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4.8. 정토회 활동가 수련 이틀째

 

 

오늘은 활동가 수련 이틀째입니다. 새벽 430분에 기상하여 5시부터 법륜스님과 함께 유수스님의 집전에 맞추어 천일결사 기도를 하였습니다. 참가 대중 모두가 108배를 하며 기도를 하기에는 두북수련원 강당이 좁아서 지부별로 나누어 잠을 잤던 각 방에서 도반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기도를 마쳤습니다.

 

 

천일결사 기도가 끝난 후 일정은 스님과 함께 산책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그런데 부슬비가 내려서 산책을 하지 못하고 강당에 다함께 모여 어제 밤늦게까지 진행했던 활동가 수련을 이어갔습니다. 정토회 봉사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을 대중 앞에 내어놓고 의문이 드는 것은 스님께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에게 잘 주무셨어요. 불편하지 않으셨어요?”하시며 인사를 하신 후 어제 문제 제기 했던 것에 대해서 제가 의견을 말씀 드렸는데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 하는 추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하세요.”하시며 질의응답을 시작하셨습니다.

 

 

추가 의견이 없자 스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이런 얘기들이 현안의 실무인데 수행 차원에서는 다 중도적 관점입니다.”하시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중도라 하고, 유교에서는 중용이라 하고, 플라톤은 ‘The golden mean’이라 하며 조금씩 다르지만 이것이 모두 중도의 개념입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이쪽에 치우치지지도 않고 저쪽에 치우치지지도 않고, 시중(時中)’이라 해서 그 때 그 때 적절함이라 합니다.

 

 

딱 정해져 있지 않고 그 때 그 때의 적절함이라 하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하는 이런 개념은 아닙니다. 원칙은 지키데 그것이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데 혼란스럽지 않은 이것을 중도라 합니다그러니깐 우리가 해탈로 나아가야 하는 그 길에서 원칙은 지키되 경직되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면 출가수행자는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한 집착을 놓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먹는 것에 있어서 걸식을 하고 음식에 탐착하지 않으며 하루 한 끼를 먹고, 입는 것은 분소의를 주워 입고, 자는 것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잔다.’라 되어 있는데 부처님 당시 제자들은 법에 따라서 적절하게 수행 정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제자 데바닷타가 고행주의자에 비해 부처님 제자들이 더 유연하다 보니깐 문란한 것이 아니냐 해서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하며 문제 제기하였습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냇가에 가서 목욕을 하고, 풀 한 움큼을 땅에 깔고 앉고, 굶어서 쓰러져 의식을 잃을 정도가 되어서 미움을 끓여서 먹는 이런 정도가 경직된 고행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출가수행자 답지 못하지 않느냐 하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데바닷타는 다섯 가지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야지 가끔 두 끼를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걸식을 해서 얻어 먹어야만 하는데, 식사 초대에 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다. 채식만 해야 하는데, 물고기가 든 음식을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분소의만 주워 입어야 하는데, 새 옷을 입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무 밑, 동굴 속이 아니라 처마 밑, 빈 집 등 인공적인 곳에서 자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수행자의 생활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엄격하게 생활원칙을 확인해주십시오.’하며 부처님께 건의를 하였습니다.

 

이런 문제제기에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로서 하루 한 끼만 먹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 한 끼만 먹어야 된다. 이렇게 경직되게 정하면 안 된다. 왜냐면 환자는 치료를 위해, 어린 사미들은 성장하는 시기이므로 하루 두 끼 먹을 수도 있다.

 

 

수행자가 걸식을 하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믿음 있는 신자들의 공양 초대에 응할 수도 있다. 채식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걸식을 하는데 고기가 들어오면 먹을 수도 있고 어린아이나 환자들은 필요에 의해 약으로 먹을 수도 있다.

 

나무 밑이나 동굴 속에서 자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일 경우에 동굴이 없으면 사람이 안 사는 집 또는 처마 밑에서 잘 수가 있다.

 

분소의를 입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다.그러나 분소의가 없을 때는 새 옷을 입을 수도 있다.’라며 원칙을 지키되 너무 경직되게 적용하지 말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분소의를 입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분소의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때 경직되게 생각을 하면 벗고 있던지 아니면 새 옷을 시체를 한 번 쌌다가 입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럴 때는 새 옷을 입어도 된다.’하셨습니다.

 

 

이것을 잘못 해석하면 문란하게 되겠지만, 이것은 문란한 것이 아니라 경직된 것을 유연하게 하는 가르침입니다. 원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본 정신을 갖되 그것을 너무 경직되게 적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게 적절함입니다. 불교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유교의 핵심이고, 플라톤 철학의 핵심입니다. 정치 또한 적절해야 합니다. 갈등이라는 것도 치우치니깐 생기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제1의 길은 욕망을 따라가는 쾌락이고, 2의 길은 욕망을 억압하는 고행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이 두 길, 치우친 길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떠난 중도의 길을 발견하신 것이 부처님의 위대함입니다.

 

여러분들도 일을 하면서 늘 치우칩니다. 원칙을 지켜라 하면 경직되게, 유연하게 해라 하면 문란하고 혼란스럽게 됩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기 마음대로 적용을 합니다.

 

이것은 마음 밑에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욕망에 대한 대응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욕구를 따라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억제하는 것입니다.

 

 

자기 욕구가 있으니깐 이렇게 하고 싶으면 원칙을 내걸어 강요하고, 싫으면 대중이 이렇게 원합니다.’ 하며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

 

수행자는 원칙에도 맞고 대중이 요구한 것도 수용해야 하는데, 자기 욕망을 가지고 경직되게 적용을 합니다. 전체 원칙을 어기면서 대중 핑계를 대고, 또는 대중의 요구를 안 받고 비민주적으로 하면서 원칙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마음 밑뿌리에 자기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명상을 할 때 통증을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통증을 통증으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듯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연습을 계속해서 극복하려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지금은 안 되지만 원칙도 지키고 유연도 해지는 그런 적절함을 구사할 수가 있도록 노력을 해 나가야 합니다.

 

수행과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이 어떤 형식이 아닙니다.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마음을 살펴서 불편한 것은 자기에게 돌이켜 편안하게 하고 이 편안함 가운데서 대중에게 이익이 되고 좀 더 효과적인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서 만들어 나가는 연구를 늘 해야 합니다.

 

봄에 꽃이 피고, 잎이 피는 것은 이 시기에 적절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꽃과 잎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 때 이미 이 새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꽃 피고 잎 필 때 무관심한 것을 . 이러면 안 됩니다. 꽃 필 때는 꽃을 좋아하데, 그것에 집착하지 않아야 낙엽이 떨어질 때 슬프지 않습니다. 이런 적절함이 중도입니다.

 

 

우리가 지금 제기하는 모든 문제는 중도에서 어긋나서 생기는 것이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중도를 발견해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연습하면서 터득해 나가는 이게 수행입니다.” 이렇게 중도에 관해서 설명을 마치시고 스님께서는 추가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세 개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법당으로 들어오는 보시물을 비용 처리 할 수 있는지?’, ‘다과 비용을 공금처리 할 수 있는지?’, ‘경전반 운영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관한 건의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구체적으로 다시 묻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주간 주부에게 적용한 것이 저녁 직장인에게 꼭 맞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맞다.’ 고 해외에서도 맞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연구를 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제기되는 것이 지방에서는 안 맞을 수도 있고, 큰 법당에서 적용되는 것이 작은 법당에서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행적 관점에서 정토회 취지에 관계되는 것은 해외고 국내고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화나 정서와 관계되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논의해서 조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 법에 관한 것은 시간이 흐르든 지역이 달라지든 일치해야 하고, 문화적인 요소는 시대가 달라지면 바뀌고 지역이 달라지면 바뀌어야 합니다.” 하시며 여러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시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마쳤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정성껏 준비한 아침공양을 먹고 두 번째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련을 시작하기 전 대구 보살 나와 노래공양 올리세요하시니 대구법당 총무를 맡고 있는 이명숙 보살님께서 나와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습니다.

이명숙 보살님은 신곡을 발표하겠습니다.’ 하시며 당돌한 여자를 신나게 불렀고 이어서는 대전법당의 김민아 보살님이 섬마을 선생님을 열창했습니다.

 


 

스님께서 질문 세 개 받고 노래 한 번 하고 또 질문 받는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하시며 다소 지루해 질 수 있는 시간을 놀이와 함께 엮어서 분위기를 신나게 만들어 주시자 대중 모두는 웃으면서 수련을 시작하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봉사자가 매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어떡해야 하는지?’ ‘저녁부의 공양문제에 관한 건의’ ‘가을 경전반 수업을 봄불대 운영방식과 같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질문등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매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상가가 망하지 않는 7가지 방법 중에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함부로 정하지 말고, 이미 정해진 것은 함부로 허물지 마라는 것이 있다.’고 하시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 때나 없앨 때는 충분히 검토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대의원회를 거치는 절차상의 민주주의와 대중의견을 수렴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렇게 답변을 하신 후에는 행정처장님을 비롯하여 각 지부 사무국장님들께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듣는 순서를 가졌습니다.

 

 

각 지부 사무국장님들이 어려움과 고민을 이야기 할 때 대중은 공감하였고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도반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질의응답을 끝낸 후에는 점심 공양을 하고 대청소를 한 후 스님과 함께 남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삼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스님과 함께 벚꽃이 만개한 도로변을 걸어 포석정까지 간 후 남산 오솔길을 따라 되돌아와 삼릉에서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회향식에서 스님께서는 정토회 창립의 목표가 하나는 불교중흥이고 또 하나는 민족중흥입니다. 불교중흥의 핵심은 이 ?에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구현하는 것이고, 민족중흥의 핵심은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으니깐 이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것인데 이것은 분단된 이 나라를 통일해서 천 년의 한을 풀어 민족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입니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중들은 12일 동안의 수련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천 년의 한을 풀 통일의 꿈을 안고 각 지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원래 오후에는 대중들과 남산을 오르는 일정이었으나 내리는 비로 인해 삼릉에서 벚꽃을 보고 헤어진 것이 아쉬우셔서 대중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 스님께서는 다시 남산을 올랐습니다. 해외지부 사무국장인 김순영보살님, 호주에서 온 유영진 보살님, 무변심법사님과 함께 남산의 남쪽인 열암곡 석불좌상이 있는 곳까지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위에는 진달래가 한창이었습니다.

 


 

내일은 공주 마곡사에서 불교대 담당자, 경전반 담당자 수련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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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lt;&lt;세상에는 이 두 길, 치우친 길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떠난 중도의 길을 발견하신 것이 부처님의 위대함입니다.&gt;&gt;&gt;<br />&lt;...분단된 이 나라를 통일해서 천 년의 한을 풀어 민족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입니다.”&gt;꽃도 이쁘고,활동가분들도 참 위대해보이세요^^부럽기도 합니다^^*

2015-04-12 22:36:50

운정

스님께서 누구를 상대로 말씀을 하시든지 그 한 말씀 한 말씀은 제게 보약과 같습니다. 잠시나마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새로운 삶의 이치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이치를 바로 알면 괴로울 일이 없음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놓치며 살아가는 중생이다보니 이렇게 나마 &lt;스님의 하루&gt;를 읽으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오늘도 스님의 말씀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늘 &lt;중도의 진리&gt;를 마음에 안고 살겠습니다.

2015-04-10 16:32:48

이규원

감사합니다.스님의 간절한 서원이 우리의 서원입니다.스님 건강하시고 활동에너지를 조금씩 줄이셔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우리곁에 계시어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5-04-10 16: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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