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8 (저녁) 제주시 공무원노동조합 초청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제주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에는 제주시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초청한 강연에서 공무원들의 고민을 듣고 지혜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전에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에는 원희룡 도지사님의 초청으로 제주도청을 방문했습니다. 원 지사는 오랜만에 제주도를 방문한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 원희룡 제주 도지사 부부 

 

원 지사님은 요즘 도정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특히 최근 들어 중국에서 온 저가 관광 여행객들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스님의 해법을 묻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많을 때는 3만 5천명에서 4만 5천명이 제주도를 방문하는데 원 지사님은 여행객들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할지 고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스님은 원 지사님에게 얼마 전 새로 나온 스님의 책 ‘야단법석’을 선물했습니다. 

 


 

도청 공무원들도 스님이 도청을 방문한 것에 대해 깜짝 놀라하며 서로 스님과 사진을 찍고 싶어했습니다. 몇 몇 분들과 사진을 함께 찍어준 후 도청을 나왔습니다. 

 

저녁 7시에는 제주시 공무원노동조합의 주관으로 제주시 학생문화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외부에서 초청한 강연에는 거의 응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마침 제주시에서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있어서 방문한 김에 공무원노조의 초청 강연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초청 강연이 아니였으면 스님은 아마도 오후 3시 비행기로 서둘러 서울로 향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녁 강연 덕분에 제주도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 것입니다. 

 


▲ 제주시 학생문화회관

 

200여명의 공무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살면 좋겠다고 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라고 특별히 전할 메시지가 없습니다. 그냥 살면 됩니다.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못 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어제도 어떤 분이 그래요. ‘육십 평생을 힘들게 살다가 스님 법문 듣고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인생이 아주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냥 사십시오’ 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말은 아직 다 못 내려놨다는 말입니다. 다 내려놓았다면 그냥 살면 되거든요.

 


 

우리는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종교인들이 의미를 많이 부여하죠. 그런데 자연 생태계를 보면 사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나 풀 한 포기나 토끼 한 마리나 나서 살다가 죽는 건 다 같습니다. 다만 사람은 인생에 원래 어떤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내 생존이 먼저이고 의미는 나중인데, 스스로 만들어낸 의미에 사로잡혀서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를 보면 자기가 만든 믿음의 노예가 되어 살기가 쉽고, 이념이나 윤리, 도덕도 그런 경우가 참 많습니다. 때로는 이런 이념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옥죄고 괴롭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그런 것으로부터도 좀 자유로워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오늘 물으세요.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은 길인지 대화를 통해 함께 모색해봅시다. 이건 ‘현재 이 시점, 이곳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여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기’의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못 살면서, 죽어서 어디 가는지를 물어요. 죽어봐야 알지, 산 사림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게다가 오늘도 제대로 못 살면서 죽은 뒤는 알아서 뭐하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늘 옛날이야기를 해요. 어릴 때 이러저러해서 힘들었고 어쩌고저쩌고 한 것은 다 지나가버린 일입니다. 과거 이야기도 미래 이야기도 저기 이야기도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 그리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 있기’가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 저는 공무원 여러분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합니다. 아이, 부부관계, 공무원 생활, 민원인의 항의, 나라 걱정, 신앙 문제, 환경 문제 등 온갖 고민이 있을 수 있겠죠. 뭐든지 자기 이야기, 자기 고민을 가지고 한번 대화를 해봅시다.”

 

스님이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참석한 공무원들도 그제서야 마음이 열렸는지 조금씩 웃음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즉문즉설 강연이 많이 낯선 분들이 많았던지 처음에는 질문하고자 하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스님이 “그럼 강연을 일찍 마칠까요?” 라고 하자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노동조합원들이기 때문에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개인적인 고민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2시간 동안 많은 대화가 오고 갔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미원인의 항의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건소 공무원의 고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건소에 근무하며 평소 유튜브나 팟빵으로 스님 말씀을 즐겨듣고 있습니다. 나름 민원인들의 편에 서서 일하려는 기본자세로 임하고 있지만 하루에 한두 통에서 많게는 10여 통에 이르는 민원 전화를 받습니다. 민원인들이 의료기관이나 다른 곳에서 당한 불편을 마치 제가 큰 죄를 지은 양 화를 내며 항의해서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거나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거나 한바탕 싸워버리고 싶어집니다. 이럴 때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잘 풀어가야 할까요?”

 

“질문자의 현재 직책이 보건의료에 관계되는 민원을 접수하는 부서 아닙니까? 그거 하라고 월급을 주는 것이잖아요. (청중 웃음) 그 사람이 화가 나서 욕을 하는 걸 어쩌겠어요?”

 

“그걸 받아들이기엔 제가 너무 그릇이 작은 건지...”

 

“그러면 그만두고 중국집 주방 가서 일하면 되죠. 지금 정도의 월급과 대우를 받고 살려면 국민들의 그런 민원 정도는 들어줘야죠. 욕을 하든 뭘 하든 그건 그 사람의 성질이니까 그냥 들으면 돼요. ‘욕이 배 뚫고 안 들어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떤 법을 적용해서 당장 해결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그러기 힘들면요?”

 

“질문자에게 해결하라고 안 했잖아요, 민원을 들어주라고 했죠. 질문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으니까 지금 스트레스 받는 거예요. 질문자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그냥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해주고,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죠 뭐.”

 

“못 한다고 하면 예컨대 감사위원회나 감사부서에 다시 민원을 제기해요.”

 

“그러면 그쪽에서 처리하겠죠.”

 

“그러면 다시 저희들한테 옵니다.” (질문자 울컥함)

 

“돌아오면 위에다가 ‘이건 해결 못합니다’ 하고 이야기하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그러면 일이 계속 많아지고...”

 

“일이 많아야 질문자가 월급을 받죠. (질문자 한숨, 청중 웃음) 왜 공짜로 먹고 살려고 해요?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죠. 그 사람이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를 해주기 때문에 질문자 같은 직책과 부서가 있는 거예요. 민원이 없으면 부서를 없애버리지 왜 놔두겠어요?”

 

“그런데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짜로 먹으려니 스트레스가 많은 거예요. (청중 웃음) 민원인들이 다 고분고분하면 좋겠다고 바라잖아요. 민원인 입장에서는 하소연하고 항의할 곳이 민원 받는 부서밖에 없어요. 다른 어디에 가서 말을 하겠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그걸 받아주고 먹고 사는 거예요. 

 

‘무슨 일이죠? 네, 알겠습니다. 욕을 하면 쌍시옷자 떼고 이야기하세요.’

 

이러면서 받아주면 되지요. 그게 뭐 어려워요? 두드려 맞는 것도 아니고 좀 들어주기만 하는 건데요. 그래도 정 듣기 힘들면 스님의 유튜브 법문을 좋아하신다고 하니까 유튜브 법문이라도 틀어놓고 들으면서 그냥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이러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완전히 수긍하지 못한 목소리에 스님도 크게 웃었습니다. 청중들도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 번 자상하게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질문자가 자꾸 끌려들어가는 거예요. 우리가 남에게 항의할 때 어떻게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도 뭐가 잘못되면 다 대통령한테 이야기하잖아요. 지금 교과서 문제도 대통령한테 이야기하는데 대통령은 ‘그건 교육부 소관’이라고 해요. 우리는 음식이 다양한 가운데 골라 먹는 게 낫다 싶지만 위에서는 ‘뭐 그리 복잡하게 신경 쓰냐? 하나 딱 주는 대로 그냥 먹으면 되지.’라고 해요. 중국집 가도 그래요. 각자 취향대로 시키면 될 텐데 한국 사람은 대부분 ‘야, 뭐 먹을래? 짜장면, 짬뽕 둘 중에 손들어라.’ 이러잖아요. 그건 습관이에요. ‘뭐 이리저리 복잡하고 시끄럽게 구냐? 하나로 하면 되지’ 이러고, 젊은 세대는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데 무슨 음식인지까지 정해줄 필요 있냐? 자기 알아서 골라먹도록 열어주면 좋지’ 이래서 의견차이가 생기는 거예요.”

 

질문자는 그제서야 스님의 설명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질문에서도 민원인의 항의를 많이 받아서 힘들다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자는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어떤 마음을 살아가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저희 공무원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그냥 되는 대로 살아라’ 하지 마시고 솔직히 말씀해주십시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피부빛깔이 희든 검든, 종교가 불교든 기독교든, 한국 사람이든 일본 사람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건강하든 아프든,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든 고아로 자랐든, 어떤 인생을 살았든 관계없이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행복하게 사십시오. 이게 제 요지예요. (청중 박수)

 


 

그리고 민원인들이 욕을 해서 괴롭다는 마음은 이해됩니다. 그런데 취직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한번 말해보세요. ‘여기 오면 쌍욕을 이렇게 많이 들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 직업 가질 사람 손들어 봐라.’ 손드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을 거예요. 그러니 자리 넘겨주고 그냥 다른 일 하면 돼요. (청중 웃음) 

 

이건 각자 신념의 문제예요. 청소를 하거나 농사를 짓고 사는 게 낫지, 이유 없이 욕 얻어먹는 건 싫다면 소신껏 탁 버리고 나와서 살면 돼요. 그런데 청소부 일 좀 해보고 중국집 배달 일 좀 해봤는데 ‘그것보다는 욕 좀 얻어먹더라도 이 일이 낫겠다’ 싶으면 욕 좀 얻어먹고 사는 거예요. 욕 하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본들 화가 잔뜩 나서 찾아온 사람이 욕 안 하겠어요? 제일 확실한 해결책은 시장이나 도지사한테 얘기해서 민원과를 아예 폐지시켜버리는 겁니다. (청중 웃음) 

 


 

그런데 시장이나 도지사는 표를 얻으려면 민원과를 늘려야 해요. 또 시민이 주인이니까 민원과는 늘리는 게 정상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민주주의를 확대해갈수록 민원이 늘 수밖에 없어요. 다만 시민들은 아직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사실대로 서류를 첨부해서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게 민원 처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면 될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한 마음이 앞서요. 그 억울함을 못 견뎌서 이야기했는데 금방 해결이 안 되니까 입에서 욕부터 나옵니다. 나한테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는 절차를 잘 몰라서 성질부터 내는 거예요. 이건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과도기 현상이니까 좀 견뎌야 해요. 시간이 좀 경과되어야 사회 교육이 이루어져서 조금씩 나아지지, 당장은 달리 방법이 없어요. 

 

아까 공무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었죠? 예컨대 돈을 왕창 벌어보겠다거나 권력을 쥐어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무원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개인적인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민간 영역으로 가서 돈을 벌어야지요. 공직이란 것은 공익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직책이에요. 공익을 중시하겠다는 사람이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의사도 그래요. 옛날에는 어릴 때부터 환자를 생각하는 심성이 있는 사람이 스승 밑에서 10년, 20년 일해서 의원이 되고 또 제자를 길러냈어요. 요즘은 그렇게 환자를 생각하고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가 거의 없어요. 공부를 좀 잘 하는 이과 학생에게는 무조건 의대 가라고 해요. 돈 많이 번다고 의대 가라는 거예요. 돈 벌려고 의대를 가니 가서도 성형외과처럼 돈 많이 버는 과에만 지원이 몰려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과잉진료하고 보험사기도 칠 수밖에 없어요. 돈 벌려고 의사가 됐는데 돈을 못 벌면 주위의 의사들이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무능력자나 바보 취급을 받으니까요. 또 의사라면 다 돈 잘 버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라면 일단 부잣집에서 흔쾌히 사위나 며느리로 삼습니다. 그러면 본인이 아무리 다르게 살고 싶어도 배우자나 집안의 요구조건과 기대에 부응해서 살 수밖에 없어요. 사회가 이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겁니다.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소위 ‘안전빵’이라고 해서 안정을 위해서 공무원이 되려다 보니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급수에 관계없이 수십에서 수백 대 일까지 치솟습니다. 그렇게 들어오니까 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이 직책에 있다는 생각을 안 해요. 

 

공공의 이익에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공무원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에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업무도 귀찮고 부정에 대한 유혹도 받게 되죠. 지금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할 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직책에 내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마음이 우선이고, 신분 보장 같은 것은 부차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신분이 보장된다는 점을 1순위로 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싶어요.”

 

공무원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에 모두들 공감하며 큰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어느덧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니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공무원 노조의 운동 방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잔소리 듣기 싫으면 그만둬버리고 청소를 하든지 감귤 따러 가도 됩니다. 굳이 욕 얻어먹어가면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욕 듣는 게 낫겠다 싶으면 그냥 욕을 기꺼이 받아주세요. 그럴 때 그냥 들으면 스트레스 받으니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저 분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 얼마나 여러 군데 찾아가도 안 되었기에 저럴까?’ 이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듣는 게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요. 욕에도 별별 욕이 다 있는 걸 배우니 오히려 재미있어요. (청중 웃음) 

 

 

‘아까 한 욕 좀 적어놓고 싶은데 한번 더 말해주세요.’ 이러면 욕하던 상대가 웃어요. 인생이란 이런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웃음)

 

시위할 때도 머리띠 둘러메고 싸우기만 하지 마세요. 그것도 재미가 있어야 오래 싸워요. 여러분은 너무 심각하게 싸우기 때문에 하다가 지쳐버리고, 안 된다고 지쳐버려요. 저는 싸움을 하면 끝까지 합니다. 재미있게 하니까요. 그런 걸 좀 개발하셔야 해요. 

 

제가 보기에 요즘 여러분들은 좀 어리석게 싸우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들게 싸우니까 사람이 안 오잖아요. 재미있게 싸우면 오지 말래도 자기 돈 내가면서 모여들어요. 꽹과리 치고 노래 부르라는 게 아니에요. 부담이 안 되게끔 해서 많은 사람이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제가 조언을 드린다면 여러분들이 조금 더 지혜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은 소액주주들은 대주주들을 상대하려면 쪽수가 많아야 해요. 그러니 약간은 대중성을 가져줘야 합니다. 20~30년 전에 생존이 걸린 사람들이 절박하게 싸우던 투쟁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쓰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생존 문제가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 먹고 살 만한 가운데 조금 더 먹으려는 정도예요. 당장 죽는 사람은 목숨을 걸지만, 조금 더 먹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정도면 그렇게 하기 힘들어요. 지도부가 조금 요령껏 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보너스로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공무원노조원들은 운동 방식이 조금 더 가볍게 재미있어지면 좋겠다는 스님의 조언에도 역시 모두들 공감을 표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이렇게 제주시 공무원노동조합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제주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제주 정토법당에서는 제주정토회 저녁반 회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 9시 30분이 되었지만 제주정토회 저녁부 회원들은 스님을 뵙고자 모두들 늦게까지 법당에 남았습니다. 낮에는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대화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대화의 시간입니다. 

 


▲ 제주정토회 저녁반 회원들

 

제주도는 육지에서 떨어져 있어 교통편 때문에 정토회 법사단에서 수련이나 법회 지원을 많이 해주지 못한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스님이 제주도에서 강연이 있을 때마다 법당에 들러 이렇게 대화의 시간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제주정토회 저녁반 회원들은 스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 육지에 비해 수련에 대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생업으로 바쁜 사람들은 어떻게 수행 점검을 해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을 한 번씩은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생업에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정토회 본부에서도 육지에 있는 법당들에 비해 수련 지원이 많지가 않고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기 수행을 점검하며 살 수 있을까요?” 

 

“불교의 핵심은 알아차림이에요. 내가 넘어지면 ‘아, 지금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분별심이 나면 ‘아, 내가 분별심을 냈구나,’ 화가 났으면 ‘아, 내가 화가 났구나,’ 이렇게 언제나 알아차리는 거예요. 

 


 

지적해줘도 그걸 놓친다면 ‘너 지금 그거 놓치고 있다’라고 지적해줄 따름이지 제가 달리 뭘 어떻게 해주겠어요? 자기점검은 자기가 늘 해야 합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이거라도 알아차려야 합니다. 천하 어디를 가도 알아차림만 딱 쥐고 있으면 돼요. 사로잡히지 않으면 좋지만, 사로잡히면 ‘사로잡혔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해요. 안 넘어지면 좋지만, 넘어졌으면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해요. 

 

넘어진 줄 알아차렸으면 일어나야죠. 또 넘어지면 ‘넘어졌구나’ 알고 일어나면 되고요. 백 번 넘어지든 만 번 넘어지든 무슨 상관이에요? 넘어지면 일어나면 돼요. ‘안 넘어지는 방법 없습니까?’ 이렇게 묻는 것은 욕심이에요. 넘어지면 일어나면 돼요. 그렇게 자꾸 반복해 연습하다 보면 넘어지는 횟수가 조금 줄어드는 것이지, 안 넘어지는 방법은 따로 없어요. 그런 게 있으면 단박에 깨달아버리지 무엇 때문에 수행을 하겠어요?” (청중 웃음) 

 


 

늘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된다며 스님은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제주정토회 회원들도 스님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제주정토회 회원들은 더 오랫동안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밤이 너무 늦어서 모임을 마쳐야 했습니다. 스님은 “수행은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한 후 참석한 분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준 후 밤 10시 30분이 넘어서 제주 정토법당을 나왔습니다. 

 


▲ 제주 정토법당

 

 

내일은 오전에 산책을 겸해 한라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 ‘붉은 오름 자연휴양림’에 다녀온 후 오후 3시 비행기로 김해 공항으로 들어와 저녁 7시부터는 울산 시민들을 위해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6

0/200

정근환

잘 들었읍니다.

2015-10-31 19:18:32

박찬유

스님은 우리시대 살아계신 보살이십니다. 스님으로 인해 저의 인생이 많이 달라졌
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0-31 10:50:14

윤영옥

스님~~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 있기에" 행복하다는 말씀 ~~
실천 노력 하겠습니다~~
언제나 알아차림도 잊지 않겠습니다~~
성불 하십시요()()()

2015-10-31 07: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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