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1.5. 인도성지순례 셋째날 - 바라나시 사르나트

순례단을 싣고 전날 하우라 역을 출발한 기차는 밤새 11시간을 달려 아침 630분에 바라나시의 무갈사라이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에 도착하기 전 5시에 기차 안에서 송수신기로 다함께 아침예불과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는 25년 인도성지순례 역사상 기차가 제 시간에 도착한 건 처음이라며 이는 인도에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서, 아마 이번 참가자들이 공덕을 많이 지어서 그런 거 같다고 하십니다. 그동안 6~12시간 연착 또는 기차 운행이 갑자기 취소된 사례 등을 듣고 보니 남은 순례 일정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새벽 230분경에 개교 20주년을 맞은 수자타아카데미에 보낼 물품을 가야 역에 내리고, 무갈사라이 역에 도착한 순례단은 8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바라나시의 강가강(갠지스 강)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순례기간 동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를 안전하게 이동해 줄 버스라고 하시며, 그래서 순례단이 탈 버스는 인도에서도 가장 좋은 버스라고 하셨습니다. 직접 버스에 타고 보니 몇 년 전에 왔을 때의 버스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여 한국의 버스와 다름없는 걸 보니 순례준비 하나하나에 세심함이 보였습니다.  

무갈사라이 역을 출발한 버스는 바라나시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가강을 건너서 바라나시 시장 인근 산스크리트 유니버시티에 도착했습니다. 순례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개인별로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강가강의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이동하였습니다. 바라나시 시장은 얼핏 보기에 사람과 동물, 온갖 교통수단이 뒤엉킨 혼돈과 무질서를 연상하지만 다시 보면 인도 그들만의 문화가 그대로 간직된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처럼 보여 인도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성과 속이 함께하는 강가강, 릭샤를 타고 이동하면서 인도의 문화와 풍속, 인도만이 지닌 깊은 속살을 더 깊이 보고 느낍니다.
 

강가강에는 눈으로도 보이는 가까운 강 어귀(가트)에서 한쪽은 성스러운 성수로 목욕을 하며 업을 씻어내는가 하면 한쪽엔 한 생명을 떠나보내는 의식이 진행중입니다. 시체를 덮은 주황색 천들이 여기저기 나부끼는 걸 보니 뭇 삶의 마지막을 보는 거 같아 더 경건해집니다. 더불어 시타림에 나부끼는 시체를 덮은 주황색 천(분소의)이 불교의 가사의 유래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인간 붓다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더 지극해집니다. 이제 막 가트에 들어와 강가강에 몸을 담근 후 장작더미에 올려져 화장을 기다리는 시체부터 화장이 진행중이거나 또는 모두 타고남은 잿더미,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을 보며 삶의 무상함을 다시금 눈으로 가슴으로 확인합니다. 스님과 순례단은 해탈주와 아미타불 염불을 하며 모든 존재들이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하기를 기원합니다.  

인도를 대표하는 릭샤 체험과 강가강으로 인도를 깊고 짧게 체험하고 다음 순례지인 불교의 4대 성지 중 하나인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로 향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동하는 차안에서 사르나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께서 성도 후 처음으로 법을 설한 곳이며, 불법승 삼보가 이루어진 곳이고 전법선언을 한 곳입니다.”

전법이 일상인 정토행자에게는 더 의미깊은 곳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는 듯합니다. 사르나트 입구에 도착한 순례단은 스님의 안내로 석가모니불정근을 하며 사르나트의 유적지와 탑을 세 바퀴 돌아 다메크스투파 앞의 넓은 잔디밭에 모였습니다. 그리곤 한국에서 준비해온 공양물을 정성껏 차려서 부처님께 예불을 올렸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초전법륜과 사르나트 성지, 이곳에 남은 유적인 인도의 국장 아쇼카 석주, 고고학박물관의 유물들, 안타깝게 형체만 겨우 남아 있는 다르마라지크 스투파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2014년 성지순례단이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부처님 법을 널리 전파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보탬과 쓰임이 되는 정토행자가 되자고 초전법륜 성지에서 발원해 주셨습니다.

또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그날과 만일결사를 성취할 수 있도록 참여 대중 모두 간절하게 기도하였습니다. 그 후 이곳에서 말씀하신 경전을 전체가 함께 독송을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이곳 사르나트에서 설하신 경전을 직접 읽으니 2,600년의 시공을 거슬러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 마냥 경전의 구절구절이 온몸에 새겨집니다.

! 카운디냐는 깨달았다. 카운디냐는 정각을 얻었다. 여래의 교법은 깊고 깊어 말로는 다할 수 없고 오묘하고 적정하여 이름붙일 수도 없다. 이제 가장 뛰어난 카운디냐가 여래의 진리에 법안을 밝히니 이제 부처님의 법이 그 빛을 찾았구나.”

이리하여 부처님의 법은 다섯 비구와 야사, 야사의 친구와 부모님이 깨달음을 얻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고 멀리 한국에까지 그 법이 전해져 많은 대중들이 함께 하게 되니 부처님이 그러하시듯 이제 미약하나마 그 일에 함께하는 원을 세워봅니다.

그리고 이 뜻깊은 장소에서 순례 일행은 법륜스님을 계사로 모시고 삼귀의와 오계 수계를 받아 순례기간 동안 출가한 마음으로 다 같이 부처님의 제자로서 오계를 지킬 것을 맹세하며 호궤합장 자세로 연비를 받았습니다. 짧은 순례기간이지만 이제 수행자로서 가사까지 받아 지니고 부처님과 법사님께 삼배를 올리고 거룩한 수계식을 마치니 알지 못할 뭉클함에 눈물이 가득해집니다. 

사르나트의 다메크스투파를 배경으로 가사를 입고 단체 사진과 조별 사진을 촬영하는데, 순례자들의 얼굴에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경하는 자랑스러운 제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사르나트 바로 앞에 위치한 고고학박물관에서 초전법륜상과 사르나트에서 발굴된 귀한 유물들을 직접 관람하였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늘 마지막 순례지인 영불탑에 들렀지만 생각보다 일찍 출입문을 닫아 참배는 못하고 탑 앞에서 스님의 설명을 간단하게 듣고 아쉬운 마음을 반야심경 봉독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영불탑은 다섯 비구가 성도 후 사르나트로 오신 부처님을 맞이했던 곳으로 야쇼카 왕이 이를 기념하여 세운 탑이라고 합니다.  

오늘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숙소인 수라비호텔에서 맛있는 인도식 만찬을 먹으며 스님의 직접 진행으로 차량별 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순례 참가자 대부분이 정토회의 활동가들이어서인지 짧은 소개를 통해서도 전법의 활약상과 약진이 눈에 띄게 두드러져 소개 때마다 마음이 모아지고 함께 하는 이 길이 감사할 뿐입니다. 더불어 스님께서는 오늘부터 마지막 날까지 우리의 발이 되어주시는 운전기사님께 작은 선물과 함께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바라나시를 출발하여 약 260km 떨어진 부처님이 성도하신 곳, 보드가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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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사랑

부처님의 초전법륜지 샤르나트 에서의 수계식이야말로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석가모닙ㅜㄹ

2014-12-21 23:26:31

김영란

올리신 글을 보니 마치 저도 인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중거사님~~

2014-01-15 11:18:08

김 옥자

선택받으신도반님들부럽슴당나도언젠가는저자리에서연비를받고있것쮸그때까지우리스승님건강하셔야할텐데요~~^^

2014-01-12 18: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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