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5일 법륜스님의 하루(강가강)

덜커덩거리는 기차 안에서 한참을 자고 눈을 떴습니다. 새벽 5시 전이었습니다.
어젯밤 10시부터 5시까지 푹 잤습니다. 아무 소리도 못 듣고, 세상모르고 잤습니다.
눈을 뜨니 찬바람도 많이 들어오고, 바깥은 안개가 가득 낀 느낌이고, 새벽녘 기차에 인도 사람들이
우르르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곤 했습니다. 완행열차라 조금 가다 쉬고, 조금 가다 쉬기를 반복했는데도
저는 집에서 잔듯이 참 잘 잤습니다.

 

새벽 5시, 무변심 법사님의 집전으로 송수신기로 천일기도를 했습니다.
달리는 새벽 기차 안에서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기차는 섰다 달리기를 계속 반복하고, 스텝들은 늦어진 일정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후 일정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를 했습니다. 사르나트에서 수계식을 하는 순서에 대해서,
나눠줄 물품을 어떻게 순서 있고 편리하게 전달할지, 어떻게 해야 전체의식이 여법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공양 물품부터 향 전달, 가사 전달, 신발 벗어 놓는 위치까지 하나하나 다 점검을 했습니다.

 

그런데 12시 10분경에 무갈사라이역에 도착할 예정이던 기차가 연착하여 오후 1시 3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내려서 공용 짐을 다 같이 개미떼처럼 들고 나르고, 개인 짐까지 실으니 또 1시간 가량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무갈사라이역에서 사르나트로 갔다가, 사르나트에서 수계식을
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전체 일정을 바꾸셨습니다.
부처님의 법이 처음 설해진 사르나트가 성지순례로서 첫 방문하는 성지인 만큼 여유롭게 순례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을 하신 것 같습니다.

무갈사라이역에서 바로 강가강으로 갔습니다. 인도성지순례 네 번째인데 해질녘에 강가강에 간 것은
오늘 처음이었습니다. 2인 1조로 자전거 릭샤를 타고, 30루피에서 50루피까지 가격을 흥정하며
힌두교인들이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는 강가강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자전거, 릭샤, 오토바이, 자가용, 소, 개까지 길거리를 지나가고, 차들은 낼 수 있는 경적은 다 울려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갈 때는 자전거 릭샤를 타고 다시 차로 돌아올 때는
여러 명이 어울려서 오토릭샤를 탔는데, 이리저리 피해서 운전하는 것을 보고 같이 탄 분이
운전 잘 한다고 감탄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먼저 강가강 선착장 앞에 도착하셔서 사람들이 배를 탈 수 있도록 위치를 안내해 주고
계셨습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다 왔을 때 스님도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탔습니다.
해질녘인데다 노를 젓는 배를 타니 한층 운치가 더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강가강과 강가강물을 성수로 생각하는 힌두교도인들의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강가강에서 목욕을 하면 업이 사라진다고 믿었던 힌두교도인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강 저 쪽에 보이는 모래벌이 우기가 되면 다 물에 잠긴다는 설명도 해 주셨습니다.
우기가 되면 저 강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옛날 인도에서 고통 받는 이 피안의 언덕을 너머, 저 강 너머 희망의 세상으로 가는 것을
도피안이라고 했다던 스님 말씀도 기억이 났습니다.

 

배를 타고 화장장이 있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장작불이 곳곳에서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오늘 화장을 많이 하네요. 요즘 추워서 얼어 죽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리의 걸인들도
동냥을 해서 자기 화장할 돈은 자리밑에 모아놓고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화장을 해 줍니다.”

강물 가까이에는 노란 천, 황금색 천으로 시신을 둘러싸고, 가족들이 손으로 강가강물을 한 움큼씩 떠서
시체 얼굴 쪽에 뿌리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화장장 주변에는 나무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나무가 활활 잘 타도록 관솔을 사서 넣고, 전단향나무도 같이 태웁니다.
자 다 같이 돌아가신 영가를 생각하며 해탈주 3독과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다같이 화장장을 바라보며 영가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염불을 했습니다.

 

해가 지면서 기온도 따라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내의도 입고 오리털 파카로 온 몸을 감싸고도
올 해는 더 추운 것 같다며 덜덜 떨고 있는데, 현지 인도인들은 얇은 옷에다 양말도 신지 않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참 춥게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강가강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물을 입에 넣고, 몸을 씻는 여자분을 보면서 종교적인 부분이라 저런 것이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버스를 타라는 스님 말씀에 다들 자전거 릭샤 하나씩을 다시 흥정해서
버스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전체 중 4명이 제 시간에 오지 않아 차는 그냥 출발했습니다.
갈 때부터 스님께서 “늦게 오면 개인들이 알아서 수라비호텔로 오세요.”라고 설명을 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오후 7시 10분경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호텔내 큰 공간이 없어서 옥상에다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는 말에 밖에서 추워서 떨다가 온 사람들이 “아이고... 너무 춥겠는데...”했지만,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보고는 다들 음식 먹기 바빴습니다.
오늘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다들 인도음식인데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역시 시장기가 제일 좋은 반찬이었습니다. 맛도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2층 홀로 내려가
바닥에 깔판을 깔고 앉아 오늘 참가한 사람들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 이번 성지순례에는 어떤 지역의 어떤 사람들이 참여를 했는지 정도는 같이 알고
성지순례를 해야 되지 않겠냐며 직접 사회를 보셨습니다. 경남, 경북, 미주, 유럽, 서울, 충청, 광주 등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서 공직에 사표를 내고 왔다는 분도 있고, 여태껏 법당에서 스님 얼굴 본 것보다
성지순례 와서 하루 이틀 사이에 얼굴 본 시간이 훨씬 많다며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감사하다는 분도 있었고, 열의에 차서 왔지만
감기와 이국이 주는 피곤함이 아직 얼굴에 묻어있어 인상이 굳어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소개를 들으며 많이 웃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지순례 마지막 날까지 운전을 담당해 줄 운전사(드라이버)와 조수(컨덕트)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이라 그런지 많이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했습니다.
앞으로 수고해 주실 것을 요청하며 수고비도 드렸습니다.

“우리가 다른 성지순례에 비해서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자지만 그래도 버스 하나는 직접 보고
검증까지 해서 최고급으로 준비합니다. 인도성지순례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저희가 버스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무갈사라이역에서 버스를 타며 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버스를 워낙 오래 타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중요합니다. 마지막 날까지 한 대의 차량도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가 드라이버지(운전사를 높인말)와 컨턱트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성지순례가 될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를 방문하고, 원래 일정대로 수자타 아카데미로 갈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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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심

법륜스님도 저희와 똑같이 아니 저희보다 더 공용짐을 들고 이고 나르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였습니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시는 분이구나... 느꼈습니다... 존경합니다... 스님~~~ _()()()_

2013-01-21 13:40:45

나그네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2013-01-14 10:10:33

전봉래

너무 감동입니다 저는 언제 갈수있는지 ㅠㅠ

2013-01-13 11: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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