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1.4 인도성지순례 둘째날 - 캘커타

인도 성지순례 둘째 날입니다. 어제 320여 명의 순례자들이 인천공항에 집결해 싱가포르, 홍콩, 방콕을 거쳐, 4130분에 콜카타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니까 인천공항에서 콜카타까지는 19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하지만 신라의 혜초스님이 배를 타고 육로로 걸어 인도에 도착하기까지 3개월이 걸린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아주 쉽게 인도에 온 것입니다  

이른 새벽 부지런한 순례자들은 식당 바닥에 돗자리나 담요 등을 깔고 아침 기도를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묵은 숙소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인도 순례객에게는 최상의 시설이라고 했습니다.


아침 공양을 간단히 마치고 8시 반부터 입재식 및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단상으로 나오시자 순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칩니다. 스님께서는 특유의 말씨로 너무 그러니 내 참 부끄럽고마~” 하고 농담을 하시자, 순례객들이 배를 잡고 웃습니다.

참가자 8명 중 한 명은 해외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참여 열기가 정말 뜨겁습니다. 올해는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계시는 국제구호단체 JTS(Join Together Society)가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 어린이들을 위해 세운 수자타아카데미 개교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콜카타는 인도에서도 매우 가난한 도시라고 합니다. 이런 콜카타를 순례지로 잡은 것에 대해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사문유관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라고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부처님께서 왕궁 성문을 나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까? 하는 것을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호텔 안이 왕궁이라면, 밖으로 나와 거지들이 누워있는 풍경은 사문유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991년 한국에서 인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굶주리는 아기를 안고 구걸을 하고 있는 여인을 만났을 때처럼, 청년 시타르타는 어떤 고뇌를 했을까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인도성지순례를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인도에는 10년 전부터 공항도 새로 짓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3천여 년 전의 생활방식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양한 바깥구경을 하다 보면 내면의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성지순례는 바깥만 보는 게 아니라 내면을 보면서 자기의 업식을 살피는 시간입니다.”  

밖을 보는 것은 상을 보는 것이며, 내면을 보는 것은 법을 보는 것입니다. 내면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바깥 경계와 내면의 차이가 클수록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내 내면 속에 숨겨진 업식이 다양하고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내 성질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15일 동안 함께 지내면 식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밥 먹고, 양치질하고, 똥싸고 하다 보면 정도 생기고 미움도 생깁니다. 식구가 되면 자기 성질을 3일 이상 못 숨깁니다. 하지만 내 성질을 보며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성질을 내면 쾌락이고 성질을 참으면 고행이며 성질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 이게 중도입니다. 일상에서 내 마음을 지켜보고, 나누기할 때는 드러내는 게 좋아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고 복종입니다. 자기 성질을 다 드러내는 것은 횡포예요. 성지순례를 통해 정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오후에는 콜카타 시내와 식물원을 구경했습니다. 시내를 구경하며 인도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매우 가난하지만 밝은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콜카타식물원에 들러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라는 반얀나무를 구경했습니다. 나무 줄기에서 뿌리가 자라 땅속으로 박혀 끝도 없이 가지가 뻗쳐나가는 것을 보며, 세상 만물이 모두 연관되어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 연기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첫 교화를 하신 사르나트로 가기 위해 하우라 역에서 무갈사라이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하우라역은 델리-콜카타선의 출발역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역사는 기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판자나 천을 깔고 누워있습니다. 기차를 타려면 밀리는 인파 속에서 달려가야 합니다. 맨몸으로 타도 힘든데 무거운 짐을 가지고 타니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거기다 단체 짐이 하도 많아 좀 건강한 이들은 두번 세 번 먼거리 짐을 옮겼습니다. 마치 군대같이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그 많은 짐을 옮겨 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일행 320명은 거의 작전을 펼치듯이 기차를 무사히 탈 수 있었습니다. 기차에 오르니 온통 땀으로 젖어있습니다.  

당시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마치 육이오 전쟁을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사무유관을 여기에서 경험합니다. 이걸 느껴보라고 콜카타 일정이 배치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법륜스님께서는 손수 짐을 드시고 순례객을 이끄십니다. 가르침을 베풀고자 애쓰시는 스님을 보며 가슴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스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순례객은 불평은커녕 서로 다른 사람의 짐을 들어주며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오히려 살아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며 즐거워합니다.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달리는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기차칸에서 같은 조원끼리 마음나누기를 합니다. 우리 조원은 모두 직장인인데 인도성지순례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사람은 이를 위해 사표 쓸 각오마저 해야했습니다  

730분에 콜카타를 떠난 기차는 다음날 새벽 무갈사라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음엔 어떤 경험이 전개될까요?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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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연

생동감넘치는 글로 12년전의 순례가 그대로 다가옵니다 고맙습니다 ?

2014-01-16 20:02:41

김 옥자

도반님들부럽습니다.저도 놓치지않고 선배도반님들의뒤를따라가는그날을 생각해봅니다모두늘건강하게잘다녀오세요.사진으로만봐도질서정연한정토회의저력이느껴집니다.

2014-01-11 22:15:54

김향미

부처님이 환생 하신 것 같아요 법륜스님 감사

합니다이 시대의 같이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2014-01-09 19: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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