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7 (저녁) 진주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전에 양산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스님은 저녁 7시부터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울산 두북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하던 스님은 오후 4시에 강연을 하기 위해 진주로 출발했습니다. 진주로 가는 길에는 늘 그렇듯이 차 안에서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그동안 홍보에 전력을 다해온 진주정토회 봉사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전에는 예정대로 비가 왔지만 오후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서 “하늘도 감동해서 차마 비를 내릴 수가 없었나보다” 하며 기뻐했습니다. 그만큼 봉사자들이 오늘 강연 준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경남문화예술회관

 

흰 티셔츠와 까만 슈트 차림의 봉사자들이 환한 얼굴로 꼭지별로 서서 꼼꼼하게 점검하고 준비하는 모습에는 오늘 즉문즉설 강연을 준비하는 설레임과 기대가 한껏 묻어났습니다.

 

이번 진주 즉문즉설 강연은 경남문화예술회관의 1600석을 다 채우고도 50여분은 돌아가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 동안 진주에서 강연을 해왔던 경남과기대의 700여석 좌석 수에 비하면 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봉사자들은 그만큼 준비와 홍보에 전력을 쏟아야 했습니다.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분들에겐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동안 열정적인 홍보와 준비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서 봉사자들은 더욱 고무되었습니다. 봉사자 91명을 포함해서 총 1700여 명이 강연장에 함께 했는데 이는 진주 인구 34만명 중 성인을 어림했을 때의 1%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스님은 늘 인구의 1%만 수행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면 대한민국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해 오셨는데 오늘 강연은 그 기초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술회관 돌계단 위로 스님이 장삼자락을 휘날리며 오르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는 바람으로 수차례의 거절 세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접촉하고 설득해서 대관을 이루어낸 진주정토회 주선자 총무의 노력과 함께, 골목골목마다 휩쓸다시피 하면서 홍보지를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물론, 출근길에서의 현수막 홍보, 자기 집 베란다에 현수막 걸기, 방송광고, 시내버스 내 포스터 부착 등 다양하고 기발한 홍보 방법들이 총 동원되었습니다. 강연 홍보기획팀을 꾸려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각 법회나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발로 뛰며 동참하면서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 진주정토회 자원활동가들의 강연 홍보 모습

 

교차로에서의 현수막 홍보에 참여했던 한 봉사자는 “처음에는 부끄러워 멈칫거리는 마음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힘차게 손도 흔들어주고 눈도 마주치면서 즐겁게 하게 되었다. 봉사하면서 순간순간 부딪치는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니 공부의 기회가 되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호응해주시기도 하고 즐거운 기분이 전달되어 축제 분위기가 됐다. 정토회가 정말 많은 경험을 시켜준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강연을 총괄한 정홍자 경남지부 사무국장님은 “한달 전부터 몇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매일 같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현수막과 포스터를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기도 하고, 장갑을 끼고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며 거의 선거 운동을 방불케 할 정도였던 강연 홍보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스님은 “진주에서 출마라도 해야겠네” 하며 웃었습니다.  

 

7시가 되자 고성의 보리수동산 풍물패의 신명나는 공연으로 희망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보리수동산 풍물패는 승욱 스님이 부모와 인연이 짧은 아이들을 하나 둘 품에 거둬들여 만든 경남 도내에 유일한 불교 아동복지시설입니다. 

 


▲ 신명나는 공연을 보여준 보리수동산 풍물패

 

스님은 강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보리수동산 풍물패 아이들을 찾아가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를 해준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어깨춤이 저절로 덩실거려지는 아이들의 힘찬 공연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한편 2층 입구에서 길게 늘어서 있던 사람들에게 사전 책 사인회를 해 주고 들어온 스님이 무대로 오르자 모두 열렬한 환호와 함께 박수로 맞아주었습니다.

 


▲ 경남문화예술회관을 가득 메운 1600여명의 진주 시민들

 

오늘은 시간 내에 마쳐야 되는 대관장의 사정에 따라 총 4명의 질문자를 먼저 정하고, 나머지 분들은 사정이 되면 추가로 질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회사의 임원으로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여자 분이었는데, 능력은 있지만 회사 내규를 어겨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에 대해 미운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가을 경전반에 다니는 분으로, 봉사정신이 강하고 착한 목사인 큰 언니가 다른 종교를 모두 이단으로 여기는 원리주의 입장이라 거부감이 들고, 큰 언니도 이전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자신에 대해 서운함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부딪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현재 중2인 딸아이가 작년부터 등교거부를 하고 집에만 있는데 무엇이든 한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기다리기가 힘들고 밉기도 한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물었고, 마지막으로 추가 기회가 주어져서 일어선 20대 청년은 어떻게 하면 스님처럼 지혜로워질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답답한 표정이던 질문자들이 스님과의 문답을 통해 환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으면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스님과 질문자의 대화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큰 공감으로 끄덕이기도 하는 사이, 2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네 번째 질문자로 나서서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딸을 어떻게 위로하고 기도해야 하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연년생 남매를 둔 40대 엄마입니다. 20살 때부터 줄곧 일을 했지만, 아이들을 한번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업어 키웠습니다. 그런데 제 욕심이 너무 커서 아이를 심하게 억압한 탓에 큰 딸이 사춘기를 중 2때부터 대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굉장히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아이 뜻대로 하지도 못하게 했고, 제 허락 없이 어디를 가면 많이 때리기도 했고요. 아이가 커서 ‘엄마 허락 없이 친구와 재미있게 놀았다는 이유만으로 엄마가 나한테 이렇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큰 아이가 자라서 힘이 생기니까 받은 대로 똑같이 되돌려 준다면서 제게 힘을 행사했습니다. 집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고, 자기 말을 안 들어주면 저를 두들겨 팼습니다. 

 

이제 머리가 큰 남동생은 또 그걸 용납하지 못해서 누나를 말리고, 아빠도 합세하면 딸은 ‘이집에서 나만 왕따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가족에서 자기 혼자 밀려나는 걸 느끼면서 딸이 긴 세월 동안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때 제가 법륜 스님의 법문을 만나서 ‘아, 이게 내 탓이구나’ 알고 계속 아이를 감싸려고 했어요. 지금 딸은 대학을 서울로 갔습니다. 딸이 없으니 집이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롭고, 딸은 객지 기숙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걱정을 좀 덜었습니다.

 

문제는 딸이 방학 때 집에 내려오거나 할 때입니다. 아들은 누나와 밥도 먹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전화도 안 받습니다. 누나는 지난 일을 다 잊은 듯이 동생에게 다가가지만 동생은 ‘죽을 때까지 용서할 수 없다. 똑같이 컸는데 왜 너만 엄마한테 그렇게 반항하고 집 분위기를 이렇게 만드느냐’라고 비난합니다. 상처를 받은 딸은 또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저한테 가끔씩 폭력 행사를 합니다. 저는 제가 만든 일이기 때문에 다 받아주지만, 아들은 그걸 용납하지 못합니다. 제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너무 막막합니다.”

 

“그래도 아들이 옆에 있으니까 질문자를 때리지는 못하네요. 호위무사 하나 잘 키웠네요. (청중 웃음)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자식하고 싸우면 안 돼요. 첫째, 화를 내면 안 됩니다. 화를 낸다는 건 싸운다는 이야기예요. 두 번째, 때려도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되거든요. 힘으로 못 이기니까 폭력이나 권위나 압박에 의해 억지로 숙여지면서 심리가 억압돼요. 참고 참다 보면 나중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어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사춘기를 넘어가면서 힘이 세지면 반드시 말대꾸를 심하게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같이 욕을 하고 덤비다가, 두 번째로 물건을 집어던져요. 차마 엄마를 때릴 수는 없으니까요. 

 

부부싸움 할 때 그릇이나 물건 깨는 남편들 있죠? 사실은 여자를 때리고 싶지만 여자가 아끼는 살림인 그릇을 대신 깨면서, 여자가 잘못했다고 빌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릇을 깨도 승복을 안 하면 세 번째, 직접 폭행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아이가 어릴 때 대응하는 순서가 이렇잖아요. 말로 하다가, 말을 안 들으면 욕을 하다가, 그래도 안 들으면 잡아서 두들겨 패잖아요. 아이가 자란 뒤의 반응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아이하고 싸우면 나중에 자식에게 맞는 과보를 받습니다. 

 

자식에게 맞아서 내가 억울한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자식이 부모를 때렸다고 세상에 알려져서 자기 자식을 망치는 거예요. 그러니 아이가 어릴 때 사소한 걸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야단을 치더라도 화를 내서 애하고 싸우면 안 돼요. 

 


 

야단쳐야 할 것은 다음 다섯 가지 뿐입니다.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경우, 즉 해치는 것입니다. 둘째,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는 경우, 즉 손해 끼치는 것입니다. 셋째,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해서 괴롭히는 경우입니다. 넷째, 욕설하거나 거짓말해서 말로 남을 괴롭히는 경우입니다. 다섯 번째, 술 마시고 취해서 행패 부리는 경우입니다. 이 다섯 가지를 제외하고는 자식이든 남편이든 절대로 남의 인생에 간섭하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야단치면 안 됩니다. 한편 나도 이 다섯 가지가 아니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도 돼요. 거기 해당되지 않으면 나쁜 게 아니에요. 

 

아이가 존다면 야단쳐야 할까요? 선생님이 보기엔 좀 기분 나쁘지만 남을 방해하는 건 아니에요. 나쁜 짓이 아니기 때문에 야단치면 아이가 억울해집니다. 그렇다고 내버려둬도 안 돼요. 이건 나쁜 행위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고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니까 어리석은 행위예요. 어리석음은 깨우쳐줘야 합니다. 흔들어 깨우면서 ‘많이 피곤하구나. 정신 차리고 공부하자’ 이렇게 깨우쳐줘야 해요. 그래도 졸면 또 깨우쳐주고, 그래도 졸면 또 깨우쳐주고, 그래도 졸면 ‘너무 피곤한가 보다. 그냥 자라’ 하고 담요를 덮어주세요. (청중 웃음) 

 


 

어리석은 걸 깨우쳐주는 것은 그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백 번 되풀이해도 잘못은 아니니까 야단치면 안 돼요. 공부를 안 한 것도 남을 해친 게 아니니 야단치면 안 돼요. 성적이 떨어진 것은 어때요? 남한테 손해 안 끼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애 성적을 올려줬기 때문에 오히려 칭찬할 일이에요. (청중 웃음) 

 

그러나 강의 중에 옆 친구와 장난친다면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한 것이니 그건 야단을 쳐야 해요. 야단친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때리면 안 돼요. 그만하라고 했는데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고 와라’ 이렇게 다른 사람 방해를 안 하게끔 해야 합니다. 

 

오늘날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은 다른 애를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거나 성추행하거나 욕설하는 거잖아요. 이건 기본교육이 안 됐다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가장 중요한 기본 교육은 안 시키고, 엉뚱한 걸로 화내거나 짜증내고 자기 마음대로 하니까 이런 과보를 받는 거예요. 자기가 아이한테 욕설하고 구타를 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욕설을 듣고 구타당하는 거예요. 이건 억울하고 분해 할 일이 아니라 맞아도 싼 일입니다. 그러니 나는 과보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해요.

 


 

그런데 자식이 분풀이로 엄마를 욕하거나 때리면 자식한테 나쁩니다. 내가 지금 힘든 게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지, 자식에게 문제 되는 건 걱정 안 해요. 성질나서 매 집어 들고 애를 때리는 건 자기 화풀이예요. 그런데 조선시대 어머니들은 몇 번 타일러도 아이가 나쁜 짓을 계속하면 매를 꺾어와 아이에게 주면서 엄마 종아리를 때리라고 했습니다. ‘네가 이리 된 것은 모두 엄마가 너를 잘못 키워서 그렇다. 그러니 엄마에게 매를 쳐라.’ 잘못된 행동은 고쳐야 하지만, 화를 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엄마 종아리를 때리라고 시킬 때 엄마는 화가 나서 그리 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사랑해서 그리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지금 하는 짓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 내가 견디기 힘들어서 하는 행동이에요. 그건 교육이 아닙니다.

 

그러니 첫째,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참회를 해야 해요. 자기 애 키우는 게 힘들다고 성질내서 ‘다 너 잘 되라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어떻게 네가 내 말을 안 듣니?’ 이러는 셈이잖아요. 열심히 키웠는데 애가 말을 안 들으니까 화딱지가 나는 심정이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그건 엄마로서의 자격은 없어요. 

 

죽을 고생을 해가며 힘들게 키운 아이는 잘 되기 어렵습니다. 엄마가 아기 키우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만 없으면 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아이 때문에 고생했으니까 아이가 불효자잖아요. 엄마를 괴롭힌 불효자가 어떻게 잘 되겠어요? 그리고 고생하면서 아이를 키우면 아이에 대한 기대가 크고 요구가 많다 보니 아이가 또 불효자가 됩니다. 아이는 나름대로 하는데 부모는 늘 불만이거든요. 아이가 잘 되려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재미있어야 해요. ‘몸은 좀 힘들지만 네가 있어서 내가 항상 이렇게 행복하다’ 이런 마음으로 키우면 조그마한 아이가 벌써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효자가 되니 잘 될 수밖에 없죠. 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이미 재미를 봤기 때문에 아이에게 별로 기대가 없어요. 고생을 해야 기대가 있지, 고생을 안 하면 기대가 없어요. 학교 가주는 것만 해도 고맙고,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이렇게 키우면 아이는 성적이 어떤지를 떠나서 다 효자가 되고 잘 됩니다. 엄마의 심리가 행복하면 아이들의 심리도 건강해요. 엄마가 우울하면 아이들의 심리도 우울해 집니다. 

 

아이한테 죄의식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질문자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니 과보를 달게 받으라는 겁니다. 아이가 어떻게 행패를 부려도 거기에 대응해서 억울해하거나 화를 내지 마세요. ‘아이고, 내가 너를 많이 괴롭혀서 네가 이러는구나. 부처님, 감사합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는 부처님 말씀이 참 진리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해요.

 


 

두 번째, 아이가 폭력을 행사하면 바로 파출소에 연락을 해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이렇게 못 해서 아이의 상태를 악화시켜요. 아이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바로 전화해 신고해야 해요. 아이가 도둑질을 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이 아이가 지금 물건을 훔쳤으니 법에 따라 처벌해 주세요’ 이래야 아이가 바르게 자랍니다. 잡혀 들어간 걸 돈을 들여 빼낸다면 엄마가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이니 아이는 교육이 안 돼요. 그런데 우리는 이게 지금 안 돼요. 공부 못 하면 야단치고, 남 때리면 돈 주고 빼내니까 뒤죽박죽이 돼서 세상이 혼란스러운 거예요. 

 

부모 자식 간이든 부부 간이든 법적으로는 누구도 누구를 때릴 수 없습니다.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해야 해요. 아들이 술집에서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깡패들을 데려가서 상대를 두들겨 팬 재벌 회장이 감옥 간 사건 기억나요? 상대가 때릴 때 방어하는 것은 정당방위지만, 나를 때린 상대를 한 시간쯤 뒤에 쫓아가 뒤통수를 쳤다면 폭력범이에요. 시간이 경과한 뒤에 가서 때리면 폭력에 들어갑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나도 한 대 맞았으니 때리는 게 뭐가 문제냐’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때렸으면 신고를 해서 법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해요. 개인이 보복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법치주의입니다. 그래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들 하잖아요. 그냥 한 대 마주 때려버리면 될 텐데, 한 대 맞은 것에 대해 상대방을 벌주려면 3년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감정이 격해지면 그냥 때려버리려 드니까 해결도 개선도 안 되는 거예요. 자식이 때리면 마주 때리지 말고, 신고해야 해요. 남편이 때리더라도 바로 신고해야 해요. 부모는 물론 자식이 감옥 가는 걸 원치 않지만, 아이를 위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나를 위해서도 신고해야 하고요. 신고해서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쳐줘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딸이 질문자를 때리면 바로 신고할 자신 있어요?”

 

“없습니다.”

 

“그래도 해야 해요. 안 하면 더 악화됩니다. 딸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질문자의 잘못이에요. 그런데 내 잘못이라고 해서 때리는 대로 그냥 맞고 있어서는 안 돼요. 누가 잘못했든, 시간이 지난 뒤에 때리는 것은 폭행죄에 들어갑니다. 제 말 이해하셨어요?”

 


 

“예. 그런데 딸이 사춘기 때는 그렇게 폭력을 행사했지만 서울에 간 뒤로는 집에 한 번씩 왔을 때 물건을 집어던지는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것은 남매가 서로 모른 척 한다는 것과 저 아이가 저리 마음아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물건을 던지고 나서 후회도 많이 하거든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아이지만, 제가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풀어줄 수 없어요. 그건 남을 실컷 때려놓고 가서 사과 한 마디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아요. 과보를 달게 받아야 해요.”

 

“너무 가여워요.” (질문자 울먹임)

 

“방법이 없어요. 과보를 받아야 해요. 동생은 엄마와 누나의 이런 인과관계를 잘 모르고 드러난 모습만 보잖아요. 누나가 엄마에게 행패 부리는 것을 야단치는 것이니 동생도 나무랄 수 없어요. 그래서 그 남매는 상당 부분 원수로 지낼 수밖에 없어요. 

 

‘내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아이에게 성질부리고 폭행한 죄로 이런 과보를 받습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고 하신 부처님 말씀이 진리입니다. 어떤 과보도 달게 받겠습니다.’ 

 

이렇게 자기 어리석음을 좀 길게 참회해야 해요. 여러분들은 돈 빌릴 때는 천만 원 빌려놓고, 한 십만 원 갚고 나서 ‘아직도 갚아야 하나!’ 이래요. 어린 아이에게 상처를 줬으면 과보를 좀 길게 받아야 해요. 질문자에게는 당연한 과보지만, 그걸 동생이 볼 때는 또 달라요. 현재 누나가 엄마에게 하는 모습은 너무나 잘못되었고 법률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행동이니까 누나에게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어요. 또 누나가 ‘엄마 때문에 동생이 나한테 저런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당합니다. 모두 정상이고, 비정상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지금은 내가 힘든 걸 생각하면 안 되고 매일 300배씩 절하면서 참회 기도를 하세요.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달게 받아야 해요. 

 


 

이렇게 참회 기도를 하면 아이 성질을 안 건드리기 때문에 아이가 예전처럼 미쳐 날뛰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혹시라도 폭행을 하면 바로 신고를 해서 멈춰줘야 해요. 빼내면 안 돼요. 면회를 가는 등 엄마로서의 역할은 하되, 폭행이라는 잘못은 법률적으로 처벌해서 바로잡아줘야 아이가 좋아집니다. 안 그러면 이 아이가 결혼해서 다시 남편한테 똑같은 행패를 부리고, 그러면 이 아이는 다시 남편한테 맞을 과보가 생깁니다. 그리고 나중에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이 분풀이를 합니다. 질문자도 마찬가지로 엄마 성질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질문자가 어릴 때 엄마가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똑같을 거예요. 결혼을 안 했으면 내 대에서 끊어졌을 텐데, 결혼해서 애를 낳고 이렇게 업을 물려줬으니 그냥 놓아두면 또 손자 손녀에게 내려가요. 그러니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질문자가 참회해서 딸을 진정시키고, 딸의 아이에게는 넘어가지 않도록 이 업을 종식시키면 좋지요. 조금 길게 봐야 해요. 지금 자기가 괴로워하는 것을 가지고 딸이 어떻게 정신 좀 차리기를 바란다면 못 고쳐요. 기도하시겠어요?“

 

“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가슴이 애가 타는 듯한 표정으로 질문하던 여성 분은 스님의 답변을 듣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듯 했습니다. 청중들은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크게 보내주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냉정할 줄도 알아야 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울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자 청중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모두 마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며 스님은 탐구하는 자세를 가져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원인을 모르면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신비하다,’ ‘신기하다,’ ‘기적이다’ 라고 하는데 그건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그래요. 우리는 핸드폰을 신기하게 여기지 않지만, 원시인의 눈에는 핸드폰이 신비롭게 보입니다. 기적이나 신비라고 하는 것은 무지로부터 일어납니다. 항상 무지를 깨뜨려야 해요. 신비한 기적에 현혹되지 말고, ‘원인이 뭘까?’ 하고 탐구를 해야 해요. 

 

남편이 갑자기 바람을 피웠다면 성질내지 말고 탐구를 해야 해요. ‘나이 오십에 늦바람이 난 이유가 뭘까?’ 남편에게 술을 사주면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심리가 어떤지 알아보고, 남편만 연구해서 잘 모르겠으면 상대 여자를 만나서 또 인터뷰해 보세요. (청중 웃음) 

 


 

그렇게 연구를 해서 원인을 딱 알면 이제 처방이 나올 수 있잖아요. 내가 같이 살려면 어떤 요구는 수용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 않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인사하고 헤어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연구하는 건 좋지만 상대를 미워할 권리는 없어요. 미움과 원망은 모두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원인이 뭔지 연구를 안 해서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걸 좀 연구합니다, 하하. (웃음)

 


 

원인을 딱 규명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이게 뭐지?’ 이렇게 원인을 규명하는 게 탐구예요. 화두(話頭)라는 것은 탐구예요.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세요. 그러면 우리 인생은 불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거예요. 이런 고민도 다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제가 웃는 겁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살아 있으니 죽은 사람보다 나아요. 어떤 분이 남편이 죽었다고 울면서 ‘스님, 저는 어떻게 살아요’ 하소연을 해요. 저는 ‘죽은 남편은 걱정 안 하고 산 자기 걱정만 하네요. 지금 죽은 사람도 있는데 당신이 무슨 걱정이에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가자들은 지혜로운 스님의 답변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보다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길을 알게 되었다며 기뻐했습니다. 

 


 

스님은 강연 후에도 강연장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 책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1600여명이 참석했기 때문에 책 사인을 받기 위해 늘어선 줄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진주 시민들 중에는 스님과 눈을 마주치며 “스님 덕분에 인생이 많이 행복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책 사인회

 

이어서 스님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홍보하고 준비하느라 워낙 고생이 많았던 진주정토회 봉사자들은 그 고생 만큼이나 기쁨도 배가 된 것 같았습니다.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진주정토회 자원봉사자들

 

봉사자들은 경남문화예술회관 돌계단 위에서 둥글게 서서 서로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봉사자들이 진주 강연을 준비하며 홍보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를 헤아려 주면서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고 일일이 악수를 해주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손을 씻지 말자”고 하면서 너무나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모두들 그동안의 노고가 스님의 따뜻한 위로로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진주정토회 주선자 총무님의 간절한 바램대로 장삼 자락을 휘날리며 경남예술문화회관 돌계단을 뛰어 내려와 봉사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 진주를 출발했습니다. 

 

밤 10시에 진주를 출발한 스님은 12시가 다 되어 울산 두북에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 비행기로 김해 공항에서 제주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전에는 제주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오후에는 제주 도지사와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제주시청 공무원 노조의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52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한 후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강연장으로 오세요.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도 강연장에 직접 오셔서 하실 수 있습니다. 

 

- 즉문즉설 강연 일정 : [바로 가기] 

 


 

* 선착순 무료 입장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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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성질내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제가 그리 키웠다는 걸 알았지만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 법문보며 확실히 알았습니다.
제 과보이고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요...
감사합니다.

2015-10-30 07:31:26

지명

원인을 알면 불행할일이 없다
고집멸도 ?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성제의 진리를 현실에서 쉽게 접목할수 있도록 자비롭게 설명해즈ㅜ시는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2015-10-30 06:08:09

송명순

말씀감사합니다.깊이새겨 올바른 엄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2015-10-30 0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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