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9.7 수원 통일의병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수원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두북 정토수련원 법당에서 법사단과 함께 새벽 예불을 올린 스님은 법사단과 함께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 두북 정토수련원

 

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스님이 직접 텃밭에서 기른 수박을 잘라서 법사단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수박이 속 깊이 익어서 달고 맛있었습니다. 수박을 먹으며 어제 법사단 회의 결과와 관련하여 몇가지 의논을 한 후 아침 7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 법사단에게 직접 키운 수박을 잘라주고 있는 스님

 

연이어 강연이 계속되면서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12시 쯤 서울에 도착해 곧바로 이비인후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점심도 드실 시간도 없이 서울 정토회관에 들러 세수만 한 후 곧바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1시 30분부터는 국회의사당 내에 위치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사진전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일정상 사진전 같은 데는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의장님이 종교계를 대표해서 스님이 꼭 오셔서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정 의장님은 대학 시절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첫 개인사진전을 열어본 후 43년 만인 오늘에서야 두 번째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의 사진전

 

의장님이 종교계를 대표해서 스님께 축사를 요청하자 스님은 간단히 사진전을 본 소감과 부탁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스님인데 왜 사진전에 와서 축사까지 하게 되었냐면, 저도 고등학교 때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실에 있으면서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의장님과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오늘 사진전이 있으니 축사를 꼭 해달라고 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정의화 의장님의 사진을 보면서 사진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면 첫째는 사진은 그림과 달리 사실대로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데 사진은 현실을 사실대로 나타냅니다. 둘째는 사실대로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인도에서 굉장히 초라한 아주머니의 옷을 찍었는데 사진으로 보면 굉장히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어요. 의장님의 사진에서도 인디언 여성들이 옷을 벗은 사진을 보았는데 사실은 야한데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성스러워 보이잖아요. 사진은 더러운 것도 깨끗하게 보이게 하고 속된 것도 성스럽게 보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데서 저는 의장님도 정치를 사진처럼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정말 국민의 뜻이 사진처럼 사실대로 구현되는 그런 정치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나 세상이란 것은 또한 속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된 것에 너무 빠지지 말고 속된 것이 성스럽게 보일 수 있는, 야한 것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더러운 것이 깨끗하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사진 같은 정치를 해주십사 하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사진과 같은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에 정 의장님을 비롯해 함께 자리한 많은 분들의 큰 박수로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의장님은 시간을 내어준 스님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했고, 함께 자리한 몇몇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집무실에서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오후 6시에 정토회관을 출발해 저녁 6시 40분에 오늘 강연이 열리는 경기중소기업센터 경기홀에 도착했습니다.   

 


▲ 오늘 강연이 열린 경기중소기업센터 경기홀

 

저녁 7시가 되자 통일의병 소개 영상에 이어서 스님 소개 영상이 나간 후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먼저 스님은 이번 강연은 ‘통일의병’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했다고 하면서 인생 고민도 좋지만 사회 문제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질문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강연은 조금 특별합니다. 주로 정토회에서 주최해서 즉문즉설을 하지만, 오늘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활동하는 민간단체인 ‘통일의병’에서 이 강연회를 주최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힘이 드는 것이 마련이니까 개인적인 질문도 받긴 하겠습니다. 그래도 통일에 관련된 질문을 되도록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통일의병 측에서 어렵사리 강연 준비를 했는데 통일 이야기는 하나도 묻지 않고 개인적인 이야기만 물으면 주최 단체가 실망하잖아요.” (웃음) 

 


 

이어서 스님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점과 분단된 상태로는 더 이상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개인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행도 좋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전체적인 문제, 즉 공동체적인 문제에도 내가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수행자도 기독교인도 부자도 다 위험에 처하지 않습니까? 지난 50년간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루어낸 산업화의 결실과 우리의 소중한 인명을 결코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최근에도 마치 당장에라도 전쟁을 할 것 같은 위기에 처했잖습니까? ‘저놈들 까짓 거 한 달만 전쟁하면 이긴다.’ 이런 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현재 남북한이 보유한 화력을 고려할 때 전쟁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우리가 추구해야 합니다. 

 


 

또 전쟁이 없는 평화만 유지하면 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50여 년간은 분단된 상태로도 우리는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은 거의 발전이 안 되고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었어요. 성장이 둔화되고 있잖아요. 어떤 정치인이 이렇게 성장이 안 되는 게 노동자들이 쇠파이프 들고 시위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좀 편견인 것 같아요. 또 반대하는 쪽에서는 재벌 개혁을 못 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것도 편견입니다. 이런 문제들도 포함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살펴보면 이제는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어요. 분단된 상태에서 남한만 가지고는 더 이상 지속적 성장은 담보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6000년 전의 배달나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민족사를 강조하면서 통일 한국은 이를 계승하여 우리 민족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00년 동안 자주적인 독립국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음 속에 ‘우리는 약소국가다,’ ‘우리 국민성은 사대주의 성향이 있다’ 이렇게 좀 자학하는 성향이 깃들게 되었어요. 그러나 실제의 우리 민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6000년 전에 배달나라가 건국되었을 때에는 세계 최고의 문명국가였습니다. 배달나라를 계승한 조선나라도 청동기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였습니다. 이 고조선의 일파가 중국으로 가서 중원을 지배한 것이 은나라예요. 

 


 

그런데 청동기 문명에서 철기 문명으로 바뀔 때 중국의 철기 문명이 앞서가고, 우리는 청동기 문명에 안주하다가 주도권을 놓치게 되었어요. 그래도 부여가 동북방에서 강대했고, 부여를 계승한 고구려는 잃어버린 고조선의 옛 땅을 되찾겠다는 다물 정신으로 나라를 건국했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강대한 국가를 형성했습니다. 이때 한나라의 침공을 막겠다고 만들어진 다물군이 최초의 의병이었어요. 고구려가 패망하자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가 또 동북아 대륙에 큰 제국을 이루고 활약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때는 세계 최고의 문명을 이루었고 이후에도 동북아시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발해 멸망 이후에는 고구려와 발해에 속해 있던 토착세력인 제 부족들이 일어나 독립했지요. 거란족이 요나라를 세우고, 여진족이 금나라를 세우고, 몽골족이 원나라를 세우고,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우고, 왜가 대일본제국을 만들고, 이렇게 우리 아래에 있던 민족들이 다 한 번씩 대륙을 재패했습니다. 이런 천 년을 지나다 보니까 우리는 우리 민족의 웅대함이나 영광스러움을 다 잃어버리고, 원래부터 동북아 대륙의 한반도에 사는 작은 약소국인 양 잘못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50~60년 사이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잖아요. 지금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에 들어섰다고들 말해요. 약소국가가 노력한다고 이렇게 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 DNA 속에 고대의 웅대한 민족사가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맞았을 때 그게 발현되어 빠른 시일 내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저앉는다는 것은 좀 아깝지 않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만약 우리가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해서 남북 간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만들어낸다면 단순히 통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요즘은 이웃 나라와 싸워 이겨서 우리만 잘 되는 것은 세계의 추세가 아닙니다. 이웃 나라와 손잡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게 오늘날의 세계 추세입니다. 먼저 남북한이 협력해서 통일을 하고, 통일된 한국이 그 다음으로 일본 및 중국과 협력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고, 또 우리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면 앞으로 50년 쯤 지나면 문명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올 것입니다.”

 

스님의 가슴 뛰는 통일 이야기에 시작부터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하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총 4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여성분은 야속하기는 하지만 남편도 행복할 권리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 물었고, 이어서 또 같은 분은 회사에서도 못마땅한 상사가 있는데 항상 맞추며 살아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한 여성분은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의 친구 오남매와 인연이 되었지만 모두 정신불열증, 지적 장애, 자살 시도, 대인기피증 등으로 방황하고 있어서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었고, 마지막으로 한 남성분은 교회나 절에 가면 종교인들이 항상 통일을 외치지만 말 뿐이고 종교인의 3분 2가 팬티만 입고 삼보일배를 하면서 휴전선을 넘어가면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님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평범한 시민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던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저는 대통령도 아니면서 나라 걱정이 좀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스님의 책 ‘새로운 100년’을 읽었습니다. 특히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뿌리를 알게 되니까 가슴이 정말 후련해졌어요. 그리고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게 되니까 가슴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주변 정세를 보면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불안하고, 지뢰 사건으로 인해서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등 정치적 환경은 통일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저처럼 이제 통일 문제에 대해 막 눈을 뜬 사람들이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통일을 바라는 평범한 주부로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스님은 먼저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민족적 열등의식도 치유할 수 있다고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준 후 평범한 시민들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쉽고 간명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 통일을 누가 해야 할까요? 미국이 해줄까요? 미국은 지금 중국 봉쇄에 관심이 있을까요? 한국을 통일하는 데 관심이 있을까요?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고 나가는데 관심이 있을까요? 한국을 통일하는 데 관심이 있을까요? 일본은 지금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데 관심이 있을까요? 한국의 통일에 관심이 있을까요? 러시아가 한국 통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일까요? 

 


 

북한은 지금 자기 체제 지키기에 급급할까요? 통일에 전심전력을 쏟으려 할까요? 말은 통일은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자기 체제 지키기에 급급합니다. 우리도 약할 때는 우리를 지키는 데 급급했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킨 뒤 내세운 혁명공약 1번이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고...’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건 우리 체제를 지키는 게 국가의 제1목적이었다는 뜻이에요. 그것처럼 지금 북한은 자기 체제를 지키는 게 제1목적입니다. 

 

통일을 하려면 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은 대한민국 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능력 면에서는 통일을 주도할 만한 조건이 되지만 통일을 할 의지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볼 때는 통일을 하지 못하면 90%는 여기서 가라앉는 쪽으로 갈 거라고 봐요. 100%라고 하면 차라리 아무 노력을 안 할 텐데, 그래도 10%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면 탁월한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까요? 정치인들을 아무리 봐도 그럴 의지도 능력도 별로 없어 보여요. 우리나라 재벌들이 이 문제를 풀어나갈까요? 노동 조직들이 이 문제를 풀어나갈까요? 아니에요. 그러니 마지막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국민 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통일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통일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통일 노래를 부른다고 통일이 됩니까? 안 됩니다. 통일은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이건 다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하는 거예요. 북한 같은 경우,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다릅니다.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되어 있잖아요. 통일에 우리의 운명이 걸렸다고 하면 우리가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세우면 되겠지요. 현 정부가 통일 대박론까지 주장하고 있으니까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압력을 더 넣고요. 

 


 

그런데 통일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통일 지상주의가 되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이겨서 통일을 할지는 몰라도 나라가 풍비박산 나요. 반대로 평화 지상주의, 즉 평화만 유지되면 된다고 하면 분단 고착화로 갈 위험이 있어요. 우리는 평화도 필요하고 통일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평화가 우선이에요. 통일이란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통일하자는 거예요. 평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놓은 것을 파괴하지 말고 지켜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어요.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으려면 통일을 해야 하는데, 미래의 이익을 보고 지금의 것을 모두 날려버리는 모험 투자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현재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평화적 통일이라는 말은 북한과 서로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우리 식대로 하면 안 되고 협의를 해야 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책임자답게 주인이 되어서 통일을 추진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어느 정도 북한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협의를 한다는 것은 상대의 요구도 좀 받아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받아주는 게 바로 포용이에요. 강자가 약자의 요구를 좀 받아주면 포용이라고 하고, 약자가 강자에게 눌려서 양보하면 비굴이라고 해요. 그렇게 해야 우리 손으로 통일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한 이야기의 핵심은 ‘내가 뭘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하고 쉬운 방법은 투표를 잘 하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 내년 4월 총선에 국회의원을 뽑을 때 내 친구, 내 동창, 인물 잘 생긴 사람 이런 것들을 보지 말고, 여기에 공장을 세워준다 이런 것도 보지 말고, 투표의 핵심 기준을 통일에 대해 비전을 가진 사람인지를 놓고 비교해봐서 찍어주면 돼요. 

 


 

그리고 대통령 선거 때 경제를 성장시킨다거나 복지를 한다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통일정책을 제일 중요시해야 합니다. 입으로만 말하고 말 사람인지, 진정으로 추진할 사람인지, 북쪽에서 무력시위를 하더라도 적당히 다독이고 구슬려서 함께 갈 사람인지, 미국이 간섭해도 우리의 이익을 지키면서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할 사람인지, 중국이 뭐라고 해도 넘어가지 않고 우리의 이익인 평화와 통일에 딱 중심을 잡고 추진할 지도자인지를 보세요. 이걸 가장 중요하게 보고 투표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주식으로 치자면 소액주주니까 혼자 찍어봐야 큰 효과가 없어요. 주주총회할 때 결정권을 행사하려면 51%가 넘어야 합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10명이든 20명이든 100명이든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데려가서 투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독립 운동을 할 때는 총 들고 싸우다가 지면 죽었어요. 민주화 투쟁할 때는 돌멩이 들고 싸우다가 잡히면 감옥 갔어요. 그런데 투표는 국민의 권리기 때문에 손가락만 들고 가면 돼요. 그리고 설령 잘못된다 하더라도 아무 피해가 없어요. 너무너무 쉬워요. 이래서 무슨 운동이 되겠나 싶지요? 아닙니다.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 선배들이 목숨 걸고 싸워서 나라를 독립시켜줬고 민주투사들이 싸워서 민주화를 이루어줬잖아요. 그 덕분에 우리는 선배들 같은 모험을 하지 않고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것마저도 안 하려 든다는 겁니다. 이것조차 안 하려는 사람에게 비전이 있을까요? 없어요. 그러면 가라앉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는 뭘 해야 되느냐고 물었는데, 지금 말씀드린 것만 하면 돼요. 가만히 있다가 투표날에 가서 ‘이렇게 하면 된다’고 시키면 누가 말을 듣겠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계를 모으든지 해서 100명이든 1000명이든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아 질문자가 투표장으로 데려가세요. (청중들 웃음)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배우자에게 잘 해줘야 해요. 남편이 뭐라고 하든지 그저 ‘예, 예’ 하면서 잘 해주다가 나중에 ‘여보, 나한테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 이렇게 말해서 ‘뭔데?’ 하면 ‘이 사람 좀 찍어줄래?’ 이렇게 하세요. 정말로 통일에 열의가 있으면 마음에 안 드는 회사 직원한테도 잘해 주세요. ‘나는 당신한테 뭐 해 주지?’ 이러면 ‘아이고, 됐어요. 나도 부탁 있을 때 이야기할게요.’ 이러고 마냥 잘 해주세요. 그러다가 나중에 ‘부탁이 있는데요, 이 사람만 꼭 좀 찍어줄래요?’ 이렇게 해보세요. 

 

진짜로 통일에 열의가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해요. 그럴 정도로 우리가 열의가 있으면 나라를 바꿀 수 있습니다. 너무너무 쉬워요. 너무 쉬워서 오히려 안 되는지도 몰라요. ‘다 버리고 나와라. 총 들고 싸우자!’ 이러면 올 사람이 좀 있을 텐데 뭐 그런 걸 가지고 운동이라고 하느냐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 방법은 너무너무 쉬워요. 결혼생활을 해도 되고 직장을 다녀도 되고 밥 먹어도 되고 화장을 해도 돼요. 스님이 되려고 하면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 일은 그런 거 다 해도 돼요. 자기 생활 그대로 유지하면서 엄지손가락만 갖고 잘 하면 되잖아요. 요즘은 손가락 지문 찍는 것도 아니니 더 쉬워요. 

 


 

나라를 위해서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전에 시간이 남으면 북한 돕기에 좀 보태주세요. 북한에 굶어죽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라도 면하도록 보시도 좀 하고, 북한에 나무 심는다 하면 좀 보태고요. 통일되기 전에 나무를 미리 심어놓아야 해요. 아이들은 어때요? 지금 영양실조인 아이들을 나중에 통일 되고 나서 지원하려면 사회 보장기금이 엄청나게 듭니다. 지금 조금 도와줘서 영양실조를 면하게만 해줘도 통일 후에 지원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요. 이런 걸 선투자라고 해요. 지금 미리 나무 심어두면 나무가 자라는 데 30년쯤 걸리니까 좋잖아요. 나무가 총이 되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하기야 제가 예전에 북한 사람들 굶어죽는다고 지원하자 하니까 이런 플래카드를 붙이는 사람이 있긴 했어요. ‘우리가 지원한 쌀, 총알 되어 돌아온다’. 그래도 ‘우리가 심은 나무, 총알 되어 돌아온다’ 이런 플래카드는 안 붙을 것 같아요. 이제는 인식들이 좀 바뀌었으니까요. 20년 전에는 그랬어요. 그래서 돕자는 이야기 꺼내는 것만도 굉장히 어려웠어요. 돕자는 말만 꺼내도 북한 편드는 양 취급들을 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통일 운동을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제안합니다. 첫째, 역사 공부를 좀 하세요. 시험 치려고 공부하는 것 말고 우리 역사에 대해 공부를 좀 해서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자는 겁니다. 둘째,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지세요. 우리가 분단이 되고 전쟁까지 치렀지만 그래도 지난 50년 간 노력해서 산업화도 이루었고, 민주화도 이루었다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그러니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잘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절대로 잘 될 수가 없어요. 경제는 장기불황에 빠지고 안보도 미중의 경쟁 속에서 불안이 계속될 겁니다. 전에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었으니 미국 옆에만 붙어 있으면 됐지만 이제는 미국 옆에 붙어 있어도 보장이 안 됩니다. 미일 동맹에 우리가 붙어버려서 중국과 갈등이 생기면 경제가 하루아침에 굉장히 어려워져요. 옛 친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새 친구도 중요하고, 그 가운데서 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최고의 방법,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통일입니다. 이걸 딱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통일을 주도할 나라가 아무도 없고 대한민국뿐이에요.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하려면 강력한 통일지향적 정부를 우리가 세워야 해요.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도 마침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니 더욱 강력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우리가 독려를 합시다. 말만 하고 행동은 안 한다면 다음에는 정부를 바꾸어야 되겠죠. 지금까지는 투표를 할 때 야당, 여당, 경상도, 전라도, 진보, 보수 이런 게 판단기준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건 기준이 안 됩니다. 보수라도 통일만 강력히 추진한다면 밀어주자, 진보라도 통일만 강력히 추진한다면 밀어주자,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의 평가기준을 확 바꿔야 합니다. 통일이 우리에게 정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기준이 이렇게 바뀌어야 해요. 그런 자세로 임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통일을 분명한 기준으로 해서 투표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일러 주어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질문자도 청중들도 큰 박수로 스님의 답변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자 2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 질문하려고 대기하던 사람이 2명 더 남았지만 시간이 부족해 답변을 하지 못해서 다음 강연 장소에 찾아와서 질문하라고 양해를 구한 후 마지막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쉽고 간단한 행동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간단합니다. 손가락만 잘 누르면 됩니다. 손가락을 이리 놀리느냐 저리 놀리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달라져요. 그런데 혼자 오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데려와야 해요. 그래서 지금부터 100명을 모으겠다고 목표를 세우세요. 그러면 통일의병 1만 명만 있으면 100만 명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100만 표만 좌우해도 당락에 영향을 좀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통일을 추진해 줄 사람 없나? 그렇게 해주면 우리의 100만 표를 주겠다’ 라고 하면 여야가 팽팽하게 맞설수록 그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다투어 통일 정책을 바꾸겠지요. 우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다시 바꿔오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또 바꿔오고, 이렇게 선거날까지 딱 중심을 잡고 있으면 양측이 표를 얻으려고 우리가 원하는 통일 방안을 내어놓을 거예요. 그러면 누가 되든 상관이 없어져요. 어차피 둘 다 정책이 비슷하게 되었기 때문에 누가 되든 똑같아요. (청중들 박수) 

 


 

한쪽이 되고 한쪽이 떨어지면 승패가 되잖아요. 그런데 표를 쥐고 ‘우리가 300만 표 갖고 있다’ 이러면 그 표 잡으려고 계속 정책을 바꾸다가 결국에는 양 진영이 비슷해질 거 아니에요. ‘비슷해지면 누굴 찍어요?’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걸 왜 걱정해요? 어차피 비슷하면 누굴 찍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데요. (웃음)

 


 

이런 정도의 자세만 갖는다면 우리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어요. 밥 굶던 시절,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열심히 일했던 그 시절에 우리가 지금처럼 잘 살게 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루어졌어요.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할 당시에는 이 정도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잖아요. 그것처럼 통일도 우리 국민들이 딱 마음먹고 시작하면 과거처럼 희생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통일시민학교에 등록을 하셔서 3주 교육 받고, 통일을 원한다면 저처럼 이렇게 뺏지도 다세요. 행동은 다만 투표만 잘 하면 됩니다. 갈 때 혼자 가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 사람을 모으세요. 누굴 찍으라고 하면 선거운동 한다고 하니까 그러지 말고 평소에 잘 해주세요. 커피도 사주고 술도 사주며 잘 해주다가 상대가 ‘답례로 뭐 해줄까’ 하면 투표만 잘해 달라고 하면 돼요. 정치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각성을 해야 하니까 통일시민학교에 주위 사람들을 많이 참여시키는 운동을 함께 해봅시다. 우리 손으로 나라의 운명을 바꿔봅시다.”

 

우리 손으로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보자는 스님의 호소에 청중들은 다시 한 번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강연은 다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준비한 스텝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오고 청중들도 기립을 한 채 서로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를 시작하려는 찰나 뒤늦게 수원 시장님이 도착해 스님께 꽃다발을 건냈고, 시장님도 스님과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 강연 후 스님에게 꽃다발을 건낸 수원 시장님

 


▲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나와서 방금 스님이 언급해 준 통일시민학교에 대해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수원에서는 9월 11일과 19일 2일에 걸쳐 통일시민학교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 수원 통일시민학교 일정과 참가방법

 

강연장 입구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오늘 강연을 들었던 수원 시민들은 사인을 받으며 “스님, 소중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고, 스님은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며 환한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사인을 받는 사람 중에 초등학교 여학생 한 명이 보이자 스님은 “오늘 지루해서 힘들었지?” 라고 물어보면서 “너가 질문했으면 오늘 강연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면서 웃음을 띠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 준비를 위해 곳곳에서 소임을 맡아 수고해준 통일의병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를 씩씩하게 외치는 모습에서 통일을 향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사진 촬영 후 다시 대기실로 가서 늦게 도착한 수원 시장님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시장님은 시정 활동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스님은 애정을 담아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장을 빠져나오닌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수원을 출발하여 다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밤늦게까지 원고 교정을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광주에서 김제동씨와 함께하는 청춘콘서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2015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과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이 펼쳐집니다. 우리 동네 강연 일정을 확인하시고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래 배너를 누르고 사전 신청을 하세요.

 

<사전 신청하기>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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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lt;그런데 우리는 최근 50~60년 사이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잖아요. 지금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에 들어섰다고들 말해요. 약소국가가 노력한다고 이렇게 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 DNA 속에 고대의 웅대한 민족사가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맞았을 때 그게 발현되어 빠른 시일 내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저앉는다는 것은 좀 아깝지 않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gt;&gt; 스님이 기르신 수박은 정말 달고 맛있었겠어요^^*통일의병 하늘색 조끼가 넘 맘에 듭니다~팔지는 않으시나요?ㅎ정말 입어보고 싶네요..^^*

2015-09-21 00:40:17

평정심

아이하고 같이 가려고 했는데 못가게되어서 너무 아쉽습니다..<br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가겠습니다.<br />스님..감사합니다..

2015-09-10 01:19:45

하늘바람별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2015-09-09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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