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3.2~3 인도 1일째 한국인 활동가 법회


▲ 인도JTS 한국인 활동가 법회 

 

안녕하세요. 3월2일 한국 인천공항을 출발한 스님께서는 3월3일 인도 가야에 도착하셔서 둥게스와리 마을 수자타아카데미로 들어가셨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한지 1일째인 오늘, 스님께서는 이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 활동가들을 위해 법회를 해주셨습니다. 

 

2일 오전7시에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 참석하셔서 김명혁 목사님, 김대선 교무님, 김홍진 신부님, 박경조 주교님, 박남수 교령님과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시고 종교인 모임의 역할에 대해 의논하셨습니다. 이어서 오전10시에는 윤여준 전 원장님과 교육원 운영에 대해서, 12시에는 기획위원회 회의를 오후4시까지 연달아 가지셨고, 오후4시에는 비자 발급 업무로 한국에 잠깐 귀국한 필리핀JTS 김희자님이 스님께 인사를 하러 찾아와서 지난주에 파견된 행자님들이 잘 도착했는지 안부를 물으시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오후4시30분에는 김명혁 목사님이 회장으로 계신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 오는 13일에  ‘3.1정신을 이어받아 : 남북한의 평화통일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스님께서 인도에 방문하셔서 참석하지 못하는 관계로 대신 발표 내용에 대해 영상 촬영을 하셨습니다. 

 

오후5시30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전국으로 정초법회를 연이어 다니시느라 목을 많이 무리하셔서 이비인후과에 들러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오후6시에는 인도로 출국하시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셨습니다. 인도JTS 활동가들에게 전해줄 짐을 수하물로 다 부치고 나니 시간 여유가 생겨 스님의 하루 원고 교정을 보시다가 오후9시20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하셨습니다. 

 

5시간 55분을 비행한 후 현지 시간으로 3일 새벽1시20분에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늘 인파로 북적이던 방콕공항이 너무나 한산했습니다. 가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려면 12시간을 공항에서 더 기다려야 해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공항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공항이야 말로 최고의 호텔이지” 하시며 의자에 몸을 눕히신 채 그대로 잠을 청하셨습니다. 

 


▲ 방콕 공항

 

의자 위에서 단잠을 자다가 갑자기 주위에 사람들 목소리가 웅성거려 일어나 보니 아침 해가 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시계를 보시더니 “늘 시간에 쫓기는데 비행기 시간이 이러니까 시간이 남아도는 일도 생기네”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공항에서 잠을 자보냐면 내년부터는 주로 이 비행기로 인도성지순례를 갈거거든. 내가 직접 여기서 자봐야 어떤 문제점이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지” 하시며 공항에서 잠을 청하신 이유를 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의자에서 자보니까 좀 불편하네. 은박지를 가져와야 바닥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겠다” 하시며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시고 대중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불편함이 없을지를 연구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법문하실 때 대중들을 인솔하는 지도자는 사전답사를 꼼꼼히 해야함을 자주 말씀 하셨는데, 스님께서 보여주시는 모습도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12시간 동안의 공항 체류를 끝내고 다시 비행기에 탑승해 12시40분에 방콕을 출발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늘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시는데 이번 가야행 비행기 탑승석은 맨 끝좌석이여서 의자가 젖혀지지가 않고, 앞좌석과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다리를 온전히 펼 수가 없었습니다. 접이식 책상을 펴고 서류를 얹으니 이마가 앞좌석에 닿았습니다. 이 자세로 어떻게 3시간20분 동안이나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스님께서는 무릎을 앞좌석 밑으로 넣으신 채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 방콕에서 가야로 가는 비행기 안

 

오후2시30분에 가야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인도JTS 활동가 최동호님, 김신아님과 방금 전 델리에서 가야 공향에 도착한 보광 법사님(장도연 행자님), 쁘리앙카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스님께 합장하며 인사를 드린 후 승합차 2대에 나눠타고 수자타아카데미로 향했습니다. 

 


▲ 가야 공항

 

전정각산이 보이고 둥게스와리 마을 입구에서 수자타아카데미로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길이 도로 포장을 하기 위해 길이 넓혀져 있었고 어떤 구간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곳도 있었습니다. “둥게스와리에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생기다니..” 하며 놀라워 하고 있는데 스님께서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관광객은 점점 더 많아지고 또 구걸하는 사람은 더 많이 몰려오지” 하시며 걱정을 내비치셨습니다. 

 


▲ 둥게스와리 마을 입구에 드러선 아스팔트 도로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인도 정부에서는 전정각산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수자타아카데미 바로 옆에 큰 건물과 공원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해서 보니 벌써 담벼락 앞에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이미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 수자타아카데미 담벼락을 경계로 건물을 짓기 위해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스님께 “앞으로 둥게스와리에 호텔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라고 물어보니 스님께서도 “그렇지” 라고 하셨습니다. 개발의 물결이 들이닥치면 앞으로 둥게스와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많은 걱정이 되었고, 또 이에 따라서 인도JTS의 사업은 어떻게 변해나가야 하는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한 스님 일행은 간단히 짐정리를 한 후 오후4시에 모두 법당에 모여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께서 불상을 향해 삼배를 올리셨고, 이어서 활동가들 모두가 스님께 삼배를 올렸습니다. 스님께서는 “아픈 사람은 없어요?” 라고 안부를 물으셨고, 활동가들 모두 “없습니다” 라며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 서로 맞절을 하는 기존 활동가들과 새로 파견 온 활동가들

 

이어서 기존 활동가들과 이번에 새로 파견된 행자대학원 9기 행자님들과 보광 법사님, 쁘리앙카님이 서로 맞절을 했습니다. 

 


▲ 인도에서 1년간 파견 근무를 하게 된 행자대학원 9기 정유진, 김미정, 김민경, 박영민, 강명희, 신애남 행자님, 그리고 인도 사업 책임자로 파견을 온 보광 법사님과 쁘리앙카님 

 


▲ 현재 인도JTS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신아님, 마을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최동호님, 시설을 맡고 있는 주연우님, 지이바카 병원 담당자 박종화님, 학교와 유치원을 담당하고 있는 권도영님, 회계와 총무를 맡고 있는 신예슬님 

 


 

그리고 인도인 교사들이 와서 스님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께서는 다들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신 후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쁘리앙카님이 이번에 같이 왔다”고 소개하자 인도인 교사들은 축하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새로 파견된 활동가들도 인도인 교사들에게 각자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파견온 한국인 활동가들과 인도인 교사들은 서로 맞절을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 서로 맞절을 하고 있는 새로 파견을 온 한국인 활동가들과 인도인 교사들

 

또 인도인 교사들은 모두 어릴 때 쁘리앙카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인데 8년 만에 다시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온 쁘리앙카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 8년 만에 돌아온 쁘리앙카님에게 삼배를 올리는 인도인 교사들

 

이렇게 기존 활동가들, 새로 파견 온 활동가들, 인도인 교사들 모두는 설레이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하기도 한 첫대면식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더 자세한 소개는 수련을 같이 하면서 나누자고 하시며 짧게 대면식을 마쳤습니다. 

 

스님께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머무시는 이번 3월까지는 이곳 소승불교의 계율에 따라 오후 불식을 하시기로 하셔서 활동가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스님께서는 학교 주위를 산책하시며 공간 사용에 대한 점검을 하셨습니다. 

 

오후6시45분부터는 한국인 활동가들을 위해 스님께서 법회를 해주셨습니다. 활동가들이 삼귀의, 반야심경, 청법가, 삼배로 스님께 법을 청하자 스님께서는 정토회의 설립 취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도에 파견 온 활동가들은 어떤 마음 자세로 지내야 하는지, 스님께서 머무시는 이번 20일 동안 어떤 것을 주안점으로 살펴봐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6년 간 수행하신 이곳 전정각산 아래 전정각사에서 인도 달력으로 새해를 맞을 즈음에 이렇게 다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어 참 좋네요. 제가 인도에 많이 다녔지만 인도의 설날에 있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오늘은 한국에서 9기 행대생 중에 6명이 1년 동안 봉사하려고 왔고, 쁘리앙카 시스터가 인도를 떠난지 8년 만에 다시 인도로 돌아왔습니다. 또 장도연 행자님이 3월1일날 법사 수계를 받고 보광 법사님이라는 법호를 받아서 인도로 파견 왔습니다. 또 김신아님은 여기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고, 최동호님은 올해로 4년째 일하고 있고, 주연우님은 3년째 일하고 있고, 권도영님은 1년 6개월째 일하고 있고, 박종화님은 1년 5개월째 일하고 있고, 신예슬님은 6개월이 되었네요. 이렇게 해서 오늘 우리가 만났습니다. 

 


 

정토회가 설립되고 27년이 지났고 우리가 만일결사를 시작한지도 2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법문을 하더라도 늘 한결같이 ‘우리는 수행자로써 봉사도 하고 사회활동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수행자여야 합니다. 수행자는 첫째, 자기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자기가 감당을 못합니다. 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잖아요. 사람이든 신이든 자기 밖의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돈 좀 많이 있는 사람과 만나서 혜택을 좀 볼까, 성격 좋은 사람 만나서 위로를 좀 받을까 그러는데 이것은 자기가 자기 인생을 못산다는 얘기예요. 저 산에 있는 토끼나 노루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데 사람이 되어서 자기가 자기 인생도 못 살고 늘 누구에게 의지해서 껄떡거리며 살아요. 

 

그러니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남탓하거나 의지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세상 사람들이 다 도와달라고 아우성이니까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든,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든,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든,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숟가락을 주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하나 주든, 어리석은 자를 깨우쳐주든 남한테 도움을 주는 자가 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첫째 내 인생은 내가 산다는 것을 기본에 깔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못 먹는 사람들에게 밥도 좀 주고, 옷 없는 사람들에게 옷도 좀 주고, 아픈 사람 치료도 해주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부 좀 하도록 해주자 이런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하면서 괴로워 죽겠다고 하면 수행자라는 기본 바탕이 무너진 것입니다. 기초는 수행으로 쌓고 그 위에 봉사의 탑을 하나씩 쌓자 했는데 탑을 쌓기는커녕 지반이 무너진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파견을 오든 어떤 경우에도 항상 수행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지만 소귀에 경읽기입니다. 

 


 

남을 돕는 것은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량이 되면 하고 역량이 못되면 못하는 겁니다. 최선을 다하되 역량이 되는 만큼 하는 것이지 역량이 안되면서 더 많은 일을 하려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을 내는 것은 수행이 아니예요. 그러면 괴로워집니다. 내 능력은 다섯명 밖에 못 돕는데 어려운 사람이 열명이나 있다고 하면서 밤잠 못자고 울고 있으면 일반 세상에서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지 몰라도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수행이 안된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다섯명 밖에 도울 능력이 없으면 다섯명을 돕고, 앞으로 다섯명을 더 도와야 한다면 어떻게 더 도울 수 있는지 연구를 해서 능력을 키우는 사람입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우는 사람이 수행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수행자로써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항상 자기를 돌이켜서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살피고, 그 다음에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재정적인 보시를 하든, 재능을 가지고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아침에 발우공양을 하거나 절을 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고 수행자들이 모여서 수행을 하면서 그 다음에 봉사를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곳에 온 것은 봉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고 수행을 하러 와 있다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더군다나 이 곳은 부처님이 깨닫기 전에 수행하신 곳이고, 부처님이 깨달은 곳이고, 부처님이 깨닫고 교화하신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수행상, 성도상, 설법상 이렇게 삼존불을 모신 것이예요. 

 


▲ 수자타아카데미 학교 안 전정각사에 모셔진 삼존불
 

그러므로 이곳은 수행도량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곳은 수행자로써 수행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기만 하면 되는데, 이곳은 그 일도 하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수행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즉 불법을 공부하고 수행할 사람을 안내하는 역할까지 앞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은 그런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법인을 두 개를 설립했습니다. 하나는 어려운 주민을 돕는 인도JTS이고, 다른 하나는 수행자의 길을 열어주는 인도정토회입니다. 

 

이제는 여기도 문경공동체 살이와 똑같이 수행도량으로 가꾸어가야 합니다. 낮에는 밖으로 나가서 병원과 학교 운영, 마을개발을 하고, 저녁에는 돌아와서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을개발이든 학교든 병원이든 운영한다고 하면서 괴롭다고 껄떡거리고 울면 수행자가 안된 것입니다. 수행한답시고 여기 앉아서 절만 하고 책이나 보고 있고, 마을 주민들이 아파서 죽는다고 해도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핸드펀프가 고장난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모르고 있으면 이것은 보디사트바가 아닙니다. 대중에 대한 아무런 연민이 없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내내 그런 일들만 하러 다니고, 자기를 돌아보는 것도 없고, 힘들다고 울고, 말 안듣는다고 인도 사람들에게 화내면 이것은 수행자가 아닙니다. 여기 온 목적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것인가 늘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하는 나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늘 보면서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일과 수행의 통일입니다. 이런 과제를 안고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3주 동안 머물면서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본 후에 지금까지 해온 일들 중에서 어떤 일이 정말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당장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그것이 꼭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없어요. 미래의 방향은 가난하지만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행복한 사람, 내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부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곳에 와도 그들은 삶이 헐떡 거리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 이런 수행자의 지향에 맞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예요. 마을개발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 속도에 뒤쫓아가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아이들 공부시켜서 대학에 보내 돈에 껄떡거리며 살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행자이잖아요. 우리는 그런 것이 다 주어졌지만 다 버리고 여기 와서 있는데, 그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뭐가 그리 좋다고 우리가 버리고 온 것을 다시 먹으라고 줄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당장 아픈 사람들이나 굶는 사람들에게는 약을 주고 밥을 줘야 하겠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수행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서로 협동하고, 가난하지만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마을을 만들 것인가? 이런 목표의식을 뚜럿이 갖고 마을을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가서 길이 지저분하니 길을 닦자, 집이 부서졌으니 집을 고쳐주자, 아이들 공부시켜서 취직시켜주자, 이렇게 몇 년을 했는데도 잘 안된다고 ‘한 것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수행자적 관점도 확실하지 않고, 그런 관점에서 개발한 어떤 모델도 아직 없다 보니까 늘 서구에서 해왔던 또는 기존 단체들이 해왔던 모습들이 늘 우리에게 모델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정토회에서는 첫째, 수행적 관점이 잡힌 서원행자 이상은 누구나 이곳에 와서 살 수 있고, 발심행자는 그렇게 살겠다고 약속은 한 사람들이니까 이런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게 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일반인들이 와서 봉사를 하겠다고 하면, 이곳에 행자원을 만들어서 행자원에 소속되어서 봉사를 하게 할 계획입니다. 수행자들을 모아서 수행하면서 봉사를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봉사만 하기 위해서 온다, 이것은 이제 허용이 안됩니다. 이제 여기는 수행도량이니까 하루를 살더라도 수행자로 와서 살면서 봉사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곳은 수행도량이 되는 공동체로 운영합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수행자적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늘 같이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를 운영하거나 병원을 운영하거나 마을개발을 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속적인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도와주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끊임없이 보장해주는 것이 복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힘든 사람들은 도와주어야 하겠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많은 주민들이 이러한 가치관을 갖도록 여기서 훈련이 되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물질에 껄떡거리는 주민들을 보고 ‘저건 안된다’ 하면 여러분들은 자비심이 없는 것이고, 불쌍히 여겨서 하자는 대로 자꾸 주기만 하면 여러분들은 JTS 사업의 원칙을 놓친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수행을 해야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힘을 합쳐서 첫째, 우리가 수행 정진하고, 두 번째는 학교도 인도 정부 학교가 생기니까 현실을 감안해서 어떤 학교는 하고 어떤 학교는 안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병원도 너무 욕심을 내어서도 안되고 너무 방치해도 안되고 병원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짓고 운영할 것인지, 네 번째, 마을개발도 우리가 지향하는 것들을 마을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인지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개발에 대해서는 인도 정부가 우리보다 100배의 힘으로 밀고 들어올 겁니다. 그렇게 개발이 되면 남이 와서 보면 마을이 개발이 되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개발업자들의 하인으로 전락되어 그 이익이 주민들에게는 하나도 돌아와 있지 않거든요. 한번 개발이 시작되면 이 흐름을 막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제 마을에 도로가 들어오고 상가가 들어서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땅값이 오르고 주민들의 민심이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대응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공부한 아이들이 마을마다 몇 명씩 배치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20일 있으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한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봅시다. 처음에 이 마을에 와서 발원을 한지 20년이 지났고, 이것을 기초로 해서 다음 20년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워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 지역의 변화나 인도 경제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다음 20년이 지나서 돌아봤을 때 ‘그 때 우리가 준비를 제대로 했었다’ 이렇게 되어야 하거든요. 이번에 방향을 세운 것이 앞으로 20년 계획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스님께서는 목이 많이 잠기셨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자상하게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수행공동체로 가꾸어나가야 한다는 것, 마을개발을 하더라도 공동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을 할지 등에 대해 조목조목 큰 과제들을 던져 주셔서 관점을 분명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번에 새로 법사 수계를 받고 인도JTS 책임자로 파견되어 수행공동체를 가꾸어나가는 일과 JTS 사업을 함께 이끌어줄 보광 법사님에게 공동체 대중들 모두 삼배의 예를 올렸습니다. 

 


▲ 보광 법사님에게 삼배를 예를 올리는 대중들. 

 

그리고 스님께서는 내일 일정에 대해 간단히 의논을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셨습니다. 

 

내일은 수자타아카데미 학교 주위 마을인 두르가푸르의 108가구와 자그디스푸르의 143가구를 모두 다 방문하시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도 듣고, 생활 모습도 직접 다 둘러보실 예정입니다. 그리고 인도의 새해 명절인 홀리데이를 맞이하여 방문하는 집집마다 쌀 20kg씩을 나눠주고 저녁에는 현지 활동가들과 평가회의를 갖습니다. 내일 또 생생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5

0/200

정긍정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

2015-04-12 19:18:25

조예쁜

하루 하루 삶이 이토록 꽉차게 아름다울수 있을까요 스님 부디 오래 건강히 지내시길

2015-03-07 20:21:12

수미향

스님의하루를읽으며 반성과참회를합니다
자본주의에물든 몸과마음이 업식을따라껄떡이며사는자신이너무부끄러운순간입니다
수행자답게살아가길연습또연습하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2015-03-06 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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