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10.9. 스위스 베른

 

오늘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유럽 순회 강연 중 6번째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위스 베른에서의 강연은 유튜브로 스님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어떤 분의 요청으로 그분이 베른에 사는 다른 분을 연결해주어 처음으로 이곳에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스위스 방문은 처음이라서 약간 설레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였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잠이 들어 알람소리를 듣지 못해 스님께서 저희 방으로 깨우러 오셔서 6시 30분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짐을 꾸렸습니다. 프랑스에서 저희를 안내해 준 박지현 보살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저희는 7시 10분에 출발했습니다. 아름다운 프랑스 파리를 뒤로 하고, 네비게이션과 아이패드의 구글 지도를 보며 저희들을 안내해주시는 스님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번 유럽 강연은 매일 차를 타고 이동하니 차안에서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하고 있는데, 꼭 인도성지순례 다닐 때의 느낌이 납니다.

 

프랑스는 면적이 남북한의 2.5배가 넘은 55만km2 라고 하니, 남한의 약 5.5배정도의 크기가 된다고 합니다. 서유럽 국가 중에서 면적이 제일 넓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구는 약 7천만 정도이며, 세계 경제 5위의 대국인데, 특이하게도 농업 부문은 유럽 EU 국가 중에서 자립을 넘어서서 농업 수출국이라고 하였습니다. 스위스로 오는 길에 스님으로부터 간단하게나마 유럽의 역사, 그리고 유럽 북방, 남방, 서쪽, 동쪽 등의 인종, 종교, 그리고 각 나라 사이의 갈등, 그리고 종교의 분화 과정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스위스의 농촌 분위기도 볼 겸 해서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따라서 길을 접어들었는데 파리에서 스위스 베른까지 대략 7시간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초행길인데다 일부는 국도로 가다보니 공사 중이거나 혹은 조금 돌아가기도 해서 9시간이나 걸려 오늘 묵게 될 유스호스텔에 도착했습니다. 대학생이나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스 호스텔이었는데, 스님과 함께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한 다음 5시 35분에 행사 장소로 출발하였습니다. 행사 장소는 베른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었는데,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운영하는 개신교 교회였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정갈하였습니다. 6시 경에 행사 장소에 도착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해주셔서 대기실에서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주 스위스 한국 대사 부인이 행사장에 와서 스님께 이곳을 찾아주심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구입한 분들에게 스님이 사인을 해주었는데, 책을 많이 준비하지 못해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다 판매되고 없었습니다. 스님 책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였습니다. 스위스에는 전역에 걸쳐서 한인들이 약 천 명 정도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한-스 국제결혼을 한 가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인들끼리의 모임도 거의 없는 이곳에 스님께서 방문해 주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고, 오늘 행사장에는 약 90여명의 한인들이 모였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이라고 하였습니다. 

6시 30분 정각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강연 전 질문할 분들을 접수할 때는 몇 명밖에 없었는데, 질문자 접수를 마감한다는 마지막 안내가 나가자 질문자 수가 10명이 넘어서 오늘도 12명이 스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오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 나온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두 자녀를 어릴 때부터 할머니에게 맡겨야 했었는데 그게 죄의식으로 다가 온다는 분, 현재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데 만약 내게 남편이 죽거나 실직을 하는 것과 같은 불행이 온다면 어떻게 해 나가며 살아야 하는지,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늘 남편과 다투기에 그런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 같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식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될까봐 걱정이라는 분,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살아가는데 그것이 자식에게 좋지 못한 아버지 상을 만들어 준 것 같아 걱정이 되는데 그것 때문인지 자식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분, 결혼하여 스위스로 왔지만 이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말을 생각하면 어떤 심정으로 그 말을 남기셨는지 모르겠고 그것만 생각하면 슬프다는 분, 부모님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들을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고 용기를 줄 수 있을지 질문하는 분, 성향이 다른 친구가 있는데 만나면 늘 부딪히고 이런 친구를 받아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분, 그 외 법륜 스님의 세계적 비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다음과 같은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에 온지 2년 반이 되었고 스위스 남자랑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는데, 매사에 의욕이 없고 우울하고 피곤합니다. 평소에는 그런대로 괜찮다가 직장에서는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이곳 문화에 적응했다 싶다가도 또 부딪힘의 반복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요?” 라고 질문하자,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인들 안에서도 서로 그런 갈등이 있는데, 하물며 이곳은 외국이니 그런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직장생활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외국인으로서 이 나라 언어를 아무리 잘해봤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과 비교하면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러니 내게 이런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것을 잘 해주면 됩니다. 화난 일에 웃어주고 하기 싫은 것도 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왜 직장생활에서 지치는지 찾아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사람은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잘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괴롭고 힘들어 지는 것입니다. 모르면 물어서 알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되고, 잘못하면 뉘우치면 됩니다. 그러니 틀리는 것, 모르는 것,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 겁내지 말고 겪어가면서 되는대로 살면 됩니다.” 라고 말씀하시니 청중들이 외국에서 사는 어려움 때문인지 크게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또 한 분이 “아이를 가지고 싶은 데 생기지 않아 고통스러우며 결혼한 지 7년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나오신 힐링캠프를 보고 마음을 편히 먹으려 노력은 하는데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기 힘들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가지게 되고 제가 무능력한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아이를 가졌다거나 낳았다고 하면 머리로는 축하를 하고 싶은데 마음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 자신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결혼의 목적은 서로 두 사람이 사랑하여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입니다. 행복하게 살다보니 아이가 태어나면 키우면 됩니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생리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지 억지로 하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닙니다.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에 목매어서 살게 되면 행복하지도 편안해지지도 않습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결혼을 했고, 둘이 행복하게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키우는 것입니다. 아이를 갖고 싶으면 반드시 가져야 한다 생각하고, 갖기 싫으면 생긴 아이도 낙태시키는 것은 나의 욕망일 뿐입니다. 인연이 되면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면 되고, 인연이 안되면 부부끼리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입양을 할 수 도 있습니다. 누가 낳았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입양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낳은 것처럼 아이를 키우면 내 아이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스님의 강연이 길어집니다. 정확하게 2시 40분이 지나서야 스님의 답변이 끝이 났습니다. 마무리 말씀을 하고 나니 9시 20분이 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준비한 책이 다 판매되어 책을 구입하지 못한 분들이 스님과 사진촬영을 하고 싶어하여 스님께서는 함께 사진촬영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한국 부인과 함께 스님께 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또한 스님께서는 행사를 총괄하여 주신 이주연씨, 저희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로잔의 김이화씨,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여 주신 자원활동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9시 40분에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저희는 뒷마무리를 하고 나서 근처의 찻집으로 이동하여 이번 행사를 준비하여 주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묘덕법사님과 함께 마음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 주신 이주연씨는 스위스 베른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이고,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이 한글학교 선생님, 학부모 등이라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분들이 많았는데, 힐링캠프를 보면서 스님을 알게 되었고, 일부는 희망편지 앱을 통하여 스마트폰으로 희망편지를 받아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분들은 준비과정에서 너무 재미있었고, 힐링을 경험하였다고 하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하면서 내년에도 스님께서 꼭 방문해 주십사하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님께서 한인들이 얼마 되지않는 이곳 스위스까지 오셔서 우리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귀 기울여 주어서 너무 감동을 받았고, 고맙다고 하였으며, 불교가 딱딱한 교리가 아니라 대중들을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분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하여 일일이 손으로 준비물품을 만들기도 하여 준비과정을 얘기하는 가운데 이분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년에 꼭 와달라고 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11시 20분이 되었습니다. 로비에서 스님을 만났는데 스님께서는 오늘 낮부터 감기 기운이 있는지 컨디션이 안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뒷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드니 오늘도 새벽 3시가 됩니다. 내일은 이태리 밀라노에서 강연이 있으니 밀라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스위스 베른 강연스케치는 베를린 정토법회 이희정 법우님께서 도움 주셨습니다.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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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과 구글지도만 보시고 어떻게 다른나라를,그것도 강연시간에 맞춰 갈수있는지..정말 스님 대단하시단 생각이 듭니다..<br />&lt;2시 40분이 지나서야 스님의 답변이 끝이 났습니다.&gt;부분에서는,2시가 아니라 2시간이죠?ㅎㅎ<br />고생 많으셨겠네요ㅜㅜ

2014-01-09 00:01:29

일행

스님의 강연이나 설법은 막힘이 없습니다.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한데 어찌이리 통달허셨는지
?
부처님의 이미지랑 많이 닮으신듯해요.

2013-10-17 04:53:04

김미현

일정 자체가 감동입니다!
건강하세요~ 스님도 세상의 희망이오니..^^

2013-10-12 06: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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