강연 준비를 위해 수고해 준 통일의병 한사람 한사람 모두를 격려해주면서 악수를 건넸고, 또 단체 사진 촬영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해 주었습니다. “통일 의병!”을 외치는 통일의병들의 얼굴에는 ‘오늘도 통일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인천 지역 통일의병들
스님은 서둘러 부평구청을 나와 바람처럼 떠났습니다. 밤 10시에 인천을 출발한 스님은 새벽 2시에 울산 두북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이곳 시골에 사시는 노인 분들을 위해 노인 잔치를 열어주며 하루 종일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 입장이며,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사전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전체댓글 3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