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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입니다. 일주일이 금방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260강 지났다고 했었는데, 오늘 벌써 273강을 끝냈습니다.
3주가 지나면 대망의 300강이 마무리가 되겠군요. 마지막까지 ‘파이팅!’입니다.
오늘 오전 강연은 경기도 연천에서 있었습니다. 연천까지 가는 길에 노오란 은행잎 가로수가 많았는데,
길가에 수북히 쌓인 노란 은행잎, 가지 끝에 달려 있는 노란 은행잎이 마지막 가을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연천 강연장 주차장가에 불타는 듯한 단풍잎과 떨어져 뒹구는 느티나뭇잎들도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었습니다.
강연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신 스님도 ‘좀 걷자’하시며 잠시 가을 속을 걸었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질문이 많은 편입니다. 오늘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쾌활한 분이 질문하면 분위기도 쾌활해지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 회사 여의도 본사에 다니는 직장 좋은 아들이
46살이나 되었는데도 장가를 못가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할머니와 스님의 오가는 문답에 강연장 분위기는
거의 개그콘스트 마냥 재미있었습니다.
결혼을 못했는데, 상대를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겠는지 묻는 남자분과의 문답도 재미있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필요이상으로 낭비하면서 과분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스님께서 전국으로 다니면서
계도를 좀 하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는 아저씨도 있었고,
부모님 세대인 60-70대가 우리나라 경제를 일군 분들이라 고마워 해야 하는데 보수적으로 자기 생각만
고집해서 원망이 드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묻는 남자분도 있었습니다.
여러 질문 중, 이복동생이 밉다는 분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제 나이 16살 때, 이복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저와는 거의 떨어져서 살았는데 부모님이 사이가 안 좋아
헤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키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복동생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4살이고, 동생은 14살이예요. 그런데 이 동생이 미워요. 항상 같이 있는데도 사랑하는 마음이 안 생겨요.
사랑해주고 싶고, 돌봐주고 싶은데 잘 안 돼요. 마음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복동생이예요? 아빠가 재혼했어요?”
“예. 엄마는 2살 때 헤어져서 잘 몰라요.”
“2살에 헤어졌으니, 엄마랑 아빠랑 갈등이 많았겠죠? 사이가 안 좋았으니 서로 미워했겠죠?
그럼 자기 마음 속에 미움이 형성되어 있어요. 아이는 육체적으로는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 기본은 이미
다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세계는 태어날 때 거의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엄마가 영어하면 영어하고 한국말하면 한국말 합니다. 엄마 마음이 편하면 아기도 편합니다.
엄마의 마음상태대로 아이의 마음이 형성됩니다. 자기는 자아가 형성될 때 기본적으로 누구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자꾸 미워지고 결혼해서 살면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자꾸 미워집니다.
동생도 똑같이 심성이 형성될 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형성이 된 것입니다.
둘이 그런 마음이 형성되어 있으니 이유없이 미운 것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미운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남편하고 사이는 어때요?”
“남편하고는 사이가 괜찮아요.”
“이 아이에게 미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남편이나 자식한테도 이런 마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아이가 있어서 괜찮습니다. 이 아이 때문에 자기의 미운 마음이 가족한테 덜 일어납니다.
이 아이가 사실은 자기한테는 보배입니다. 자기 심성에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자기가 알게 된 거예요.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하면 가족과도 좋아요.
자기는 새엄마한테 보살핌을 받았잖아요. 그 아이를 보살펴주는 것은 은혜를 갚는 거잖아요.
절을 하면서 자기 엄마, 아빠한테 감사기도를 하세요. 자기 마음속에는 그리움도 있지만 미움도 있어요.
엄마, 아빠에 대한 깊은 미움을 그래도 나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하면
미운 마음이 없어집니다.
새 엄마가 자기 아이가 아닌데 키웠잖아요? 그러니 새엄마에게도 감사기도를 하세요. 그러면 그 아이가 조금은 덜 미워질 것입니다. 하루에 200배씩 기도하세요. 100배는 자기 생부, 생모에게, 100배는 새엄마에게 감사기도를 하세요. 감사기도 하면 미움이 조금 녹을 거예요. 우선 100일간 200배를 해 보세요.”
많은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수많은 사연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고,
사람이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끊임없는 의지들, 실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강연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희망세상 만들기 300강이, 스님의 하루 하루가 참으로
기적같이 대단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천 강연후 평화재단으로 가서 스님께서는 BBS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 녹음을 하셨습니다.
저녁 강연은 경기도 성남이었습니다. 성남은 평화재단과 가까워서 퇴근시간인데도 50분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성남은 분위기가 활기찹니다. 스님 초등학교 친구분 중 거의 유일하게
대학교에 들어갔다는 친구분이 찾아와 강연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을 시작할 때는 2층이 좀 비어 있었는데 나중에는 자리가 꽉 찼습니다.
질문자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0대와 30대의 질문이 요즘은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취업, 연애, 삶의 목표,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그만큼 젊은 세대들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특히 즉문즉설의 맛이 잘 살아난 강연이었습니다.
간결하고 명확하고 시원한 문답에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함께 즐거운 강연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스님께서 ‘오늘은 질문자들이 금방 금방 깨닫네’ 하셔서 다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많습니다. 그 중 사연 두 개를 올려 봅니다.
“저는 전처가 저도 모르게 제 명의로 사채를 빌려쓰고 사기죄 등으로 구속되고 저 또한 힘들었습니다.
저는 전처가 원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내면을 자세히 보면서 비우고 비우고 비우다 보니
전처가 원수가 아닌 외려 제가 잘못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저한테는
미움도, 원수도, 증오도 없는데 가끔 전처가 저에게 전화해서 원망도 하고 해서 그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그래서 제 속에 원수는 없지만 전처가 저를 원수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기만 없으면 괜찮아요.”
“그런데 가끔 전화해서 화풀이를 하니까 괴롭습니다.”
“그 때는 들어주면 되지요. 실컷 들어줄게- 하면 돼요. 아무 문제도 안 돼요.”
“녜. (박수) (웃음)”
“듣는게 어려우면 음악 틀어놓고 한 쪽 귀로는 음악들으면서 그래, 그래, 아이고, 알았다, 힘들구나,
이러면서 전화 끊으면 돼요. 말려들지 말구요. 그 말에 끌려서 시비하지 마세요.
왜 나한테 전화해 화풀이 하나? 이러지 말고, 그래, 그래 하며 들어주고 끊으면 돼요.
자기 마음에 미움이 없으면 괜찮아요.”
“녜, 알겠습니다.”
짧게 문답이 끝났는데도 시원했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문제가 해결된 것에 대해 같이 기뻐했습니다.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항상 불안해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어릴 때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믿지 못하고 회사생활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장과 백일출가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백일출가를 하면 회사에서 불이익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다녀오면 직업이 불안정할까봐 불안한데 남편은 그 모든 걸 감수하고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자기가 행복해야 한다며 다녀오겠다 합니다.
다녀오라고 했지만 제가 불안합니다.”
“왜 불안해요? 머리 깎고 스님 될까 봐서요? 가버리면 괜찮은 남자랑 살면 되잖아요.” (웃음)
“그리고 대기업이라 아깝습니다.”
“깨달음의 장만 보내봐요. 남편이 숨이 막혀서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싫다, 죽겠다하는 표현이예요.
어쨌든 안 죽고 살아보려고 궁리를 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러니 대기업에 다니다 죽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사는 게 낫겠어요?”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놔 두세요.”
“그리고 빚을 내더라도 사업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건 별론데요. 사표 냈어요?”
“사표는 아닌데 미리 위에다 얘기는 했습니다. 회사가 붙잡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가서 스님에게 물어보니 우선 깨달음의 장만 다녀온 후 회사는 6개월 다녀보고
그래도 도저히 숨이 막혀서 안 되겠거든 다음 기회에 백일출가 신청하라고 얘기하세요.
그럼에도 가겠다고 하면 보내주세요. 자기는 모르지만 남자가 대기업에 다니다가 그 정도로 결정을 할 때는
자기가 숨이 막혀서 못 살겠다 싶어서 그래요.”
“그래서 육아휴직을 내고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합니다.”
“사표가 아니고요? 그럼 갔다와도 돼요.”
“그런데 한 달도 회사 안 다니면 생활하기가 어렵습니다.”
“괜찮아요. 빚내서 사세요.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요. 대기업이 좋은 줄 알지만 다니는 사람은
정작 숨 막혀 죽을 것 같애요. 마누라는 돈 쓰기 좋은데 정작 다니는 남편은 죽을 지경이예요.
그러니 본인이 요즘같이 직장 다니기 어려운데 바보가 아닌 이상은 이유가 있다는 것 아니예요?
이유 물어봤어요? 뭐라고 그래요?”
“어릴 때 엄하게 반듯하게만 자랐다고 합니다. 마음에서 어떤 분노가 일어나는데 그 원인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뿌리를 알고 싶어서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육아휴직 내서 다녀오라고 하세요. 남편 목숨 살리면 좋잖아요.”
“애기 낳고 3년은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저도 맞벌이를 하는게 나을까요?”
“아니요. 그냥 집에서 있는 돈 까 먹으면서 사세요. 아래 애가 3살 넘거든 맞벌이 해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오늘 강연도 재미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 이해학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이해학 목사님은 성남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셨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활동도 하셨습니다. 올 해 목사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합니다.
목사님께서 스님께 향기로운 백합화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오랜 인연만큼이나 서로를 아끼고 칭찬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목사님은 무대에 나오셔서 “저도 스님께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하면서, 내년이면 정전 60주년이 되는데
내가 대통령이 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대통령 후보 한 명이 제대로 없다며,
이는 국민 모두가 개인사에만 치우쳐져 있고, 평화문제나 평화와 연결된 경제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때문인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그걸 딛고 통일이 되는,
그런 기초를 닦을 사람을 내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서 목사님께 잘 될거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하고 화답을 하셔서 대중들이 큰 박수를 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밀려서 강연장을 나갔습니다.
여기 참가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모우기 위해 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온 몸으로 홍보하고 자원봉사했을
것입니다. 당일날 주차안내하고 접수하고 안내하고, 행사 진행까지 하신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내일은 두북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는
경북대학교에서 '지방분권과 희망세상'이라는 주제로 분권코크콘스트에 참가하실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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