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8 (오전) 제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제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를 마친 스님은 제주도 강연을 위해 아침 식사 후 5시 30분에 울산 두북을 출발해 김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해가 뜨기 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 있었습니다. 스님은 “저기 보름달 봐라”고 하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는 노래 가사를 흥얼 흥얼 거렸습니다. 스님 덕분에 환한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보름달 

 

아침 7시에 김해 공항에 도착해 탑승 수속을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비행기를 기다리며 또 비행기를 타고 나서 계속 원고 교정 업무를 보면서 길 위에서의 시간을 아껴 사용했습니다. 오늘 12월에 곧 출간할 새책 원고 교정 업무 때문에 스님은 길 위에서도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 김해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제주정토회 강재연 총무님과 거사님 부부, 박금주님 자매가 나와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 제주공항에 마중을 나온 자원봉사자들. 

 

강연 시작 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 한라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를 타고 오며 박스 하나를 직접 알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는데, 드디어 스님이 직접 박스를 개봉했습니다. 

 


 


 

박스 안에는 말갛게 잘 익은 홍시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어제 탑곡 정토수련원에서 스님이 직접 딴 감인데, 혹시나 감이 터졌을까봐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겁니다. 

 

스님은 공항에 마중을 나와 준 네 분에게 감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네 분은 “스님의하루에서 감을 따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 감을 지금 우리가 먹고 있네” 하면서 무척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10시 30분부터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제주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맑고 푸근한 날씨가 계속 되던 중 어제 비가 내려 홍보나 준비에 착오가 생길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스님을 만나는 오늘은 모처럼의 가을비가 몰고 온 쌀쌀함이 청명함으로 느껴질 만큼 맑은 날씨였습니다. 

 


▲ 제주 한라아트홀

 

8시부터 모인 봉사자들은 한라아트홀 곳곳에 퍼져 강연 안내 포스터 부착 및 무대와 객석을 정비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스님과 관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이번 강연 준비에서는 특히 불교대학생들 위주로 꾸려진 봉사팀이 많았는데, 서툴지만 열정을 가지고 스님을 직접 뵐 좋은 기회에 봉사자로서 참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10시 15분경이 되자 810여석의 객석이 마련된 한라아트홀의 1층의 객석이 꽉 차고, 25분이 되자 2층까지 모두 꽉 차서 늦게 오신 분들은 통로와 복도에 앉아서 스님을 뵈어야 했습니다. 스님이 등장하시기 전까지 영상을 통해 스님을 만나던 관객들은 스님이 강연장에 들어서시자 뜨거운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전날 보름이었던 달이 어찌나 밝던지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노래가 절로 나왔다고 말하며, “좋은 날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습니다. “아침 기온이 4도밖에 안되던 경주보다는 제주도가 기대만큼 따뜻해서 역시 좋은 곳이구나, 제주에 사는 여러분들에게 부럽다” 고 하면서 즉문즉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냥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 얘기, 괴로움이든, 번뇌든, 의문이든 이런 얘기를 친구가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편안하게 드러내 놓고 함께 대화를 하는 그런 시간입니다.” 

 

스님은 질문을 받기에 앞서 관객들에게 제주도 토박이인지, 육지에서 온 사람인지, 종교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묻고 파악했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관객들이 때에 따라서 자칫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종교적 배경에 상관없이 답변해준다고 하며 스님의 팬들 중에서는 무교인 분들이 가장 많다는 농담도 곁들여주고 강연 시작 전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총 10명의 질문자들이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어머니에게 너무 잘하고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남편과 사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자식이 고3이어서 입시를 앞두고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부모로서 어떤 조언을 해줘야하는지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그동안의 스님 법문을 듣다보면 자식이 스무 살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 한다고 하셨는데 요즘 현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경제적 지원까지 끊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진정한 자녀독립은 어찌 시켜야 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질문자는 폭력을 쓰던 남편과 이혼하고 9년 만에 만나 재결합을 기대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데서 오는 답답함을 토로하였습니다. 

 

또 다른 젊은 여성분은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동영상 등을 통해 보면 질문자들이 답을 이미 가지고 와서 스님께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원하고 때로는 답변에 수긍하지 못해 스님이 답답해하실 것 같은데, 인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에 다들 즐겁게 웃었고, 스님도 ‘내가 사람으로 안 보이느냐’며 “다만 그 욱하는 마음을 지켜볼 따름”이라는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곁들여 스님과 함께 했던 수행팀의 에피소드를 몇 개 들려주었습니다. 모두들 인간적인 스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가볍고 즐거운 웃음을 지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자는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젊은 위암 환자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종교적인 의식에 참여하거나 특정 종교의 의례를 통하지 않지만 본인만의 하나님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깊은 믿음으로 생을 더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의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종교적인 의례를 통하지 않고서도 기도가 통할까 하는 절박한 질문을 하였고 이 분의 말씀에 많은 분들이 숙연해졌습니다. 

 

예정된 마지막 질문자는 영국으로의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 중인 젊은 여성이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현재 상황과 그 곳에서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스님은 “뭔가를 얻어오려고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고생하러 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목표를 낮추라”고 따끔한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지내는 동안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추가로 질문한 한 분은 게임을 좋아하는 5학년 아들을 둔 엄마였습니다. 그 분은 자식이 부모 보기에 옳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 어떻게 설득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질문하였고 그 전 강연의 스님의 법문들 중에서 아이를 데리고 1년 정도 인도 여행을 하는 사례에 대한 부분도 함께 물어봤습니다. 스님은 “일단 아이가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도 헤아려주어야 한다”고 하였고, “하지 못하게만 하는 부모에 대해서 아이의 반발심이 있을 때 부모도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참는 모습도 보여주고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아이를 이해해주면서 게임을 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강연 중간 중간 스님은 질문자들의 속내를 꿰뚫는 듯 재차 질문자에게 질문하면서 질문자가 스스로 답을 깨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때로는 ‘알겠습니다’ 하고 앉으려는 질문자에게 '진짜 알고있는지‘ 물었고, 각각에 필요한 추가적인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많은 청중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에 깊이 공감하고 스님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들을 잃고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있던 어머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올 초에 둘째 아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면서 그 아이한테 진 마음의 빚이 너무 많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네요. 아이가 결혼은 안 하고 32살에 죽었어요. 제가 이혼하면서 그 아이를 키우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빠하고 살다가 20년 만에 제 옆에 와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돌아왔어요. 아이가 가게를 하나 차려주기를 원했어요. 형편이 조금 부족하기도 하고 저는 올해 차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원한 건 작년이라서 그것도 또 거절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가게를 차려줬는데 그 가게가 제대로 잘 안됐어요. 그런데 작년 6월 달에 새엄마의 막내딸이 자살하면서 제 아들이 이 아이하고 굉장히 가깝게 지냈던가 봐요. 그 아이를 못 잊어서 자꾸 힘들어 하기에 데리고 왔거든요. 그런데 결국 올해 초에 그 아이를 따라간다고 유서를 한 장 남기고 자살을 했어요.

 

주위에서는 제가 밝게 살아주는 게 그 아이를 위하는 거라 하지만 그 아이만 생각나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그 아이의 부탁을 못 들어준 게 있어요. 유서에 자기를 화장해서 산에다가 뿌려 달라 했는데 제가 보내기 싫어서 우선 여기 제주도 공원 납골당에 안치를 했어요.

 

제가 그냥 아들한테는 마음 속으로 내가 너를 떠나보낼 수 있을 때까지만 데리고 있겠다고 했어요. 제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그 아이한테 진 빚을 갚게 되면 그때 보내주려고 하는 것이 제 욕심인지, 제가 묶어 놓아서 그 아이를 훨훨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건지, 이게 항상 숙제이고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한번은 하도 답답해서 철학관에 갔는데 거기서는 아직 갈 때가 아니라서 제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도 이렇게 큰 스님께서 오셨으니까 지인으로부터 그렇게 답답하면 질문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용기를 내서 오늘 이렇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질문자는 묻기만 하지 제 말을 안 들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말씀 좀 해주세요.”

 

“안 들을 건데 얘기해서 뭐합니까. 듣겠다고 약속을 하면 제가 얘기를 하고요.” 

 

“들을게요.”

 

“정말이에요?”

 

“예. 듣겠습니다.”

 


 

“뿌리세요.”

 

“뿌려줘요? 날짜는 상관없이요?” 

 

“네.” 

 

“감사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뿌리세요. 더 이상 이런 저런 얘기 하지 말고요. 지금 자기는 결혼생활 하다가 어린 애 놔두고 나와서 그 때도 애한테 고생시켰고, 엄마의 에고로 죽은 영혼까지 또 고생시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 잘못은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잘못을 두 번이나 할 필요가 없어요. 부처님이 말씀 하시기를 제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번 실수한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두 번 실수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까 뿌리세요. 바로 하시겠어요?”

 

“예.”

 

“또 돌아가면 잘 안 될 거예요. 오늘이 음력으로 16일이잖아요? 내일이 17일, 모레 18일이 지장재일이지요. 내일 모레 바로 뿌려주세요.”

 


▲ 질문자의 딱한 사정에 눈시울을 붉히는 청중들

 

“아들이 원하는 곳에 뿌려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바다에 뿌리든, 산에 뿌리든, 그건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핵심은 자기가 집착을 탁 놓아야 된다는 말이에요. 내가 집착을 탁 놓아줘야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신앙의 문제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보통 '하늘 나라에 간다', '윤회 한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러면 극락에 간다고 칩시다. 그럼 이유가 어떻든 일단 죽었잖아요.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든, 자살을 했든, 병으로 죽었든, 우리가 볼 때는 이유가 중요하지만 객관적 사실은 죽었다는 거예요. 죽었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없어요?”

 

“없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럼 돌아올 수 없는데 엄마가 자꾸 울면 죽은 영혼이 떠날 수 있어요? 없어요?”

 

“없을 것 같아요.”

 

“떠날 수 없으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무주고혼이 되는 거예요. 죽어서까지 애를 무주고혼으로 만들고 싶어요? 엄마가 아이를 안 잊고 싶은 자기 만족 때문에 아이를 무주고혼으로 만들어야 되겠어요? 나는 떠나보내는 게 섭섭하지만 아들은 극락에 가려면 빨리 가야되고, 천당에 가려면 빨리 가야되고, 환생하려면 빨리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럼 빨리 보내야 될까요? 잡고 있어야 될까요?”

 

“빨리 보내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붙들고 있어요? 뭐 때문에요?”

 

“제 욕심 때문에요.”

 

“그래요. 왜 애를 또 고생시키려 그래요. 그 정도 고생 시켰으면 됐지요.”

 

“잘 알겠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명을 다했잖아요? 그럼 좋은 곳으로 빨리 가야 될까요? 안 가야 될까요?”

 

“좋은 곳으로 빨리 가야지요.” 

 

“그러니까 잘 했고 잘못 했고 그건 지난 일이고 앞으로 잘 살아야 될 것 아니에요. 좋은 곳에 빨리 가야 되겠지요? 이름이 뭐에요?”

 

“000이요.”

 

“그러면 ‘00야, 잘가’ 이렇게 한번 해봐요. 지금 이 자리에서 해봐요. ‘00야, 잘 가라.’ 이렇게 해봐요.”

 


 

(울먹이며) “00야 잘 가.” (청중박수)

 

“에이 그렇게 해서는 안돼요. 대중들도 박수치면 안돼요. 울먹이면서 ‘00야, 잘 가라’ 했는데 이것은 가지 말란 얘기에요. 울먹이면서 ‘아이고 가거라’ 하는 것은 손은 잡고 당기면서 ‘가거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지 말고 진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얼른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이런 마음으로 ‘00야! 잘 가!’ 이렇게 뒤끝이 딱 올라가야 된단 말이에요. 울먹이면서 '잘가...' 이건 안돼요. 다시 해봐요. 내 마음에서 집착이 딱 끊어져야 돼요. ‘00야! 잘 가라! 잘 가!’ 이렇게 뒤끝이 딱 올라가게 해봐요.” 

 

“00야! 좋은 곳으로 잘 가라!” (청중 박수) 

 

울먹이던 질문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아들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자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앞 선 질문에서 너무가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감대를 이루면서 다음 질문자는 질문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직접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앞에 분들 상담하시는 것 보니까 제가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은 너무 사소한 거라서 저는 그냥 취소하려고 합니다. 호호, 죄송합니다. 그냥 스님의 좋은 말씀 듣고 싶습니다.” 

 

스님은 “아이고. 착하십니다.” 라고 하면서 “이 분이 제일 지혜로운 분”이라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때로는 울고 웃고 스님의 가벼운 농담과 깊은 가르침에 두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 모두 끝났습니다. 

 

스님은 마무리 말씀으로 모두에게 즐거웠고 유익했느냐고 물으며 모두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위로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정합니까? 그 어떤 사람도, 흑인이든 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한국사람이든 일본사람이든,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어요. 그것이 바로 모든 중생은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예요. 부처가 될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기독교로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라는 말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거에요. 그 행복을 여러분들이 가지셔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을 보면 괴로운 걸 합리화 하려 그래요. ‘나는 괴로워야 되요.’ 이렇게 주장을 해요. 그래서 괴로운 거예요. 괴로울 일은 없어요. 조금만 살펴보면 모든 게 다 어리석음에서 빚어지는 일들입니다. 

 

방금 전 아드님을 잃고 힘들어하는 분의 마음이 이해는 되죠? 그런데 괴로워해서 무슨 이익이 있어요? 죽은 아들한테도 이익이 안 되고 나한테도 이익이 안 되고 살아있는 아들한테도 이익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재를 뿌리듯이 훌훌 떨쳐 보내야 영혼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아요. 아들 죽은 어미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죽을 때까지 울고 지내야 되요? 이혼한 여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어떤 핑계를 대고 자꾸 괴로워 하는 걸 합리화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얘기에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다는 거듭된 강조에 모두들 공감하며 스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많이 상기되어 보였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했던 분들에게 찾아가 악수를 건네며 한 번 더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 질문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있는 스님

 

스님의 최근 신간 야단법석 책을 이미 서점에서 구입해서 온 분도 있었고 강연장에서 구매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 분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 책 사인회

 

그 중에 강사로 근무 중인 여성분은 “오늘 강연이 다양한 생활 속 사례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고 대하는 문제에 대한 것들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유익했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의 신간을 추첨을 통해 선물 받으신 한 분은 “이런 좋은 법문과 정토회 활동이 더 많은 홍보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도 전하였습니다. 

 


 

질문자 중에서 스님께서도 인간적으로 욱하시지 않느냐고 물었던 분은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 좋았고, 본인이 답답한데 스님께서는 오죽하실까 싶었다”고 했는데 스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많은 분들이 벅차고 상기된 얼굴로 스님의 강연이 너무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고 나서는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제주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은 오랜 만에 제주를 방문해 준 스님을 열렬한 환호로 반겼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제주정토회 자원봉사자들

 

이어서 스님은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앞서 제주 정토법당에 들러 봉사자들과 제주정토회 회원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각 소속별로 둥그렇게 앉은 봉사자들은 각자 자기 소개를 하였는데 가장 새내기인 가을 불대생들의 참여도가 높았고 이번 강연 준비에 많은 기여를 한 부분에 대해서 스님도 인상깊어 했습니다. 

 


▲ 제주 정토법당 주간반 회원들

 

봄불대, 경전반을 거듭할수록 마음먹었던 공부를 끝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는 사례를 보며 일단 마음을 내고 시작을 했으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수행이라는 건 1년 다니기로 했다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니고 싶거나 안다니고 싶거나, 병이 나나 안나나 꾸준히 1년 다녀보는 게 수행이에요. 배우는 것도 수행이지만 1년은 꾸준히 해본다 이게 수행이에요. 100일 기도 입재한다 하면 안 빼먹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도 내용이 어떠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거예요.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이 '불방일' 이에요.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게 맨 마지막 말씀이에요. 뒤에 또 후렴구가 있어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낙숫물이 떨어져서 어떻게 바위가 뚫어지겠어요. 그런데 낙숫물 밑에 바위를 놓으면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낙숫물에도 돌이 뚫어져요. 그렇게 우리 업장이 아무리 두껍다 하더라도, 정말 성질은 못 고친다 하더라도 꾸준히 하면 변화가 와요. 

 


 

그런데 대부분 하다가 말아서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백일기도 입재하면 백일 간은 꾸준히 해야 하는 거에요. 불교대학을 다니다 보면 마음이 늘 좋았다가 싫었다가, 싫었다가 좋았다가 이렇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법문 들으니까 엄청나게 좋지요. 또 어느 때는 자기 마음이 한번 식으면 그 소리가 그 소리 같고 마음이 시큰둥 하다가 그래서 그만두면 그걸로 끝이고, 또 다시 다니면 가물었다가 비 오면 땅에서 싹이 트듯이 또 신심이 일어나요. 이런 것을 몇 번 되풀이를 해야 되요. 안 떨어지고 붙어 있으면 이게 몇 번 되풀이 되면서 우리의 까르마가 숨이 좀 죽는 거예요. 감정기복이 좀 약해집니다. 그래서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천일기도 입재했으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천일은  꾸준히 해야 돼요.”     

 

이어서 즉석에서 몇몇 분들의 질문을 받아 즉문즉설을 해준 후 마지막에는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었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 이 세 가지가 정토회의 수행 목표에요. ‘공부만 하면 되지 왜 이런 걸 하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돼요. 이론적으로 아는 건 수행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해요. 이론만 알고 실천이 없으면 사량 분별이라고 해요. 지식을 쌓는데 불과합니다. 그것이 자기에게 체험이 되어야 해요. 첫째는 바르게 이치를 알고, 두 번째는 자기가 그걸 몸으로 직접 실천을 하고, 그리고는 자기 스스로 경험적으로 증득을 해야 돼요. 

 


▲ 제주 정토법당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이것을 ‘신, 해, 행, 증’이라고 하잖아요.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고, 증득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떤 믿음보다도 신비한 믿음이고, 어떤 앎이나 이해보다도 밝은 이해이고, 어떤 실천보다도 높은 실천이고, 어떤 체험과도 비교할 바 없는 증득입니다. 이것이 반야심경에 뭐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의미들을 직접 실천하면서 배워야 돼요. 아시겠죠?”   

 

스님의 명쾌한 설명에 모두들 “네!” 하고 크게 대답하며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스님은 이어지는 제주 도지사님과의 약속 시간이 촉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행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서 진지하게 끝까지 답변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는 원희룡 도지사님과 미팅을 가진 후 저녁 7시부터는 제주시 공무원노조에서 주관한 초청 강연에 참석해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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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현

아...법륜스님이 직접 주신 그홍시...전 그 감동 자체에 그 홍시가 너무나 소중해 느껴저서; 그 시간이 멈처있을것같아요..."별에서 온 그" 한장면처럼 시간이 그순간 멈출것같이 ; 올려주신 사진을 좀더 오래 보았어요.감사합니다....법륜스님의 글들을 이렇게 읽을수있게해주신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진도 어쩜그리 감동을 흡수하며 잘담으셨는지...너무 감사히 잘 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보름달이그렇게 거룩하고 아름답게보인건 오랜만이네요. 밤-새벽 0430날씨가 창문으로만해도 검기걸릴뜻 매우 추워젰네요. 따뜻한 모자와 스님겨울 차림복에 감사합나다. 감사합니다!

2015-10-30 17:40:18

이남현

감사합니다.

2015-10-30 16:38:45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5-10-30 10: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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