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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오전에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주왕산 산행을 함께 한 후 오후에는 대구정토회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셨습니다.
▲ 문경 정토수련원 대웅전. 새벽 예불.
새벽4시30분,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문경 정토수련원의 대웅전에서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 스님께서는 기도 후 발우공양에 참석하셨습니다.
▲ 발우공양
발우공양 후에는 문경 공동체 상주 대중들을 위해 수행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수행을 하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알아차림’입니다. 자기 상태를 자기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늘 자기 상태를 자기가 알아차리지 못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너 때문에’ 이렇게 늘 상황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그것이 자기로부터 일어난 것인 줄 모릅니다. 매일 아침 정진할 때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라고 되어 있지만 공염불처럼 외우기만 합니다. 자기 상태를 자기가 알아차려야 합니다. 고치는 것은 나중 일이고 먼저 자기 점검을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고치는 걸 너무 서두르면 안돼요.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나서 그냥 놔두어도 되는 일은 놔두고, 고쳐야 할 것은 어떻게 고칠지 연구해서 꾸준히 해야 합니다. 꾸준히 해야 고쳐지지 금방 고치려고 하면 잘 안고쳐 집니다.
밖에 있을 때는 화가 나면 ‘너 때문에 그랬다’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자기에게로 돌이키기로 했으니까 ‘아, 내가 화가 나구나’, ‘아, 내가 짜증이 많구나’, ‘아, 내가 약간 욕심이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밖에서는 중간 중간에 간식 먹고 커피 마시고 자유롭게 하다 보니까 내가 음식에 껄떡거리는 줄 몰랐는데 여기 와서 딱 세끼만 먹어보니까 ‘내가 좀 먹는 것에 껄떡거리는구나’. ‘나에게 이런 업식이 있구나’ 이렇게 점검을 해야 합니다.
만약에 혼자 있어 보니까 자꾸 외로움을 느낀다면 ‘아, 내가 외로움이 있구나’ 알아차리고 혼자있는 가운데서 외로움을 극복해야 외로움의 까르마가 없어집니다. 누구를 만나서 외로움을 극복하면 그것은 업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워서 담배 피우고 싶은 욕구가 잠시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자신이 무슨 까르마로 인해서 이런 욕구가 있는지를 늘 살펴야 됩니다. 도반들과 나누기를 해보니까 ‘나에게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으려고 하는구나’ 알았다면, 거기에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두렵거나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거나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늘 자신의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알아차려서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꾸준히 지켜봐야 합니다. ‘외로워하고 있구나’ 아는 것에 그치면 안되고 그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려고 하구나, 이럴 땐 자꾸 맛있는 걸 먹으려고 하는구나, 어떻게 이 욕구가 그것을 채우려고 움직이는지 그 진로를 알아야 합니다. 뱀의 성질을 잘 알아야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고 뱀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자신의 까르마를 늘 점검하면서 내가 어떤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성질을 갖고 있어도 크게 문제가 안되는 것은 그냥 놓아두어도 괜찮고, 이것은 나에게 큰 불이익이 주겠다 싶은 것은 극복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 수행의 과제입니다.
정확하게 문제가 무엇인지 요점을 파악해야 하고, 두 번째는 고칠려면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업식이 되었다는 것은 오랜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에서 통제가 안되고 무의식에서 일어납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끌려가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하고, 둘째, 주시를 해서 놓치면 다시 돌아오고, 놓치면 다시 돌아오는 연습을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 살든, 밖에 나가서 살든, 이렇게 야무지게 정진을 해야 해요. 그냥 대충 하면서 가을 바람의 낙옆처럼 이러저리 바람에 따라 휘날리다가 바람이 멈추면 어느 개골창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런 막연한 인생을 살지 말고,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은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루 더 산다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에요. 각오하고 결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상태에서 주시해서 자기가 자기를 알아야 합니다. 불안해도 괜찮고 이 불안함을 안 고쳐도 괜찮아요. 이 불안함을 알아차리고 불안함이 일어날 때 남을 탓하지 않는, 외로움이 일어날 때 이 외로움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을 구하지 않는, 그래서 자기 내부로부터 그것이 가라앉도록 정진을 해나가면 과거 경험이 어떻든 어떤 까르마를 가졌든 여러분들 모두 편안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발우공양에는 상주 대중들 뿐만 아니라 지난 4박5일 동안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하러 오신 분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우연찮게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어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발우공양 후 스님께서는 곧바로 INEB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주왕산으로 향했습니다. 작년에는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계룡산에 올라갔는데 산이 험해서 모두들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님께서는 “이번에는 그렇게 험하지 않고 완만하게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는 주왕산을 선택했다”고 하시면서 동남아 스님들을 안내했습니다.
주왕산 입구에는 ‘대전사’ 라는 절이 있는데, 대전사 보광전 앞마당에 모여서 간단히 스님의 설명을 들은 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 주왕산 입구에 위치한 대전사
“여기는 1300년 전 신라 시대 때 절이 지어졌어요. 산은 높지 않지만 기암괴석이 있고 전설이 많이 있는 곳이예요. 그래서 여기는 산이 유명하지 절이 유명한 곳은 아니예요. 절은 작은 절이예요. 이곳은 보광전이라고 해서 비로자나불을 모신 곳이예요. 저곳은 관음전이라고 해서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예요.”
대전사 기와지붕 위로 웅장한 기암괴석이 보였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대전사에서 60분 정도를 걸으니 약 2.2km 정도 지났다는 푯말이 나오고 용추폭포가 나타났습니다. 산행길 옆에는 계곡이 있었지만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가뭄이 이 정도면 농사도 힘들겠다’고 하시면서 농민들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셨습니다.
용추폭포까지 가는 길에는 떡 시루처럼 생긴 바위도 보이고, 학이 앉았다고 하는 바위인 ‘학수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 학이 앉는 바위라고 불려지는 ‘학수대’
용추폭포에 도착했지만 가뭄이라 물이 졸졸졸 흘러 내려오고 있어서 스님께서는 풍경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동남아 스님들은 한국의 연두빛 무성한 산림과 맑은 계곡물을 보며 무척이나 좋아들 하셨습니다.
용추폭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1시간만 더 올라가면 폭포가 더 있다고 하자 동남아 스님들 모두 발길 돌리기를 아쉬워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12시가 넘으면 동남아 스님들이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니까 그것을 배려하려고 하셨는데, 동남아 스님들은 “태국 시간으로 아직 12시가 되려면 멀었다”고 하면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스님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다시 1시간을 더 걸어 제2폭포인 용연 폭포까지 올라갔습니다. 폭포의 절경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아직 힘이 더 남아 있는 분들은 주왕굴을 더 둘러 보았고, 그렇지 못한 분은 그냥 내려가기로 했는데, 대부분 주왕굴까지 함께 동행했습니다.
▲ 주왕굴
주왕굴에서 조금 내려오니 주왕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습니다. 주왕암의 주지 스님이 스님 일행을 알아보고는 차를 접대하겠다고 해서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내려왔습니다.
▲ 주왕암
스님께서는 산행을 하면서 ‘주왕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전설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당나라 시기에 반란을 일으키고 주나라를 세운 왕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실패를 해서 쫓겨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신라에서는 이 왕이 여기 숨어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나라는 이 사실을 알고, 신라에 군대를 요청해서 주왕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결국 주왕은 여기서 신라의 군대에 잡히게 됩니다. 이런 전설이 있는 산이기 때문에 ‘주왕산’이라고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맑은 공기, 맑은 물, 푸르른 자연을 만끽하며 산길을 걸으니 몸과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산을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각종 나물과 고추장이 버무려진 비빔밥과 된장찌개가 꿀맛이였습니다. 동남아 스님들도 비빔밥을 무척 생소해 하면서 맛있게 드셨습니다. 점심 식사는 이곳 대전사에 다니고 있지만 스님의 법문을 통해 삶이 많이 행복해졌다는 어느 보살님이 보시를 해주었습니다.
마침 같은 식당 골목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 커피집 사장님도 “스님의 유튜브 법문을 즐겨 듣는 펜입니다” 라며 찾아와 스님께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동남아 스님들께 자신의 가게에서 뽑은 커피를 한잔씩 나눠주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식사와 커피를 보시해준 두 분을 불러 앉히고, 다함께 합장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도와 축언을 해주었습니다. 훈훈한 풍경이였습니다. 스님께서도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생수업’ 책과 ‘지금 여기 깨어있기’ 책에 직접 사인을 해서 선물했습니다.
▲ 점심 식사와 커피를 보시해 준 두 분께 기도를 해주고 있는 INEB 동남아 스님들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대구정토회로 향했습니다. 4시 무렵 대구정토회에 도착한 INEB 동남아 스님 일행은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5시부터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참관했습니다.
▲ 대구정토회 즉문즉설 강연
대구정토회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는 어제 갑자기 일정이 잡히고 오늘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600여명이 참석하여 법당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법당 밖 복도와 계단에도 빼곡이 사람들이 앉아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갑자기 법회가 열리게 된 까닭을 설명해 주시면서 법문을 시작하셨습니다.
“오늘 주말인데 어디 갈 데 없어서 여기 왔어요? 이런 걸 번개팅이라고 해요(웃음). 원래 어제와 오늘 청년 700여명이 청춘캠프를 하려다가 메르스 때문에 취소가 되어 시간이 남았어요. 저는 시간이 남으면 가만히 못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전국에 메르스 없는 곳이 대구이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갑자기 법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웃음)
법당 안에 대중들이 빼곡이 앉으니 열기가 후끈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법문도 듣고 사우나도 하고 좋네요.” 라고 웃으시면서 혹시나 더워서 불편한 대중들의 마음을 또한번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질문할 사람은 손을 들어라고 하니 총 12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자도 여러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모두 허락되지 않아 스님께서는 10명의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흥청망청 살았는데 지금부터라도 아내에게 진 빚을 갚으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불안 장애 및 우울증이 발병했는데 시골 생활이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병이 호전될 수 있는지 묻는 분, 오빠가 사고로 다쳐서 도와줘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서 걱정인 분, 딸이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하는데 엄마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묻는 분, 동생이 대학을 가면 같이 살기로 약속했는데 직장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고민인 분, 윤회는 없다고 하는데 생과 사가 없는 도리가 궁금하다는 분, 참선을 해보니 상기가 되고 머리가 아파서 별 진전이 없는데 깨달음은 무엇인지 묻는 분, 아이들과 남편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되는데 이 성질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방법을 묻는 분, 계약직 강사를 하고 있어서 미래가 불안한데 중국어와 심리 상담을 새로 공부해도 괜찮을지 고민인 분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재미있고 유익한 즉문즉설이 펼쳐졌습니다.
그 중에서 공부 하지 않는 고3 아이 때문에 걱정인 아버지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큰 아이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작은 아이는 지금 고3인데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원이나 과외를 나름대로 시켜봤는데 전혀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될까요?”
“자식이 내 말을 잘 듣게 하는 방법이 뭐냐, 이 얘기예요? 그런 방법은 저도 몰라요. 자기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어요?”
“잘하지 못 했습니다.” (청중들 웃음)
“공부 못한 자기도 장가 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지요?”
“네,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도 공부 못해도 잘 살 겁니다. 나도 잘 사니까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걱정이 됩니다)”
“공부를 잘해야 된다는 것에 집착하면 우리 아이가 못난 아이가 되잖아요. 지금 부모가 자기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부모도 자기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 사람 그 누가 이 아이를 잘난 아이라고 생각해 주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못난 아이라고 생각해도 그래도 부모만큼은 ‘너는 괜찮다’ 이렇게 격려해 주어야 하지요.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어떤지 몰라서 그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우리 딸은 쓸모가 하나도 없어요’ 라고 한다면 당신 같으면 친구를 맺겠어요? 안 맺겠지요. 그런데 어떤 부모를 만나보면 ‘딸이 공부도 안 하고 말도 안 듣고...’ 이렇게 저한테 실컷 욕을 해 놓고는 이런 부탁을 합니다. ‘스님, 어디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청중들 웃음)
엄마도 욕하는 딸을 어느 남자가 데려 갑니까? 누구 집 아들을 죽이려고 그래요? 그런 것처럼 자꾸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아이가 못난 아이가 됩니다. 부모도 내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아이는 미래의 전망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공부 못한다고 다 야단을 쳐도 아빠라면 ‘공부가 전부가 아니더라. 학교 다닐 때 공부 1등하던 아이들이 일찍 죽은 경우가 많더라’ 이렇게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빠도 공부를 못했지만 이렇게 결혼해서 잘 살잖니. 그러니 너도 잘 살거야’ 이렇게 얘기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아빠, 나는 공부를 못해서 문제야’ 하더라도 아빠는 ‘괜찮아, 아빠도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어. 그래도 이렇게 잘 살잖아’ 얘기해줘야 해요. 그리고 ‘장관이나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해서 밥도 먹고 사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너를 낳은 것만 해도 큰 소득이지. 아빠가 볼 때는 괜찮아. 너가 너 자신의 수준을 너무 높여 생각해서 그런 거야.’ 이렇게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자꾸 아이를 보고 ‘못난이’ 라고 말하면 아이가 진짜 못난이가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벌써 아빠가 자기를 못난이라고 증명을 해버렸잖아요. 그러니 아이가 어떻게 기를 펴고 살 수 있겠어요?
아이는 괜찮아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를 닮아서 공부를 못하는 거예요.” (청중들 웃음)
“네, 그렇네요.” (질문자 웃음)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즉 나라 돈을 떼먹었거나 부정 축재를 했거나 정치적으로 오류를 범했거나 한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공부 잘하던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공부를 못하면 ‘적어도 이 세상에 못된 짓은 안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하면 이 세상에 좋은 일도 하지만 못된 짓도 크게 합니다. 공부를 못 하면 적어도 못된 짓을 크게 할 가능성은 없어요. 그것만 해도 큰 복입니다.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등수를 매기는 건 공부만 매길 수 있어요?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을 잘 보려면 수학을 잘해야 해요? 영어를 잘 해야 해요? 그런 것은 다 필요없고 한문으로 시만 잘 쓰면 되었죠. 또 조선 시대에는 노래 잘 하면 광대 밖에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는 것을 높게 평가를 하잖아요. 또 공을 잘 던지고 때리는 것도 요즘은 높이 평가를 합니다. 농사 짓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재능 있는 사람과 재능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어떤 사람도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만 말할 수 있어요.
서울대 나와서 행정고시도 합격하고, 사법고시도 합격하고, 외무고시도 합격해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도 심리 불안으로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나아요? 공부 좀 못 해도 건강하게 농사 짓고 사는 게 나아요?“
“후자가 낫습니다.”
“큰 아이가 잘 될지 작은 아이가 잘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공부 잘 하는 사람 치고 효자가 없어요. 공부 못 하는 아들이 어쩌면 질문자가 아플 때 집에 와서 병수발도 하고, 이사 갈 때 짐도 옮겨 줍니다. 공부 잘해서 높은 직위에 올라가면 이사갈 때 짐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고, 아파도 병수발을 못 합니다. 그래서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한테는 돈만 자꾸 들어 갑니다. (청중들 웃음)
공부 못하는 아이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둬버리면 돈 들 일도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직장을 빨리 구하면 돈도 벌잖아요. 그것을 격려해주면 자립을 빨리 하는데, 계속 야단을 치면 아이가 불만이 생겨서 맨날 컴퓨터 게임만 하고 술 먹고 골치덩어리가 됩니다. 자포자기 하는 것으로 아버지한테 복수를 합니다. 자꾸 야단을 치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오히려 없어져 버리고 ‘니가 나를 욕해? 좋다. 나도 너한테 복수하겠다’ 이렇게 나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복수하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알아요? 자학하는 겁니다. 자기를 형편없이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러면 부모는 속이 타겠지요. 부모가 잔소리를 많이 하면 대부분 자식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야단을 치면 안됩니다. 격려해주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공부를 안 하면 질문자가 일할 때 데리고 다니면서 못이라도 하나 칠 수 있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공부 잘 하는 아이는 부모가 자식의 노예생활을 해야 돼요. 뭐 때문에 아이 낳아서 노예 생활을 합니까? 아들은 잘 되면 다른 여자 쫓아가 버리는데, 그래서 그 젊은 여자 좋은 일 시킬 뿐이지 부모한테 무슨 혜택이 돼요? (청중들 웃음)
그러니 아이를 낳으면 세 살 때까지는 끔찍히 사랑해주고, 네 살이 되면 그때부터 심부름을 시켜야 됩니다. 설거지도 시키고 청소도 시켜야 합니다. 어리니까 제대로 못하고 사고도 내고 그러겠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연습을 해야 하니까요. 옛날에는 아이 키우기가 힘들었지 키워놓으면 다 일꾼이 되고 효자 노릇을 했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아이를 과잉보호 하니까 나이 들어서도 자식이 무거운 짐이 됩니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그렇게 되는 겁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을 자업자득이라고 합니다. 남편을 잘못 만난 것과 부모를 잘못 만난 것은 100% 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자식이 잘못된 것은 100% 내 잘못입니다. 누가 아이를 낳았어요? 내가 낳았지요. 아이가 나를 낳아 달라고 그랬어요? 자기가 좋아서 헐떡 거리다가 낳았잖아요. 누가 키웠어요? 내가 키웠잖아요. 그런 아이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누구를 닮아서 그런 거예요? 나를 닮아서 그런 겁니다.
자식을 좋게 생각해야 자기 자신도 긍정이 됩니다. 항상 ‘우리 아이 참 좋다’ 이러면 부모인 나도 좋은 사람이 됩니다. ‘우리 아이 문제다’ 하면 부모인 나도 문제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아이도 버리고 자신도 버리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혹시라도 ‘아이가 공부 못해서 어떡해요?’ 물으면 ‘그래도 학교는 잘 다녀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꼴지라도 하려면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꼴지를 하지요. 학교도 안 다니면 꼴지도 할 수 없잖아요. 학교도 안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청중들 웃음)
아이가 공부에 취미가 없으면 그냥 놔두세요. 그 아이는 또 다른 재능이 있습니다. 다시 물어볼게요.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거예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청중들 웃음과 박수)
질문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즉문즉설의 힘이란 이런 걸까요? 아이가 문제가 많다고 답답해 하던 아버지는 스님의 답변을 듣고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스님께서는 이어진 다음 질문에서 생과 사가 없는 도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위의 질문자의 사례를 다시 언급해 주셨습니다.
“방금 전 남자 분이 아이가 공부 못해서 괴롭다고 했죠. 아이는 본래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공부 잘 하기를 원하면 아이는 문제아가 됩니다. 그러나 ‘공부 잘해서 뭐하노?’, ‘공부 잘한다고 꼭 좋은 게 아니더라’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 됩니다. 본래 문제가 없는데 내가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 되고, 내가 문제로 안 삼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됩니다. 문제가 있고 없음은 아이한테 있어요? 나한테 있어요? 나한테 있습니다. 얼음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나의 인식에 달려 있듯이 말이죠. 이것이 일체유심조의 뜻입니다. 깨끗하다 더럽다 하는 모양도 마음이 짓는 것이지 그 물건에 깨끗하고 더러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 안 하는 아이에서 시작된 괴로움은 ‘생사해탈’과 ‘불구부정’, ‘일체유심조’의 진리에 다다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고민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연결이 되자 ‘아하! 그렇구나’ 하는 탄성이 터집니다.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 중에서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불교 교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또 스님께서는 무엇이 제대로 불법을 공부하는 것인지 일러주셨습니다.
“공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지식적인 문제입니다. 참선을 어떻게 해요?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공부 안 하는 아들 때문에 괴로워 죽겠어요’ 이런 질문은 문답을 하다가 괴로움이 없어져 버려요. 이것은 괴로움이 사라지는 ‘도(道)’에 바로 들어가는 질문입니다.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다고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개인들의 다양한 고민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연결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개인들의 고민 속에서 다시 풀어내어 졌습니다. 10명의 고민에 모두 답한 후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법회는 끝이 났습니다.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이 몇 명 있어서 많이 서운해하는 눈치였지만 스님께서는 다음 기회가 있음을 안내해 주시면서 법회를 마치셨습니다.
대중들은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주신 스님께 뜨거운 박수 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갑자기 열린 법회였지만 뜻밖에 덤으로 주어진 스님과의 시간에 대중들은 어느 때보다 기뻐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서는 스님께서 INEB 동남아 스님들을 대중들에게 직접 소개해 주셨습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인도, 스리랑카 5개국에서 9명의 비구 스님과 4명의 여성 수행자, 3명의 재가 수행자가 함께해 이번 일주일 동안 정토회 활동을 돌아보고 있다고 소개하자 대중들은 큰 박수로 동남아 스님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 대구정토회 회원들에게게 환영의 박수를 받고 있는 INEB 동남아 스님들
그리고 대중들이 동남아 스님들이 뒷자리에 앉은 것을 의아해 하자, 스님께서는 “원래 동남아 스님들을 앞자리로 모셔야 하는데 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뒷자리에 모셨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동화사에 계시면서 찬불가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정 스님이 찾아와 JTS 네팔 긴급구호 사업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가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감사한 마음으로 후원금을 전달 받았습니다.
▲ 네팔 긴급구호 후원금을 전해주신 상정 스님
저녁 8시 무렵 대구정토회를 출발하여 곧바로 경주로 향했습니다. 스님께서는 INEB 동남아 스님들께 야경으로 유명한 경주의 안압지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왜 안압지를 보여주려고 하는지 그 이유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 경주 안압지
“이곳은 경주입니다. 경주는 천년 동안 유지되었던 신라의 수도입니다. BC 57년부터 AD 935년까지 유지된 수도입니다. 불교 국가였기 때문에 불교 유적이 많습니다. 여기서 건너편이 왕궁 자리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왕궁의 정원입니다. 이곳을 밤에 방문한 이유는 유적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조명 시설을 갖추면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들의 나라에도 이런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명을 잘 하면 낮보다도 밤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옵니다.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가야금과 대금 소리가 고즈넉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조용히 안압지를 산책 했습니다. 날씩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동남아 스님들은 연못과 정자, 나무들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을 보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안압지를 나오는 길에는 스님을 알아보는 몇몇 시민 분들이 다가와 “스님 법문 덕분에 많이 행복해졌어요. 감사드립니다” 라고 하면서 스님과 사진을 찍고 싶다며 여러번 요청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반갑게 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 SNS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삶이 행복해졌다며 스님과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들
안압지를 둘러보고 나서는 동남아 스님들께 잘 주무시고 내일 뵙겠다고 인사를 한 후 두북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동남아 스님들도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내일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불국사, 현대중공업, 통도사를 둘러본 후 저녁에는 부산KBS홀에서 상반기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희망세상만들기 대강연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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