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께서는 JTS가 구호사업을 펼치고 있는 둥게스와리 지역의 안투비가, 아자드비가, 아마르푸르, 산티나가르 4개 마을의 343가구를 모두 방문하면서 쌀을 나눠주고 새해 인사를 하였습니다.
평소처럼 새벽4시30분에 기상하여 새벽 예불 및 108배 정진과 명상을 하였고, 6시30분부터는 발우공양을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발우공양을 마치고 어제에 이어서 발우공양 때 염하는 소심경의 의미에 대해 법문해 주셨습니다.
“계수바가바, 계수는 머리를 조아린다는 뜻입니다. 바가바는 존중받을만한 분이란 뜻이예요. 그러니 계수바가바는 존중받을만한 분께 머리 숙이옵니다는 뜻입니다. 즉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만수다라, 원만은 모든 것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다라는 수트라의 음역인데 경전을 뜻합니다. 즉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에는 진리가 두루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런 뜻입니다.
대승보살중, 대승은 보살의 무리들입니다. 즉 대승은 보살의 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소승은 상가의 구성원이 출가수행자들입니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식차마나 등 출가 5중으로 상가를 구성하는데, 대승은 승속의 구분 없이 누구든지 발심하여 보살이 되면 상가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치 부처님 당시에 사제 계급은 오직 브라만만이 될 수 있었지만, 수행자가 되는 데에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구분이 없고,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다 부처님 법에 귀의해서 바른 길로 가면 상가 구성원이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가 다시 승속이 나눠지게 되니까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깨달음의 길로 가겠다고 발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대승은 보살의 무리들로 상가를 구성합니다.
공덕난사의, 이렇게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대승의 길을 따르는 것은 그 공덕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발우공양을 하면서 ‘우리는 대승 수행자이다’ 이것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존경받을만한 분인 부처님께 머리 숙여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진리를 두루 원만히 다 갖추고 있습니다. 대승은 보살의 무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그 공덕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우리의 생각으로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뜻입니다. 같이 함께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함께 게송을 해보자고 하셔서 다함께 그 뜻을 새겨보면서 큰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보았습니다.
“계수바가바 원만수다라 대승보살중 공덕난사의”
이렇게 발우공양을 마치고 간단히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진 후 트렉터에 쌀을 모두 싣고 8시15분에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안투비가를 시작으로 아자드비가, 아마르푸르, 산티나가르 총 4개 마을의 343가구에 쌀 10kg씩을 나눠주면서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다닐 예정입니다. 이 마을들은 모두 천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둥게스와리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마을은 양민 마을에 인접해 있는 천민 마을인데, 이 마을들은 산 아래에 천민들만 모여사는 마을들이여서 더욱 열악한 조건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먼저 8시30분부터는 안투비가의 80가구에 대해 가가호호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여성분들에게는 인도의 새해인 ‘홀리 ’를 어떻게 보냈는지 주로 물어보셨고, 남성분들에게는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 체크를 하셨습니다.
“나마스떼! 홀리 잘 보내셨어요?”
“네, 잘 보냈어요.”
“홀리 때 뭐 만들어서 먹었어요?”
“뿌와 만들어서 먹었어요.”
“왜 나한테는 안 주고 혼자만 먹었어요?” (웃음)
“스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다음에 드릴게요.” (웃음)
“새해 선물 가져왔어요.”
▲ JTS 로고가 박힌 쌀 포대를 받고 좋아하는 주민
스님께서 우리 마을에 오셨다고 금새 소문이 났는지 동네에서 아이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어서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스님께서는 “지금 학교 갈 시간인데 왜 여기에 있니? 어서 학교 갈 준비를 하거라” 라고 야단을 쳤더니 몇몇 아이들은 돌아갔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씨익 웃기만 하고 계속 졸졸졸 따라다녔습니다.
▲ JTS 활동가들을 따라다니는 안투비가 마을의 아이들
안투비가에서는 산 중턱에서 힌두교 사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두도 내려와서 스님을 반겼습니다. 스님께서는 사두에게도 쌀 한자루를 선물하며 “새해 잘 보내세요” 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 스님을 무척이나 반가워 하는 힌두 사원의 사두
그리고 안투비가 마을 유치원에 잠시 들러 수업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고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고 격려를 해주신 후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셨습니다. 유치원은 두 반으로 나뉘어서 운영되고 있었는데 한 반은 ‘너서리’라고 해서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언니 오빠를 따라 와서 수업을 듣는 교실이고, 한 반은 정식 유치원 과정으로 운영되는 교실이였습니다.
▲ 안투비가 마을 유치원
그런데 너서리 반은 3살,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너무 어린 아이들도 많아서 앵앵 울음을 터뜨리는 등 소란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저렇게 어린 아이들은 유치원에 들여보내면 안된다”고 선생님과 담당자에게 강조를 하셨습니다.
다음은 아자드비가 마을 104가구와 아마르푸르 마을 76가구를 가가호호 방문을 하였습니다. 앞서 방문한 안투비가를 포함하여 이 세 마을은 산아래에 있는 마을로써 대부분의 주민들이 돌을 깨는 일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도 정부가 전정각산을 보호하기 위해 채석장 사업을 불허하면서 이곳 마을 주민들은 할 일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마을 방문을 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요즘 할 일이 없어졌다”며 도와달라는 눈빛를 보냈습니다.
“홀리 잘 보내셨어요?”
“그냥 지냈어요.”
“요즘 무슨 일 해요?”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있어요.”
“원래 무슨 일을 했는데요?”
“돌을 깨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 공사가 멈췄어요.”
“아이고....”
“새해 선물 가져왔어요.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스님께서는 할 일을 잃고 집에만 있는 건장한 남성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계속 내비치셨습니다.
어떤 집 앞에는 오토바이 두 대가 서 있어서 스님께서 깜짝 놀라서 물어보셨습니다.
“이 오토바이는 누구 거예요?”
“석탄 사러 온 사람들이 타고 온 거예요.”
▲ 기차에서 훔쳐온 석탄이 집집마다 곳곳에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석탄을 판매하는 것이 신기해서 스님께 여쭤보니 이 마을 앞에 철길이 하나 지나가는데 기차가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석탄을 훔쳐온다고 합니다. 오늘도 기차 한 대가 철길 위에 한참 동안 서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 중에 석탄을 한 아름 안고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땅이 척박해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소는 비싸서 사지를 못하니 산에 가서 돌을 깨거나 석탄을 훔쳐오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습니다.
▲ 돌을 캐느라 파헤쳐진 산 아래. 석탄을 싫은 기차가 들어오는 아자드비가, 아마르푸르 마을
그리고 아무르푸르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잠깐 지켜보고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예전에는 중학생들을 선생으로 맡겼을 때 제법 의젓한 어른처럼 보였는데, 오늘 보니까 너무 어린 티가 나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유치원 선생님들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 내내 걸어다녀서 모두들 지쳐있었는데 다행히 스님께서 잠시 쉬었다 가자 하셔서 아마르푸르 유치원 앞에서 잠깐 목을 축였습니다. 그리고 아마르푸르 76가구를 모두 방문하여 쌀을 나눠준 후 철길을 건너 20분 가량을 걸어가서 산티나가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둥게스와리를 빠져나와 산티나가르 마을로 가는 길
오늘은 수자타아카데미로 다시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 같아 산티나가르 마을 유치원 앞에서 학교 급식을 차로 실어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과 달, 사부지를 담은 차가 도착하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스님 일행이 식사하는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 점심 식사 시간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스님께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예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너무 많이 지원해주면 의존심이 많아지고, 너무 적게 지원해주면 스스로 일어설 수가 없고, 너무 많이도 아니고 너무 적게도 아닌,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데 힘이 부족할 때 필요한만큼 조금씩 도와주어야 진짜 도움이 된다” 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치 식물을 키울 때 비료를 너무 많이 줘도 웃자라서 죽고, 비료를 적게 주면 제대로 안자라는 것과 같다”고 덧붙이시면서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 구호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주시는 스님
이번에 마을마다 쌀을 나눠주면서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스님의 말씀에 절로 공감이 갔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북한 동포 돕기를 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담을 들려주시면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거지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여러분들도 많은 연구를 해보세요” 라고 활동가들에게 당부를 하셨습니다.
달콤한 휴식 시간을 마치고 이어서 산티나가르 마을 83가구에 대한 쌀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 오늘도 9기 행자대학원 행자님들이 열심히 쌀포대를 지고 날랐습니다.
스님께서는 집집마다 둘러보신 후 “예전보다 형편이 많이 좋아졌네” 하시며 격세지감을 표현하셨습니다. 특히 인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벽돌로 새로 지은 집이 많았는데, 인도 정부도 최근 들어 많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홀리 잘 보내셨어요?”
“네”
“무슨 음식 만들어 먹었어요?”
“뿌와 만들어 먹었어요.”
“집을 잘 지었네요. 인도 정부에서 얼마 받았어요?”
“7만5천 루피 받았어요.”
“지붕은 왜 없어요?”
“돈이 없어서 더 못 지었어요.”
“새해 인사 왔어요. 새해 선물로 쌀을 가져왔어요.”
집집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어떤 사람은 술 사먹는데 쓰기도 하고, 인도 정부가 생색내기용으로 돈을 적게 주어서 그런지, 벽면만 쌓아올리고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인지, 대부분의 벽돌 집이 완성된 경우는 거의 없고 짓다가 만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343가구에 대한 방문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오후1시30분이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속도를 빨리 내었더니 조금 일찍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티나가르 유치원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스님께서는 “학교 열심히 다녀야 해요” 라고 강조하시면서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유치원에 안 다니는 아이들도 뒤섞여서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지만 스님께서는 모두에게 과자를 나눠주셨습니다.
▲ 산티나가르 유치원
동네 주민들도 담벼락에 고개를 내밀고 스님께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모습을 지켜보며 연신 웃음을 보이며 좋아했습니다.
▲ 유치원 담장 너머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
마을 방문을 모두 마치고 산티나가르에서 수자타아카데미로 다시 돌아오니 오후2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3시30분이 되자 수자타아카데미도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났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마을별로 모여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
스님께서는 학교 교사들과 1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하셨습니다. 그동안 마을 방문을 하면서 몇가지 의문점과 확인해야 될 것들이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교사들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며 그동안 해오시던 고민을 더욱더 구체화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 수자타아카데미 교사들과의 회의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10여가지의 질문들을 물어보셨습니다.
“만코시힐과 소라즈비가에 소를 빌려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송아지를 한 마리 빌려와 키워서 큰 소를 만들어서 팔면 절반씩 이익을 나눈다고 그럽디다. 이것이 정확한 것인지 누가 자세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한번 설명해 보세요.”
“가난한 사람마다 소 한 마리 정도는 키울 능력이 돼요?”
“염소, 소, 돼지, 닭 네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키우는 것이 가장 이득이 커요?”
“일반 소와 버팔로는 우유 생산량이 얼마나 차이가 나요?”
“마을 사람들에게 집집마다 소를 한 마리씩 키우게 공급을 해주고, 거기서 나온 우유를 JTS가 구입해서 가야에 판매해주면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정부에서 받는 주택 지원금 7만5천루피로 집을 다 지을 수 있어요? 부족해요? 방이 3개 정도 있는 집을 지으려면 얼마 정도 들어요?”
“10명 단위로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10명이 함께 시멘트, 철근, 벽돌, 노동자를 구하면 돈이 더 적게 들고, 돈을 다른 곳에 쓰지도 못할 것 아니예요? 주민들이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것입니다.”
▲ 힌디어 통역을 하는 쁘리앙카님(왼쪽)과 인도에 새로 파견을 오신 보광법사님(오른쪽)
“또 마을에서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 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어요? 여기서 수입이 안 생기니까 다 다른 곳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마을에 가보니까 청년들이 많이 있던데요. 여자 아이들도 15세에서 20세 사이인데 아직 시집 안 간 처녀들도 보이고, 25살 이하의 아직 결혼 안 한 남자 청년들도 있고, 또 애기가 한두명 있는 부인들도 있고요. 옛날에 수자타아카데미를 다녔던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면 주택 개량이나 소 먹이는 거나 마을 개발 같은 것을 할 수 있지 않는가 싶어요.”
“유치원 선생님은 8학년 정도를 다닌 아줌마들에게 맡기면 어떨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중학생들은 계속성이 없는데 이런 아줌마들은 오래 할 수 있잖아요. 유치원을 조금 더 좋은 유치원을 만들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이 좋을지 아이디어를 좀 내어주세요. 첫째는 시설도 좀 보완해야 하고요. 둘째는 교육 기자재도 있어야 하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훈련을 시키면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학생들은 계속 바뀌니까요. 아줌마가 유치원 선생을 하는 것이 마을 풍속 상 문제는 없어요?”
“정부 학교의 운영 실태는 어때요? 오늘 마을에 가보니까 정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 거의 잘 안나가는 것 같던데요.”
“유치원에서 공부를 아주 잘 가르쳐서 정부학교에 들어가면 1학년 때부터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만들어서 양민 아이들한테 기 안죽고 다닐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크리켓이예요? 축구도 좋아해요? 1년에 한번씩 크리켓 대회를 하면 청년들의 기운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까요? 마을의 공터를 축구장으로 꾸며도 괜찮을까요? 가야시에서 누구든지 참여하게 해서 대회를 열면 너희들이 이길 수 있어요?”
“여자 아이들은 어떤 운동을 좋아해요? 배드민턴을 좋아해요? 마을마다 팀을 만들 정도가 돼요?”
교사들은 스님께 자신이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대답을 다 듣고 나서 아직 미진한 것이 남으셨는지 “내일도 이렇게 수업 마치고 1시간 정도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신 후 미팅을 마치셨습니다.
스님과 교사들이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2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천민으로 살아왔고,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과연 어떻게 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구하는 모습 속에서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가슴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토론 과정 속에서 교사들 또한 자신들의 마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고, 그 속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녁6시45분부터는 어제에 이어서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인도JTS의 사업 방향을 잡는 회의를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마을 방문을 한 결과와 교사들과 의논한 결과를 다시 정리해 주시면서 몇 가지 과제들을 도출하시고 남은 기간 동안 더 연구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우물이 많이 지저분하던데 장대에 바구니를 달아서 쓰레기를 좀 건져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물 뚜껑을 좀 설치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가능하면 핸드펌프를 설치해 주는 계획을 좀 세웁시다. 제가 보기에는 열 집 당 하나씩 핸드펌프를 파주려면 수요가 많거든요. 핸드펌프 파는 기계를 어떻게 확보할지 조사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국에 가서도 알아볼게요.
▲ 인도JTS 활동가들과 회의
그리고 아자드비가 안투비가에서 돌광산이 중지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직장을 다 잃어버린 문제를 어떻게 할지 연구를 좀 해봅시다. 집집마다 젊은 사람들이 할 일 없이 앉아 있는 것 보니까 가슴 아프더라구요. 첫째는 필요 있든 필요 없든 건물을 하나 지으면서 노는 주민들을 데려와서 노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있고요. 둘째는 주택 조합을 만들어서 집 지어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로 쓰는 방법이 있고요. 셋째는 그냥 돈을 주는 셈 치고 토목 공사를 벌이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도로 파진 것을 자갈을 가져가서 메운다든가 트렉터 하나에 5명 정도를 고용해서 길 닦는 일을 계속 하게 한다든지, 각자 자기 마을의 도로를 닦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쉬람단으로만 할 수 없는 규모가 큰 공사를 하는 것이죠. 주택건설회사를 만들어서 기술자를 붙여서 마을마다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해주면 어떨까요? 상시적으로 일을 주고 대신에 일당은 적게 주고요. 집을 이렇게 지어라 하고 모델 하우스를 정해 줘야 할 것이고요. 한팀이 아니라 여러 팀을 만들어야 하고요.
소 키우는 문제로 마을 리더들과 이야기해보니까 염소를 키우는 것이 제일 이익이 낫다고 하네요. 그런데 염소는 집집마다 이미 다 키우고 있으니까 염소를 분양해 주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잖아요? 소 보다는 염소가 주민들에게는 돈 순환이 훨씬 빠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염소 새끼를 한 마리 주면 커서 새끼를 다시 낳는데 1년 걸린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1년에 두 번 새끼를 낳는다고 하네요. 분양을 해주면 1년 반이면 회수가 되잖아요. 소는 5~6년 걸리는데 말이죠. 그러면 학교 뒷 담벼락 쪽에 울타리를 쳐서 소나 염소를 한번 키워 보면 어떨까요? 노동자 한명이 배정해서 관리를 맡기면 되거든요. 새끼를 낳으면 계속 분양을 해주면 되고요.
소는 빌려주더라도 현재 마을에서 거래되는 방식보다는 키우는 사람에게 더 이익이 돌아가도록 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동네 사채 이율이 떨어지면 거기에 따라서 우리도 이율을 더 떨어뜨리면 되거든요. 송아지는 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조금 큰 5천 루피 되는 소를 빌려줘서 키우게 해서 한 사람당 1만 루피를 벌 수 있게 해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새끼를 두 마리를 돌려주게 하고 어미소를 갖게 해주든지요.
그리고 마을마다 축구장을 만들 수 있는 공터를 한번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부 학교는 인터넷에 민원 제기를 계속 올려서 정상화 되도록 좀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정부 학교로 보내는 것이 원칙인데, 아이들이 정부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또 정부 학교가 제대로 운영이 안되니까 중학교 들어올 때까지 중간에 공백이 생겨요. 이것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유치원 교육을 강화해서 공부를 착실히 가르쳐서 정부 학교에 가서 주도권을 잡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천민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학교에서 튕겨지지는 않거든요. 양민 아이들은 똑똑하지 선배들도 있지 자기 동네에 학교가 있는 반면에 천민 아이들은 이웃 마을에 가서 선배도 없지 공부도 할 줄 모르니까 그냥 다니다가 말아버리는 겁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더 연구를 해봅시다.”
이렇게 스님께서 이야기해 주신 것 외에도 오늘은 마을 개발 담당자 최동호님, 병원 파트 담당자 박종화님, 학교 파트 담당자 권도영님, 시설 관리 담당자 주연우님이 각자 자신의 경험을 갖고 다양한 의견들을 내어주어서 더 풍성한 토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일 하루 더 마을 방문을 해보면 둥게스와리 전체 마을을 다 둘러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도출된 과제들에 대해서 더 분명한 결론들이 나오게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전정각산 산 넘어 마을인 바가히, 까나홀, 가왈비가, 자르하리, 스리람푸르 총 523개 가구를 직접 방문하며 쌀을 배분할 예정입니다. 오늘까지 매일 평균 300여 가구를 방문했는데 내일은 500여 가구를 방문해야 해서 무척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JTS가 인도 둥게스와리 아이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기아, 질병, 문맹 퇴치 활동에 함께해 주세요.
전체댓글 3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