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10.27 (오전) 양산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오전, 스님은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700여명의 양산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식사 후 텃밭을 가꾸는 농사일을 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는 골목길에 낙옆이 우수수 떨어져 있어 지저분한 것을 보고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 청소를 했습니다. 

 


 

9시에 울산 두북을 출발한 스님은 10시가 조금 넘어서 양산 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가을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강연장을 많이 찾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강연장은 강연 시작 10분 전 1층 좌석이 가득 차고 2층에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습니다. 총 700여 명의 청중이 비가 오는 가운데에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 양산 문화예술회관

 

봉사자들은 아침 8시 30분부터 모여 각자 맡은 소임을 점검하며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양산 정토법당의 불교대학 학생들과 김해 정토법당에서 지원을 온 13명을 포함해서 50여 명의 봉사자들이 강연 준비를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강연 시작 전 로비를 둘러보며 봉사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환한 웃음으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여는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등장하자 청중들은 함박 웃음과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은 애환이나 고뇌, 의문을 편안하게 내어놓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해 주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저기 얘기가 아니라 여기 얘기, 과거나 미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식당에 앉아서, 찻집에 앉아서 친구가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그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도 ‘아이고 저 사람은 저렇구나.’ 이렇게 비난조로 듣지 마시고 그런 고뇌와 의문은 우리도 다 갖는 거니까 함께 그 사람이 되어서, 질문자가 되어서 그렇게 같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 즉문즉설은 제가 오히려 궁금해 합니다. ‘오늘은 또 뭘 물을까?’. 보통 강연회에 가면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죠. ‘강사가 오늘 무슨 얘기를 할까.’ 하고요. 그런데 즉문즉설은 제가 궁금해 합니다. ‘또 어떤 얘기를 하실까.’ (웃음)

 


 

그리고 이 즉문즉설의 좋은 점은 강의 준비를 안 하고 와도 된다는 겁니다. 이유는 뭘 물을 줄 모르니까 예습을 해 와도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래서 시간만 맞춰서 몸뚱이만 들고 오면 되지요. 자 그럼 한번 시작해보죠.”  

 

스님이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질문을 하고자 손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차분한 가운데 총 7명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지난 4월에 스님에게 정신불열증이 있다고 질문했었다는 남성은 스님의 가르침대로 기도해서 많이 좋아졌는데 수행하다 궁금한 점이 있어 3가지 질문을 한다며 화를 참는 습관이 수행을 하면서도 계속되는데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정신병이 있어도 스님 법문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 직장을 꼭 3년은 다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30대 여성은 베트남에 가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음에도 한국에서 그보다 못한 조건에서 일을 하려니 괴로운데 기도문을 하나 달라고 했고,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죽었다는 여성은 첫째 아이가 죽은 둘째 아이를 찾을 때마다 어떻게 말을 해 줘야 하냐며 울먹이며 질문했고, 36년 전 7남매의 맏이에게 시집 왔다는 62살 여성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본인을 괴롭힌 것을 용서 못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물었고, 5살 아이의 엄마라는 여성은 비정상적으로 자존심이 센 거 같다고 했고, 61살 여성은 남은 인생의 숙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질문자들은 울면서 질문하다가도 스님의 말씀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습니다. 청중들은 질문자와 함께 고민도 했다가 함께 웃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결혼 후 18년 동안 남편의 간병을 해야 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전생하고 후생에 대해서 스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남편 간병을 18년째 하고 있는데 ‘네가 전생에 죄가 많아서 그 업을 따라가니까 후생에 또 다시 이렇게 안 살려면 이 업을 다 닦고 견뎌라’ 하고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어서 이러고 살고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러면 제가 하나 거꾸로 물어볼게요. 병원에 있는 간호사들은 전생에 얼마나 죄를 많이 지어가지고 그렇게 매일 환자만 보살피며 살고 있을까요?  또 병원에 있는 간병인들은 전생에 얼마나 죄가 많아가지고 자기 남편도 아니고 자기 가족도 아닌 남의 가족을 이렇게 돌아가면서 간병을 해야 될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청중 웃음)

 


 

왜 아픈 환자를 돌보는 것을 죄라고 생각할까요? 아픈 환자를 돌보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그걸 죄값이라고 생각해야 될까요? 지금 결혼생활이 몇 년 째에요?”

 

“35년 됐습니다.”

 

“18년이면 절반을 간병했네요. 그 전 17년도 남편한테 별로 도움을 못 받았나 봐요? 도움을 받았으면 빚 갚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17년 결혼 생활도 남편 도움을 못 받은데다가 18년을 다시 병간호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계산을 해보니 밑지는 장사 아니에요? 그죠? 

 

그러면 ‘왜 이렇게 밑지는 장사를 계속 해야 되느냐’ 생각해보니 ‘아, 이게 전생의 빚이구나. 그러면 빚을 갚아야 되겠다.’ 이렇게 계산이 되면 조금 받아들이기가 낫겠지요. 그런데 ‘진짜 빚을 졌을까?’ 이게 이제 궁금하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럼 만약에 제가 전생에 빚진 거 없다고 질문자한테 말하면 남편을 어떻게 할 거에요?” 

 

“이 빚을 못 갚으면 후생이 있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후생에 가서도 또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후생이 있다면 이생에서 좀 힘들더라도 갚아야 되지 않겠나 하면서 견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전생에 빚진 게 없으면 후생에 갚을 것도 없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스님이 ‘당신 내가 보니까 전생에 빚진 거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자기는 지금 남편을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 거예요. 남편 갖다 버릴 거예요? 남편한테 내가 아무것도 빚진 게 없다면 어떻게 할 건지를 물어보는 거예요.” 

 

“같이 안 살 것 같습니다.” 

 

“그럼 남편은 누가 보살펴요? 남편 엄마가 돌봐야 되요?”

 

“남편이 엄마가 없어서 만나게 됐습니다.”

 

“남편이 엄마가 없으니까 시집살이는 안 했을 거 아니에요? 시집살이라고 생각해야지요. 그러니까 여러분들 왜 시집살이를 힘들어해요? 이럴 때 남의 남자 데리고 살아보다가 별 볼일 없으면 누구한테 줘버리면 된다? 엄마한테 줘버리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줄 곳이 없잖아요. 그럼 남편을 어디에 갖다 버리려 그래요?” 

 


 

“남편이 엄마가 없어가지고 제가 엄마처럼 잘해주고 싶어서 만났는데 해주면 해줄수록 저한테 자꾸만 기대고 이러다 보니까... 자녀는 남매가 있는데 서른다섯 살이고 서른입니다.”

 

“그럼 애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엄마가 그냥 아빠 버려 버려라’ 이렇게 생각해요?”

 

“절대로 그런 말은 안 하고 ‘엄마는 부처님 좋아하니까 큰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해요.”

 

“그거 나쁜 자식들이네요. 그건 스님이 할 얘기인데... 제 법문을 어디서 남한테 듣고 가서 거기에다 말했나요? (웃음) 손자들도 있어요?”

 

“네, 있습니다.”

 

“손자들 봐달라 소리는 안 해요?”

 

“네.”

 

“그런데 자기가 남편을 안 돌보면 할머니가 되어서 손자 돌보는데 등골이 빠질 거에요. 남편이 무슨 병이에요?”

 

“알콜성 치매에다가 중풍이 세 번씩이나 재발을 했어요. 지금은 술을 안 먹습니다.”

 


 

“그러면 치매 상태인데 의사가 볼 때는 한 팔십까지 살겠다 그래요?”

 

“예. 1년에 한 번씩 신수 보러 가면 저보다 오래 살거라고 해요. 남편은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서 과거에 대통령 보다 더 많은 복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만사에 걱정이 없고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니까요.”

 

“그래요. 그건 제가 이해해요. 마누라 하나 잘 만난 것도 큰 복이에요.”

 

“저는 제가 항상 원망하는 마음을 못 버리고 있어서 그거를 좀 버리고 싶은데 잘 안 되더라고요. 항상 ‘너가 그때 돈 좀 벌어 두었으면 지금 좀 편할 텐데...’, ‘네가 방해만 안 했으면 지금은 네가 이렇게 누워있어도 너를 좀 덜 미워할 텐데...’. ‘내가 아플 때도 네가 좀 나한테 잘했으면...’ 자꾸 그런 마음이 생겨요. 힘들 때는 ‘지금은 너한테서 벗어나고 싶다. 버리겠다는 게 아니고 이제는 시설이나 병원에라도 보내고 싶고, 좀 벗어나고 싶고, 안 보면 좀 편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생과 후생이 있는지, 정말 이생에서 제가 병원에 데려다 놓는다든지 입원을 시킨다든지 해서 또 죄를 짓게 되면 후생에 또 다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자기는 죄 지은 거 없어요. 입원시키고 싶으면 입원시키세요. 자기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자기가 지금 바라는 것은 한 사람으로써 정당한 권리예요. 너무 당연한 것이고 정당한 요구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죄 지은 것도 없고 빚진 것도 없어요. 이제 어떻게 할래요?” (청중 웃음)

 


 

“부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힘들 때마다 저는 그 부분에서 힘을 얻었는데 저는 그래도 용돈 드릴 부모님이 계시는 것도 아니고 비록 가난해도 항상 그런 쪽으로 비교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살았어요.”

 

“그래요. 이렇게 부모가 없다는 게 좋은 점도 있잖아요. 남편이 집에 누워있어요? 다리는 어때요?”

 

“완전히 누워 있지는 않은데 그냥 아기입니다.”

 

“어디 가서 바람피우고 그래요?”

 

“거동을 할 때는 그런 것도 조금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국민연금이 나오고 그러니까 그걸 노리고 접근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사람한테 넘겨주지 그랬어요? 저 같으면 박수치고 잘됐다 했겠어요. (청중 웃음) 얼마나 좋은 기회예요? 덤터기 씌우 듯 확 넘겨줘 버리지요. 그런데 또 그때는 질투해서 안 넘겨주고 뺐어왔지요. 그래서 전생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고생은 자기가 만든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직업은 가지고 있어요?”

 

“네.”

 

“그럼 지금 똥오줌 다 받아내요? 똥오줌은 자기가 가려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밥은 자기가 떠먹어요.”

 

“그 정도면 아주 괜찮네요. 제가 아는 분은 똥오줌 다 받아내고 밥 다 떠먹여주고 그러고도 살았어요. 그래서 진짜 도망 나오려고 해서 나한테 물었는데 제가 몇 마디 해줬어요. ‘전생에 지은 죄는 아니다. 가고 싶으면 가고, 말고 싶으면 말고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가게 되면 이런 일이 있을 거고, 있게 되면 이런 일이 있을 거다.’ 그랬더니 고민을 하다가 뒷바라지를 잘했는데 그분 경우는 다행인지 아닌지 제 기도문을 받고 3년 만에 남편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분이 남편 돌아가시고 저한테 와서 엄청나게 고마워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만약에 못 참고 가버렸으면 장례식장에도 오지 못하고, 자식들에게도 아버지 버린 사람이라고 원수지고 이랬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딱 그렇게 되니까 이 아주머니가 어떤 결정을 해도 일가 친척 그 누구도 한마디 말을 못한다는 거예요. 끝까지 병수발을 했기 때문에요. 아이들도 엄마가 재혼 한다, 뭐 한다 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죠. 그래서 완전히 자유인 되어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내생이라는 건 멀리 볼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내일 어떻게 될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딱 그만 두고 갔다가 만약에 이분처럼 3년 만에 남편 돌아가시면 자기는 후회 할까요? 안 할까요?”

 

“후회하죠.”

 


 

“그럼 애들 보는 앞에서 얼굴이 설까요?”

 

“그것 때문에 지금 살고 있습니다.” (질문자 웃음)

 

“그러니까 내생이 아니라 금생에, 곧 미래에 이런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사실 어떤 여자든 남편과 여행도 다니고 그러고 싶겠죠. 그런데 이렇게 병수발을 하고 자기가 경제적인 책임도 져야하고 간호도 하는데, 남편이 이렇게 해주면 고마워 할 것 같아요? 고마워하면 저한테 묻지도 않았을 거예요. 고마움은 털끝만큼도 없고 짜증내고 성질냅니다. 왜 그럴까요? 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해보세요. 중풍이 들어서 하루 종일 누워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거동도 불편하고 이렇게 환자로 누워 있는 게 나을까요? 숫제 내가 건강해서 돈도 벌고 환자를 간호하는 게 나을까요? 자기는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하면 어느 게 낫겠어요?”

 

“예. 병간호 하는 저를 선택하겠습니다.” 

 

“그러면 입장이 유리한 사람이 짜증낼까요? 불리한 사람이 짜증낼까요? 남편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물건을 집어 던진다 하더라도 자기는 누워 있는 게 낫겠어요? 그냥 욕 좀 얻어먹고 물건 집어던지면 좀 피하고 이러는 것이 낫겠어요? 내가 건강하고 남편을 받아내어 주는 것이 낫겠지요. 그런데 거기다가 짜증까지 안 낸다면 아주 좋은 조건이지요.”

 

“제가 며칠 전에도 되게 아파가지고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남편은 본인만 배부르고 본인만 죽을까봐 걱정이에요. 그렇게 실려 가서 입원까지 했는데도 아는 척 한마디도 없고, 아는 척도 안 하고 그러니까요...”

 

“방금 질문자가 남편의 지능이 어린애 정도라고 그랬잖아요. 어린애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자기가 남편에게 정상적인 남자로써의 기대를 갖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괴로운 거예요. 남편은 환자잖아요. 그게 다 되면 그게 어떻게 환자에요? 그러니까 육체만 멀쩡하고 큼지막하다고 어른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 남편은 모르는 거예요. 알고도 무관심 한 게 아니고 의식 수준이 병이 나서 그렇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뇌 작동이 다 멈추고 생존을 위한 뇌만 작동을 하는 수준이란 말이에요. 자기가 남편에게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는 거예요. 어디 기댈 데가 없어서 어린애한테 기대요? (청중 웃음)

 


 

질문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요. 그래도 멀쩡한 남자 만나서 남은 여생이라도 좀 남부럽지 않게, 꼭 부자가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간절하게 이해가 되는데 지금 시어머니가 있어서 갖다 맡길 데도 없잖아요. 아들한테 맡기면 어때요?” 

 

“예, 아직 아들은 결혼을 안했습니다.”

 

“안 했으니까 맡기지요. 결혼하면 못 맡기지요. 자기 남편도 안 모시겠다는데 시아버지를 모시겠다는 며느리가 어디 있겠어요? 자기는 고생하기 싫고 남의 젊은 여자는 고생하라고요?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말 이예요. 그런데 자기가 아들한테 맡기기에는 자기 아들을 너무 사랑해가지고 안 맡기고 싶다 이거 아니에요? 그건 너무 이기적이에요.” 

 

“예. 며느리 될 사람한테 맡기고 그러고 싶지는 않고요. 아들도 이제 한 번씩 와서 보고 그러면 엄마가 힘들고 한 번씩 아프니까 아빠보다 덜 한 사람들도 보호원에 모시는데 시설 좋은 곳에 모시는 것도 자기는 찬성이라고 하더라고요. 딸도 있는데 딸하고는 이런 얘기를 안 해봤고요.”

 

“딸은 모실 수 있지요. 딸한테 맡겨버리세요. 남편 입장에서는 시설에 맡기는 걸 싫어해요?”

 

“본인한테 그런 얘기도 안 해봤고 저도 아직까지는 내생이 겁이 나서 그럴 마음은 못 먹겠어요. 내생에 또 이렇게 살라고 할까 봐요.”

 

“첫째, 의사 선생님하고 의논해보세요. 환자 상태를 봐서 집에서 모신다고 꼭 환자한테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다음에 아이들하고 의논을 하고요. 일단 남편을 시설에 한번 모셔보세요. 한번 모셔보면 본인이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적응을 할 수 있으면 그곳에 적응 하는 게 좋아요. 자기가 모신다고 꼭 좋은 거 아니에요.

 

두 번째, 도저히 적응을 못 하면 가족들하고 의논해서 집에 모시더라도 핵심적인 가족인 딸, 아들, 본인 이렇게 셋이서 역할분담을 할 필요가 있어요. 5일은 엄마가 모시고, 토요일은 아들이 모시고, 일요일은 딸이 돌보고. 이렇게 정하고 자기는 주말에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렇게 한번 살펴보면 좋겠네요.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이것이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런 것이라면 그건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밖에 안되거든요. 신체장애나 병은 죄가 아니에요. 우리가 장애아를 낳았다 그러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장애아를 낳았나 하는데 이 말은 장애를 징벌로 보는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비록 장애아라도 그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편도 비록 신체적으로 병이 들어도 그 분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도 보호 받고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줘야 해요. 

 

지금까지는 그것을 한 가족, 그 아내나, 부모, 자식에게만 맡겼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생기게 되면 가족들에게 너무 부담이 크니까 이걸 우리 공동체가 껴안자고 해서 지금은 국가가 책임을 져주는 것이 사회 보장 제도예요. 그러니 이걸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된다는 것은 과거 사회의 논리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꼭 이건 내 책임이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할 문제에요. 이런 환자가 있더라도, 이런 자식을 낳아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엄마가 ‘꼭 내가 데리고 키워야 된다’가 아니라 사회 시설에서 키우는 것도 좋은데 다만 갖다 버리듯이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건 사회적인 악이 된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건 가족과 의논을 하고 그 다음에 의사 진찰 결과를 확인해보세요. 사회적으로 봐도 시설에 맡기는 게 사회적 노동력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더 효율적입니다. 자기가 오히려 더 열심히 일을 해서 경비를 부담하면 서로 역할 분담이 되기 때문에 꼭 자기가 안 보살펴도 되요. 그것 때문에 내생에 벌 받을 일도 없어요. 그런다고 갖다 버리면 안 돼요. 

 

그러나 내생이라는 건 이거에요. 질문자가 지금 18년이나 보살펴 왔는데 여기서 그냥 팽개치다시피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 과보가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도로 원수가 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이 내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고생을 한 건 다 자녀들과 잘 지내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뒤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전생, 후생이라는 말은 왜 생겼냐? 지금 어차피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효과가 있어요.

 

빚 갚는다고 생각하라는 건 이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이 말이에요. 전생에 빚진 것도 없고 또 내생에 벌 받을 일도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신체가 불편한 사람은 누가 돌봐도 돌봐야 되잖아요. 나하고 그래도 인연이 된 사람이니까 이 세상사람 중에는 누가 이 사람을 돌보는데 가장 앞장서야 되요? 내가 제일 앞장서야 됩니다. 

 

그러나 자기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의논을 해서 당분간 시설에 좀 모시고, 또 안 되면 집에 좀 모셔오고, 또 힘들면 시설에 좀 모시고요. 집에 모실 때는 주말마다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의 도움을 좀 얻고요. 내 자식이라고 봐주고 그러면 자기만 힘들어지는 거예요. 시설에 모시더라도 반드시 주말에는 내가 가서 돌보고요. 그렇게 한번 의논해보세요. 해결이 됐어요?”

 

“예. 감사합니다.” (청중박수)  

 

“좀 길어졌네요. ‘그래. 너 전생에 빚졌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해라’ 하면 딱 1분 만에 할 수 있는데 차마 말을 그렇게 못해가지고요. 그런데 ‘빚 진 것만 갚으면 된다.’ 이렇게만 생각하시는데 그러지 말고요. 왜 여러분은 꼭 빚 갚는 것만 생각해요? 빚진 것은 없습니다. 지금 뭐하고 있는 중인 겁니까? 저축하고 있는 중이다. 저축을 많이 해놨기 때문에 앞으로 잘될 거에요. 내생은 걱정도 하지 마세요. 제가 보증을 서 줄게요.” (청중웃음)   

 

 


 

웃음과 박수, 그리고 눈물이 계속 이어졌던 문답이었습니다. 조금 답변이 길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남편 간병을 하느라 힘들어 한 질문자를 예로 들며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가 간호해 주면 남편한테는 좋은데 내가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오래 할 수가 없어요. 또 나한테는 좋은데 남한테 손해되는 것은 오래 지속이 안돼요. 왜 그럴까요? 그 사람이 가만히 있지를 않지요. 그러니까 내 행복이 지속 가능하려면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되요. 남편 간호하는 것을 ‘복 짓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호하는 게 행복해요. 저 수녀님들은 자기 남편, 자기 자식도 아닌데 장애인들, 환자들 돌보잖아요. 그럼 그건 복 짓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분들은 천국에 가는 겁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지금 수녀 하는 게 아니고 복을 지어서 천국에 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남이어도 복 지으려고 이렇게 하는데 남도 아니고 누구입니까? 내 남편이잖아요. 그러니 복 좀 지으세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왜 그렇게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자기가 뭐 얼마나 잘났는데 그래요. 자기를 그렇게 너무 학대하지 마세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남편이 병이 났으니까 남도 이런 일 하면서 복을 짓는데 이 참에 나도 복이나 좀 짓자.’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복 지어 놓으면 다음에도 괜찮고 내생에도 괜찮아요. 아시겠죠? 그러니까 천국 가는 티켓을 쥐고 있는 거예요. 극락 가겠다고 아미타불을 열심히 부르지만, 복을 지으면 저절로 극락에 가게 되요. 이렇게 마음을 조금 가볍게 가지세요.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다 행복할 수가 있어요.  아셨죠?”

 

“네.” (청중 모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청중들 모두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자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스님의 답변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할 수가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남편 간병으로 힘들어 하였던 질문자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생에서 전생에 지은 죄를 닦는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앞으로는 계속 복 짓고 살겠다”며 “스님의 말씀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하면서 활짝 웃었습니다. 

 

이어서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선 양산 시민들은 스님과 눈을 맞추며 “소중한 가르침 감사합니다”며 감사 인사를 했고, 스님은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책에 직접 사인을 받아 기쁘다는 62살 여성은 “마지막 질문자의 스님 대답에서 인생을 사는 해답을 얻은 것 같다”고 하며 밝은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연은 12시 40분 쯤 끝나서 사인회까지 마치고 나니 1시 10분이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수고했다”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고 길을 나섰습니다.

 


 

봉사자들은 무탈하게 강연을 마친 것에 즐거워 하면서 열심히 준비해 온 서로를 격려하며 강연장 뒷정리까지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양산에서 울산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두북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원고 교정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오후 4시에 저녁 강연이 열리는 진주로 향했습니다. 진주 즉문즉설 강연 소식은 잠시 후 계속 이어집니다... 

 

* 2015년 한해 동안 전국을 순회하였던 청춘콘서트가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갖습니다. 11월1일(일) 16시 서울 시청광장으로 오시면 김제동과 법륜 스님으로부터 듣는 행복 메시지를 비롯해 청년 인디밴드들의 다채로운 뮤직과 함께 신나는 페스티벌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행복의나라 페스티벌 in 서울광장' : [참가 신청하기]

 


 

* 자세한 사항은 http://청춘콘서트.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 청춘콘서트와는 달리 2030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능합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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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옥

전생에 지은죄가 많아서 남편 병간호를 한다는 질문의 답
오히려 복을 짓는다는 스님의 말씀이 넘 가슴에 와 닿아요
욕심 내지말고 있는그대로 생활하면 모든게 해결이 됩니다~^^

2015-10-29 22:05:48

여일

잘 읽었습니다 전생에 지은 죄를 갚기 위해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과 내일의 복을 짓기해서 봉사하는 것이라는 스님 가르침을 공유합니다 스님은! 감사합니다.

2015-10-29 15:27:44

평정심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스님.감사합니다.
남편도 법률스님이 좋다고 합니다^^

2015-10-29 0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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