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6.9 INEB 동남아 스님들과 운문사 방문 및 청년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


▲ 운문사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운문사를 방문한 후 저녁에는 평화재단 청년리더십아카데미 수료생들을 위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새벽4시30분, 오늘은 해운대 정토법당에서 새벽 예불 및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 후에는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빵과 음료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 해운대 정토법당 

 

아침 식사 후 어제에 이어서 INEB 동남아 스님들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우선 동남아 스님들이 메르스에 대해 궁금해 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또 어제 부산 KBS홀에서 있었던 강연을 보고 소감이 어떠했는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도에서 온 우파난드(Upanand) 스님은 “인도에서는 이렇게 많은 대중이 모여서 법문을 들으면 매우 소란스러워서 집중이 안되는데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며 “질문들에 대해 스님이 재미있게 답변하니까 사람들이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 후 “이렇게 법회가 진행되면 젊은이들이 불교를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소감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즉문즉설은 괴로움의 원인과 그 해법을 찾아가는 ‘사성제’의 원리와 ‘아니짜’와 ‘아니따’, 즉 무상과 무아의 원리에 입각해서 답변이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INEB 동남아 승가방문단을 대표해서 태국에서 온 두사디(Dusadee) 스님이 연일 좋은 법문을 해주고 있는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태국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스투파를 조각한 모형물을 선물했습니다. 

 


 

해운대 법당을 출발한 INEB 승가 방문단은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운문사에 도착한 후 스님께서는 “이곳은 현재 비구니 사찰입니다. 많은 건물들이 보이시죠? 비구니가 되는 대학교가 이 안에 있습니다. 학생 스님이 약 150명 정도 있고, 상주하는 스님이 50명 정도 됩니다. 매일 아침 발우공양을 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보시하는 사람이 적어서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을 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동남아 스님들을 대웅전으로 안내했습니다. 

 


▲ 운문사

 

대웅전에 들어가 남방 불교식으로 기도를 올린 후 운문사 교무 스님인 지도 스님으로부터 환영 인사를 듣고 운문사 경내 곳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마침 운문사 회주 스님이셨던 명성 스님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서 정성을 기울여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부엌과 식당은 어떻게 생겼고, 농기구는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 등 비구니 스님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자세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성품 그대로 곳곳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처음 시작할 때 질서를 잘 잡아 놓으면 그것을 후배들이 그대로 배우기 때문에 깔끔한 문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또 “여기는 남자 출입 금지 구역인데 오늘 여러분들은 예외로 들어온 것”이라고 하셔서 동남아 스님들 모두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지도 스님은 INEB 동남아 승가방문단 일행을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담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고요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담한 공간에 예쁘게 가꾸어진 다담실이 나타났습니다. 

 


 

다담실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과일과 차를 마시며 서로 궁금한 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선 동남아에서 온 여성 수행자 분들이 한국의 비구니 제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 비구 스님들도 자신들의 나라에는 없는 비구니 제도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쏟아 내었습니다. 

 


 

태국에서도 여성 수행자를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마다 학생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은 지금 어떤지, 비구니 스님이 계를 받을 때는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받는지 비구 스님도 함께 참여하는지, 비구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과정을 배우게 되는지, 한국에서는 비구 스님이 비구니 스님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한지, 비구 스님은 왜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절을 받기만 하는지, 비구니 스님이 되었다가 환속한 사람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대학까지 졸업한 한국의 여성들이 왜 비구니 스님이 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동남아에서 온 여성 수행자 분들

 

특히 “한국에서는 비구니가 비구보다 차별받는 것이 많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스님께서 “승려로서는 차별받는 것이 없지만 종단의 중요 직책은 비구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과 동남아의 여성 수행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비구 스님들은 “국제 비구니 네트워크가 오늘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다들 흐뭇해 했습니다. 그래서 비구니 스님들끼리만 모여서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 한국의 비구님 스님들과 동남아의 여성 수행자들이 다함께

 

또 비구니 스님들은 운문사를 방문해준 스님께 “정말 귀중한 분이 오셨다”고 하면서 “저희들에게도 좋은 법문을 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가볍게 차를 마시면서 스님께서는 어떤 자세로 수행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공부는 억지로 하면 안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일종의 창조성이기 때문에 자발적이여야 합니다. 검도라든지 기수련 같이 파워를 갖기 위한 수련은 긴장을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해탈로 가는 길은 긴장을 하면 안되고 심리가 편안해야 돼요. 편안한 상태에서 정말 궁금해 해야 화두가 되지 궁금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잡고 있으면 화두를 드는 것이 어려워져요. 놓을래야 놓을 수 없어야 화두이지 들기가 어려운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은 화두가 아니에요. 

 

그래서 심리를 좀 편안하게 가지시고 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꾸 의심을 일으켜야 돼요. ‘왜 그러지?’ 이런 마음으로 집중을 해야 이치를 깨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선방에서 부목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공부를 억지로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억지로 하니까 자꾸 상기가 되고 불만이 생겨요. 그래서 중간에 선방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먹는 것 때문에 불만이 막 터져나오거든요. 그걸 보면서 공부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사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모양만 그럴듯하게 하는 것이지요. 

 

깨달음은 첫째, 마음이 편안한 상태여야 하고, 둘째, 굉장히 자발적이여야 합니다. 스스로 의문이 일어나는 쪽으로 자꾸 유도를 해야 해요. 깨달은 이후에만 편안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도 기쁨이 생겨야 되거든요. 물론 습관이라는 것이 있어서 까르마를 극복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만, ‘나에게 이런 습이 있구나’, ‘이런 나태심이 일어나구나’ 이것을 먼저 편안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면 안된다’고 자꾸 각오하면 긴장이 되잖아요. 상기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욕심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살피면서 정진하는 게 필요합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비구니 스님들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은 남방 불교에서 오신 스님들께 위빠사나는 어떤 수행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한 비구니 스님이 “위빠사나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태국에서 온 두사디 스님이 간단히 답해 주었습니다. 

 

 

▲ 위빠사나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두사디 스님

 

“제일 먼저 해야될 것은 일단 생각하는 습관을 딱 멈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흡을 알아차리든지, 몸을 움직일 때는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몸에 일어나는 감각도 어느 순간에 일어났다가 또 멈춘 것 같다가 또 조금 있으면 사라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위빠사나의 원리에 대해 다시 정리해 주셨습니다. 

 


 

“위빠사나의 핵심은 첫째,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긴장이 풀리니까 졸리거나 번뇌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둘째, 또렷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렷이 깨어있으려고 하면 긴장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편안해지면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이 둘의 모순을 극복해야 합니다. 편안한 가운데 또렷이 깨어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졸리거나 산만해지고, 그래서 약간 집중을 하면 다시 긴장이 됩니다. 그래서 이쪽으로 치우쳐져도 다시 돌아오고, 저쪽으로 치우쳐져도 다시 돌아오고, 편안한 가운데 뚜렷이 깨어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방 불교로 말하면 이것을 ‘사띠’, 즉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화두’라고 볼 수 있죠. 방법은 다르지만 원리는 거의 비슷해요. 

 

‘정정’은 편안한 가운데 집중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념’은 또렷이 깨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잘 안되지요. 된다 안된다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연습해야 합니다. 놓치면 다시 하고, 놓치면 다시 하고, 이것이 ‘정정진’입니다. 그래서 선정을 닦는 것을 ‘정정진’, ‘정념’, ‘정정’ 이렇게 말합니다. 

 

남방 불교는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또렷이 깨어있는 것을 하고, 우리는 화두에 또렷이 깨어있는 것을 하지요. 대상이나 방법이 조금 다르지 원리는 같습니다.” 

 

다시 비구니 스님이 “남방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정진을 하시나요?”라고 묻자 스님께서 다시 답해 주셨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바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음이 항상 긴장되기 쉬운데, 이분들은 어릴 때부터 모든 행위를 천천히 해요.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깨어있는 것이 수행이라고 하듯이 걸을 때는 걷는 데에 깨어있고, 먹을 때는 먹는 데에 깨어있고, 호흡할 때는 호흡에 깨어있고, 이렇게 모든 상태에 깨어있는 연습을 합니다. 좀 어렵죠. 위빠사나는 이런 수행을 하니까 한국 스님들처럼 화를 내거나 과함을 치거나 이런 건 거의 없어요.

 

선승이라는 사람들이 화를 내거나 과함을 치고, 어떨 때는 뚜드려 맞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그런 것이 전혀 없어요. 계율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을 중요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격이 비교적 원만한 편이에요.“

 

그러자 또 다른 비구니 스님이 선배 스님들의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실망할 때가 많다며 이럴 때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초납자들은 선배 스님들을 보면서 자신들보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는데, 똑같이 화를 내거나 충돌할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서 많이 실망하기도 하는데, 위빠사나 수행처럼 일상 생활 속에서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다면 자신의 변화도 가능하고, 초납자들도 선배 스님들을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어떤지요?” 

 


 

스님께서는 위빠사나와 선불교의 구분을 넘어서서 수행자라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사람은 세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더러움에 물드는 사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사람, 오히려 더러움을 닦아내는 사람입니다. 게으른 사람과 같이 살면 나도 게을러지는 것이 범부 중생입니다. 그래서 물들지 않으려고 떠나버리거나 가까이 가지 않음으로 해서 나쁜 것을 본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러움에 물드는 것이 범부중생이라면, 물들지 않기 위해 그 더러움에서 떠나는 것이 소승이고, 더러운 가운데서도 물들지 않는 것이 대승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인 붓다의 길로 가는 사람들은 더러움을 닦아내는 사람들입니다. 붓다는 늘 세속에 나와 계셨지만 누군가가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삶이 바뀌었지 붓다가 세속에 있으면서 세속의 물이 들었다는 얘기는 없잖아요. 

 

선배들이 열심히 정진해서 훌륭한 인격이 되고, 보기만 해도 존경스러워서, 그로 인해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수행자가 아니라 범부 중생에 불과합니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는 대신에 좋은 것에 물드는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나쁜 것에 물드는 건 나쁜 것이고, 좋은 것에 물드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좋은 것에 물드나 나쁜 것에 물드나 물드는 수준에서는 같습니다.

 

만약 내가 모시던 스승이 참 훌륭해서 같이 살았는데 그분이 돌아가시고 다른 분이 조실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분 인격이 별로다. 그래서 내가 못살겠다’ 그러면 공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생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말하는 착한 사람이 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화를 내든지 짜증을 내든지 욕심을 내든지 그것은 그의 문제이고, 나는 내가 원래 목표한 바 대로 가야 합니다. 이것이 보드사트바의 길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비록 후배이지만 화를 버럭버럭 내고 욕심을 내던 선배가 나와 같이 살다보니 개선이 되는 쪽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들 공부의 목적입니다. 

 

적어도 수행자라면 남이 어떻게 하는지 시비하거나, ‘선배 때문에 내가 공부가 안된다’ 이런 얘기 할려면 여기 오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세상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세상에서는 선생이 좋으면 아이들이 좋아지고, 부모가 좋으면 아이들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의 논리입니다. 적어도 수행자는 경계에 끄달리지 않아야 됩니다. 출가해서 행자로 들어왔다 할 때는 그런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경계에 끄달리는 것이 현실이죠. 끄달리는 현실에서 경계를 탓하면 이건 수행의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끄달리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어, 내가 또 경계에 끄달렸구나’ 하고 원래대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서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이렇게 해서 꾸준히 나가야 합니다. 

 

선배들이 졸든지, 선배들이 정진을 빼먹는다든지 그건 그들의 인생이기 때문에 ‘너는 안 지키면서 왜 나보고 지키라고 하느냐?’ 이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에 이렇게 살기로 정했으면 다른 사람이 하든지 말든지 그건 그의 인생이고 나는 그대로 해나가 보는 겁니다. 안되면 내가 안되는 것이지 ‘너도 안하니까 나도 안한다’ 하는 것은 수행적 관점이 아닙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남이 어떻게 하는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외면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거기에 내가 끄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배를 탓할 필요가 없어요. 부처님 법을 보고 여기 들어왔지 선배 보고 들어온 것이 아니잖아요. 그분은 그분의 인생이지요. 불교 지식을 얼마나 배우고, 염불을 얼마나 잘하냐, 이런 건 굉장히 부차적인 것입니다. 내가 나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주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선배는 선배이고 나는 나입니다. 외면하고 살자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꾸 끄달려서 분별심을 일으키는 것을 극복해야 언제 어디서든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 현실은 인정하되 그것은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남을 탓하지 말고 자기를 보는 공부를 하자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수행도 욕심으로 하면 안된다고 따뜸하게 짚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수행도 욕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깨닫겠다고 하는 어마어마한 욕심을 갖고 시작하거든요. 그러나 수행이라는 것은 하루 하면 하루만큼, 이틀 하면 이틀만큼, 열흘 하면 열흘만큼 좋아지는 것입니다. 이치를 바르게 아는 것이 ‘견도’이고, 안되는 데서 되는 쪽으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수도’이고, 궁극적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 ‘무학도’입니다. 그러니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해서도 안되고 게을러서도 안됩니다. 조급함과 게으름은 같이 옵니다. 욕심이 많으니까 조급해지고, 해보니 안되니까 포기하고 게을러집니다. 그냥 토끼 한 마리가 살 듯이 꾸준히 하면 됩니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는 겁니다. 

 

다람쥐를 잘 관찰해 보세요. 나무가 높다고 성질내지 않잖아요. 높으면 높은대로 올라가고, 못 올라가면 그냥 내려오지요. 그걸 갖고 탓하지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냥 해야 합니다. 긴장해도 안되고 산만해도 안되요. 편안한 가운데 집중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잘 안되니까 그렇게 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겁니다.”  

 

잠깐 동안 차를 마시며 들려준 소중한 가르침에 비구니 스님들은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비록 출가를 해서 승려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바른 가르침에 얼마나 목말라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은 운문사를 방문해준 스님과 INEB 동남아 승가방문단 일행에게 손수 제작한 다포 등 몇가지 기념품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은 “동남아의 여성 수행자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지만 시간이 부족해 물어보지 못했다”며 “다음 인연을 기약한다”고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차담이 길어져서 점심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스님께서는 급하게 운문사를 내려와 동남아 스님들께 비빔밥을 대접해 드린 후 다시 못다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오후의 대화는 ‘운문산방 더치 하우스’ 라고 하는 작은 카페에서 이뤄졌습니다. 카페 주인 아주머니는 평소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삶이 많이 행복해졌다고 하면서 커피를 모두 무료로 보시해 주었습니다. 

 


 

카페에서의 대화도 많은 질문들이 오갔습니다. 율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비구계와 비구니계를 주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계를 주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선불교는 대승불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선불교는 어떤 수행법을 갖고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서 스님께서는 1시간30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특히 선불교의 수행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는 동남아 스님들에게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일깨워 주셨습니다.  

 

“선불교, 마하야나, 테라바다, 이런 구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화두에 깨어있든, 호흡에 깨어있든, 걸음걸이에 깨어있든, 깨어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오롯이 스님의 법문에 집중하며 스님으로부터 자상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매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모두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녁7시 무렵에 서울에 도착한 방문단 일행은 평화재단 세미나실에 모여서 다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정토회의 사회적 실천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웃종교 지도자들과의 모임, 사회지도층들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회의, 평화 통일을 위한 연구활동을 하는 평화연구원, 사회지도층과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아카데미 교육을 하는 평화교육원, 인도와 필리핀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JTS, 환경운동을 하는 에코붓다, 북한인권 개선 운동을 하는 좋은벗들 등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특히 JTS 활동을 소개하면서는 지진 등 재난 시 구호활동을 할 때는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적극적인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또 한국 안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도 제안했습니다. 

 


 

“저희가 안산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센터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와서 여러분 나라의 노동자들을 위해 법문을 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노동자가 많은 나라는 네팔, 몽고,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 와 있으면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한국의 기독교 단체가 이 사람들을 돕기 때문에 기독교로 종교를 바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얀마에서는 승려의 사회활동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사회 활동을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이렇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사회를 한 발 앞서가야 사회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붓다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카스트를 부정했다든지, 비구니 제도를 인정했다든지, 이런 건 그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잖아요. 

 

전쟁이 나면 내가 아무리 수행을 해도 총을 맞으면 죽습니다. 이것은 승려이기 이전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입니다. 산속에 있는 것만이 승려가 아닙니다. 어디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절들이 산속에 있지만 대부분 세속에 물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유의해서 들어야 합니다. 혹시 내가 세속에 물들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부족하니까 세속에 가까이 있으면 물들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년 마다 일정한 기간은 우리도 도심에서 떠나서 정진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친 후 스님께서는 “너무 오래 얘기해서 피곤하니까 오늘은 일찍 숙소로 가셔서 좀 쉬세요”라고 하면서 동남아 스님들을 숙소로 안내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정토회관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고, 스님께서는 곧바로 평화재단 3층 강당으로 내려가셔서 청년리더십아카데미 수료식에 함께 하셨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청년리더십아카데미 수료생들은 입학 워크샵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과 통일 한국의 비전에 대해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수료식을 맞이하여 수료생 모두에게 수료증과 선물을 수여한 후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입학할 때와 비교해서 조금 변화한 것이 있어요?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커졌어요?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어요? 

 

우리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일을 하든 첫째,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자기가 행복하지 못하면 세상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자기 인생은 실패라고 볼 수 있어요. 무엇을 하느냐에 관계없이 자기가 자기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둘째, 나만 행복하면 되느냐. 그것은 소극적인 자세입니다. 나만 행복한 사람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너만 좋지 우리한테는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좀 되어야 합니다. 결혼을 한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고,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모,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자식,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굉장히 많죠. 자식 때문에 부모가 등꼴이 휘는 경우가 있고, 아내 때문에 남편이 힘든 사람이 있고, 친구 때문에 여러 가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 세상에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 되면 안됩니다.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두 가지가 합해져야 합니다. 첫째,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야 합니다. 둘째, 이왕지 하는 일인데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이 되면 더 좋겠지요. 그래서 항상 체크해 봐야 합니다. 지금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냐?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인가?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지금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일, 그것이 진리입니다. 이런 진리를 향해서 살아가면 좋겠다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진 재능들이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와 국민 화합을 위해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잘 쓰여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능동적으로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이 끝이 아니고 그런 일을 해나가는 첫출발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도 행복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나가기를 바라는 스님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는지 청년들은 큰 박수 갈채로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스님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모두들 한국 사회 곳곳에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잘 쓰이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스님께서는 재단에서 업무 논의를 더 하시다가 정토회관으로 들어오셔서 오늘 일정을 마치셨습니다. 내일 동남아 스님들은 불교TV, 불교방송을 방문해 보고, 인사동에 가서 전통문화를 둘러본 후 다시 스님과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고, 스님께서는 평화재단에서 여러차례의 미팅을 가진 후 저녁에는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수행법회 직강을 해주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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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스님들과의 수행대화는 굉장히 전문적이시네요 ㅎ수행법에도 통달하신 스님이 존경스럽습니다^^*<br />&lt;&lt;그런데 우리는 또렷이 깨어있으려고 하면 긴장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편안해지면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이 둘의 모순을 극복해야 합니다.&gt;&gt;<br />한 수행자가 얼마나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물들이고 있는지요^^*

2015-06-14 22:49:53

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6-14 20:13:13

지명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좋은 것에 물드나 나쁜 것에 물드나 물드는 수준에서는 같습니다.<br />자기인생의 주인이 되어 흔들림이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br />스님의 지혜를 받아 끊임없이 정진하겠습니다 <br />

2015-06-12 15: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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