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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인근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노인잔치를 열고 온종일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밤 인천에서 통일 강연을 마치고 새벽 2시에 울산 두북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니 아침 해가 뜨기 전에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 동이 틀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스님은 “저기 하늘 보아라” 하면서 함박웃음을 머금었습니다. 눈으로 보니 정말 멋진 풍경이었는데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스님은 아침 식사 후 채소밭에 물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가을이라 낙엽이 많이 떨어진 골목길을 쓸고, 마당과 뒤뜰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긁어모아 정리하고, 또 꽃이 시들어진 화분들도 말끔히 정리하였습니다.
▲ 화단을 손질하고 있는 스님
오늘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노인잔치’를 여는 날입니다. 아침 9시에 두북 정토마을에 도착한 스님은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10시가 되자 160여명의 어르신들이 두북 정토수련원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은 법륜 스님이 다녔던 초등학교인데 폐교가 되어 현재는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JTS에서 노인 복시 활동과 국제 구호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지역인 울산, 부산, 경주, 대구, 마산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이 주말마다 찾아와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에서는 주변 마을에 있는 독거노인이나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집에 가정 방문을 해서 청소 봉사도 하고, 미용 봉사도 하고, 반찬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봉사를 이어온 지도 15년이 넘어서 이제 어르신들과도 아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매년 한국JTS에서는 이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 가을 어르신 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봄소풍처럼 사찰 순례와 온천 목욕을 시켜드리고, 가을에는 가을걷이를 마칠 즈음에 오늘처럼 두북 정토수련원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엽니다. 오늘 행사는 울산정토회에서 많은 봉사자가 나와서 준비해 주었습니다.
▲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울산정토회 자원봉사자들
아침부터 울산정토회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마다 차를 몰고 가서 어르신들을 모셔 왔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이 한 분 한 분 도착하더니 아침 10시가 되자 16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두북 정토 수련원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 속속들이 도착하는 어르신들
먼저 울산정토회의 대표 소임을 맡고 있는 김용주님이 잔치에 함께해 준 어르신들에게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 환영 인사를 하고 있는 울산정토회 김용주 대표님
김 대표님은 “오늘 맛있는 음식을 참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콩 타작도 이자쁘고, 자식 걱정도 다 이자쁘고, 스님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면서 활기차게 어르신 잔치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어르신들을 위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고 콩 타작을 오늘 마쳐야 해서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스님은 어르신들에게 가을 걷이는 다 마쳤는지, 콩 타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올해 많이 가물었는데 농사 피해는 없는지 등 안부를 물으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어르신들에게 “혹시 마음 고생 하고 계신 분 있으시면 얘기해 보세요.” 라고 하자 몇몇 어르신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질문한 어르신은 제사를 지내거나 행사를 할 때 향을 왜 피우고 촛불을 왜 켜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질문했고, 두 번째로 질문한 어르신은 일년에 일곱 번 제사를 지내는데 나중에 자식들에게 제사를 물려줄 때는 합동으로 지내도록 해도 괜찮은지, 또 합동 제사를 지낼 때도 먼저 돌아가신 분과 합쳐서 지내는게 좋은지 돌아가신 남자 분과 합쳐서 지내는 것이 좋은지 물었고, 세 번째로 질문한 어르신은 스님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시는데 다른 옷이나 다른 신발을 신고 싶은 생각을 해보신 적이 없는지 물었고, 네 번째로 질문한 어르신은 일주일 전에 친한 친구가 죽어서 마음이 울적한데 어떻게 하면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지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 중에 특히 제사 지내는 것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립니다.
“지금까지는 저희 부부가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일년에 일곱 번 정도 됩니다. 나중에 늙어서 자식들에게 물려줄 때는 합동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해서 물려줄까 싶습니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그러지 말고 그냥 물려주세요. 자식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합동으로 지내든지 말든지 할 것인데 왜 질문자가 먼저 합동을 해서 물려주려고 그래요?”
“제사를 지내보니까 무척 힘들더라고요.”
“내가 제사지내는 것이 힘들면 내가 합동을 하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합동을 하지 마세요. 내가 힘들면 내가 합동을 해서 그 합동한 것을 물려주면 돼요. ‘내가 죽고 나면 합동을 해서 지내라’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 말을 안 해도 자식들이 알아서 합동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 죽은 뒤의 일을 자꾸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 안 해도 자식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죽은 뒤의 일을 걱정하지 말고 산 자기 걱정부터 먼저 하세요.”
“그러면 먼저 돌아가신 분의 제사에 같이 합쳐서 지내는 것이 좋다는 분도 계시고, 뒤에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남자 분의 제사에 같이 합쳐서 지내는 것이 좋다는 분도 계셔서 어떤 것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산 사람들끼리 의견이 맞으면 귀신은 알아서 옵니다. 귀신이 기분이 나빠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법은 없어요. 아무렇게나 지내라는 뜻이 아니라 형제들이 만나면 의견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집에서는 먼저 돌아가신 분 중심으로 지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집에서는 남자 분 중심으로 지내야 한다고 하고, 다 자기가 들은 대로 고집을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떤 것이 옳다고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의견을 모아서 서로 맞추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는 먼저 돌아가신 분 중심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고 들었는데, 형님하고 의논하니 형님이 남자 중심으로 해야 된다고 고집을 하면 서로 싸우게 되잖아요. 이럴 때는 형님의 의견을 따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형제 중에 누군가가 빡빡 우기면 내가 양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산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견을 모아주는 것이 좋다고 스님이 그러더라. 니가 양보해랴’ 이렇게 주장을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또 싸우게 됩니다. 스님의 법문을 들은 사람이 항상 먼저 양보를 해서 뜻을 모아주면 귀신은 항상 알아서 옵니다. 자손들이 서로 싸워야 귀신이 기분이 나쁘지 자손들이 서로 화합하는데 귀신이 해꼬지 하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의견을 서로 모아서 화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귀신은 귀신 같이 알고 장소를 옮겨도 찾아오고, 시간을 옮겨도 찾아오고, 합동으로 지내도 오고, 분리해도 오고, 다 알아서 오십니다. (모두 웃음)
진리라는 것은 본래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정해진 것은 사람이 정한 것입니다. 서울로 가려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동쪽이다 서쪽이다 이렇게 정해진 것이 없고, 인천 사람이 물으면 동쪽으로 가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어떤 사람이 부처님한테 ‘서울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물어서 부처님이 가만히 보니 이 사람은 인천 사람이예요. 그래서 ‘동쪽으로 가세요’ 라고 써놓은 것이 경전이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강릉 사람이 ‘서울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물었어요. 그런데 앞에서 부처님 이야기를 먼저 들은 사람이 ‘부처님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쪽으로 가라고 그러더라’ 이러면 강릉 사람은 동해 바다에 빠져 죽게 돼요. ‘서쪽으로 가라’ 이렇게 말해줘야 서울을 갈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서쪽이 맞다 동쪽이 맞다 이렇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수원 사람이 물으면 ‘북쪽으로 가세요’ 라고 얘기해줘야 하잖아요.
이렇게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을 ‘무유정법’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노자는 이것을 ‘도라 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라고 표현했어요. 도는 살아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동쪽이다’ 라고 해버리면 이미 도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 사람이 어디서 사는지를 봐서 인천 사람이면 동쪽으로 가야 하고, 강릉 사람이면 서쪽으로 가야 하고, 수원 사람이면 북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큰 형님은 제사를 합하자고 그러고, 둘째 동생은 따로 따로 지내야 된다고 하고, 셋째 동생은 묘사만 합하자 그러고, 이렇게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도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의견을 가만히 들어보고 서로 조율을 해줘야 합니다. 이 말은 아무렇게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화합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도 혹시나 자기 의견을 얘기하면 책임을 져야 할까봐 그렇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그래, 내가 알아서 정할게. 그런데 너 의견은 어떠니?’ 라고 한번 물어봐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가서 또 뒷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 의견은 어떠니?’ 라고 물어보면 진짜로 정한 대로 따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속심에는 자기 의견이 있는데 겉으로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먼저 끄집어 내어서 가만히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하면 좋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옛날부터 내려오는 것은 안 바꾸는 것이 좋아요. 제사를 일곱 번 지내는 것이 힘드니까 그냥 합해버리자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힘들 들어서 합하자는 것은 이유로는 좀 부족해요. 그렇다면 산소도 멀면 가기 힘드니까 집 옆으로 옮기자 그래요? 그게 아니라 옛날에 농사짓고 살 때는 일가 친척이 주위에 사니까 괜찮았는데, 요즘은 각지로 흩어져 사는데 일년에 일곱 번 모이기가 어렵잖아요. 일년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모여서 지내면 좋겠다면 의논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럴 때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는 서로 합의하면 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대로 그냥 지내면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도 ‘이미 정해진 법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폐지하지 마라, 아직 정해지지 않는 법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새로 만들지 마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없는 것을 금방 만들고, 있는 것을 금방 없애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집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기존의 것을 바꿀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그냥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오던 방식대로 그냥 지내시면 자식들은 변화된 생활 방식에 맞게 알아서 또 지낼 겁니다. 미리 ‘바꿔라’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절대로 바꾸면 안 된다’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내 할 일만 하고, 자식들은 자식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면 됩니다. 그러면 내가 편해요. 이래라 하지도 말고 저래라 하지도 말고 ‘나는 내 대에 까지는 우리 조상들이 한 대로 지켜나간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뭐라고 하면 ‘너희는 너희가 알아서 하더라도 나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대로 해나갈게.’ 이렇게 얘기해 주면서 남의 간섭도 받지 말고, 나도 간섭하지 마세요. 이렇게 하면 부모와 자식 사이가 화평해 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어르신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셨습니다. 질문한 할머니도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답변을 모두 해준 후 더 이상 질문이 안 나오자 스님은 늙으면 세 가지를 꼭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상대를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집착을 놓아야 해요. 영감이 죽은 뒤에 자꾸 울지 말고, 살아있을 때 찬물 한 그릇이라도 제대로 떠 주세요. 영감이 살아있을 때 술 한 잔이라도 주라는 말이에요. 살아있을 때 술 마신다고 맨날 싸우다가 죽고 나서는 ‘아이고, 그냥 마시겠다 할 때 줄 걸’ 이러지 말고요. 살아있을 때 밥 한 그릇 더 주고, 살아있을 때 술 한 잔 더 주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좀 놓아두세요. 요즘 젊은이들도 다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데 늙은 영감도 좀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죽어야죠.
옛날부터 ‘천성은 못 고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남의 천성을 고치려다 내 숨이 넘어가요. ‘천성이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말도 있어요. 천성이 변하는 게 좋은 게 아니에요. 이제 연세가 드셨기 때문에 아무리 고치려 해도 안 고쳐져요. 그러니 놔두는 게 제일입니다. 술 마시고 들어오면 집에 술을 미리 사놨다가 한 잔 더 드리세요. ‘내가 두 잔 줄 걸 당신이 한 잔 마시고 들어왔으니 한 잔만 준다’ 이러면서요. 한잔 마시는 건 좋은데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과음을 하면 건강을 해치니까 걱정해서 말리는 건 알겠습니다. 그래도 그걸 자기가 고치지 않는 이상은 남이 고쳐줄 수 없어요.
그리고 노후를 편안히 보내려면 과음해도 안 되고 과식해도 안 돼요. 오늘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많아도 과식하면 안 돼요. 일도 과로하면 안 돼요. 아무리 콩밭이 중요하고 배추가 중요해도 과로하면 안 됩니다. 젊을 때는 괜찮아요. 몸살 나도 하루 자고 일어나면 되는데, 늙어서는 한번 몸살이 나면 팍 늙어요. 꾸준히 살살 오래 하는 건 괜찮지만 절대로 과로하면 안 돼요. 밭 매다가 해가 지면 밭고랑이 한 뼘 남았어도 탁 놓고 집에 가버려야 해요. 그걸 마무리하려고 집착하면 죽을 때까지 호미질만 하다 죽어요. 지금 다들 그러시죠? 가을에 몸이 아프니까 ‘아이고, 내년에는 농사 안 지어야지’ 결심해놓고 내년 봄에 또 호미 들고 밭에 나가잖아요. ‘올해는 끝이다’ 해놓고 내년에 또 하고요.
그래서 아들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들 때문에 못 살겠대요. 농사 안 지으시면 될 텐데,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농사는 지어놓고 또 내내 전화해서 ‘허리 아프다, 어디 아프다’ 하며 ‘아야야야’ 이런다고요. 그러면서 또 와서 안 거들어준다고 뭐라 한대요. 그러면 제가 그래요. ‘너도 부모 말 안 듣는데 어떻게 부모가 네 말을 듣겠냐? 그러니 그런 생각을 버려라.’
부모가 하자는 대로 놔두는 게 효자입니다. 호미 찾으면 호미 내드리고, 저녁에 와서 ‘아야야야’ 하면 등허리 좀 주물러 드리고요. 그게 너무 힘들면 도망가고, 주말에 불러도 안 가면 돼요. (어르신들 웃음)
그냥 그렇게 해야지, 젊은이도 버릇을 고치기 어려운데 늙은 부모를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요. 제가 옛날에 아버님 계실 때 이야기 많이 해봤지만 안 됩디다. 말씀드리면 ‘그래, 알았다’ 그러지만 이튿날 되면 하던 대로 하세요. 그러니 그걸 고치려 하면 안 돼요.
여러분들이 일하는 것까지는 좋아요. 봄에 빈 땅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무리는 하지 말라, 과로는 하지 말라는 겁니다. 과로하면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들고, 아들딸이 걱정하고, 그래서 내년에는 아예 농사 못 짓게 말리게 되거든요. 이제는 농사지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할 일이 없잖아요. 농사지은 거 팔아서 시집장가 보낼 일도 없어요. 자식들 이제 다 커서 손자손녀가 결혼할 나이가 다 되었는데요. 손자 결혼에 보태주려고요? (웃음)
내가 먹고 살 정도면 되고, 그저 아들딸 가끔 올 때 밥이나 한 끼 해먹일 수 있으면 됩니다. ‘비 맞아서 썩으면 썩는 거지, 뭐. 대강 하자’ 이런 마음으로 지내야 노후를 편안히 지내지 그거 하나하나를 젊을 때처럼 하면 과로를 하게 되어서 건강이 헤칩니다.
그래서 노후를 편안히 지내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과음하면 안 되고, 과식하면 안 되고, 과로하면 안 돼요. 이 세 가지를 꼭 지켜야 해요. 일 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할게요. 술 마시지 말라, 밥 먹지 말라, 일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먹되 과식은 하지 말고, 마시되 과음은 하지 말고, 일하되 과로는 하지 마세요. 죽는 게 겁나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왕 사는 동안에는 고생 좀 덜 하고 살아야지요. 세 가지를 안 지키다가 병이 나서 누워 있으면 긴 병에 효자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과로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과음, 과식, 과로하면 안 된다는 스님의 말씀에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법문을 마치면서 스님은 오늘 참석한 어르신들의 성함을 한 분 한 분 다 부르면서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어르신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오늘 참석한 어르신들 모두에게 작은 선물 하나씩을 스님이 직접 나눠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스님이 준 선물을 가슴에 앉고 모두들 기쁜 표정을 보였습니다.
▲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는 스님
이어서 봉사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정성껏 음식들을 차려서 내자 어르신들은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온 분들끼리 모여서 앉기도 하고, 남자분들은 남자분들끼리 모여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등 즐거운 점심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르신들은 식사를 하면서 “우리 고장이 나은 스님이 참 자랑스럽다” 하면서 흐뭇해 했습니다.
마을 이장님은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찾아와 “항상 봄, 가을로 이런 행사를 해 주시는 스님께 감사합니다” 며 스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 해마다 노인 잔치를 열어주는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는 마을 이장님
식사가 끝나갈 즈음, 사회자가 나와서 “이곳 강당에서 노래자랑이 있으니, 식사를 다 하신 어르신들께서는 강당으로 천천히 오시라”고 공지를 했습니다. 사회를 맡으신 분은 정토회 대구경북지부 소속으로 경산 정토법당 총무를 맡고 있는 분인데 특히 옛날 노래를 잘 불러서 어르신들에게는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마이크를 타고 흘러간 옛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식사를 덜 마친 어르신들도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마침내 풍물패가 들어와서 한 판 놀기 시작하니, 참가하신 모든 어르신들이 강당으로 모였을 뿐만 아니라 흥겨워 춤을 추며 한 판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꽹과리, 북, 장구 소리가 점점 흥을 돋구자 80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도 두 팔을 가윗자로 흔들며 춤을 춥니다. 어르신들은 꽹과리 소리만 나면 춤이 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신명나는 풍물 놀이
풍물패의 한 판 놀이가 끝나고 어르신들 노래 자랑을 했습니다. 노래방 기계에서 신나게 음악이 터져 나오고, 어르신들도 목이 터져라 노래를 하십니다. 강당은 큰 관광버스가 되어 뽕짝 음악이 연신 쏟아져 나오고, 신이 난 어르신들이 즐겁게 춤을 춥니다. 내일 아침이면 ‘아야야야’ 하면서 일어나지 못하실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어르신들도 여러 분 보였지만 신나게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정말 신명이 있는 민족인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내내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 노래자랑대회
즐겁게 노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르신들은 모두 우리들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들이기에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오늘 곳곳에서 봉사를 한 많은 분들은 “스님과 같은 훌륭한 분이 이 마을에서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신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더욱 정성을 다해 모시고 싶었다” 고 기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오늘 어르신들은 정말 신나게 맘껏 노신 것 같습니다. 집 앞까지 자원봉사자들이 한 분, 한 분 다 차에 태워서 모셔 드린 후 오늘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 어르신들을 배웅하는 스님
스님은 수고한 울산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을 강당에 불러 놓은 후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계획을 알려주고, 이곳에서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흥겨웠어요? 제가 가만히 보니까 어르신들 핑계 대고 자기들 놀러온 것 같아요. (웃음) 오늘 정말 수고들 많이 하셨어요. 저도 은퇴하게 되면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데, 열심히 오셔서 봉사 좀 많이 해놓으세요.
만일결사 끝나면 저도 은퇴를 해야지요. 저는 만일결사를 첫날부터 했는데 여러분들은 첫날부터 못했잖아요. 그러니 어려분들은 2차 만일결사까지 더 해야 해요. 저는 1차 만일결사를 첫날부터 했기 때문에 은퇴해도 되고요. 여러분들은 대부분 7차, 8차 천일결사 때 시작했기 때문에 만일 다 채우려면 아직 까마득한 거예요. (웃음)
올해부터는 배추를 키워서 김치를 담그는 일을 좀 실험해보려고 해요. 이 동네가 물은 정말 좋거든요. 물이 맑고 물맛도 괜찮아요. 앞으로 정토회가 해야 할 일 중에 남은 것은 농사짓는 것을 수행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예요. 마치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4박5일 명상수련 하려면 돈을 내고 참여하듯이 이곳에서 4박5일 농사수련을 하려고 해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고, 농사짓는 법도 배우고, 수련을 마치면 포인트를 쌓게 해줘서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농 식품을 포인트만큼 싸게 구입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쉽게 말하면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가 농사짓게 하는 거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농사를 다 안 지어봐서 제가 아니면 정토회에서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통일 문제를 해결하느라 아직 못하고 있는 거예요. 빨리 통일 문제를 해결해야 농사 일을 좀 본격적으로 할 수 있어요.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해서 통일 딱 시켜놓고 그 다음부터는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넘겨주고 우리는 이제 농사 지으러 내려와야 해요. 다시 한 번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스님의 농사 계획에 모두들 가슴 설레여하며 큰 박수로 함께 동참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스님의 꿈이 이뤄지려면 하루 빨리 통일 문제가 잘 풀려야 할텐데 다시 한 번 통일에 대한 원을 크게 세워보게 됩니다. 스님은 수고한 울산정토회 봉사자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 울산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어서 중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감나무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긴 막대를 들고 뒷산에 감을 따러 갔습니다. 스님은 어릴 때부터 감을 땄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금방 금방 수북이 감을 따는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낮은 곳에 열린 감은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따먹는 반면에 주로 높은 곳에 열린 감은 따먹지 못해서 그냥 썩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스님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높은 곳에 열린 감을 따기 위해 나무를 타고 제법 높은 가지까지 올라갔습니다. 감나무는 약해서 잘못 밟으면 가지가 부러져서 낙상을 당하기 쉬운데 아주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장대로 따서 하나씩 건네주기에는 너무 딸 것이 많아서 아예 주전자를 밧줄에 묵어 스님이 있는 곳으로 올려보내 주었습니다. 스님은 두 개, 세 개씩 감을 한 꺼번에 따면서 주전자에 차곡 차곡 감을 담았습니다. 주전자가 가득 차면 다시 밧줄로 내려주는 것을 반복하며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3박스 가득히 감을 땄습니다.
나무 위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스님의 모습은 다람쥐처럼 날렵했습니다. 오늘 스님이 아니었다면 높은 곳에 있는 감들은 아무도 따지 못하고 겨울까지 썩어갔을지 모르겠습니다.
따온 감은 인연 있는 분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꼭지를 깔끔하게 다듬어서 상자에 차곡 차곡 쌓아 두었습니다.
스님은 감을 따는 장대가 좀 신통치 않은 것 같다며 감나무 가지를 꺾는 끝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새로 다듬는 일을 했습니다. 노련한 솜씨로 쑥닥 쑥닥 톱으로 자르고 철사로 묶더니 금새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장작을 패고, 잔가지들 주워서 모아놓은 것을 잘게 부수어서 불쑤시게로 사용하게 차곡 차곡 정리정돈을 했습니다. 또 손님이 아랫목에 뜨끈뜨끈하게 주무실 수 있게 군불을 때어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감나무에도 올라보고, 장작도 패고, 또 마을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주기도 하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지난 11월 2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20분에 BTN에서 방송되고 있는 ‘붓다의 길, 깨달음의 길’ 방송분을 미리 시청했습니다. ‘붓다의 길, 깨달음의 길’은 법륜 스님이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15박 16일 간 안내하는 인도 성지순례를 20부작의 다튜 형식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어서 BTN에서 선물한 ‘드라마붓다’ 영상도 연이어 시청한 후 밤 10시가 넘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대구 달성군청에서 대구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안동KBS홀에서 안동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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