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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북수련원에서 새벽예불을 드린 후 6시 30분경 유수스님과 교육팀 2분, 해외에서 오신 2분과 함께 마곡사로 출발하였습니다.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꽃으로 추위를 잊게 하는 화창한 봄날, 전국에서 모인 정토불교대학 담당자들은 마곡사 입구에 모여 즐겁게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었니다.
일주문을 지나 다함께 모일수 있는 장소에서 간단히 입재식을 한 후 해탈문을 지나 마곡사의 솔바람 길, 백범 김구선생의 명상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평온한 마음을 주는 편한 길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오르막 길, 돌들이 알알이 박힌 길을 조금은 힘겹게 걷다가 문득 고개 돌려 보니 마치 진연분홍 구름이 연상되는 진달래꽃 길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었습니다. 진달래꽃이 봄이 왔음을 알리며 우리들을 반기듯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빠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따뜻한 햇볕아래 야외에서 스님의 지도에 따라 20분간 명상을 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어 봅니다. 솔잎 부비는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모두가 한 몸이 되는 순간입니다. 명상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스님과 함께 잠시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지역 법당의 담당자분이 스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소속된 법당이 이제 갓 생긴 신생 법당이어서 시시콜콜 빚어지는 내부갈등에 대한 고민과 일부 신도님들이 사소하지만 법당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에 분별심이 나고, 또 그런 사람을 보고 신규 불자들이 보고 배울까봐 걱정되고, 얘기하면 가르친다고 뭐라하는 것 같아 갈등이 생긴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질문을 듣고 웃으시며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질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자기 이익과 물질적 편의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적게 자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정토회가 창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이런 사람이 와서 맑은 물을 흐린다고 생각하고 흐린 물 때문에 맑은 물을 버릴까 염려된다는 질문자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정토행자로서는 아닙니다. 정토행자는 흐려진 세상을 맑게 만들겠다고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진흙탕을 두려워 할 게 아니라 깨끗하게 만들자는 게 정토회의 취지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정토회에 오지를 않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정토회에 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 불편해 하면 안됩니다. ‘나의 수행문제이다.’라는 관점을 정확하게 잡고 일해야 합니다.
불편한 마음을 보는 것이 수행입니다. 아까 산에 오르막을 오를때 힘들었지만 이후에 이렇게 편안하게 있게되는 것처럼 이런 사람을 수용하며 힘든 경험을 해보고 극복하면 앞으로 어느 누구를 만나도 편안함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스님과의 짧은 대화시간이었지만 질문자의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후 마곡사 보물인 오층석탑과 대광보전에 대해 스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빠르게 산을 내려왔습니다.
경내에 참배의 예를 취하고 공양 후 수련관에서 본격적인 불교대학 담당자들을 위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산에서의 질문자처럼 솔직히 이야기해야 한다 하시며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들의 고민이 녹아있는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습니다. 그 중에 몇가지를 소개하면,
첫 번째 질문은 “큰 아이가 사춘기때 힘든 고비가 와서 정토회에 온 덕분에 잘 넘겨 그 은혜를 갚으러 불교대학 담당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맡은 지역 법당 입학생이 적어 참가자들이 야간으로 이동하고 안 나올까봐 걱정이 되어 수업전날 떨리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까?”
스님께서는 “정토회 창립목표는 2600년전 근본불교 사상을 이 땅에 다시 구현하는게 설립취지입니다. 인구의 1% 정도만 올바른 관점을 갖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읍,면,동에 수행처 한 개 쯤 두려고 합니다. 그러면 가르침이 생활 속에서 실현되고 그 길을 향해 나가는 것입니다. 입학생이 많으면 좋지만,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됩니다. 일은 사람이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면 됩니다. 불교대학 학생이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가면 좋지만 중도에 그만둬도 좋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좋지만 수행자는 날씨에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수행의 관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행자는 농사철 최선을 다하되 수확에 연연해하지 않고, 어떤 일의 결과에도 연연해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답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서대문 법당에서는 2년간 불교대학 진행해보니 입학생들이 첫 수업때 처음 해 보는 예불의식과 불교용어 등으로 당황해합니다. 입학하기 전 이런 것들을 알려주었으면 합니다”라고 건의하였습니다. 이 건의사항에 대해서 스님께서는 칭찬 아끼지 않으시며 수용하시겠다고 답하셨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담당을 맡으면서 나는 편한데 남편은 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편은 이번에 불교대학 졸업하고 정토회 그만두면 명품백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불편한 마음과 죄책감으로 1년만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께서는 이 질문에 답변을 하시기 전 어떤 봉사자의 남편분께서 쓰신 편지를 읽어 주셨습니다. 그 편지 내용은 정토회 활동으로 아이와 남편의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었습니다. 스님께서 남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남편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짜증내면서 우울하게 남편과 하루 종일 보내는 것보다는 밥 한끼 덜 해줘도 성질 고쳐 남편 마음 이해하며 함께 보내는 게 낫지 않습니까? 내가 바른 길이라 생각하면 내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나, 남편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하고 숙이며 성질부리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남편이 불평하더라도 위축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고비를 넘어가면 그게 어떤 길이 되든 괴로워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게 됩니다. 누군가의 노예가 되는게 아니라 내 길을 분명하게 걸어가는 것이 행복의 길입니다.”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엄마, 아빠가 이혼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엄마와의 성격차이로 누군가에게 맞추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런데 불교대학 담당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불편하고 일반사람을 만나면 힘들고,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으려 하는게 힘듭니다.”라고 질문하니 스님께서는
“수행은 나의 욕구를 알아차릴 뿐 억누르고 참는 것이 아닙니다. 내 업식으로 일어난 상태를 올바로 알아차리는 연습은 금방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늘 일어납니다. 마음을 자기 쪽으로 돌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연습해 나가다 보면 옛날보다 좋아집니다. 그 문제를 안 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과제로 삼고 연습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뛰어넘다보면 부처의 길로 가게 됩니다.”
스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을 계속 받으시면서 담당자들의 고민을 들어주시려 애쓰셨습니다.
담당자가 JTS, 통일활동 등에 대해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와서 고민하는 것, 윗사람과 부딪치는 고민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정토회 활동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해주셨습니다.
“아이 나이에 맞는 정토회 활동범위는 3세 전까지는 무조건 아이곁에 있어야 합니다. 4세에서 7세에는 엄마가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엄마가 자기 중심을 잡으면서 아이에게 늘 웃으며 이야기해야 합니다. 엄마는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요. 아이에게도 조금씩 역할을 주어 설거지도 나눠할 수 있으면서 같이 보내야 합니다. 초등학교때 50% 정도 함께 하고, 중고생이 되면 30%정도 함께 해서 이렇게 조금씩 독립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 주세요”
긴 시간 불교대학 담당자들의 고민을 열성적으로 들어주시고 함께 나눠주시는 스님의 열정에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각 지부별로 나와 자신의 지부를 대표하는 응원메세지를 발표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물단지 한 가득 안고 가는 기분으로 봄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스님께서는 서울로 출발하셔서 9시에 외부인사와 만남을 가진 후 정토회관으로 오셔서 하루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내일은 조찬을 겸한 기획위 회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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