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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부산 대강연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대화 시간을 가진 후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인 통도사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부산 KBS홀에서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을 하셨습니다.
새벽4시30분, 오늘도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새벽 예불 및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 후에는 INEB 동남아 스님들을 위해 스님께서 직접 음식물 테이블 셋팅을 해주셨습니다.
▲ 두북 정토수련원
아침 식사는 최말순 보살님과 묘광 법사님, 화광 법사님 세 분이서 어제부터 정성을 다하여 준비해 주셨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식사를 준비해주신 세분께 감사 기도와 축언을 함께 한 후 맛있게 식사를 드셨습니다.
▲ 식사 전 감사 기도를 하고 있는 동남아 스님들
식사 후 스님께서는 동남아 스님들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어떤 사람이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습니까?”, “수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변하도록 수련을 해야 하지 않는지?”, “부모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스님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극단적이였는데 요즘은 타협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정토회는 어떻게 기복 신앙을 붓다에 대한 존경으로 바꿀 수 있었는지?”, “집착을 내려놓은 방법을 어떻게 가르치시는지?” 등 많은 질문들을 스님께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강연을 하면서 어떤 사회변화를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스님께서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아직 사회 변화 정도까지는 안돼요. 조그만 변화가 있다면 세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첫째, 아기를 낳으면 세 살 때까지는 엄마가 정성껏 키워라. 둘째, 청소년들에게 너무 간섭을 하지 말고 스무살이 넘으면 더 이상 관여를 하지 말아라. 이렇게 강조를 계속 하니까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셋째, 부부관계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담긴 책이 아주 많이 팔려서 이혼하려는 사람들이나 부부 갈등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불교는 복을 비는 것이 대부분인데 자기 마음을 닦아서 행복해지는 수행에 대한 요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장을 하려면 거의 10대1 정도의 경쟁률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 못 오는 사람들이 위빠사나 수행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련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어제 미얀마에서 온 시타구 사야도의 제자는 한국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법륜 스님 법문을 듣고 자신의 수행처로 많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아직 뚜렷하게 성과로 나타난 것은 없고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정토회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정토회는 30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안에서의 목표는 동네마다 수행 모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내년까지 목표는 시군구까지 확대하는 것입니다. 22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때는 하나의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때 목표가 남북한에 5천개의 동이 있는데 모든 동에 수행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10년 동안 겨우 10개 정도 만들었어요. 다음 10년 동안 50개 정도 만들었어요. 이번 3년 동안은 200개를 만들려고 해요. 현재 110개 정도까지 만들었어요. 앞으로 8년 남았는데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수행을 많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통 불교에 기반을 두지 않고 전혀 새로 시작했습니다. 전통불교의 의식은 한문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대부분 한글로 바꾸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겐 전통 의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침기도와 저녁예불은 모두 전통 방식입니다. 이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지금 큰 장애입니다. 다른 종교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도 장애입니다. 법문은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이 되는데, 절에 오면 이 전통문화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음 30년 계획에는 이것을 다 바꾸어야 합니다. 첫째,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둘째,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셋째, 외국인을 위해서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모두 자기식으로 수행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관세음보살을 염하면서 절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뇌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고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탈과 열반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입니다.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바른 길과 쉬운 길을 어떻게 개발하느냐 입니다.
한국 사회 안에서의 목표는 평화와 통일에 맞춰져 있습니다. 만약에 정부가 그 길로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부가 그 길로 가도록 행동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은 늘 수행을 해야 하지만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마음의 평화만 추구하고 사회적 모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것이 됩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정토회에 대해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며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정토회 활동을 먼저 보여준 후 다시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번 INEB 방문단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침 대화 시간을 마친 후에는 평화재단 이승용 팀장의 안내로 경주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의 이야기, 청운교와 백운교, 석가탑과 다보탑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들으면서 동남아 스님들은 한국의 전통 불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불국사
다시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와서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기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을 견학하였고, 이어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인 통도사를 방문했습니다.
▲ 통도사
스님께서는 “이 절은 신라 시대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가서 부처님의 사리를 받아와서 지은 절입니다. AD 642년에 지어졌습니다.” 라고 짧게 소개한 뒤 통도사 경내 곳곳을 함께 둘러보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곳으로 유명한데, 문이 잠겨 있었지만 마침 이곳 교무스님과 전화 연락이 닿아 사리가 봉안된 금강 계단을 참배할 수 있었습니다.
▲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금강계단
그리고 대웅전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연못에 얽힌 설화도 스님께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구룡지연
“이곳은 아홉 마리의 용이 있는 연못이라는 뜻의 ‘구룡지연’입니다. 원래 이 지역은 습지였습니다. 그것을 메웠어요. 이 습지에 아홉 마리의 용이 있었는데, 자장 율사가 그것을 다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눈 먼 용이 한 마리가 있어서 자기는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이 절을 지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용이 여기서 살도록 이 연못을 남겼다고 합니다. 신라시대는 나라를 용이 지켜준다는 신앙이 있었습니다.”
스님의 자상한 설명을 들으며 동남아 스님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스님께서 설명해주신 곳마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통도사를 모두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스님께서는 “통도사의 관할 아래에 큰 암자가 무려 16개나 있어요” 하시면서 “이 절은 규모 면에서 아마 정토회의 100배 정도는 될 겁니다” 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토회가 미약한 규모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는지 상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통도사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부산 KBS홀로 향했습니다. 메르스의 확산과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관계로 참가자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스님께서는 “참가자가 적게 와도 괜찮으니 비가 왕창 내려서 가뭄이 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농사가 안되어서 안절부절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동남아 스님들께 광안대교를 보여주었습니다. 높고 길게 뻗은 다리 위를 생생 달리며 높은 빌딩들이 빼곡이 들어선 부산의 모습을 잠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 광안대교
부산 KBS홀에는 강연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스님께서는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다시 INEB 동남아 스님들과의 대화 시간을 이어나가셨습니다.
부산을 포함한 한국의 가야 지역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된 이야기, 혜초 스님의 인도 방문 이야기, 타고르가 일제 식민지 시대의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한 이유, 일제 식민지 시대에 용성 스님의 독립운동과 불교 개혁 이야기, 테라바타와 마하야나, 탄트라, 선불교 네 가지가 함께 어우러진 한국불교의 특징 등 많은 이야기들을 1시간 동안 들려주셨습니다.
오늘 부산 KBS홀에서 열리는 즉문즉설 강연은 동래정토회의 자원활동가들이 주관을 맡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에 자리하고 있는 여러 정토회와 소속 법당 봉사자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홍보에 힘을 기울였는데, 기발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홍보를 하며 참여했던 봉사자들과 구경했던 시민들 모두 즐거웠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강연회에 와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괴로움을 덜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며 밤낮없이 번화가, 유원지, 주택가 등 여러 곳에서 포스트와 현수막을 붙이고 전단지를 돌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른 아침부터 동래정토회 불교대와 경전반 재학생들이 중심이 된 100여명의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강연회 시작 시각은 오후 7시 30분이지만, 오후 5시부터 강연장 주변으로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과 비까지 오는 궂은 날씨로 강연회 참가자 수가 적을까봐 걱정을 했지만, 걱정과는 달리 입장하는 시민들의 수가 적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밝은 얼굴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행사를 주관한 동래정토회 측에서는 행사장에 출입하는 모든 시민들을 줄을 세워서 입장하기 전 손 세척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호흡기 질환이나 기침 환자는 출입을 통제하고, 2주 안에 서울 대형병원에 입원했거나 병문안을 다녀온 분들은 출입을 삼가하도록 안내하는 등 메르스 대책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참석한 시민들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7시부터는 해운대 소리 합창단과 ‘소리지’ 오카리나 봉사 공연단의 아름다운 선율을 담은 공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장 3층까지 2000석이 모두 채워지고 7시30분이 되자 스님께서 무대에 오르시고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부산 KBS홀
스님께서 먼저 환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오늘 같은 날 겁도 없이 이렇게 많이 오셨어요?”하고 인사하셔서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어 스님께서는 “오늘 행사를 부산 시민을 위해 정토회 회원들이 많이 준비했는데 낙담을 많이 했어요. 오늘 용기를 내서 오신 만큼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하고 말씀하시며 ‘즉문즉설’은 어떤 강연인가를 설명해주신 후 청중들의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오늘은 모두 11명의 질문자가 질문을 하였습니다. 스물한살 된 딸이 입시를 준비하다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 발작을 일으켜 조울증 치료를 받는 중인데 어린 아이처럼 행동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는 분, 25년째 생활 능력도 없고 집안일도 하지 않는 천하태평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 3년 전 스님께 질문을 해 편안함을 얻었다고 하며 앞으로 직장생활을 고민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 태어나면서부터 팔자가 사나운데 지금까지 외롭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분,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가려서 사랑하는지 궁금해 하는 기독교인, 직장에서 상사들의 짜증 때문에 직장에 가기 힘들다는 30대 여성분, 8개월 전 남편과 사별해서 49재를 지냈는데 주위 사람들이 남편이 꿈에 나타난다고 해서 다시 천도재를 지내야 할지 고민인 분, 일에만 집중하고 사람에게는 관심없는 자신을 바꾸고 싶어하는 분,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는 친정아버지를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분, 작년 여름에 막내 아들을 하늘 나라로 보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머니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께서는 정성껏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시어머니와 시동생, 시누이를 데려와서 같이 살고 싶어하는 남편 때문에 고민인 여성 분의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문답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문답 끝에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시댁을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기도를 하고 싶어요. 시부모님이 저한테 거는 기대감이 높아요. 저는 아이가 넷이 있어요. 시어머니한테는 딸이 있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집에 그대로 있어요. 이분은 나이가 37살인데 정신 연령은 7살이예요. 시어머니는 자기가 죽고 나면 자기 딸의 보호자가 필요한데 그 일을 저희 부부에게 넘기려고 하세요.”
“시어머니가 몇 살이예요?”
“이제 환갑 지나셨어요.”
“한국인 여성의 평균 수명으로 계산하면 시어머니가 앞으로 몇 년 더 사실까요?”
“한 20년 더 사시겠죠.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죽은 뒤에 딸을 맡긴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20년 동안은 안 맡길 것 아니예요? 그러니 20년 뒤의 일을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저희가 허락만 하면 언제든지 같이 사실려는 마음을 자꾸 내비치시거든요.”
“그러면 같이 안 살면 되지요.” (청중들 웃음)
“그런데 신랑은 부모님이 원하니까 그렇게 해주고 싶어 해요.”
“그건 안된다고 얘기하면 되지요.”
“안된다고 얘기하니까 제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모이고, 좋아하는 사람의 여동생인데요.”
“그래도 안된다고 얘기하면 돼요. 남편은 자기 부모와 자기 여동생을 데리고 살고 싶어 하겠지만 그것은 남편의 요구죠. 내가 어떻게 남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어요? 만약에 남편이 밖에 나가서 첩을 세 명이나 두고 싶은 요구가 있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자기가 들어줄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안되지요.”
“그 얘기나 이 얘기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청중들 웃음)
“그런데 신랑의 남동생도 있어요. 신랑의 남동생은 한달 전에 이혼을 했어요. 저희 집에 자꾸 들어올려고 합니다.”
“이제 남 얘기 그만 하고요. 안된다고 얘기하면 된다니까요. ‘내가 너하고 결혼했지 동생하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너 엄마하고 결혼한 것도 아니다. 너가 가서 엄마를 돌보든지, 너가 가서 너 동생을 돌보든지 하는 건 좋다. 그러나 나는 안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
“이미 그렇게 얘기는 했어요. 그런데 얘기하고 나니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까요?”
“네,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저는 미안한데요.”
“미안하면 데려와서 같이 살면 돼요.” (청중들 배꼽 잡으며 웃고 박수)
“길 가는 사람도 데려와서 같이 사는데, 시동생 시누이 시어머니를 데려와서 같이 못 살 이유가 없지요. 자기가 원하면 데려와서 같이 살면 돼요. 그런데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자기가 데려와서 살아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거절해도 괜찮아요.”
“저한테 자꾸 요구하는 느낌을 받으니까 남편한테 거리를 두게 되어서요.”
“남편한테는 잘해 주세요. 남편의 요구는 요구인 것이고, ‘여보, 그거는 안돼요’ 얘기하고 다른 건 또 잘해주세요. 또 그 얘기 하면 ‘여보, 그거는 안돼요’ 하고 또 다른 건 잘해주면 됩니다.”
“아하, 그렇네요.” (청중들 웃음)
“이제 그 방법을 알았어요?”
“네, 저는 그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괜찮아요. 백번 말해도 ‘여보, 그건 안돼요’ 말하고 다른 건 잘해주세요. 남편을 미워하지 말고요. ‘내가 백번 말했는데도 또 말해요?’ 이러면 안돼요. 같이 살고 싶은 건 남편의 의견이고, 안된다는 건 내 의견이니까요.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이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해도 ‘여보, 그건 안돼요. 나는 우리 가정의 행복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시부모님이 자꾸 불편함을 표시하면 어떡하죠?”
“불편함을 표시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예요? 불평을 좀 들으면 되지요. 그럼 불평 좀 안 들으려고 시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서로 원수 되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짜증내는 소리만 좀 듣고 말래요? 질문자가 저한테 묻고자 하는 심리는 시어머니도 짜증 안내고, 남편도 싫어하지 않고, 시어머니 안 모시고도 살 수 있는, 이런 길이 없느냐 하는 거죠? 그런 길은 없어요.” (청중들 웃음과 박수)
“남편과 대화를 하면 늘 허전하고 외롭습니다. 그럴 땐 어떡하죠?”
“우울한 마음으로 애기를 키우는 게 애기한테 나쁠까요? 즐겁게 애기 키우는 게 애기한테 좋을까요? 엄마가 이 남자와 사느냐, 저 남자와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은 애기가 볼 때 엄마가 행복한 것이 중요해요.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 아빠가 없어도 괜찮아요. 아빠가 죽었다고 울고 불고 하면 아빠가 죽어서 애기가 나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울고 불고 하기 때문에 애기가 나빠집니다. 아빠가 죽고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해도 엄마가 웃으면서 살면, 또 혼자 살아도 웃으면서 살면 애기는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본인이 우울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그런 요구를 자꾸 하니까 질문자가 지금 허전한 겁니다. 남편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는 입장을 분명히 하세요. 우리 가정을 지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남편은 또 자기 형제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겠지요. 그러나 두 가지를 섞을 필요가 없어요. 남편이 그런 것은 남편의 일이고, 나는 내 자식을 돌보는 것이 내 일이니까 남편이 돈 번 것 중에 나눠줄 수 있으면 돈을 좀 포기하면 돼요. 자기 번 돈을 자기 엄마한테 주는 것은 내가 상관할 필요가 없잖아요. 자기 동생한테 주는 돈도 내가 상관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게 간섭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그러나 ‘같이 사는 것은 안됩니다, 돈을 주는 것은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해야 합니다. 길 가는 사람한테도 보시하고 절에도 보시하는데 자기 가족한테 보시 좀 하면 어때요?
이렇게 삶의 가닥이 분명하면 아무 문제가 안돼요. 시어머니가 좀 싫어해도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하고요. ‘너는 같이 사는 게 싫니?’ 물으면 ‘저는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 보다는 우리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훨씬 좋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됩니다. ‘남편은 엄마 모시고 사는 게 좋겠지만 저는 둘이 사는 게 더 좋아요’ 이렇게 얘기하세요.”
“시어머니 눈이 아주 부리부리 하거든요.”
“부리부리 하면 어때요? 부리부리 하면 지 눈 부리부리 하지 나하고 무슨 상관이예요?" (청중들 배꼽 잡고 웃음)
"여자로 태어난 것이 큰 죄가 아니에요. 자기 중심을 딱 잡고 살면 돼요.”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마지막에 당당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하자 청중들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내주었습니다. 질문자의 밝아진 표정을 보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특히 오늘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지기도 했는데 스님께서는 마지막에 정리말씀을 해주시며 늘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줄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를 해주셨습니다.
“매일 아침 눈뜨면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 하고 감사히 생각하며 살면 행복해져요.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시원하고 유쾌한 스님의 답변에 청중들은 강연 내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객석의 청중들은 2시간 30분을 고뇌로부터 벗어나게끔 도와주신 스님께 큰 박수로 환호해 주었습니다.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와 더불어 자원봉사자들과의 단체사진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사진 촬영 후 동래 정토회 봉사자들은 2015년 상반기 희망세상 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을 무사히 끝내신 스님께 케익과 함께 꽃다발 증정을 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무대 뒤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수고가 많았던 팀장급 자원봉사자들과 짧은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행사를 주관한 동래정토회의 운영 현황과 애로사항을 경청한 후 몇가지 조언을 해주셨고, 또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연을 무사히 치러낸 봉사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몸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온갖 검진을 하고 많은 관심을 갖는데, 정신적인 병을 치료하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관심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서 우리가 하는 이런 일들은 보이지 않게 사회 공헌을 많이 하는 겁니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요. 공덕이 되니까 지치지 말고 계속해 나갑시다. 읍면동까지 이런 수행하는 모임이 늘어나면 사회 변화도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봉사자들은 스님의 격려를 듣고 더욱더 기운이 나는 듯 했습니다. 다함께 ‘동래정토회,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한 후 자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INEB 동남아 스님들은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고, 스님께서는 해운대 정토법당으로 이동하신 후 오늘 일정을 마치셨습니다. 내일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운문사를 방문하고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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