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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신학대학에서 열리는 해방신학-참여불교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 아침. 스님께서는 오늘도 7시30분 명상이 시작되기전인 7시부터 오셔서 명상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108배 절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발원하면서 절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지정 스님과 루벤 아비또 로시 께서 진행하는 명상시간 중 15분여의 명상이 끝난 뒤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퀘이커 교도이며 노숙자들을 돕고 있다는 한 여성이 신학교가 그들의 해방에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였고 스님께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라 충분한 질의응답이 되지 못해서 스님께서 나중에 즉문즉설시간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명상 시간 중에 오늘 스님 통역을 맡아줄 줄 제이슨이 합류했습니다. 오늘은 컨퍼런스 마지막 날이니 만큼 명상시간이 끝나자마자 같은 장소에서초청된 발표자들께서 모두 함께 모여 아침 식사 를 한 후 앞으로 이 모임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곧이어 생태/환경적인 고통에 관한 세션이 시작되었고 술락 시바락사 박사님과 김용복 박사님께서 발표해주셨습니다.
점심 시간 중에는 한 쪽에서는 식사가 진행되었고 한 쪽에서는 몇몇 발표자들의 저서 판매가 있었습니다. 저희도 스님의 True Freedom (‘참자유’ 영어번역본 ), True Happiness (즉문즉설 모음 번역본) 두 권을 판매하였고 정토회, JTS, 좋은벗들, 에코붓다, 평화재단 영문 브로셔와 무료배포용 즉문즉설 모음집 “I have a question” (“질문이 있어요”) 책자를 나눠드렸습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점심식사를 하신 스님께서는 2시부터 영문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각지에서 오신 40여명의 유명한 신학자들과 불교를 연구하는 미국인 불교교수님, 참여불교학자, 해방신학자 등의 발표자를 포함해서 약 150여명의 신학자, 신학 대학원생, 종교인 들이 즉문즉설장소인 예배당으로 모였습니다.
먼저, 유니온 신학대 정현경 교수님께서 법륜스님 소개를 해주고, 이어서 즉문즉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해 전국에서 진행된 300강 기념 영상을 영어 자막과 함께 상영하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스님께 질문한 내용을 읽으면서 참가자들은 흥미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먼저 이번 컨퍼런스의 전체적인 내용과 3일동안 함께 토론한 주제, 경제양극화로 인한고통, 전쟁과 폭력의 고통, 성차별에 따른 고통, 인종차별에 따른 고통, 환경파괴로 인한 고통등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 분 한 분 뵙게 어려운 분들인데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만나뵐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하시면서 즉문즉설 시간을 시작하였습니다.
1시간 30분동안 총 8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이 세상의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일하고 지구의 아픔을 느낄 때 본인도 아프게 느껴진다고 하면서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번째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한 분께서는 북한에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다음 질문한 젊은 남자분은 어릴 때는 신앙과 믿음이 참 쉬웠는데 더 이상 쉽지가 않고 이제 목사로서 사역을 시작해야 할텐데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 물었습니다. 다음 분은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헛된 희망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물었습니다. 한 남자분은 인종차별에 대해 불교는 어떻게 바라보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중년 남자분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인해 일어난 아픔들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지 물었습니다.
다음은 중국에서 온 유니온 신학대 학생이 미국에 와서 불교를 알게 되었고 남을 위해 살아가는 보살의 길을 가고 싶어 직장도 그만 두었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 불가촉천민 출신의 유니온 신학대생이 신분으로 인한 차별과 따돌림등을 겪으면서 느꼈던 분노를 어떻게 해야할 지 물었습니다. 이학생은 먼저 스님께 인도불가촉천민 지역에서 스님께서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고 마을개발사업 등 JTS 사업활동에 대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다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과 대답이지만, 저는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봅니다.
->스님께서 질문한 분께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습니다.
법륜스님: 한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낮은 신분의 사람들을 차별할때 그들이 나쁜마음으로 그렇게 합니까? 그들도 그냥 자기 습관대로 합니까?
질문자: 그냥 습관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 그렇다며 그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할까요? 그냥 할까요?
질문자: 대다수가 사람들이 나쁜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냥 할 것입니다.
법륜스님: 우리가 차별을 받으면서 열등하고 비굴한 의식이 드는 것처럼, 그들 또한 우월의식이나 거만한 행동도 그 개인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비록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것을 이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개선되어야만 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미워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제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1979년도 어느날 경찰에 잡혀가서 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그때 정말 내손에 총이 있었더라면 그들을 다 쏘아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휴식시간이었는데 고문하는 3명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중 한명의 딸이 대학입학시험을 치루는데 시험을 잘쳐야 할텐데, 만약에 시험을 잘못쳐서 성적이 나쁘면 서울이 아니라 지방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지방으로 가게되면 월급이 넉넉하지 않아 딸아이를 지원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전에 나는 나를 고문하는 그가 악마처럼 보였습니다. 한쪽에서 내가 웅크려서 떨고 있으면서 그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그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버지였으며, 집에 가면 한아내의 남편이고, 한할머니의 아들이기도하며, 직장에서는 훌륭한 직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알게되는 순간 그에대한 미움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만약에 그 미움을 없애지 못했으면 나중에 보복을 할려고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내자신에 대해서 굉장한 한을 품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것입니다. 그를 이해함으로써 내미움이 없어지고 이것은 결국 나를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고문을 당한 경험을 생각해볼때 고문은 이세상에 없어져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건이 나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한국사회 민주화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와서 살아감으로 인해서 계급차별을 만드는 것으로부터는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도사람을 만나거나 그곳으로 돌아가면 다시 그 감정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 마음속의 상처를 먼저 치료하십시요. 그들에 대한 미움이 사라질때 당신의 상처가 사라집니다. 그때 당신은 인도로 돌아가십시오. 물론 가고 안가고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의 해방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그들에 대한 미움을 없애지 못한다면 당신은 돌아가기가 두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또 돌아가더라도 어떤 극한상황에서 분노때문에 당신이 하고자 하는 어떤 일을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당신의 동료를 위해서도, 인도를 위해서도, 당신이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질문자: 감사합니다.
위의 질문을 한 인도 불가촉천민출신의 신학생은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표하면서 작은 선물을 스님께 드렸습니다.
제가 지난 19년간 미국에 살았던 경험을 돌아볼 때 미국인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이들 및 이들 사회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고 또한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감정을 얘기하기 보다는 자기의 생각이나 소신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미국인들과 함께 하는 즉문즉설이 한국사람들과 하는 즉문즉설보다 분위기가 풀어지고 가벼워지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 등 민감한 주제가 나오거나 질문자가 스님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할 때에는 약간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청중들이 스님의 문답 방식에 조금씩 적응하고 개인적인 질문들이 나오면서 청중들과 교감이 더 많이 이루어지면서 분위기는 뜨거워졌습니다.
계속되는 질의 응답 속에 폴 니터 교수님을 비롯한 청중들은 시원하게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Yes!”라며 동의를 표시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여성분은 즉문즉설이 끝나자 마자 스님께 와서 감사의 인사를 했으며, 폴니터 교수님은 스님께 정말 좋았다고 하시면서 통역을 한 제이슨에게도 훌륭한 통역이었다고 아주 만족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아리야라트네 박사님은 스님의 두손을 꼭잡고 정말 수고 많았다고 하시면서 정말 기뻐하였습니다. 같은 불교인끼리 서로 공감하는 모습에 옆에 있는 저도 동시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즉문즉설이 마칠 때에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소한 2시간 정도는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순서를 마치며 법륜스님, 도법스님, 김용복 교수님, 지정스님, 배근주 성공회 신부님, 정현경 교수님이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문을 함께 낭독하며 기도해주셨습니다.
휴식시간 동안 많은 분들께서 스님께 악수를 청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의 말씀과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였습니다. 몇몇 질문자들도 와서 감사를 전했습니다. 환하게 밝아진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마지막 세션은 영성과 해방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곧이어 한국음식으로 저녁을 드신 스님께서는 곧바로 이어진 폐회식에 참석하셨습니다.
이번 폐회식은 폴 니터 교수님의 은퇴 기념식을 겸했습니다. 예술 공연으로 시작되었는데 특히, 반야심경 마지막 구절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를 산스크리트어 “가테가테 파라가테 파라산가테 모지스바하”로 함께 후렴을 불렀던 노래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노래를 한 학생들에게 스님의 영문번역책인 True Happiness와 True Freedom 을 선물로 주었씁니다.
폴니터 교수님의 은퇴기념 기조연설, 그리고 오랜 친구, 동료, 제자들의 기념 화답,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교측 참가자들의 축원이 있었습니다. 이 기념식은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기독교-불교인으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분께 동료,제자,친구들이 축하를 해주는 시간이었는데 정말로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폐회식이 끝나자 마자 스님께서는 폴니터 교수님께 축하의 말씀을 전하시고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셨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하신 후 뉴욕정토회 총무님과 정토회 운영에 대한 의논을 하신 다음 5월 미국 방문 때 또 보자고 하시면서 4일간의 빡빡한 뉴욕 일정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저에게는 여느때보다도 정말 힘든여정이었는데, 정말 스님의 체력과 집중력은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스님께서 Gate로 가는 것을 보고 저희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워싱턴행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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