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 JTS가 가가후만에 세운 학교
안녕하세요. 필리핀JTS 민다나오 사업장을 방문한지 5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마놀로폴티치주 길랑길랑면의 가가후만 마을을 방문하셨습니다.
가가후만 마을은 필리핀JTS가 민다나오에 구호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감동을 준 곳입니다. 해발 1200미터의 높은 산봉우리 위에 있는 이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깊게 우거진 정글을 3시간 동안 땀범벅이가 되어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는 인적이 드문 마을입니다. 예전에는 NPA(신인민해방군) 지역이 되어 정부와 잦은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 곳입니다. 이렇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이곳 부족 사람들에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간절한 소망은 부족을 상징하는 큰 건물과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JTS는 이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해 학교를 지었습니다. 가가후만 사람들은 건축자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산비탈을 수없이 오르고 내리며 어렵게 학교를 완공시켰습니다.
새벽4시에 도량석 소리에 일어나 108배와 명상을 한 뒤 최말순, 한금화, 김명옥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떡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스님 일행은 5시50분에 JTS 센터를 출발했습니다. 마놀로폴티치 무니시팔리티 홀에서 함께 동행할 지역개발 담당자 Glenn 씨를 차에 태우고 가가후만 마을에 비교적 가까운 길랑길랑면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9시 무렵 길랑길랑면에 도착하여 산행을 도와줄 이곳 현지인 청년 2명을 다시 차에 태우고 끼하나이(Kihan-ay)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차량이 가지 못해서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끼하나이(Kihan-ay) 마을에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올해 JTS가 학교를 짓기로 한 마을입니다. 스님께서는 학교를 지을 부지를 답사하면서 흙을 어떻게 파서 교실을 어떤 방향으로 지을지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과 의논하셨습니다.
▲ 끼하나이 마을에 새로 지을 학교 부지 답사
그리고 마을 리더들과 간단히 인사를 한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곳에 학교가 들어서면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 될 것 같다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 끼하나이 학교 부지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제 여기서부터 3시간 동안 정글을 지나 산을 넘고 계곡을 넘는 등 고강도의 극기 훈련이 기대되는 가운데, 스님을 선두로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저 멀리 반대편 산을 보니 이원주 대표님이 “저기 저 산 꼭대기에 있는 것이 가가후만 마을이예요” 라며 오늘 우리가 갈 목적지를 알려주십니다.
▲ 오늘 스님 일행이 걸어가야 할 산꼭대기 위 가가후만 마을을 가르키는 이원주 대표님
저곳까지 과연 오늘 안에 다녀올 수 있을지 그냥 까마득해 보이기만 한 채 앞사람의 뒷꿈치를 보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무지개가 짠 하고 생기면서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 가가후만 마을로 가는 길, 스님 일행을 반겨주는 무지개.
형형색깔의 무지개를 발 아래로 보며 산 아래로 내려오니 드디어 본격적인 정글이 시작되었습니다. 밟는 곳마다 질퍽질퍽한 습기가 가득하고 몇백년은 되어 봄직한 큰 나무들도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 언덕을 올라가니 콘솔라시온 마을이 나왔습니다. 필리핀JTS 활동가 김희자님은 이곳 마을 언덕에도 학교를 하나 지어줄 계획이라고 하시면서 학교 건축 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이곳에 학교가 들어서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콘솔라시온 학교 건축 부지
한참을 가니 계곡이 나타나고 물 흐르는 소리가 귀를 깨끗이 씻어 줍니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신발을 벗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스님께서 “다섯 번이나 계곡을 건너야 하니 신발을 신은 채로 그냥 건너라” 고 하시면서 먼저 물 속으로 당당히 들어가셨습니다.
▲ 다섯번 건너야 할 계곡 중 첫번째 계곡을 건너시고 계신 스님
물살이 강해서 조금만 발을 헛딛어도 1미터씩 뒤로 밀렸습니다. 돌을 잘못 딛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깨에 멘 카메라가 순식간에 못 쓰게 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 가까스로 계곡을 건넜습니다. 한참을 가니 또 계곡이 나타나 물살을 가로질러 넘고, 또 한참을 가니 다시 계곡이 나타나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 계곡을 건너기 위해 나뭇가지를 지고 나르시는 스님
▲ 마지막 다섯번째 계곡을 건너며
이렇게 다섯 번 계곡을 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가가후만 마을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은 완만한 경사가 없이 오직 정상까지 가파른 기울기를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스님께서는 “꼴딱 고개가 나타났다” 고 하시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를 수 있도록 알려주셨습니다.
▲ 가파른 길을 1시간 넘게 계속 올라가야 하는 깔딱고개를 앞에 두고
가파른 산길을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데 숨이 차서 너무 힘든 나머지 ‘왜 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하면서 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살까?’ 하는 의문이 들어 일행을 안내해주는 이곳 가가후만 마을 청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청년은 망설임 없이 “가가후만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을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천미터 고지까지 다 올라와서 이제 가가후만 마을이 보일랑 말랑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 스님께서 갑자기 “이제 늙었는지 현기증이 나네” 라고 하셨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3시간이 걸려 낮 12시 무렵 가가후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가가후만 학교 난간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시는 스님
JTS가 세운 가가후만 학교 건물로 다가가 물에 젖은 양말과 신발을 벗고 바위에 올려 마르게 한 뒤 시원한 산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사방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앞에는 탁 트인 멋진 풍경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신발과 양말을 말리고 계시던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은 “가가후만 마을은 스님께서도 특별히 애정을 갖고 계신 마을이며 필리핀JTS에게 큰 감동을 준 마을” 이라고 하시면서 지난 2007년 당시 학교 준공식이 열리던 날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가가후만 학교 앞에서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 법륜 스님, 한국JTS 현희련 국장님
이 마을의 다투(촌장)은 준공식 당시 학교를 짓게 해준 JTS에게 이렇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깊은 산 속에서 세상에 그 존재를 잃어버린 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아무도 세상에 우리가 있는 것을 알지 못했고,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책이 아닌 총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JTS의 법륜 스님이 처음으로 마을을 방문하여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아버지도, 나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나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나의, 아니 조상 대대로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JTS가 그 꿈을 실현시켜 주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아침부터 자재를 등에 싣고 산을 오르고, 계곡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중한 학교를 우리 아이들이 또 그의 아들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100년이 지나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고마움은 세상의 그 어떤 고마움보다 큽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넣을 수 있는 큰 바구니가 있다 해도 오늘의 이 고마움을 다 채워 넣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원주 대표님을 비롯해 준공식에 참여한 JTS 멤버들은 다투의 감사 인사를 듣고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을 모두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가후만 마을의 다투(추장)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이 마을에 다시 NPA(신인민군)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을의 치안이 불안정해져서 안전 문제 때문에 JTS의 접근이 통제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운영되지 못하다가 최근에 안전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역 군청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이 파견되어 44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데이케어센터를 통해서 30명이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활기를 찾는 가운데 오늘 스님께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스님의 방문을 계기로 가가후만 마을에 다시 한번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기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간단히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조금 있으니 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파견되어 있는 선생님 한 분과 마을 리더인 다뚜가 함께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선생님, 다뚜와 함께 학교 안 교실로 들어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이것저것 꼼꼼히 물어보시면서 체크를 하셨습니다.
▲ 자원봉사 선생님, 다투(촌장)와 함께 학교 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이 학교에 아이들 몇 명이 수업을 들어요?
“44명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곳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있어요?”
“지금은 없고, 이전에는 있었습니다.”
“학년 구분 없이 한 선생님이 모두 가르치면 중학교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없지 않아요?”
“이 학교는 아직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한 상황입니다. 가르치는 아이들을 1,2,3학년 혼합했고 이곳 부족들이 사용하는 히가호논어를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책걸상은 근래에 저희가 만든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산을 오르시며 “교실 앞과 뒤의 난간에 드러 누우면 극락이 따로 없다”고 그러셨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오래되고 낡은 나무들이 부서져 있어서 밟으면 삐걱거리고 아이들이 다니기에 무척 위험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투에게 난간을 수리할 수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 아이들이 다니기에 무척 위험해 보인 부서진 난간의 모습.
“난간이 많이 부서졌는데 저희가 자재를 제공해 드리면 수리를 할 수 있어요?”
“나무를 자르고 할 때 가솔린을 제공해 주시고, 그 동안에 음식도 제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선생님에게 교실에서 더 고쳐야 할 것들을 물어보셨습니다.
“그 외에 교실에 더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이 있나요?”
“창문이 부서졌고요. 천장에서 물이 샙니다.”
“책걸상은 여러분들이 더 만들 수 있죠? 가솔린과 식량만 주면 책걸상도 만들고 난간도 다 수리할 수 있겠어요? 벽도 새로 칠해야 겠네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 명단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거기에 맞게 노트와 학용품을 지원해 드릴게요. 그리고 여기 아줌마들도 글자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다섯명이든 여섯명이든 모아서 잘 가르쳐 주세요.”
“대나무를 연결해서 물을 끌어오고 있는데, 인구가 늘어나니까 물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호수를 사다 줄테니까 물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게 해보세요.”
이렇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과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체크하신 후 스님께서는 아이들을 모두 교실 안으로 불러 모으셨습니다. 차례대로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한움큼씩 나눠주면서 학교 열심히 다니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사탕을 하나씩 입에 문 아이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좋아했습니다.
▲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시는 스님
시간을 더 지체하면 내려가는 도중에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서둘러서 바위에 말려놓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산을 내려갈 채비를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오후 1시 무렵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내려와 첫 번째 계곡을 넘은 후 가방에 넣어 온 주먹밥과 가가후만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고구마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땀을 흠뻑 흘린 채 먹는 주먹밥과 고구마는 언제나 꿀맛입니다. 너무 더워서 몇몇 분들은 그냥 훌러덩 물 속에 잠수를 합니다. 더위가 가시고 ‘이곳이 극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가후만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싸준 고구마
물 속에 신발을 다섯 차례나 첨벙첨벙 빠트려가며 계곡을 모두 건너니 신발에 물이 차서 발이 퉁퉁 불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쁘기에 퉁퉁 붓고 있는 발을 모른채 하고 3시간을 계속 걸어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겨우 차를 주차한 끼하나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산을 다 내려와 훌쩍 계곡을 뛰어넘으시는 스님
마을 인근에 다다르자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도 법복이 다 비에 젖어서 온몸이 흥건해지셨습니다. 젖은 몸을 그대로 차에 싣고 인원 파악을 한 후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가가후만은 스님 일행을 쉽게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역시 가가후만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비로 진흙탕이 된 언덕길에 자동차의 바퀴가 빠져서 꼼짝도 하지가 않았습니다. 오르막길인데다가 커브길이여서 차를 빼기가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힘이 더 센 JTS 4륜구동 차를 앞세워 진흙에 바퀴가 빠진 차를 줄로 연결하여 앞에서 당기고, 남자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 “으샤 으샤” 하면서 뒤에서 밀고 하는 가운데 겨우 차를 진흙에서 빼낼 수 있었습니다.
▲ 진흙 구덩이에 빠진 차를 빼니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재곤님과 이규초님
▲ 앞에서 차를 당기고 있는 이원주 대표님과 스님 일행
바퀴가 헛돌면서 진흙이 사방으로 튀어서 온 몸이 진흙 범벅이가 된 가운데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산길을 간신히 빠져 나왔습니다. 진흙 더미에서 1시간 동안 실갱이를 한 가운데 출발이 늦어져서 해가 지고 컴컴해졌지만 아직 비포장길이 계속 되었습니다.
▲ 무사히 진흙 길을 빠져나온 차량
스님 일행은 모두 저녁 8시가 되어서야 JTS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온 몸이 비에 젖은 가운데 벌벌 떨면서 센터에 도착한 일행은 따뜻한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찬물에 다시 샤워를 하고 겨우 새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저녁 9시에 식당에 모여 스님으로부터 내일 일정에 대해 간단히 공유를 받은 후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돌아보니 고생은 많이 했지만 가슴 속에 뿌듯한 추억이 가득 담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가가후만을 방문한 인연으로 가가후만 마을 사람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아이들이 보다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해 봅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센터를 출발하여 까미긴으로 갑니다. 까민긴에서 필리핀JTS 사업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회의도 하고 수련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47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