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전에 광주에서의 즉문즉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순창으로 향했습니다. 순창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님이 통일 씨감자 농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스님의 방문을 요청해서 광주에 온 김에 잠깐 들르게 되었습니다.
정 전 장관님은 순창의 시골 마을 폐교된 초등학교를 인수해서 ‘식생원’을 만들어서 씨감자를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전통 씨감자 생산 방식은 6년 걸리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1년 만에 몇십배의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실험 중이라고 합니다.
스님이 식생원에 도착하자 정동영 전 장관님이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정 장관님은 먼저 스님에게 통일 씨감자의 획기적인 재배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 통일 씨감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
“농촌진흥청에서는 감자 줄기를 유리병에서 하나씩 하나씩 배양하는데 여기서는 4천원짜리 생수통에 콩나물 시루 기르듯이 몇 천개씩 감자 줄기를 배양할 수 있고, 이것을 모판에 심으면 3개월만에 감자가 주렁 주렁 달리게 되는 기술입니다. 이것을 다시 땅속에 심으면 먹을 수 있는 감자가 되고요. 감자 씨눈을 떼내어서 거기서 줄기를 배양하는 시스템입니다.
감자는 수분 덩어리여서 저장 보관이 어려워요. 현재는 씨감자 하나의 생산 단가가 1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너무 비싸서 경제성이 없죠. 그런데 김재훈 박사는 대량생산을 통해 100원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겁니다. 여기서 4명이 일해서 1년 동안 씨감자 1~2천만개를 생산해낼 수 있는데, 농진청에서는 몇백억을 지원해서 겨우 10만개 밖에 못 만들어요.”
정 장관님의 설명을 들으며 줄기 배양 기술과 모판 이식 모습, 노지 재배 과정까지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 모판에 이식해 줄기를 재배하는 단계
▲ 기본종 재배 단계
▲ 줄기 재배를 통해 생산된 씨감자
▲ 노지 재배 단계
그리고 스님은 정 장관님과 함께 통일 씨감자 연구를 하고 있는 김재훈 박사님의 설명까지 다 듣고 나서 “나름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 우선 면밀하게 실험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특히 획기적인 증산이 가능하다면 이 기술을 북한에 지원해서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차차 검토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씨감자를 북한에 10만개씩 각 도별로 주든지 해서 실험적으로 재배해 보도록 하고, 수확량이 어떤지를 점검해봐야 될 것 같아요. 북한의 평균 수확량보다 적으면 우리가 다 물어주겠다고 하고, 평균 수확량보다 많으면 북한에서 다 가져라고 하면서 시작해야 될 거예요. 그래서 수확량이 월등히 좋아서 북한에서 관심을 보이면 김 박사님이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하시면 될 겁니다.”
김 박사님은 “일단 하우스와 모판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북한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식량 생산량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어요. 감자는 줄기 배양을 통해 윗 세대를 심으면 바이러스가 없는 좋은 감자를 쉽게 얻을 수 있거든요.”라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실험 재배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대면적에 재배할 때 발생할 때 생각지 못한 병충해가 생기거나, 토양에 따른 변수, 또 북한은 비닐 멀칭이 어렵고, 비료를 주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전에 스님이 함경북도 온성군에 직접 농업 지원을 해봤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도 내년에 한번 실험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내년 봄에 저도 작은 땅에 실험해 볼게요. 비닐, 비료, 퇴비 각각의 조건에 따른 생산량 차이를 비교해 봐야 하거든요. 여러 통계를 내어서 북한 상황에 맞게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에서도 실패를 안 하지 우리 계산대로만 해보고 제안하면 안 돼요. 최소한 열가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심어봐야 할 것 같아요. 감자는 원래 모래땅에 잘 되는데, 모래땅인지 진땅인지도 체크해야 해요. 산 모래땅에 심어야 알도 굵고 껍질이 터실터실해서 삶으면 분이 확 나서 맛이 좋아요. 그런데 이 씨감자는 비료가 3분의1만 주어도 같은 효과가 난다고 하니까 비료가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이죠.”
스님의 예리한 지적에 정 장관님은 “감자 전문가를 제가 몰라봤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웃었습니다.
식생원을 다 둘러보고 난 후 담소를 나누다가 인사를 한 후 식생원을 나왔습니다. 통일 씨감자 사업이 북한과 잘 성사가 되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담양에서 광양으로 가는 길에도 역시 황금 들녘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가을의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코스모스를 보고서는 ‘원고는 나중에 보고 가을 구경 좀 해야겠다’며 차창 밖을 한참 동안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연이어 계속된 강연 때문에 많이 피곤했는지 차 안에서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광양시 중마동 커뮤니티센터 다목적홀에는 저녁 7시가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 광양 커뮤니티센터
이번 강연은 광양에서 열리지만 광양 순천 여수 광주에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강연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여러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다보니 다른때보다 시끌법적한 잔치집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강연장에 마련된 340석의 자리를 다 채우고 자리가 없으신 분들은 복도와 계단에도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공업도시에서 진행된 강연이라 젊은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 소개 영상이 끝나고 법륜 스님이 등장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스님은 청중의 환호에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중2, 고1을 둔 엄마는 아이들을 학원에도 보내 보았지만 성적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남편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물었고, 55세 예비 은퇴자라고 하신 남자분은 지금까지 가족들을 위해 살아오다보니 나를 위해서는 살아보지 못해 외롭고 삶이 공허하다며 외로움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40대 남성분은 늦게 결혼에서 낳은 아들이 뇌성마비로 다리를 절고, 최근엔 백반증인 난치병을 얻어 고통이 큰데 이런 아들을 보는 아빠의 마음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물었고, 31세의 미혼인 여성은 현재 하고 있는 회계일을 그만두고 사회복지사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고, 4살 아이를 가진 아빠는 나쁜 아빠가 되지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물었고, 계량한복을 입은 남자분은 불법에서 정법과 외도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질문마다 명쾌한 답변도 좋았지만 스님의 재미있는 비유가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남편이 주말에 쇼파에 누워서 TV만 보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않아서 못마땅하다는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애를 7년 하고 결혼한 지 7년이 되었는데 요즘 남편을 보면 게으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이들이 7살, 4살이다 보니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주말에는 집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 해요. 그런데 남편이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리모콘만 잡고 있으니까 이런 남편을 매주 보는 게 좀 힘들어요. 나가자고 하면 서로 싸우게 돼요. 몇 번은 나가주지만, 매번 나가자고 이야기해야 하는 저도 힘들고요. 스스로 나서서 같이 가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피곤한데 어떻게 그래요.” (청중 웃음)
“그 마음도 알겠는데 아이들과 같이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좋잖아요. 제가 나가는 걸 좀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나가자고 하고요...”
“애들하고 나가서 놀면 좋겠다는 건 누구 생각이에요?”
“제 생각이요.”
“그래요. 그건 질문자 생각이지 남편 생각은 아니잖아요.”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해보긴 했는데...”
“대화의 목표가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잖아요. 내 의견을 설득시켜서 끌고 가려 드는 건 대화가 아니죠. 독재 근성이 있으시네요.” (청중 웃음)
“게으른 남편이 조금 바뀌었으면 해서요...”
“게으른 게 아니라니까요. 남편이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잖아요. 주말에는 좀 쉬게 두세요.”
“하루만 쉬면 되잖아요.”
“하루만 쉬면 된다는 건 누구 생각이에요? 남편은 3일 쉬고 싶은데 이틀 밖에 못 쉬어서 피곤한 거예요. 그런데 그 시간을 빼앗겠다니까 짜증을 내죠. 애들이 뛰어놀면 놀도록 놔두고, 데리고 나가고 싶으면 질문자가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요. 안 그래도 5일 동안 직장 나가느라 피곤한 남편한테 왜 그래요? 애들은 밖에 내보내서 ‘너희들끼리 놀아라’ 하고 남편 누워 있으면 차도 끓여다주고 커피도 끓여다주고 먹을 것도 갖다 줘야죠. 그래야 남편 입장에서는 결혼한 재미가 있을 거 아니에요.” (질문자 웃음)
“처음에는 그렇게 했는데 자꾸 그러다 보니까 습관적으로 당연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어서요.”
“남편이 번 돈을 술집이나 다른 데 가서 쓰면 서비스가 질문자가 해주는 그것보다 훨씬 좋아요. 서비스 할 때마다 돈을 조금씩 주면 서비스가 좋아질텐데, 한꺼번에 목돈을 그냥 줘버리니 서비스가 없는 것 같네요. (청중 웃음과 박수)
자꾸 그렇게 잔소리하면 남편이 밖으로 돌아요. 밖에서는 돈을 주면 왕처럼 대우해주거든요. 어깨도 주물러주고 맛있는 것도 갖다 주고 친절하게 해주잖아요. 남편이 밖으로 돌아서 골치 썩히지 않고 주말에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워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 이야기 한번 들어봐요. 매일 골프 치러 간다, 등산 간다, 친구 만나서 논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내 남편은 주말에 딱 들어앉아 있으니 좋잖아요. 그런데도 이러면 저게 문제고 저러면 이게 문제고 끝이 없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옛날에 내가 어쩌다 결혼이라도 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어요. 절벽에 떨어질 뻔 하다가 살아난 기분이에요, 하하. (청중 웃음)
그러니 남편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주중에 자기 직장 생활 충실히 하고 주말에 누워서 TV 좀 보는 게 어때서요? 그렇다고 월요일 아침에 일 안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한두 번이 아니니까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요.”
“화가 치미는 건 재앙을 자초하는 거예요. 엄마가 그렇게 화를 내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엄마로 인해 아이들도 멀쩡히 직장 잘 다니는 아빠를 나쁘게 보게 됩니다.”
“그럼 제가 나쁜 거예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청중 웃음)
"네"
"남편이 누워 있는데 옆에서 마누라가 계속 잔소리하면 남편이 화가 나요. 그러면 처음에는 성질을 내고, 심하면 물건을 집어던지다가, 그 다음엔 나가버려요. 질문자는 지금 애 손 잡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남편을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거예요. 이제 나갈 때가 거의 다 되어갑니다. (청중 웃음)
그러면 나중에 또 후회해요. 호강에 받쳐서 요강 깨는 격이에요. 남자들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여기 남자분들 중 제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들어보세요. (청중 웃음)
그러니 질문자는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거예요.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몰라요. 저런 아내와 살면 남편 속이 좀 답답해져요. 답답하니까 화를 내는 거예요.“
“그러면 저 스스로 풀어야 하는 거예요?”
“푸는 게 아니라 고맙게 생각하면 됩니다.”
“고마운 마음이 별로 안 드는데요. 직장생활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한창 크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어야...”
“아이들은 질문자가 키우면 되죠.”
“아빠의 역할도 필요하잖아요.”
“물론 아빠가 더 놀아주는 게 좋죠. 그러나 그건 의무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애가 공부를 하면 좋은 일이지만 안 한다고 야단쳐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아빠가 애들과 놀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 놀아준다고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에요. 나쁜 사람은 아닌데 질문자가 화를 내니 상대방이 스트레스를 받죠. 하루 종일 누워 있다 하더라도 누워 있는 게 뭐가 나빠요?”
“가끔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어요.” (청중 웃음)
“그건 질문자의 성질이 더러운 거죠. (청중 웃음) 얼마나 성질이 더러우면 다른 사람 누워 있는 것도 꼴 보기 싫다고 하겠어요? 앉아 있는 것도 보기 싫고 TV 보는 것도 보기 싫다고 하잖아요. 그 사람은 그냥 주말에 피곤하고 힘드니까 누워서 TV나 좀 보고, 잠이나 좀 자고, 맛있는 거 있으면 좀 먹고 싶은 거예요. 첫째,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 둘째, 가만 내버려두세요. 셋째, 먹을 거나 좀 갖다 주세요.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청중 웃음)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 이제 아이들과 같이 이렇게 나가는 횟수가 잦아질까요?” (청중 웃음)
“또 계산하네요.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장사꾼이지. 그냥 남편이 원하는 대로 사랑으로 베풀어주세요. 아이들은 질문자가 알아서 키우고요.” (청중 웃음)
“저 혼자서 키우라고요?”
“남편 없으면 어떡할래요? 남편이 죽고 없으면 질문자가 돈도 벌고 애도 키워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 꼴 나려고 해요?”
“아니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마음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계속 못 알아듣고 있으시네요.”
“알겠습니다.”
“별로 아는 것 같지 않아요. (청중 웃음) 겉으론 ‘그런가’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그렇지, 애들 데리고 좀 나가면 좋잖아!’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러면 못 고칩니다. 질문자의 생각을 딱 바꿔야 해요. 남편이 주말에 쉬는 건 충분히 쉬도록 배려해주세요. 나가고 싶으면 내가 나가면 돼요.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거예요. 남자는 ‘5일간 열심히 일하고 왔으니까 주말에는 제발 나 좀 건드리지 마라, 좀 쉬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여자는 5일간 계속 집에만 있었으니까 ‘당신이 직장 안 나가는 주말에는 가족들 데리고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뭘 좀 해라’ 이래서 싸워요. 남자가 먼저 ‘여보, 5일 동안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지?’ 하고 차를 태워주면 좋죠. 그런데 질문자 복에 그런 남자를 못 만났잖아요. 자기 꼴을 좀 알아야죠. 7년 사귈 때 그렇지 않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 (청중 웃음)
“아뇨, 달라졌어요. 처음엔 안 그랬는데...”
“7년이나 사귀면서도 그걸 못 봤으니 질문자 잘못이에요. 그리고 또 아내라면 5일 동안 일하고 고생한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해도 ‘여보, 내버려두고 당신은 쉬어. 5일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또 무슨 일이야. 쉬어, 쉬어.’ 이렇게 해주세요. 상대를 좀 위해줘야 사랑이지, 내가 원하는 걸 해달라고 조르다가 그거 안 해준다고 미워하는 게 무슨 사랑이에요. 그러니 장사꾼처럼 머리 굴리지 말아요. ‘이렇게 해주면 나 데리고 나갈까요?’ 이게 무슨 소리예요? 주산알은 그만 튕기고 그냥 해줘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질문자가 스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되묻자 청중들의 웃음이 빵빵 터졌습니다. 아내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편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답변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질문자의 밝아진 표정을 보면서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고, 닫는 말씀을 하면서도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서 다시 한번 우리가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말에 좀 누워서 TV 보는 게 뭐가 문제라고 그걸 갖고 성질을 내고 그래요? (청중 웃음) 애가 공부 안 하는 게 뭐가 문제예요? 자기가 공부 안 하겠다잖아요.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 생각대로 문제를 삼아서 자꾸 분란을 일으키니 인생이 복잡한 거예요. 결혼할 때는 싸우려고 결혼한 게 아니라 행복하려고 결혼했잖아요.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혼자서는 몰라도 둘이 사는데 어떻게 그게 되겠어요? 하나는 불 끄고 자자는데 하나는 할 일 있다고 하고, 하나는 TV 보자는데 하나는 책 보자 하고, 하나는 김치찌개 해먹자는데 하나는 두부찌개 해먹자는 게 인생이에요. 내가 맞추면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반드시 맞춰야 되는 건 아닙니다. 김치찌개 먹자고 해도 ‘아니야, 두부찌개 먹자’ 하고 한번 세워봐도 돼요. 따라오면 다행이고, 안 따라오면 ‘너는 김치찌개 먹고 나는 두부찌개 먹자’ 이렇게 나눠 먹어도 됩니다.(청중 웃음)
그게 꼭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한 명은 ‘짜장면 먹으러 가자’ 하고 한 명은 ‘비빔밥 먹으러 가자’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짜장면 먹고 싶어도 상대방한테 맞춰서 비빔밥 먹으러 가든지, ‘비빔밥은 내일 먹자’ 하고 짜장면 먹으러 끌고 가든지, ‘너는 비빔밥 먹고 나는 짜장면 먹은 뒤 이따 저 앞에서 보자’ 이러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연애나 결혼을 해서 밥을 따로 먹으면 왜 안 돼요? 왜 둘이 꼭 같이 가서 맞상해서 먹어야 해요? 따로 먹고 보면 되죠. 부부니까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부 사이가 자꾸 나빠지는 거예요. 서로를 옥죄잖아요. 소파에 누워 있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예요? 자기 할 일 다 하고 주말에 들어와서 앉아 있든 누워 있든 엎드려 있든 그게 질문자와 무슨 상관인데요?” (청중 웃음)
스님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지만 청중석에서는 더 큰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욕심의 뿌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종교의 진정한 역할은 세상에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배고픈 사람, 가난한 사람,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가 나라를 지키는 일은 투표를 잘해서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인생은 두 가지예요.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똑같은 마음이라도 사회 조건이 변하면 행복도가 달라져요. 이 두 가지를 다 해야 해요. 자기 마음을 바로잡아서 행복해지는 게 수행, 즉 성불로 가는 길입니다. 세상을 바로잡아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정토 건설이에요.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두 길을 다 가야 해요. 이 둘을 동시에 행하는 자를 보디사트바, 보살이라고 하는 겁니다. 보살의 원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에요. 그래서 아까 소개영상을 보면 제가 수행도 지도하지만 환경운동도 하고 평화운동도 하잖습니까.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도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 행사를 똑바로 해야 해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이 끝나자 청중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고 이어서 책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책을 가슴에 안고 사인을 기다렸는데,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선물한다며 여러권을 사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아마 강연의 감동을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아 남편이 얄밉다는 질문자에게 다가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보니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고 답해주었습니다. 한층 밝아진 표정의 질문자를 보니 덩달아 기뻤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스님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사진 촬영에 환한 미소로 응해주었습니다.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웃음으로 응해주었습니다.
▲ 오늘 강연을 준비한 광양 정토법당 자원봉사자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스님은 봉사자들이 각각 어느 법당 소속인지 확인한 후 “수고 많았다”며 격려도 해주고 합장을 하며 고마운 마음도 표현해 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일일이 챙겨주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많은 자원 봉사자들도 흥겨운 잔치를 정리하듯 즐거운 얼굴로 행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오늘 행사를 주관하는 자원 봉사자들과 청중 모두 가슴 속에 행복에 대한 답을 하나씩 담아가는 즐거운 강연이었습니다.
광양을 출발한 스님은 밤 12시가 넘어서 울산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 2시30분부터는 청춘콘서트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서포터즈들을 위해 김제동씨와 함께 경주에서 특강을 해줄 예정입니다.
※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인도 성지순례' 참가자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의 10대 성지를 내 발로 직접 밟아보고 그 감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래 배너에서 직접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5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