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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김제동씨와 함께 청춘콘서트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청년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에는 텃밭을 가꾸며 농사일을 했습니다. 얼마 전 심어 놓은 가을 배추가 지난번에는 새싹만 나와 있던 것이 오늘 와서 보니 커다란 배추로 다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거 봐라. 배추 잘 자랐지?‘ 하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무는 잎이 푸릇하게 잘 자란 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무도 있어서 “무를 너무 촘촘하게 심은 것 같다”고 하면서 사이 사이를 속아주는 일을 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심어 놓은 가을 국화는 잘 자라서 꽃잎의 색깔이 선명한 것도 있고 약간 시들해진 것도 있어서 싱싱한 것을 위주로 다시 자리 배치를 하니 마당의 분위기가 더욱 화사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가을 배추가 한가득 자라 있는 밭고랑 사이에는 고소가 잘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손수 고소를 한바구니 정도 따서 직접 손으로 씻었습니다. 김제동씨가 오후에 오기 때문에 정성이 들어간 밥을 먹여주고자 하는 스님의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한편 그저께부터 최말순 보살님은 김제동씨가 시골에 내려오면 꼭 맛보게 하고 싶다며 산에서 주워 온 도토리로 묵을 쑤기 위해 3일째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껍질을 까고 물에 불렸다가 다시 갈고, 도토리묵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도토리 묵은 정말 쫀득쫀득 하고 맛있었습니다.
두부찌개, 도로리묵 등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김제동씨가 오면 같이 점심을 먹고 청춘캠프가 열리는 청소년수련원으로 함께 이동하려고 했는데, 오늘이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라 명절 때보다 차가 더 막힌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은 김제동씨를 계속 기다리다가 청춘캠프에서 하기로 한 강연 시간이 다 되어서 곧바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이동했고, 김제동씨는 스님이 강연을 하는 동안 뒤늦게 도착해서 때 늦은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경주로 가는 길에 두북 정토수련원에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다고 해서 잠시 내려서 구경을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연휴를 이용해 몇몇 봉사자들이 농사 울력을 하러 와 있어서 스님은 “수고가 많다”고 격려를 해준 후 같이 사진도 찍어 주었습니다.
▲ 두북 정토수련원에 찾아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리고 스님도 활짝 핀 코스모스처럼 환한 웃음을 띠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흰색, 분홍색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함께 함께 어우러져 잠시나마 스님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코스모스
잠시 여유를 부리고 출발했는데, 경주 시내로 진입하니 경주엑스포가 한창 진행 중이여서 그런지 곳곳에 차가 막혀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강연 시간에 늦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본격적으로 아이패드를 들고 지도 앱을 열어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경주가 고향이여서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스님은 이 방향이 막히면 저 방향으로, 저 방향이 막히면 또다른 방향으로, 이러지러 노선을 바꾸어가면서 막힌 차선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분 걸릴 거리를 1시간 10분이 걸려 겨우 강연 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오늘 청춘캠프가 열리는 경주 청소년수련원에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동안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청춘콘서트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서포터즈와 청년학교 재학생 4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 행사는 그동안 청춘콘서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수고가 많았지만 정작 행사를 진행하느라 스님의 강연을 제대로 듣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지체없이 곧바로 강연장으로 항했고,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청년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 경주 청소년수련원
스님은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길이 막혀서 오신다고 고생이 많았죠? 같은 돈 내고 차를 두 배 탔으니 좋은 일입니다. (청중 웃음) 저도 오면서 길이 막혀서 이리저리 가도 한참 걸렸습니다. 제가 경주 출신인데도 이리 가면 안 막힌다고 안내했는데 가보니 막히고, 저리 가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리 가자 하니 또 막혀 있었어요. 그래서 20분이면 올 걸 1시간 10분 걸렸어요.”
질문 하고픈 사람은 손 들어 보라고 하자 10명의 넘는 청년들이 이곳저곳에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질문할 사람이 많은 관계로 스님은 평소보다 짧게 짧게 대답을 하면서 조금은 스피드하게 즉문즉설을 이끌어 갔습니다.
총 12명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할말이 전혀 없어서 대화 자체가 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눈물이 자꾸 나는데 어떻게 감정을 조정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청년학교에서 만난 친구랑 곧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 친구와 성격이 서로 달라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충돌이 가끔 있는데 어떤 마음 가짐으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불교의 팔정도에서 이야기하는 ‘바르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IS는 과연 팔정도의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장유유서라는 말이 있는데 어른을 왜 공경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에는 금방 수긍을 하고 받아들이는데 정작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오히려 잘 듣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장례식에 다녀와서 갑자기 죽음이 두려워졌고 앞으로 남미 여행을 앞두고 있는데 할머니도 병환이 있으셔서 죽음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소개팅을 여러 차례 나갔지만 외모만 보고 거절당하는 경우가 반복되었고 여자를 만나는 것도 이제 두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김제동씨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는데 펜으로서의 마음을 넘어서서 이성적인 감정이 자꾸 생겨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부끄럽지만 이 자리가 아니면 안 되어서 말씀드립니다. 나이 서른 살에 제가 이렇게 김제동 오빠에게 빠질 줄 몰랐어요. (청중 웃음)
팬심으로 좋아하면 되는데 짝사랑과 비슷하게 너무 빠져 있으니까 주위에서 정상이 아니라고 할 정도입니다. 덕분에 청춘콘서트에 가서 스님 말씀 듣고 감명 받고, <새로운 100년>도 읽고,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계속 기울이게 되고, 뉴스와 책을 읽으면서 변해가는 제 모습이 좋긴 하지만, 현실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팬심만 남기고 사랑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그걸 왜 내려놓아요?”
“내려놓고 싶은데 내려놓아지지가 않아요.”
“기독교의 모든 신앙, 불교의 모든 신앙이 다 짝사랑인 거 알아요? 종교는 짝사랑이에요.”
“그렇긴 한데 이 상태가 이어지면 어쩌나 걱정돼요.”
“계속 이어져도 괜찮아요.” (청중 웃음)
“제 나이가 있다 보니 집에서 부모님도 너무 걱정하세요. ‘언제까지 김제동에 빠져 있을 거냐, 그만 돌아와라. 그러다 서른 다섯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시거든요.”
“서른 다섯 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잖아요. 부처님을 좋아하면서 결혼 생활 할 수 있어요. 법륜 스님을 좋아하면서도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어요. 김제동 오빠를 좋아하면서도 결혼할 수 있고, 김제동 오빠를 좋아하면서도 스님 될 수 있고, 아무 문제 없어요.” (질문자 웃음)
“그럴 순 있는데 저는 여기에 너무 이성적 감정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이기성 작가님을 좋아해서 온라인 ID며 비밀번호도 전부 작가님 책 관련된 걸로 할 정도였지만 그때는 작가님이 남자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스스로도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남자인데 그럼 남자로 보이지 여자로 보여요?” (청중 웃음)
“그래서 뭔가 이걸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을 하는데 마침 누가 말해주길, 거절을 당하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요. 거절 당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죠.”
“거절 당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서 거절을 당하기 위해 제가 이 자리에 섰는데... 혹시 김제동 오빠가 사인지에 ‘이제 그만!’이라고 써주실 수 있을까요? (청중 웃음) 증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이건 현실이 아니다, 너는 이상적이다’라고 해도...”
“이상이 아니라 현실인데요. 뭘. 내가 저 사람 좋아하는 게 현실인데 어떡해요?”
“제가 세종대왕님을 좋아한다고 해도 세종대왕님은 이미 돌아가셨잖아요. 그것처럼 아무리 좋아해도 제가 이성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짝사랑이란 영원히 배신이 없는 사랑이라니까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냥 내가 하나님을 믿으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신앙에는 부작용이 없어요. 그런데 절에 다니다 교회가거나 교회 다니다 절에 왜 가느냐면, 짝사랑을 쌍방의 사랑으로 해보려고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니까 하나님도 나한테 뭘 좀 달라는 거예요. ‘부처님께 기도할 테니 우리 아들을 대학에 넣어다오’ 이렇게 쌍방 소통을 시도하는데 그게 안 되면 ‘에이, 부처님 믿어도 소용없더라’ 하면서 교회에 간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요구조건 없이 그냥 하나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신이 없어요. 설악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설악산이 나를 좋아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없으니 영원히 설악산을 좋아할 수 있잖아요. ‘내가 널 좋아하니 너도 날 좋아해라’라는 요구 때문에 배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질문자가 김제동 오빠를 좋아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다만 ‘내가 좋아하니까 너도 날 좋아해라’고 요구하지 말라는 겁니다.”
“맞아요. 그것 때문에 제가 괴로운 것 같아요.”
“그래요. 그 요구만 내려놓으면 돼요. 좋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그걸 내려놓는 방법이 필요한 거죠. 그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아뇨, 방법은 없고 요구를 하지 말라니까요.”
“그러니 요구를 안 하는 방법으로 ‘이제 그만’이라고 사인해주겠다고 약속해주실 수 있는지...”
“요구는 자기가 안 해야지, 그걸 누구더러 약속해 달래요? (청중 웃음) ‘나는 하나님 안 믿고 싶지만 하나님이 자꾸 좋으니까 하나님이 나한테 이제 그만 믿어라는 쪽지를 보내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랑 똑같잖아요.”
“하나님은 볼 수 없지만 김제동 오빠는 볼 수 있잖아요. 그냥 사인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요. 어딜 가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안 돼서요. 김제동 오빠가 진행하시는 프로그램마다 열심히 방청 신청했지만 다 떨어져요.”
“내가 하나님을 좋아하고, 부처님을 좋아하고, 설악산을 좋아하고, 김제동 오빠를 좋아하고, 법륜 스님을 좋아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왜 그만두려고 해요? 계속 좋아하면 되잖아요.”
“팬심은 계속 간직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가는 행보도 지켜보고...”
“팬심 뿐만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좋아해도 괜찮다니까요. 요구를 하지 말라니까요.” (청중 웃음)
“안 그러고 싶어요.”
“그럼 요구를 위해서 노력해보세요. 이따 오거든 한번 껴안아도 보고 노력해보세요. 질문자가 지금 그렇게 요구를 하고 있잖아요.” (청중 웃음)
“어쨌거나 거절을 당하고 싶어요. 거절당하면 원래대로 제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거절을 당하려면 만나야 거절을 당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제가 사인하는데 어떤 여성분이 와서 ‘제가 법륜 스님을 좋아합니다. 스님이 저한테 “너 싫다”라고 써주세요’라고 하면 써주겠어요?” (청중 웃음)
“싫다 까지는 아니어도 ‘이제 그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이상해요. 질문자가 그만두면 되잖아요.”
“저 스스로 그냥 그만두라고요?”
“아뇨, 좋아하는 건 놔두고 요구를 그만두라는 거예요. ‘네가 날 좋아해다오’ 이게 요구잖아요.”
“그런 요구는 안 하는데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 당신도 나를 좋아해주세요’ 이게 요구잖아요.”
“그게 아니라 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제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까 하는 거예요. 저는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아니, 김제동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도 좋아해도 된다잖아요.”
“마음에 한 사람밖에 없지 어떻게 여러 사람을 들입니까?” (청중 웃음)
“요즘 시대가 바뀌었어요.” (청중 웃음)
“아. 스님, 그럼 이렇게 여쭐게요. 이렇게 연예인을 좋아하는 중증 팬들을 많이 보셨을 테니 그들이 어떻게 내려놓는지 알려주세요. 어떻게 내려놓는가를 두고 제가 검색도 해봤어요.”
“어떻게 내려놓긴요, 대부분 그냥 그렇게 중독증상으로 가죠.”
“검색해보면 어떤 연예인이든 사람들이 한창 좋아하던 때 팬질하던 건 남아 있는데, 싫어져서 그만둔 과정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볼 수 없으니 배울 게 없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내려놓지? 갑자기 보지 말까?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안 보고, 인터넷 검색도 그만하고, 그렇게 다 내려놓을까?’ 그랬지만 안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할 필요가 없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그냥 내버려두면 돼요. 그러면 제풀에 꺾여요.”
“제가 스님 말고도 여러 사람 강연을 많이 쫓아다니거든요. 그런데 너무 이상적인 분이시잖아요. 스님도 그렇고, 그런 분들이 말씀만 하시면 귀에 꽂혀요. 이런 말씀만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이런 문제도 있어요. 일반 사람을 만났을 때 예를 들어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한다면 저는 그 사람을 다시 보지 않아요. 그런 증상도 있고...”
“그런 증상은 사랑과는 관계가 없고 약간 편집증에 가까운 증상이에요. 심리적으로 말하면 일단은 편집증이에요.”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겁니까?”
“아니죠, 편집증이기 때문에 김제동을 놓아도 좀 있으면 다른 데 가서 또 꽂혀요. 기독교에 들어가면 기독교 광신자가 되고, 법륜 스님을 좋아하면 법륜 스님 광신도가 되고, 공산주의를 신봉하게 되면 완전히 극좌파가 되고, 이렇게 약간 편집증 증상이 있는 거예요. 어떤 대상에 한번 꽂히면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지금 김제동한테 꽂힌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면 깨질 확률이 높아요. 그건 사랑이 아닌 편집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은 이해예요. 상대에 대한 이해여야 하는데 이해가 동반되지 않잖아요. 자기 느낌에 꽂힌 요구만 있지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서로 눈에 불이 튀어서 사랑을 해도 오래 못 가요. ‘이건 내 까르마구나. 김제동이 문제가 아니구나’ 라고 자각하면 되요. 김제동을 자꾸 내려놓으려고 하진 마세요. 그런 편집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좋아하는 대상이 김제동이라서 아직 부작용이 적은 거예요. 김제동에게 꽂혔으니 따라다녀도 부작용이 적지, 저 같은 스님한테 꽂혀서 따라다니면 말썽이 나잖아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김제동에게 꽂힌 게 부작용이 제일 적어요. 결혼도 안 했고 스님도 아니니 누군가가 좋아한다 해도 크게 부작용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그냥 놓아두세요.” (청중 큰 웃음)
“그러면 지칠 때까지 쫓아다니라는 말씀이세요?”
“아뇨. 좋아하는 마음을 그냥 두란 말이에요. 결혼한 사람을 따라다니면 그 사람 아내가 오해를 하니 부작용이 될 소지가 있지만 이건 부작용이 전혀 없잖아요. 그러니 다른 걸로 대상을 바꾸기보다 그냥 놓아두는 게 제일 낳아요.”
“그런데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이것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요. 오늘도 부장님이 출근해서 일하라고 했는데 그걸 거절하고 여기에 왔어요.”
“그건 부작용이 아니라 좋은 작용이죠. 그 덕분에 오늘 우리 좋은 모임에 오게 됐잖아요.”
“아, 예. 유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인간 심리라는 게 참 묘해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그걸 억지로 안 좋아하려고 하면 좋아하는 감정이 더 극성을 피웁니다. 여러분이 TV를 보다가 안 보려고 한다, 담배를 피우다가 끊으려고 한다면 반작용이 더 커져요. 그러니 이걸 끊으려 들지 마세요. 그냥 놔두세요. 놓아 두되, ‘내가 꼭 좀 이걸 약화시켜야겠다’ 한다면 굳이 TV를 끄거나 버리려 들지 말고 그냥 바빠서 TV 볼 시간이 없도록 만들어버리면 돼요. 이걸 가지고 감정적으로 싸우지 말고 TV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지내보면 TV를 향한 편집증이 약화돼요.
그러니 ‘김제동을 안 봐야겠다. 거절 편지를 받아야겠다’ 자꾸 이렇게 하면 감정이 더 극단적으로 돼요. 지금은 이런 모임이 있을 때 회사 사정이 출근 안 하고 와도 될 정도잖아요. 그러니 회사에서 또 이 모임에 가면 잘릴 정도가 되어서 아무리 좋아도 못 갈 형편이 되었다, 이렇게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예요. 내가 갈 수 있는데 안 간 게 아니라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못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 이게 약해지다가 다른 쪽으로 쏠립니다. 아니면 다른 쪽에 새롭게 꽂히면 이게 약화돼요.
그러니 부끄러워하지도 마세요. 질문자도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사람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버린 거니까 자기통제가 안 돼요. 통제가 된다면 저한테 묻지도 않았겠죠. 김제동을 좋아하는 게 통제가 안 된다는 것과 대중 앞에 나가면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은 다 똑같은 이야기예요. 여러분이 볼 때는 이건 괜찮고 저건 안 괜찮냐고 하지만 제가 보면 똑같이 우리의 까르마인 겁니다. 이건 자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그걸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보면 돼요. ‘내가 어떤 사람에게 한번 관심이 쏠리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구나. 내 까르마에 이런 경향이 있구나.’ 이렇게 알면, 앞으로 살면서 다른 곳에서도 자기를 돌아보면 항상 이렇게 어떤 대상에 꽂히면 확 정신을 잃었다가 다른 데 꽂히면 또 예전 것은 온데간데 없어요.
그래서 ‘아,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약간 편집증 기질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야 해요. 앞으로 살면서 예를 들어 자식한테 꽂히면 아이가 힘들겠지요? 그러니 이걸 반드시 없애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이 경우를 통해서 자기를 아는 과정으로 삼으세요.” (청중 박수)
스님과 질문자의 문답을 지켜보며 나머지 청년들은 계속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자각한 질문자는 미진한 점이 조금 남아 있는 듯 보였으나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2시간 동안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곧이어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김제동씨는 최말순 보살님이 차려준 점심 겸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청소년 수련원에 막 도착했습니다. 스님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7시가 되어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제동씨도 청춘콘서트 서포터즈들을 위해 2시간 30분 동안 열정적인 강연을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앞서 스님에게 김제동씨를 너무 좋아해서 고민이라는 친구가 그 첫 순서로 김제동씨와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김제동씨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여성의 등장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오히려 여성 분을 격려해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편집증 같은 증세가 있어서 알아요. 그게 잘 안 됩니다. 잘 되면 사람이 아니죠.”
“이 마음을 계속 가진 채 살란 말씀이시죠?”
“그 마음을 가지고 살아라, 말아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도 옛날에 좋아하던 여자친구 있을 때 그랬거든요. 제가 한창 좋아할 때 좋아한다 이야기해봐도 그쪽에서 안 된다고 하면 사실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제가 좋은 걸 어떡하겠어요.”
“그러니까 안 된다고 말해주세요.”
“안 된다고 말하라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예요? 저를 보자마자 안 된다고 말해달라니 어떻게 해요. 제가 안 된다고 하면 나쁜 놈이고, 된다고 하면 이상한 놈이고, 모르겠다 하면 어중간한 놈이 되잖아요. (청중 웃음)
사람을 이렇게 몰아붙여놓고요... 그 마음은 제가 알겠습니다. 충분히 그런 마음은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여러분에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청중 웃음) 그건 각자의 취향이니까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왜 저러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충분히 이해가 되죠. 저도 저런 마음이 있었고, 여러분도 누굴 좋아하면 저런 마음이 들잖아요.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잊거나 내려놓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면 ‘아, 이렇게 내 마음이 흘러가는구나’ 하고 알지만,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에게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꼰대잖아요. 저는 그런 경험을 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아직 그런 경험을 해본 횟수가 저보다는 적을 거 아니에요? 저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저보다 덜 살았으니까요.
그런 아픈 시간을 견디고 뚫고 나갈 힘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지요. 그런 아픈 시간을 견디고 뚫고 나가는 과정들이 결국 살아가는 일인 것 같아요. 장담하건대 질문자에게는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생길 거예요. 앞으로 또 어떤 사람이 생겨서 ‘김제동을 내가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나’ 할 겁니다. (청중 웃음)
진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툭 털어놓고 해준 건 굉장히 멋있고 고마워요. 저한테도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이런 일이 제가 살면서 몇 번 없거든요, 하하하. 그래서 굉장히 고마워요.” (청중 웃음)
김제동씨의 따뜻한 배려심에 강연장 전체가 훈훈한 기운이 감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져 갔습니다.
그동안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면서는 강연 시간이 스님에게 70분, 김제동씨에게 70분 이렇게 각각 시간이 짧게 주어지다보니 청년들과 여유있게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는데, 오늘은 시간 제약도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어서 청년들도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는 기분” 이라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열정적인 강연이 끝나자 김제동씨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톡투유, 힐링캠프 등 바쁜 방송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1~2번씩 하루를 통째로 시간을 내어 전국을 순회하고 있고, 그 모든 것을 재능 기부로 참여하고 있는 김제동씨에게 청년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진행된 청춘콘서트에서 보여준 김제동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춰지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김제동씨도 영상을 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 청춘콘서트의 모습을 담긴 영상을 보고 있는 김제동씨
이어서 사회자가 나와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김제동씨에게 선물을 건내겠다고 하자 김제동씨도 무척 기대되는 눈빛이었는데, 청년들이 준비한 선물은 바로 ‘맞선 20회 제공권’ 이었습니다. 장난스럽게 난색을 표하며 “선물이 이게 뭡니까?” 하자 청년들도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 김제동씨를 위한 청년들의 감사 선물 '맞선 20회 제공권'
그리고 다함께 셀카를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제동씨가 무대 위에서 객석에 앉은 청년들이 배경으로 나오도록 셀카봉을 들고 셀카를 찍었습니다. 김제동씨는 “제 얼굴만 크게 나오고 여러분들 얼굴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아요” 했지만 청년들은 이런 이벤트에 열렬히 환호하며 좋아했습니다.
▲ 청년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김제동
다시 사회자가 “선물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실 줄 알았다”며 “플랜B로 또다른 선물을 준비했다” 고 덧붙이며 다시 선물을 건넸습니다. 다시 기대하는 눈빛으로 선물을 받아 든 김제동씨는 다시 한번 난색을 표하며 “또 이게 뭡니까?” 했습니다. 다름 아닌 선물은 바로 ‘출가 용품 선물세트’ 였습니다. 맞선 20회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실패하면 출가를 하면 된다는 뜻으로 재미있게 마련된 선물 이벤트인 것 같았습니다.
▲ 김제동씨를 위한 청년들의 두번째 선물 '출가 용품 선물세트'
‘출가 용품 선물세트’는 법륜 스님이 직접 무대로 나와 김제동씨에게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주머니 속에서 염주를 꺼내 김제동씨의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김제동씨는 당황해 하면서도 기쁜 듯 활짝 웃으며 감사히 염주를 받았습니다.
▲ 스님이 김제동씨에게 준 선물 '108 염주'
이렇게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흐뭇한 시간을 함께 가진 후 이번에는 정식으로 스님과 김제동씨를 가운데 앉히고 다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4시간이 넘게 스님과 김제동씨의 애정과 기운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청년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빠져 나온 스님은 김제동씨에게 저녁이라도 푸짐하게 먹여서 서울로 올려보내고픈 마음에 같이 두북으로 가려고 했지만 김제동씨는 내일 아침에 일정이 생겼다고 해서 두 분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13일 창원 청춘콘서트에서 다시 보자고 하면서 헤어졌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들어와 방에서 원고 교정 등 업무를 더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 스님은 청춘캠프 2일째를 맞이하여 청년들을 위해 하루 종일 경주역사기행을 안내해 줄 예정입니다.
※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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