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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얼마전 대만에서 오신 부부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같다고 합니다.
대만은 태풍과 지진 등 자연적인 재앙이 많은데, 한국은 사계절이 다 아름답고, 특히 요즘같은 가을날씨는
비도 안오고, 태풍도 안 불고 맑고 푸른 하늘과 산천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국사람들이 축복받아서
이 곳에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도시에서 사는 분들은 잠시라도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가을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은 충남 예산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예산은 인구가 8만 7천으로 제법 큰 군이었습니다.
예산은 충청도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곳인데다 강연이 오전에 있어서
강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며 희망지기님이 좋아합니다.
연세드신 할아버지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강연장에 310명이 참가해서 스님 강연을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예산은 양반들이 사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정말 조용했습니다.
중간에 강연이 재미있을 때도 웃음소리가 담을 넘지 않습니다. 재미있어도 살풋 웃는 느낌입니다. 강연을 들을 때도 그렇고, 강연을 마치고 나갈 때도 큰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참 조용한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마다 이런 다른 특색이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충청남도 지역은 가을 100강 6개 강연 중 오늘 예산이 첫 강연이었습니다.
태안, 홍성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지원나와서 강연을 돕고 있었습니다.
예산에서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언어치료사인데 어린 학생들의 돌발행동에 당황스럽고 심리 파악도
어려워서 답답하고 우울하고 힘이든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묻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보면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아이 낳기가 어려우면 강아지라도 키워 봐라, 강아지 다루기보다는 아이들이 다루기가 훨씬 낫다, 아이들이 크는 과정을 봐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욕심을 내려놔라, 조급함 때문이다,
‘부처님. 이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 덕택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다른 젊은 남자 질문자는 본인은 보기에는 멀쩡한데 희귀한 병을 앓고 있어서
아버지 농사일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장애인이면서 고집도 세고 성격도 불같아서
상처를 많이 받는데 아버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70대 중반인 할아버지는 며느리 셋이 모두 기독교라 제사를 지내고도 제사음식을 안 먹고 따로 해 먹는데,
종교는 헌법으로 자유라 했으니 한 번도 강요는 안 했지만 마음으로 힘이 든다며 스님께 하소연을 하십니다.
또 한 분의 70대 할아버지는 옆집의 젊은 여자에게 700만원을 빌려줬는데, 할아버지가
산불감시하러 간 시간에 자기를 성추행했다고 고소를 해서 1심에서 벌금이 500만원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앞뒤 말을 잘 맞춰서 들어야만 겨우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스님께서 집중해서 들으시고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호소를 하시겠냐며
사실을 확인한 후에 도와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연락처를 받아서 상황을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억울해 하는 사람, 상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사람, 스스로가 마음에 안들어 괴로워 하는 사람,
삶의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아서 방황하는 사람...오늘도 스님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힐링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남 예산 강연을 마치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얼마전 스님께서 강연을 하시다가 이빨에서 뭐가 툭 떨어졌다고 합니다. 떼워놨던 이빨 조각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치과에 못 가다가 오늘 강연 후 대전에서 치과에 들렀습니다.
원장님이 정성껏 치료를 해 주셨습니다. 치과 치료 후 대전정토회로 가서 저희들은 휴식을 하고
스님은 원고 점검을 하셨습니다. 저녁식사 후, 다음 강연이 있는 옥천으로 향했습니다.
옥천 부군수님과 강연전에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정지용시인의 ‘향수’가 생각나면서, 그런 아름다운 시가 나온 걸 보면
옥천이 아름다운 곳일 것 같습니다.
강연장 입구의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사람들이 강연장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강연 시작할 때는 뒤쪽 자리가 많이 비었었는데, 강연 중반쯤에 돌아보니 거의 자리가 찼습니다.
499석이었는데 425명이 참가했습니다.
옥천에서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원정와서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옥천 사람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하신 분은 미국 LA에서 오신 분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갑상선암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2월에 수술하기로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수술을 기다려야 할지 물었습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일주일에 2-3번씩 시어머니에게 내려 가 농사일을 돕는 남편을 보면서
시어머니가 미워진다는 아주머니의 진솔한 사연도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공감을 해 주십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며느리가, 대부분의 시어머니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하시면서 남편의 원주인이
시어머니라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고부간의 갈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현실에서는 잘 안 된다며, 그 심정을 알지만 괴롭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다시 말씀을 해 주십니다. 질문자를 향한 스님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질문자가 많아서 스님께서 마지막까지 질문을 받고 강연 정리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한 젊은 여자분이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질문하기 위해서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꼭 질문을 해야 되겠습니다.”하면서 마이크도 없이
바로 대중들 앞에서 질문을 합니다.
사람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일어나지 않고 그 여자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자신은 스님의 책도 많이 읽고 결혼해서 행복한데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두 분을 오늘
강연장소까지 모시고 왔는데도 아버지는 여전히 졸고 계신다, 아버지에게 부디 한 말씀을 좀 해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스님께서 앉아서 마이크로 한 말씀 해 주셨습니다.
“제 책을 잘못 읽은 것 같네요. 제가 책에서나 오늘 내내 한 이야기는 상대를 어떻게 고칠 것이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해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잘 살고 계십니다. 사시던대로 사시면 됩니다.”하고 이야기하셔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크게 웃으면서 박수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버지를 변화시킬려고 강연장까지 온 극성스런 따님은
스님께 꾸지람을 들었는데도 기필코 아버지를 책 사인을 하고 있는 스님 앞으로 모시고 와 스님 손을 잡게 합니다.
오늘은 충청도에서 보낸 하루였습니다. 예산과 옥천은 군소재지인데도 사람들이 망설이지 않고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경상도처럼 떠들썩하거나 환호성을 지르지는 않지만 박수를 치며 같이 즐거워합니다.
환하게 웃고, 진지하고 집중해서 듣습니다. 조용하고 진지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내일은 300강 강연은 없습니다. 대신 평화재단의 여성리더쉽 아카데미, 청년대학생리더쉽 아카데미,
새로운 백년 북콘서트 자원봉사자 강연이 가평, 음성, 천안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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