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6일 법륜스님의 하루(사르나트, 수자타 아카데미)

어제 사르나트에 연락을 해 보니 아침 6시에 문을 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5시 30분에 기상해서,
6시 10분에는 사르나트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 행사 준비차 사전팀이 사르나트에 가보니
7시에 문을 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출발하려고 차에 탔던 사람들에게 다시 호텔로 들어가서 쉬다가
연락을 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런 일도 인도니까 더 쉽게 양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30분가량 더 호텔에 머물다가 사르나트로 향했습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께서 5비구에게 처음으로 설법을 하셨던 곳입니다.
불교인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부처님이 있었고, 설한 법이 있었고, 법을 들은 5비구가 있었기에
그 법이 2600여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지금 나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아서, 언제나 사르나트에 가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또한 사르나트는 야사 비구가 출가한 곳이고, 야사 비구 친구들이 모두 출가함으로써 처음으로
61명의 비구 교단이 성립하게 되었고, 드디어 부처님께서 전법선언을 하신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야사의 부모님이 재가자로서 처음 삼귀의, 오계를 받게 되어 우바이, 우바새가 탄생한 곳이기도 해서
우리 불자들에게는 특히 의미있는 도시가 바라나시의 사르나트인 것 같습니다.

초전법륜 성지 입구에서부터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정근을 하면서 탑을 세 바퀴 돌고
탑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간절한 마음으로 사시예불을 올렸습니다. 사시예불 후 스님께서
이 곳 사르나트에서의 부처님의 행적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해 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생각하며 숨을 들이쉬고, 내어쉬면서 다같이 명상을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처음으로 구리가 장자가 삼귀의 오계 수계를 받은 곳으로 우리도 그와 같이 이 곳에서
삼귀의 오계 수계를 받아 12일간의 단기 출가를 통해서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를 해 나가자는 의미로 수계식을 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오계 수계식이 거룩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을 수계법사로 모시고, 가사를 받고,
향으로 연비를 함으로써 성지순례 참가자들이 모두 부처님 재자로서 삼귀의 오계를 받았습니다.
노란 가사까지 받아서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다 갖췄습니다.
혜초스님께서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1년간이나 배를 타고 인도에 와서 부처님 성지를
순례를 했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우리도 성지순례기간동안 수행자로서 하루 하루 생활할 것임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계식을 마치고는 사르나트 탑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조별 사진도 찍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사르나트를 나오면서 아쑈카 대왕 때 만든 아쑈카 석주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면서,
처음 인도에 오셨을 때의 경험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인도와의 첫 인연을 들으며 사르나트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박물관 관람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박물관내 공간이 좁고 대중이 너무 많아 박물관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가 없어 입구에서
미리 전체 설명을 먼저 하셨습니다.
참가대중들이 박물관 관람을 하는동안 스님께서는 잠시 수련장 부지가 나왔다고 해서
주변에 부지를 보러 다녀오셨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전보다 10배 이상 땅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부지의 위치와 값을 알아보고 박물관 앞으로 돌아오니 참가자들이 거의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르나트에서 조금 떨어진 영불탑으로 이동했습니다. 영불탑은 5비구가 부처님을 맞이했던 곳에 탑을 세워
영불탑이라 이름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차에서 내려 영불탑 앞에서 스님 설명만 간단하게 듣고
바로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는 둥게스와리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 이 길은 부처님이 전법선언을 하고, 우루벨라 가섭을 교화하기 위해
사르나트에서 부다가야로 내려온 길입니다. 그 전에 부처님이 성도 후 5비구를 교화하기 위해
거꾸로 부다가야에서 사르나트로 걸어갔던 곳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걸어서 갔던 길을 오늘 우리는
편안하게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20년째 이 길을 가고 있는데
사르나트에서 부다가야가 250km인데, 오늘 시간이 제일 적게 걸린 것 같애요. 보통 8-10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6시간밖에 안 걸리네요. 도로가 갈수록 잘 정비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부처님께서 6년 고행을 하셨던 전정각산 아래 수자타 아카데미로 가고 있습니다.
숙소가 좀 불편할 것입니다. 숙소가 좋은 날은 첫 날과 마지막 날 밖에 없습니다. 숙소가 불편하더라도
수자타 아카데미는 우리가 직접 지은 집이라 마음은 더 편할 것입니다. 15년전부터 들어온다던 전기는
아직도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불을 지펴 뜨거운 물을 끓여 놓았으니 물을 떠가서 세수를 하시면 됩니다.”

겨우 버스가 지나갈 듯한 덜컹이는 비포장 도로로 한참 들어가니 수자타 아카데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두워서 건물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박명송 군이 전체 공양준비를 맡아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저녁예불을 하고,
스님으로부터 수자타아카데미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인도와 인연이 된 것은 1991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22년전이죠. 단체 관광으로 왔다기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인연으로 인도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낭여행도 아닌 단체 관광도 아닌 상태로
처음 인도에 왔습니다. 그 때 저는 인도를 너무 그리워했기 때문에 비행기 활주로에서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이마를 대고 오체투지 절을 했습니다. 인도라는 곳에 온 것이 그렇게 기뻤습니다.

버스를 타고 캘커타시내에서 박물관 옆 골목에 있는 어떤 한 모텔에 갔더니 방이 없었어요.
어떻게 어떻게 해서 캘커타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에 들게 되었는데 방 하나에 100루피 였습니다.
사전교육받기를 미네랄 워트 외 물은 절대 먹지마라, 그리고 1루피 이상 아이들에게 주면
아이들이 따라와서 순례가 지속될 수 없다는 등의 주의를 받았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물을 사러 나갔습니다. 깜깜한 골목에 나섰는데 어떤 여인이 저를 잡았어요.
1루피 주었더니 안받고 또 달라해서 1루피 주니 안받았습니다. 그러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서서 보니
조그마한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아이를 보자 아이배에 손을 댓다가 입에 댓다를 반복하는 거예요.
아이가 배고프다는 뜻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여인이 이끄는대로 따라갔습니다.
조그마한 가게 앞에서 분유통을 가리켰습니다.

아이가 배고파 분유 사달라고 하나보다 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물어보니 60루피라 하였습니다.
제가 너무 깜짝 놀라서 도망치다시피 그냥 와버렸습니다. 물만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는데
마음이 찝찝했습니다.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같이 간 교수님에게 60루피면 얼마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2400원이라고 해요. 그 당시 1루피가 40원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2400원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뭐라 할 수 없이 마음이 찌릿찌릿했습니다. 아이 배고프다고 우유 사달라는데, 그냥 돌아온 나를
내 자신이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시 사주러 나가니 여인이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그 때 제 자신에 대해 굉장히 실망을 하였습니다.

늘 민중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것 같이 해놓고, 막상 눈앞에서 아기 우유를 사달라는 것을 외면하는
모순투성이의 나를 발견하고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면서 자연히 감정이 억제되고 냉정해져 가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운동을 하며 자선사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거시적인 것, 근본적인 것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릴 것처럼 하다가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에는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제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이 빚을 꼭 갚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저희들이 인도JTS사업은 93년도에 시작하였고, 이 곳 수자타아카데미는 94년도에 시작했습니다.
인도JTS는 첫째, 문맹퇴치를 위한 교육사업이고, 둘째는 결핵, 산모건강, 모자 건강 등
유아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마을의 질병퇴치사업이고, 셋째는 마을개발사업입니다.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입니다. 첫째 인도에서 제일 살기 어렵습니다. 가난합니다.
둥게스와리마을은 천민들의 집단마을입니다. 마을에 부자가 없습니다. 둥게스와리 산주변에 있는
천민들 집단거주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곳 둥게스와리는 돼지를 키우거나, 산에 돌을 캐거나,
일부는 부자집 농사를 거들어주며 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입니다.
교육혜택은 전혀 못받고 있었습니다.

최소한도 사람으로 태어나서 초등학교 교육, 글 읽을 줄 아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수자타 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적어도 간단한 질병, 이질, 결핵에 의해 죽는 사람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질병퇴치 운동을 벌였습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결핵은 거의 퇴치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마을의 빈곤퇴치라는 것은 거의 제대로 해결이 안된 상태입니다. 빈곤하게 생활하는 그 삶 자체는
뚜렷한 해결책을 못잡고 있는 그런 상태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기초교육을 받는
그런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스님께서 인도와의 첫 인연, 인도 사업을 하게 된 계기, 아이의 우유를 사달라고 하던 여인의 이야기,
현재 수자타 아카데미의 상황과 어려운 점 등 수자타 아카데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자세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강의를 마치자 시간이 거의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피곤한 것 같았습니다.
스님께서 푹 쉬라고 하며 내일 아침일정에대해서 간단히 공지를 하고 마쳤습니다.
오늘은 차를 많이 타고 와서 좀 피곤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아침 4시 30분 기상해서 5시에 기도하고, 예불 후에는 걸어서 부다가야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내일 일정도 만만치 않겠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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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분유를 사주면 다시 가게에 가서 현금으로 바꾼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진짜 애가 배가 고파서 그런건지 아닌지는 모르지요. 정토회는 안다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도 한번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염. 과연 살아생전에 그게 이루어 질지는 모르겠지만...

2013-01-17 17:24:36

전봉래

현지에 있는 느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_()_

2013-01-14 18:57:05

김정인

글 잘봤습니다. 선재수련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다음에 꼭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겠어요 인도에서도 스님의 하루 쓰시는 법우님 짱입니다 ㅠ..ㅠ

2013-01-11 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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